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633
279. 이상한 회의(3)
사이사이 질문이 나올 줄 알았다.
여기 있는 그 누구도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과 상식을 총동원해도 납득이 되지 않을 테니까.
“질문에 답해 드리면 시간이 안 맞으니, 조금 답답하더라도 설명을 위주로 하겠습니다.”
태영의 간단한 설명에 국방 장관이 물어오기에 질문을 막았다.
영상 속의 군인은 가방 한쪽에 끼워져 있는 팔뚝만 한 원통을 꺼내 들었다.
“저것은 휴대형 플라즈마 포인데, 군인 한 명이 손쉽게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지원형 무기입니다.”
“포, 휴대형 포? 신궁 그런 것과 비슷하나?”
군인은 가방에서 작은 사각 물체를 꺼내 원통의 하단에 끼웠다.
원통 한쪽의 버튼을 누르자, 원통의 길이가 2배로 늘어나면서 작은 디스플레이와 어깨 받침이 튀어나왔다.
“목표물 조준은 좌표 방식과 조준경으로 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지금은 좌표 방식으로 선택했습니다.”
군인이 포를 어깨에 걸면서 앞가슴의 버튼을 조작하자 천천히 공중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상공 50미터.”
~푸앙~
북을 치는 듯한 작은 소리와 함께 포에서 희미한 빛이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그리고 바뀐 영상.
푸른 바다 한가운데 섬이 보인다.
점처럼 작게 보이던 섬이 줌인 되면서 섬이 화면을 꽉 채웠다.
“저곳은 타깃 지점으로, 가상으로 구현된 곳입니다. 2020년 백사장에 SOS를 써서 구조를 요청한 적이 있어서 언론에 많이 알려진 무인도 미크로네시아의 파이크롯 섬이 그 모델입니다.”
줌인 된 영상 속의 섬에 사람이나 동물은 보이지 않았지만, 평화롭게 보인다.
“둘레 약 1.3킬로미터, 면적은 12만 5천 제곱미터로 평수로 환산하면 3만 8천 평 정도가 됩니다.”
섬의 중심은 수풀이 우거졌고, 가장자리는 모래사장이다.
~팍~
그때, 작은 소리와 함께 희미한 빛이 섬을 감싸는 듯한 느낌이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처얼썩~
섬이 있던 지역으로 파도가 크게 밀려들며 파도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바닷물이 섬을 덮고 지나가는 모습.
그 가운데, 에메랄드빛 바닷물의 색과 숲이 가지는 초록, 그리고 모래 같은 황색이 뒤섞이는 듯한 느낌이 먼지처럼 일어났다.
그 색상으로 몇 번의 요동이 있은 후, 섬이 있던 곳은 바닷물이 차지했다.
고요하고 평화롭게 파도가 넘실거리는 바다의 모습.
언제 그 자리에 섬이 있었느냐 하는 것처럼.
“섬이 사라져?”
“사라진 거요?”
“섬이?”
놀라움에 다들 웅성거렸다.
그래도 비명을 지르지 않아서 다행이다.
“자, 마저 설명 드리겠습니다.”
“…….”
“…….”
태영의 말에도 쳐다보기만 할 뿐 답은 하지 않는다.
“발사 지점으로부터 타깃까지의 거리는 약 220킬로미터입니다.”
“그…….”
시야 거리가 맞지 않지?
“수평선 끝이 보이는 시야 거리를 계산하면, 상공으로 3.8Km를 올라가야 220킬로미터 떨어진 목표물이 수평선 끝에 보이지만, 좌표 방식은 다르게 계산합니다.”
“…….”
“여기서 계산 방식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
“…….”
다들 숨도 안 쉬는 듯 조용하지만, 긴장한 표정으로 태영을 바라보고 있다.
“목표물은 범위 지정이 가능하며, 그 범위 내의 모든 것은 모래알처럼 부서집니다. 금속도 예외는 없습니다.”
실제로 13세기의 몽골에서 사용해 봤다.
미군과 함께 13세기로 날아온 이슬람 반군의 진지를 날려 버릴 때였다.
미군 전력보다 8배가 넘는 이슬람군으로 미군은 괴멸되었다.
