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636
282. 응징의 시간(2)
“왜요?”
신윤희의 불평 아닌 불평이 이해되지만, 조영희는 그래도 웃으며 물었다.
“박 회장님 같은 사람은 최 사장을 만나서 뭔가 일을 만들어 보려 하는데, 우리 회장님은 보고를 받고도 답이 없어요.”
신윤희가 한숨을 푹 쉬며 답했다.
“제대로 못 읽으시는 건지…….”
중얼거리듯 한마디를 보탠다.
“뭔가 다른 생각이 있겠지요.”
최원재가 달래듯 말했다.
“봄이는 만난 적 없지?”
조영희가 이새봄에게 물었다.
“네, 아직까지는 없어요.”
박용재를 지칭한다는 것은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으니까.
“만나기 힘든 사람인데, 기회가 좋네.”
박주한은 잔뜩 기대에 부푼 목소리다.
~똑똑~
노크 소리가 들리고 잠시 후에 박용재 회장이 들어섰다.
그 뒤를 따라 들어온 사람은 언론에서 보기 어려운 인물이지만, 눈에 익은 얼굴이다.
김정호 부회장.
미소 띤 얼굴이지만, 몸 전체에서 풍기는 카리스마가 주변의 공기를 삽시간에 장악할 정도였다.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갑자기 불청객이 찾아와서 미안합니다.”
박용재는 정중하게 인사하며 양해를 구했고, 뒤에 선 김정호 부회장도 고개를 살짝 숙이며 인사를 한다.
“어서 오십시오.”
“요즘,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분이 이분들하고 친한 줄은 몰랐네요.”
태영의 짧은 인사에 박용재가 손을 내민다.
“김정호 부회장, 만난 적 없지요?”
“김정호입니다.”
박용재의 소개에 김정호가 손을 내밀었다.
“이분들은 제가 소개하기보다, 서로 인사 나누시죠.”
“네.”
서로의 인사 시간이 주어졌다.
다들 기업의 고위 임원이기에 서로 간단한 인사말이 오갔다.
박주한과 신윤희가 명함을 내밀었다.
두 사람은 김정호에게서 명함을 받았다.
“이분은?”
박용재는 그때까지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이새봄을 가리키며 태영을 돌아보았다.
“미인이죠?”
신윤희가 싱긋 웃으며 장난을 한다.
“최 대표 여친입니다.”
조영희가 보완 설명을 했다.
“이새봄입니다. 반갑습니다.”
이새봄이 명함을 내밀었다.
“네, 반갑습니다.”
박용재가 이새봄의 명함을 자세히 보았다.
“리얼판타즈? 어떤 일을 하는 회사입니까?”
“메타버스 회사입니다.”
“아, 메타버스.”
“네.”
“그거 준비하려면 힘들지 않나요?”
김정호가 관심이 가는지 질문을 하며 자신의 명함을 내밀었다.
그러고 보면, 이런 자리에서도 벌어지는 묘한 기 싸움이 있고, 싸움의 무기는 명함이다.
“플랫폼은 완성되었고, 6월부터 베타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그래요?”
“내적인 것은 모두 끝나 있고, 외적인 일을 준비 중입니다.”
“외적인 일이라면?”
“우리 호텔 2층에 체험 존을 꾸미는 것 같은 일이 아마도 외적인 일일 것입니다.”
“체험 존이요?”
조영희의 말에 김정호가 예상 밖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네, 베타서비스 시작과 함께 개장할 거니까, 언제 한번 구경 오세요.”
“호텔에는 어찌……?”
“숙박하는 분들이나 식사하러 오시는 분들에게 일정 시간의 무료 이용권을 드릴 예정입니다.”
메타하나 체험 존 이야기를 했을 때, 조영희는 흔쾌하게 승낙하고, 그것을 마케팅에 활용할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모든 세트에 더해서 사이니지까지 무료 설치해 주기로 했다.
“체험 존은 어떤 형태로 운영합니까?”
김정호가 계속해서 관심을 보이며 물었다.
“아, 호텔을 예로 들면, 장소 제공과 운영은 호텔이 담당하고 존 내부의 모든 설비는 저희 회사가 제공합니다.”
“운영은 호텔에서…… 경험이 없어도 되는 건가요?”
“며칠의 트레이닝이 필요하지만 어렵지 않고, 운영에 대한 부분은 문서화되어 있습니다.”
“그럼, 호텔 한 곳인가요?”
