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635
281. 응징의 시간(1)
주차장.
~덜컥~
“최태영 씨.”
태영의 이름을 부르며 다가오는 30대의 저 사람은 노현석, 국회의원 지종해의 비서관이다.
태영이 주차한 위치에서 통로를 사이에 두고 차량 세 대 정도를 비켜서 마주 주차한 차량에서 나왔다.
“그런데요?”
“잠시, 시간을 좀 내줘야겠는데요.”
태도는 아주 정중하지만, 입가에 걸린 미소에는 비웃음이 가득하고 말투는 강압적이다.
바쁜 한 주일을 보내고 이제 주말.
가까운 사람들의 요청으로 가볍게 일주일의 이야기를 장난처럼 나누며 저녁 식사를 하러 가는 길이다.
그런데, 꼭 이런 훼방꾼들이 끼어든다.
“그쪽은 누군데요?”
위니를 통해서 알고 있을 뿐이지, 자신이 누구라고 말한 적은 없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말투가 거칠어졌다.
“가 보면 알아요.”
“가 보면 안다구요? 납치범이 하는 전형적인 수법인데.”
납치를 이런 식으로 하지는 않겠지만, 자신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는 상대인데 무슨 말인들 뭐 어때?
“납치범? 내가 납치범으로 보여?”
되레 저쪽에서 화를 낸다.
“난 그쪽이 누구인지도 모르는데, 납치범이 아니라고?”
“아씨, 설명하기 그런데, 같이 좀 가지?”
“그쪽이 누구인지 말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좋은 의도는 아닌데, 납치범이 맞네?”
어투가 조금 더 거칠어졌다.
저쪽에 맞게 대응한 것이기는 하지만.
자동차 문 쪽으로 발길을 옮기자 앞을 가로막는다.
“좋게 말로 할 때, 잠시 같이 좀 가지.”
“좋게 말로 할 때 비키지?”
우리나라 국회의원들, 대체 왜 이러는 거지?
이게 국회의원의 잘못인지, 그 비서관들의 잘못인지 알 수가 없지만, 대체 왜 이럴까?
대부분 이렇지는 않겠지?
정부와 국회의원.
한쪽은 자연스럽고, 한쪽은 불협화음이 생기는 이유는 별거 아니다.
이주현과 류지현이라는 매개자가 있고, 한쪽은 없다.
또, 유재구로 인해 머릿속에는 국회의원이라는 존재가 아주 나쁘게 각인되어 있다.
그로 인해, 뉴스나 너튜브 같은 곳에서 국회의원들의 안하무인적인 태도, 무식한 발언들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
지금 이 상황도 같다.
국회의원 본인도 아닌 비서관이 강압적이고 안하무인으로 나오고 있으니 더욱 그렇다.
“뭐 해?”
노현석이 내린 그 차의 창문이 스르르 내려오면서 창밖으로 턱에서 눈까지 얼굴이 보이는 사람이 소리쳤다.
“예, 갑니다.”
앞을 막고 서 있던 자의 고개가 그쪽으로 돌아가며 답을 한다.
따라갈 마음은 1도 없으니 혼자 가야 하겠지만.
태영이 차에 탑승하기 위해 한 발을 내딛자 다시 앞을 막는다.
~타앙~
노현석이 차고가 높은 자동차의 보닛을 손바닥으로 쳤다.
그로 인해 제법 큰 소리가 났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손동작을 보면서 보닛을 칠 것이라고 이미 알았으니 기회를 놓칠 수는 없지 않은가.
“으아악~”
손목뼈는 모두가 제 위치를 벗어났고, 손 허리뼈도 어긋나고, 그중 하나를 분질렀다.
부러지는 뼈를 움직이는 근육 일부도 찢어 주었다.
“으아아아아악~아아악~”
노현석의 비명이 지하 주차장을 울렸다.
아픈 손을 만져 보다가 더 큰 통증으로 주차장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고통이 극심할 거다.
~딸깍~
차 안에 앉았던 자가 내려서는 문을 그대로 열어 둔 채로 태영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다가오는 자는 손인도 보좌관이다.
“네가 그랬어?”
가까이 오자마자, 노현석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반말로 물었다.
자신이 누구인지 말하지 않는 것은 노현석과 같다.
“으으으윽.”
노현석은 아픔을 참아 내려 입을 앙다물고 비명을 죽였다.
“너는 누군데?”