그렇게, 이슬람군이 승리자가 되어 가고 있을 때.
그 승리자 집단을 잠재운 단 한 방.
그것으로 이슬람 반군은 전멸했다.
물론, 그곳에서는 좌표 방식이 되는지도 몰랐다.
알았다고 해도 GPS가 없어서 좌표 방식의 사용은 불가능했으니 의미는 없다.
“한번 포를 쏘았을 때, 지정할 수 있는 최대 범위는 약 25만 제곱킬로미터입니다. 이것을 보여 드리는 것만으로도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는 점을 알아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러면서 박규원을 보았다.
보여 달라고 해서 보여 준 것뿐이라는 의미로.
‘영상을 보여 주고 이런 말을 하다니. 최태영, 너 참 웃기는 놈이다.’
마음속으로 스스로를 야단쳤다.
“하.”
“4만 평 면적의 섬이 통째……?”
“말이 안 돼.”
놀라는 것이 이상한 것은 아니다.
어처구니없을 테니까.
그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태영은 너무나도 잘 안다.
지금 영상으로 보여 준 포는 몽골에서 사용한 것보다 100여 년 이후에 나올 무기다.
당시에 무기를 시험해 보기 위해, 바다 위의 바위섬을 조준하고 발사했다가 섬이 통째로 사라지는 것을 보고 얼마나 놀랐던가.
이 사람들에게는 경악할 만한 무기가 맞다.
“개인 휴대형 무기이지만, 다른 나라에 팔 순 없고…….”
“……그래, 맞지.”
“안 되지, 안 되고말고.”
다들 다른 나라에 팔지 않는다는 것에 동의한다.
“그렇다고 개인이 휴대하게 할 수 없으니, 저 무기를 탑재한 전용의 드론을 공급해 드릴 수 있습니다.”
국방 장관이 궁금해했던 것.
소형화하지 않고, 개인이 휴대하지 않도록 하고, 드론에 탑재가 가능함을 말해 주었다.
“최 대표.”
톤이 확 올라간 안보실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그거 꺼요.”
그 말에 레티어를 껐다.
눈앞에서 평화롭게 물결이 찰랑이던 바다가 사라졌다.
“미안하지만, 이 시간부로 별도 허가 전까지 이 방에서 나가서는 안 됩니다.”
안보실장 박규원의 표정은 굳어졌고, 얼굴은 붉어졌다.
결코, 세상에 선보여서는 안 될 무기?
그럴지도 모른다.
그것보다는, 그런 무기를 보유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절대로 알게 해서는 안 되는 상황.
아마도 그것이 맞을 것이다.
그러나 23세기에는 건설 장비로 더 많이 활용되었다는 것을 알까?
“녹음이나 녹화한 사람?”
“…….”
“…….”
박규원의 질문에 서로를 바라보았지만, 대답은 없었다.
녹화 없다.
당연히 녹음도 없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런 기능이 있는 기기들은 모두 동작하지 않도록 조치해 두었으니까.
그래서 오직 머릿속에 기억으로만 남아 있을 것이다.
“아무도 없는 것 같습니다.”
국방 장관이 말했다.
“폰, 모두 꺼내서 테이블 위로, 잠시 동안 통화나 문자전송을 금합니다. 그리고 외부와 통신이 가능한 다른 것이 있다면, 모두 이 앞으로.”
안보실장이 굳은 어조로 말했다.
“김 차장.”
김준엽을 불렀다.
“네, 실장님.”
“미안하지만, 여러분 미안해요. 소지품 검사를 하게 해서. 김 차장이 좀 해 줘요.”
김정준에게, 또 회의실에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 한꺼번에 양해를 구하고, 또 동시에 검사를 하라고 한다.
지금은 통신이 안 된다.
그러나 말해 줄 필요가 없기에 아무 말 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처럼 폰을 테이블 위로 올렸다.
회의실 안에서 박규원의 지시를 거부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김준엽은 밖에 나갔다 올 때, 군사 경찰 다섯이 함께 왔고 개인별 소지품 검사가 진행되었다.
그사이 박규원이 강태영을 불러 뭐라고 지시했고, 강태영은 종이 한 장을 들고 왔다.