“아닙니다. 1차로 전국에 다섯 곳입니다.”
외부에 설치하는 곳이 다섯 곳이지만, 리얼판타즈와 트루아이즈, 그리고 메이스타가 있다.
그곳까지 합치면 모두 여덟 곳이다.
“언제 우리 회사의 마케팅팀에게 조만간 찾아가 뵈라고 하겠습니다.”
약간 뜻밖의 제안이지만, 김정호는 뭔가 촉이 발동해서 한 것 같다.
“네, 그러시지요. 체험 존을 살펴보시고 메타오피스도 체험해 보면 좋을 겁니다.”
“메타오피스요?”
“네.”
“그건 어떤 것입니까?”
대화가 한쪽으로 급격히 쏠려 넘어갔다.
“재택근무의 형태이지만, 지금까지 알고 계신 것과는 다른 완벽하게 현실과 동기화된 메타오피스입니다.”
“현실과 동기화?”
“네, 가상공간이지만, 현실처럼 보이고 느껴진다고 보시면 됩니다.”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메타버스에서 그 정도 구현이 가능한 것입니까?”
“아직까지 우리 회사를 제외하면 없을 거라고 자부합니다.”
“반드시 만나 보라고 해야 하겠군요. 혹시 ……그것도 설비를 제공합니까?”
김정호의 질문이 계속 이어졌다.
“그건 설비를 구입하셔야 합니다.”
“보통 메타버스라고 하면 게임을 떠올리는데, 게임 접속도 가능합니까?”
“로그인 시에 게임이냐, 출근이냐로 완전히 구분됩니다.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은 설비를 개인이 구입할 수 있습니다.”
“출근 후 살짝 게임?”
“게임으로 들어가려면 메타오피스에서 나가야 하니, 퇴근하는 것이 되겠지요.”
“아하, 좋은 정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실제로 게임에 대해서는 묻지 않고 넘어갔다.
인사가 이제야 마무리되었다.
“설명이 간단했는데, 마음에 들었나 봅니다?”
태영이 물었다.
“아직 제가 완벽히 납득하지 못했지만,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서요.”
두 사람이 잠시 서로 마주 보았다가 고개를 돌렸다.
“VIP가 최 대표를 만난 것이 정말 궁금합니다.”
박용재가 물었다.
“아, 이거 취조 아니죠?”
박용재가 오기 전에 나누었던 이야기를 조금은 재탕해야 할 것 같다.
불평 한마디는 하고 넘어가는 것이 맞으니 웃으며 한마디 했다.
“아, 설마 그럴 리가 있나요?”
박용재가 재빨리 말을 돌린다.
“요약하자면, 제가 회장님을 만나서 이야기한 내용들을 국가 차원에서 이야기 나눈 정도? 그렇게 아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해돼요. 혹시 향남 공단 쪽의 그 일에도 개입되어 있나요?”
저쪽에서 조사를 했으면, 총리 일행이 간 회사의 대표가 태영의 아버지라는 것은 쉽게 찾아냈을 것이다.
다만, 거기 방문한 것이 태영과 상관이 있느냐 하는 질문이다.
“그 이야기를 하려다가 회장님 오시면서 잠시 끊겼습니다. 우리도 궁금했거든요.”
대답은 박주한이 했다.
“거기는 뭐…….”
태영이 말을 꺼내자 모두의 시선이 돌아왔다.
“몇 가지 괜찮은 신약이 만들어졌는데, 설명을 들으려고 방문한 것입니다.”
“신약?”
“네.”
“신약을 개발하는 것은 제약 회사의 염원이기도 하지만, 개발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서 쉽게 시도하지 못하는 분야인데, 몇 가지……씩이나?”
“네, 판매 허가만 떨어지면 많은 분들이 새 삶을 찾을 것입니다.”
“갑자기 많이 궁금해지네.”
“그게, 국내에서는 원칙대로 대응해서 시간이 걸리는 일을 미국 FDA에서 예외 규정을 앞세워서 달려드는 바람에 뒤늦게 불난 상황이 된 것뿐입니다.”
“FDA?”
“네, 그렇습니다.”
“음, 거 흥미 돋는데요.”
태영의 대답에 박용재가 관심 있어 하는 표정이다.
“우리도 바이오 회사가 있는데, 언제 소개를 좀 시켜 줄 수 있겠소?”
제약 분야도 전 세계를 대상으로 마케팅하는데, 아버지 회사의 역량으로 어디까지 감당이 가능할까?