“하! 이 새끼 봐라. 네가 그랬냐고?”
“창문 열고, 보고 있었잖아?”
“아, 이 새끼야, 네가 그랬냐고 묻잖아?”
동문서답을 즐기는 자인가?
강압적인 스타일?
아니면 한곳에 꽂히면 전후좌우를 안 보는 타입인가?
도대체 말이 통하지 않는 자다.
자신보다는 하급 직원이겠지만, 동료가 고통으로 몸부림치며 비명을 지르고 있으니 다쳤는지, 다쳤다면 상태가 어떠한지를 확인하는 것이 우선 아닌가?
그런 것은 안중에 없다.
“눈 안 보여? 알면서 뭘 물어?”
태영도 동문서답하듯 같은 말로 느긋하게 대답했다.
“하, 이…… 너는 그냥 안 끝날 줄 알아.”
도저히 말 상대가 안 된다고 생각했는지 몸을 돌리며 한마디 한다.
명백한 협박이다.
손짓으로 노현석을 불렀다.
이런 무도한 자를 그냥 보내?
안 되지, 이런 자는 응징이 필요하다.
몸속의 이곳저곳을 두세 번 주물러 주었다.
“억.”
두 발자국을 옮기기 전에 된 신음을 내며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으으으…… 왜 그러…….”
손의 통증이 심한지 노현석이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그러곤 자신의 상관이 무릎을 꿇고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크으…….”
손인도가 배를 만지다가 굵은 신음을 내뱉으며 앞으로 엎어졌다.
“119…….”
바닥에 얼굴을 처박은 손인도가 다시 말했지만, 말이 이어지지 못했다.
고통으로 인해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것이다.
“보좌관님…… 왜…… 왜 그러…… 아악.”
손인도가 통증으로 허우적거리며 팔을 뻗어 무언가를 잡으려 하다가 하필이면 노현석의 다친 손을 잡는 바람에 비명이 크게 나왔다.
“119…… 흐윽…….”
손인도가 가쁜 숨을 내쉬며 다시 119를 말했고, 몸은 더욱 웅크렸다.
노현석은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다가 바닥에 떨어트렸다.
그러나 떨리는 팔을 부여잡고 119에 전화를 한다.
그 꼴을 가만히 서서 바라보기만 했다.
노현석이 이쪽의 상황을 신음 소리를 내어 가며 설명하고 통화를 끝냈다.
그리고 손인도의 어깨를 잡고 조심스럽게 몸을 돌렸다.
“으으…… 으으윽…….”
손인도가 된 신음을 토해 내며 몸을 더욱 웅크렸다.
그러자 몸을 돌리기가 쉬워졌고, 자신의 허벅지로 어깨를 받쳤다.
“으음, 보좌관님. 괘…… 괜찮으십니까.”
“으으윽…… 주…… 죽겠…… 흐으윽.”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죽지는 않겠지만, 몇 달은 정양을 해야 할 거다.
그러니까, 왜 그랬어?
싸가지 없이.
오래 기다리지 않아서 구급차가 도착했다.
구급대원은 손인도의 넥타이를 풀고 들것에 올린 후, 눈을 뒤집어 보는 등 몇 가지를 확인하더니 구급차 안으로 밀어 넣었다.
노현석의 손을 만져 본 구급대원이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아야 한다며 같이 타라고 했다.
“아, 그분이네. 혹시, 누가 이분들에게 폭행을 했습니까?”
그냥 가 버리기는 애매해서 구급대를 기다리며 강 건너 불구경하듯 보고 있던 태영에게 구급대원이 물었다.
“잘 모르겠습니다. 내게 뭐라고 뭐라고 하다가 갑자기 저렇게 쓰러졌습니다.”
“아…… 네.”
경찰에 신고가 되어 조사가 필요하면, 여기 CCTV를 보러 오게 될 것이다.
그래 봐야 노현석은 제 스스로 보닛을 때리다가 다쳤고, 손인도는 걸어가다가 쓰러진 것이다.
구급차가 떠나는 것을 보고 태영도 약속 장소로 떠났다.
***
“오빠.”
웨스코르 호텔 로비로 들어서자 이새봄이 부르며 다가왔다.
“왜 먼저 올라가지 않고?”
노현석 일행과의 작은 실랑이로 인해 시간을 지체해서 이새봄이 먼저 도착했지만, 태영을 기다리겠다고 했었다.