종이 상단에 있는 제목인데, 박규원이 자필로 직접 썼다.
오늘 이곳에 나온 그 어떤 이야기도 발설하지 않겠다는 글이 그 아래에 있다.
어길 시에는 어쩌고저쩌고 하는 내용도 있다.
그리고 이름과 서명 칸.
모두 자필로 이름 쓰고 서명하라는 뜻이다.
일반적인 소지품과 음성 녹음이나 녹화 장비가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제법 시간이 걸려서 수색이 끝났다.
“특이한 물건 없습니다.”
군사 경찰의 책임자가 보고했다.
“알았네. 수고했어.”
“네, 이만 나가겠습니다.”
책임자가 군사 경찰을 데리고 나갔다.
“여러분 미안해요. 그렇지만.”
박규원은 거기까지 말하고 모두를 둘러보았다.
“아까 본 무기를 만들 수 있다는 것 자체를 여러분은 본 적이 없어야 합니다. 아시겠습니까?”
“네.”
“네, 알겠습니다.”
“…….”
“…….”
“잊겠습니다.”
갖가지 대답이 나왔다.
“인원수만큼 복사해 와요.”
강태영이 그 종이를 들고 나갔다.
침묵의 시간.
모두들 숨소리도 내지 않았다.
잠시 후에 강태영이 다시 돌아왔고, 한 장씩 배포된 보안 서약서.
추가로 다른 말은 없고, 한 명씩 그 종이에 이름을 쓰고 서명했다.
“이 종이 한 장에 대한 믿음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보다는 여러분들을 믿지만, 이 종이는 마지막 보루로 생각하겠습니다.”
서명된 보안 서약서를 모두 손에 든 박규원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 정도 되기를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생각보다 너무 무거워졌다.
그냥 언젠가 한번은 부딪쳐야 할 문제이기에 오늘 안보실장과 국방 장관이 있는 자리에서 무기 이야기가 나와 보여 준 것이 그리되었다.
국방과 안보를 담당하는 중추인물 두 사람이니까 그들이 알아서 할 것이다.
“자, 여러분들의 서명도 받았으니, 조금 더 이야기를 해 봅시다.”
이 정도에서 회의를 끝내는 것이 아니었나?
하긴 뭔가 회의 같지 않고, 또 뭔가 정리되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회의라는 것이 의제를 놓고, 의견을 교환하고, 합의를 도출하여 결론을 내리는 것이지만, 간혹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듣기 위한 회의도 있다.
오늘의 회의는 DIA에 공급하는 장비와 관련된 것이었기에 의견을 듣는 것이 맞다.
그것이 맞는데, 무슨?
“무슨 이야기이든 상관없습니다.”
그러면서 태영을 본다.
박규원의 시선과 함께 다른 사람도 모두 태영에게 시선을 주었다.
“왜 다들, 저를 보십니까?”
“아까 그 보여 준, 그 정도면 어떤 이야기든 상관없지 않을까?”
태영의 질문에 박규원이 질문하듯 답했다.
“뭐든지 더 꺼내 놔 보라?”
“……흣, 있긴 있나 보네.”
국방 장관 이강수다.
“꺼내 놓을 만한 것이 있으면 꺼내 놓고.”
이번에는 박규원이다.
표정에 장난기가 다분하다.
“예산은 안 되고, 눈높이만 올려놓을 텐데요?”
“아, 그렇지. 아까 그것도 가격은 모르지.”
“다들 아시는 전쟁에서 드론의 장점과 효과는 이미 파악하고 있을 테니, 공격은 드론전, 방어는 전자전으로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 면에서 최 대표의 드론이 공격전에서 가장 큰 힘을 낼 수 있는 거지?”
“아마도 그렇겠지요.”
이런 것은 확신을 가지고 명확하게 답할 필요가 없다.
판매를 위해 애쓴다면 확신을 갖고 밀어붙여야 하지만, 애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럼, 방어전에 사용이 가능한 뭔가가 있다는 소리로 들리는데?”
“있기는 하지만, 영상으로 보여 드릴 것은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그렇지, 오늘 회의에서 나올 이야기는 아니었으니…… 그럼, 언제 보여 줄 수 있겠는가?”