오늘, 다국적 제약 회사 에젠틱의 글로벌 사업부에서 국내 글레인바이오와 함께 아버지 회사를 찾아오기도 했다.
사준에 바이오 회사가 있는 것은 알고 있다.
규모도 대단하다.
사준이 에젠틱보다 나은 상대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거기는 CMO 전문으로 알려져 있는데, 도움이 될까?
“말씀은 드려 둘 테니 직접 찾아가 보시지요.”
“바쁜가 보죠?”
김정호가 눈을 찡긋하더니 물었다.
찾아가 보라는 말이 거슬렸을 수도 있다.
거의 모든 회사들이 사준에서 만나자고 하면 아무리 바쁜 일이 있어도 달려갈 것이다.
그런데 찾아가 보라고 하니 그럴 수 있다.
“어제 일로 인해 숨도 못 쉴 지경이라고 합니다.”
총리도 찾아가는 판인데, 거기에 비하면 양호하지.
“아, 그렇겠군요.”
“자, 그럼 티타임을 방해한 것 같으니 우리는 먼저 일어서겠습니다.”
김정호의 대답 뒤에 박용재가 의자를 뒤로 밀며 말했다.
얼굴 봤고, 필요한 정보도 적당히 얻었으니 가겠다는 거다.
“네, 안녕히 가십시오.”
“아, 그…….”
박주한이 아쉬움이 남는 표정으로 말을 꺼내려 했지만, 박용재와 김정호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자주 오십시오. 회장님이 오시면 언제든 환영입니다.”
조영희가 따라 일어서며 인사를 했고, 신윤희도 인사를 했다.
“우리 직원들 보내면 잘 좀 부탁드립니다.”
김정호가 이새봄에 인사를 했다.
“네, 안녕히 가세요.”
“봄아.”
박용재 회장 일행이 떠나고 다시 자리에 앉자 조영희가 눈을 빛내며 이새봄을 불렀다.
“아직 베타서비스를 시작하지 않아서 내가 궁금한 게 많은데, 몇 가지만 더 묻자.”
“네, 말씀하세요.”
“그 메타버스 안에 여행도 있어?”
조영희의 질문이다.
“오, 역시.”
“왜?”
이새봄의 감탄에 조영희가 다시 눈을 빛냈다.
“저도 이게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모르겠는데요. 해외의 유명 관광지를 메타버스 안에서 투어할 수 있습니다.”
“흠, 그런데 그때, 실제 여행과는 다르지 않아?”
“그게, 실제로 몸이 그곳에 간 것과 동일한 느낌을 주거든요. 그것을 그대로 사진 찍을 수도 있고.”
“그렇다?”
“네, 유명 관광지의 모습을 메타버스 안에서 구현했을 때, 일부에는 저작권 문제가 있는데, 많이 해결해 가고 있지만, 해결되지 않은 관광지가 더 많아서 그 때문에 모든 곳을 다 가 볼 수는 없어요.”
“거기에도 저작권이 있어?”
“창작성이 인정될 수 있는 건물에 대해서는 요즘, 인정해 주는 추세입니다.”
“그럼 웬만한 건물이나 공장, 집 같은 것은 소용없고?”
“네.”
“유적이 있는 관광지는 수백 년 지났는데, 거기는?”
“고건축물이나 유물 등은 저작권 보호 기간이 지났기 때문에 저작권과 관련해서 법적 분쟁 소지는 없어요.”
“유물?”
“네, 그리고 유명한 고미술품이나 벽화 같은 경우에도 저작권 보호 기간이 지났죠.”
“그럼?”
“그런 곳은 관리 기관이나 유족의 동의를 받아 두는 작업을 진행 중이에요.”
“동의라는 것이 어떤 수준이야?”
“경우마다 다르지만, 그 모습을 플랫폼에서 도입해도 되겠느냐? 하는 질문, 그리고 답입니다.”
“쉽게 답해 주지 않아?”
“답이 오는 데는 별문제 없이 쉽게 동의해 주고, 부가 조건도 달지 않아요. 아주 좋아하는 곳이 정말 많아요.”
“아닌 데도 있겠지?”
“차일피일 시간을 끄는 곳이 많은데, 그보다는 세계 각 처에 고대 문화 유적 관광지가 얼마나 많습니까?”
“자연 경관이 좋은 관광지는 그런 거 없지?”
“네, 그렇지만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은 문서로 받아 두는 방법으로 추진하고 있어요.”
“도로 같은 것은?”