“난 같이 가는 게 좋아서.”
이새봄이 태영의 옆으로 와서 팔짱을 끼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이동하자 여러 사람의 시선이 따라왔다.
이번 주에 발생한 일련의 사태로 뉴스마다 태영의 얼굴이 나왔다.
전에도 알아보는 사람이 제법 있었지만, 이제는 더욱더 많아졌다.
따라오는 시선이 태영을 보는 것인지, 이새봄을 보는 것인지 구분되지 않지만.
“어이, 어서 오시게.”
예약된 식당의 룸 안으로 들어서자 박주한 회장이 손을 들어 반가움을 표시했다.
“안녕하십니까?”
“어서 와, 최 사장. 많이 늦지는 않았네?”
조영희 사장이다.
“네, 구급차가 빨리 와서 생각보다 늦지 않았습니다.”
사건이 있어서 늦어질 것 같다는 뜻을 이미 전했기에 보완 설명을 했다.
“우리 봄이는 그렇지 않아도 예쁜 사람이 갈수록 너무 예뻐지는 거 아냐? 최 사장이 너무 잘해 주나 봐?”
“잘해 주죠. 최고의 남자이기도 하구요.”
이새봄이 조영희의 한쪽 팔에 팔짱을 끼고 앉으며 말했다.
“요즘같이 바쁜 때, 얼굴 보자고 해서 미안해.”
박주한 회장이다.
“뭐, 워낙 궁금하다고 전화를 여러 번 하셔서.”
“그래, 정말 궁금했지. 여기 조 사장도 무지 궁금한가 봐.”
오늘의 이 만남은 언론에 계속해서 등장하는 태영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는 거냐며 박주한 회장이 여러 번 연락을 취해 왔기 때문이다.
~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대기자동차 최원재 부사장이 들어섰다.
“다들 오셨네요.”
“어서 오세요.”
“최 대표, 바쁜 와중에 이렇게 와 줘서 고마워. 데이트 시간을 빼앗아서 미안해요.”
태영에게 인사를 하고, 이새봄에게는 양해의 말을 점잖게 한다.
“내가 제일 늦었네.”
아무 소리 없이 문을 열고 들어선 사람은 신윤희 부사장이다.
“신 부사장님은 대체 여기를 왜 오셨어요?”
이틀 전인 수요일 아침에 찾아왔었으니 이틀밖에 지나지 않았다.
“최 사장이 요즘 워낙 핫해서, 내가 좀 매달렸지.”
신윤희가 조영희를 잠시 보고는 태영의 질문에 대답했다.
두 사람은 사회적 지위로 봐서 친분이 있을 수 있으니 그럴 수도 있다.
“이야기해 줄 거지?”
조영희 사장이 오늘 보자고 한 본론을 물었다.
“밥은 좀 편히 먹으면 안 돼요?”
“그래, 그러자. 밥은 편히 먹어야지.”
정갈하게 차려진 한식이 적정량으로 차례차례 들어왔다.
식사하는 동안은 소소한 이야기들로 여백이 채워졌다.
사람 숫자에 비해서는 아주 적은 양에 해당하는 소주 두 병이 반주로 비워졌다.
“한번 꺼내 봐.”
식사를 한 흔적이 대부분 치워지고 찻잔이 놓였을 때, 조영희가 슬쩍 웃으며 말을 꺼냈다.
“그게…….”
그렇게 운을 떼었고, 일주일 전인 지난 금요일의 상황을 간추려서 설명했다.
“그 일로 기자들이 앙심을 품고?”
“아마도 그런 것으로 보이는데, 그 기사가 일의 발단입니다.”
그렇게 시작된 것임을 알렸다.
“그 뭐냐, 특집 기사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거?”
박주한이 물었다.
“네, 맞습니다.”
“취재를 하고 쓴 거야?”
“취재는 무슨 취재요? 그냥 뇌피셜이죠.”
“그럼 그 기자가 소설 쓴 거지?”
조영희가 흥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 내용을 보니 이곳저곳에 허점투성이고 앞뒤 논리가 안 맞더니, 그래서 그런 거군.”
최원재의 반응이다.
“기자들이 소설도 잘 쓰지.”
“그 요상한 영상은 어찌 된 거야?”
“그건 저도 모릅니다.”
태영의 대답에 이새봄이 잠시 고개를 들어 태영을 본다.