“아, 보여 드리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예산이 되느냐 하는 것인데요. 그리고 말씀드린 대로 방산 업체 지정이 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거, 산업부 소관 사항이죠?”
이강수에게 물었다.
“맞습니다. 그리고 방사청과 협의해야 하는 조건이 붙어 있습니다.”
방사청은 국방부 산하의 청이다.
국방부가 명령할 수 있는 곳인지는 모르겠지만, 하급 기관은 맞다.
“자, 그럼 이제 말해 보시게.”
방산 업체 지정은 알아서 하겠다는 것으로 생각된다.
어디를 지정하게 할까?
“자료를 보내 드리는 것으로 하면 안 되겠습니까?”
일단, 그건 나중 문제이고, 영상도 없이 구두 설명으로 무언가를 소개한다는 것이 맞지 않아서 그렇게 제안했다.
“영상으로?”
“영상과 설명을 함께 정리해서 보내 드리죠.”
“그렇게 하세.”
대답을 들으니 속이 편해진다.
***
회사 건물과 입구에 진을 치고 있는 기자들.
숫자는 현저하게 줄었지만, 여전하다.
“한 말씀 해 주십시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기자가 바로 눈앞에 마이크를 들이대며 소리를 질렀다.
대체 무슨 말씀을 하라는 것인지.
박원규는 엘리베이터를 벗어났지만, 유병진은 아직도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데 기자들이 밀려든다.
오늘 엘리베이터 홀 앞에서 기다리는 기자는 일곱.
그나마 숫자가 적어서 다행이다.
“대통령은 왜 왔다 간 겁니까?”
“대통령과 각부 장관들이 무슨 일로 온 겁니까?”
기자들에게 대통령은 지들 친구쯤 되나?
국가 원수인데 존경하지는 않더라도 기본은 지켜야 하는데, 말이 싸가지가 없다.
“이분들 지나가도록 길 좀 비켜 주시구요. 10분간 시간을 내어 드리겠습니다. 손을 들어 요청하시면 지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엘리베이터 밖으로 나와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큰 소리로 말했다.
유병진과 박원규는 이 소란에 낄 필요가 없기에 두 사람을 먼저 들여보내기 위함이기도 하다.
“왜 왔다 간 겁니까? 무슨 이야기를 했습니까?”
“대통령과 전부터 아는 사이였습니까?”
“무슨 일로 온 겁니까?”
일곱이 셋을 에워싸고 고함치듯 물어올 뿐 길을 비켜 줄 생각은 없나 보다.
“증발한 군인들 보훈 지정과 관계가 있습니까?”
“최태영 씨는 보훈 지정을 받지 못했는데, 그것과 상관이 있습니까?”
“특혜를 받은 것이 있습니까?”
왜 질문이 이쪽으로 옮겨 갈까?
참, 상상력 단순하다.
“2분이 지났습니다. 아무도 길을 비켜 주지 않는군요.”
역시 모두가 듣도록 다시 큰 소리로 말했다.
{아 씨바, 존나 까탈스럽네. 새파란 놈이.}
“씨바, 그냥 대답 좀 해 주면 안 돼?”
누군가의 중얼거림, 누군가의 고함 소리다.
“저희가 알아서 들어가겠습니다.”
박원규가 브리핑 룸 방향으로 길을 잡으며 기자들을 밀었다.
“악, 밀지 마. 씨바.”
박원규의 힘에 뒤로 밀려난 기자가 소리쳤다.
“야, 아아아. 밀지 말라고.”
그 옆 사람도 밀자 역시 소리친다.
비명을 지르거나 말거나,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박원규가 길을 뚫고 지나갔다.
그리고 유병진도 그쪽으로 지나갔다.
기자가 많지 않았기에 둘을 밀어내자 앞을 가로막는 기자는 없다.
“대통령이 왜 왔다 갔는지 아는 대로 대신 좀 말해 주세요.”
박원규를 뒤따라가는 유병진에게 기자 한 명이 마이크를 들이댔다.
“난 모르니까, 사장님에게 물어보세요.”
“아, 말 좀 해 주지.”
저들이 직원들에게는 마이크 들이대지 않나?
갑자기 그 생각이 들었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