박주한 회장이 내내 듣고만 있다가 물었다.
“그건 저작권이 인정되지 않아요. 다만, 골프 코스 같은 것은 저작권이 인정되는 경우가 많고요.”
“내 방에 먼저 설치해서 경험을 해 보고 싶어.”
조영희가 턱을 매만지며 말했다.
“사업 구상을 위해 경험이 필요하시면, 리얼판타즈에 한번 가 보세요. 거기서는 이미 모든 설비가 다 갖춰져 있어요. 그리고 봄이와 같이 로그인해서 안내를 받아 보시면 더 좋죠.”
“그럴까? 가도 되지?”
태영의 조언에 조영희가 이새봄에게 물었다.
“네, 며칠 전에만 연락 주세요.”
“말 나온 김에 수요일에 갈게. 가능해?”
“네, 그날 오전은 약속이 있으니 오후에 어떻습니까?”
“고마워. 시간은 월요일에 조율하기로 하자.”
“그나저나 그게 제대로 되기 시작하면 항공사가 죽겠군.”
조영희 사장과의 대화를 듣고 있던 신윤희가 다른 화두를 던졌다.
“여행객이 줄어들면 호텔도 타격이 있지?”
박주한 회장의 질문이다.
“그렇게 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겠죠.”
“메타버스와 연계되는 뭔가를 하려고?”
“네, 막연한 생각이긴 하지만, 봄이와 함께 이야기를 하다 보면 선명해질 것 같아요.”
신윤희의 질문에 조영희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생길 것 같다는 표정으로 답했다.
대화를 하다 보니, 태영도 생각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새 비즈니스 모델은 분명히 생기겠지만, 항공사나 관광 회사는 얼마나 타격을 받을까?
“이야기를 듣다 보니, 이사장님이 아주 재미있는 일을 하는군요.”
박주한이 명함 지갑에 넣었던 이새봄의 명함을 다시 꺼내 요모조모 살피며 말했다.
태영의 생각은 가을에 서비스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새봄이 당기자고 했다.
그로 인해 당겨야 하는 일들이 정말 많아졌지만, 그래도 일이 즐겁다고 한다.
“최 사장, 신약은 어떤 거야?”
***
~우웅~
[위치 발신 장치는 경부 고속 도로 하행선 망향 휴게소에 떨어트렸습니다.]집으로 돌아가는 길, 위니가 알려 왔다.
“발신 장치를 붙였던 차는 떠났고?”
[네, 마스터.]“위니, 내게도 알려 줘.”
옆자리에 앉았던 이새봄이 위니에게 요구했다.
[네, 새봄 님. 망향 휴게소에서 30분을 머문 차량은 1시간 전에 떠났습니다만, 중요도가 낮은 사안이라 손님과의 미팅이 끝난 뒤로 보고를 늦췄습니다.]“잘했어. 그자들은 파악되었지?”
[발신 장치를 붙인 자들은 미동 기획이라는 이름을 가진 컨설팅 회사로 위장된 탐정 사무소입니다.]“컨설팅? 탐정 사무소?”
컨설팅으로 위장한 탐정 사무소인가?”
[미국의 정보 사냥 기업 아딘의 의뢰를 받았습니다. 아딘은 주로 적대적 M&A를 하려는 대상의 정보 조사 전문 회사입니다.]“양쪽은 규모가 어찌 돼?”
[미동 기획은 28명의 직원과 인원이 정확치 않은 비공식 인력이 있습니다. 비공식 인력은 확인에 시간이 필요합니다.]“아딘은?”
[외부로 드러난 공식 인원이 67명으로 전직 경찰, 해커, 변호사, 회계사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정보 확인이 더 필요합니다.]위니가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건 뭔가 냄새가 난다고 봐야 한다.
“동행한 경호원들은?”
[로난 비슬리 뒤에 서 있던 사람은 랜디 에반스. 에젠틱 1대 주주의 심복으로 기술 탈취의 주역입니다. 나머지는 경호 회사 소속으로 경호 전담입니다.]“그럼, 로난 비슬리, 랜디 에반스, 윤서진에게 워처를 붙여 둬.”
[그렇게 하겠습니다. 나머지 사항 보고 드리겠습니다.]그리고 집으로 가는 동안에 위니로부터 나머지 추가적인 정보를 모두 들었다.
~삐빅~
둘이 내려서 차 문을 잠갔을 때, 대리운전 기사에게 맡긴 이새봄의 차가 주차를 했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