이새봄은 누가 그들을 쫓아갔고 촬영을 했는지, 그 일련의 과정을 모두 알기 때문이다.
“그거 지우려고 거기서 무지 애를 썼다는데, 이틀 동안 고생하다가 겨우 지웠다고.”
위니가 48시간 동안 지워지지 않도록 하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 그리 쉽게 지워지면 안 되지.
“그거, 뒤늦게 지워 봐야 소용없지.”
“그렇죠. 복사되어서 다 퍼져 나갔을 테니.”
“기자들이 접대 받으며 그런 짓거리나 하고 다니느라 취재는 않고 소설만 쓰는 거지 뭐.”
“김영란법도 그렇게 따지면 아무 소용없는 거야.”
“그럼 VIP가 갑자기 찾아온 건?”
“그건 스토리가 조금 복잡하기도 하지만, 이게 또 보안 문제가 걸려 있어서 말씀드리기가 어렵습니다. 이해해 주십시오.”
“보안?”
“정보기관하고, 군하고 뭐 그런?”
“비슷하죠 뭐.”
이런 부분은 대충 얼렁뚱땅 넘어가야 한다.
그리고 말해 주지 못하는 이유를 태영이 아닌 기관의 이름표를 붙여야 한다.
“총리가 레피…… 레피우스인가 거기 간 거는 또 뭐야?”
신윤희가 물었다.
“아, 레피우스는 아버지 회사입니다.”
“아버지 회사?”
“네, 작은 제약 회사를 운영하고 계시거든요.”
“제약 회사?”
그쪽에 대한 여러 질문이 나왔다.
태영은 적당히 둘러대며 답했다.
“최 사장하고 아버지 회사 간에…… 뭔가 있지?”
조영희가 말을 늘이며 물었다.
“왜요?”
“가만 생각해 보니, 뉴스에 잠시 스쳐 가듯 지나간 신약 이야기가 기억나. 그곳 이름이 레피우스였던 것 같아.”
“맞아, 거기가 거기네.”
신윤희도 맞장구를 쳤다.
“뭐 재미있는 것이 있을 것 같은데?”
박주한이 싱긋 웃었다.
“아, 이건 국가 보안 문제는 아니니까, 말씀을 드리면…….”
이새봄이 조금 놀라는 표정으로 태영을 바라보았다.
밝혀도 돼? 그런 의미일 것이다.
이 사람들에게 알려서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알리는 것도 나쁘지 않지.
~우우웅~
그때, 폰이 울렸다.
[박용재 회장입니다. 호텔 로비에서 전화했습니다.]오늘 이곳에서 모임을 가졌거나 저녁 식사를 한 것인가?
“잠깐, 전화 좀 받아도 될까요?”
태영은 폰을 들어 발신자의 이름이 보이도록 보여 주며 물었다.
“아, 받아요, 받아.”
박주한이 말했다.
“네, 최태영입니다.”
[아, 여기 호텔 입구인데, 최 사장님 차가 주차되어 있다는 보고를 받아서 연락해 봤소.]“아, 네, 식사를 하러 와서요.”
“바쁜 일 없으면 오시라고 해 봐.”
신윤희가 목소리의 톤을 조금 높여 말했다.
대놓고 들으라는 것인지.
{누가 옆에서 나보고 바쁜 일 없으면 오라고 하는 것 같은데, 내가 가도 되겠소?}
귀도 밝지.
신윤희가 의도한 말을 놓치지 않고 들었다.
“잠시만요.”
형식적이지만, 송화구를 막았다.
“와도 되느냐고 묻는데, 다른 분들도 동의합니까?”
조영희와 박주한이 손을 들어 동의한다는 신호를 보냈다.
“네, 오셔도 됩니다.”
[나 말고 한 사람 더 같이 가겠습니다.]“네.”
“우리가 박 회장 같은 사람과 언제 이런 자리에 같이 앉아 보겠어? 오늘 자리가 아주 재미있어졌어.”
통화를 종료하는 것을 보고 박주한 회장이 얼굴에 웃음을 가득 담아 말했다.
기업의 체급 차이가 크니, 비즈니스로 연결된다고 해도 박용재를 만날 기회는 없을 것이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만나지는 것은 행운일 수 있다.
신윤희가 그것을 노린 것 같기도 하고.
“휴, 우리 회장님은 천하태평인가 봐.”
신윤희가 투덜거리듯 한마디 했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