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637
283. 응징의 시간(3)
“수고했습니다.”
이새봄은 차 키를 넘겨받고 태영은 대리 비용을 지불했다.
회사에서 직접 약속 장소로 가는 경우에는 종종 이렇게 한다.
“저기 저 차는 또 저렇게 주차를 했네.”
이새봄이 태영에게 다가오면서 불평 섞인 말을 한다.
“왜?”
“며칠 전에 내가 주차할 때, 싸움이 나서 알게 되었는데, 꼭 주차 구역 두 칸을 차지하고 세우는 차가 있어.”
“사람 얼굴을 한 벌레들이 많아. 일일이 신경 쓰면서 살 수는 없지.”
말은 그리하면서 돌아보니 멀리 보이기는 하지만, 주차 구역 두 칸을 차지하고 세워 둔 독일산 차량이 보였다.
“나이 드신 분이 다른 차도 주차하게 차를 바로 세우면 안 되겠느냐고 했다가, 네가 뭔데 지랄을 하냐고 소리소리 지르고, 주먹질까지 하려 들었다니까.”
“올라가자.”
“응, 우리는 멀리 떨어져 있어서 잘 몰랐지만, 저 차주, 아주 유명한가 봐.”
“못된 쪽으로?”
“차 앞을 가로막고 사이드 채우고 자리 비우기도 하고, 옆 차 앞 유리에 주스를 쏟아 놓고 간 적도 있고, 아주 악명이 높아.”
엘리베이터가 올라가는 중에도 이새봄은 그 차주에 대한 이야기를 몇 가지 더 했다.
그날의 상황이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 건 누구에게 들었어?”
아파트란 곳이 이웃집에 누가 살고 있는지도 모르는 것이 일반적인데, 어찌 알까 해서 물었다.
“그날 엘리베이터에 같이 타고 올라가던 다른 분이 말해 줘서.”
그 차가 세워져 있는 곳이 옆 동이라 제법 멀리 떨어져 있기도 하고, 아침에 출근하면 대부분 늦게 귀가한다.
그러다 보니, 마주칠 일이 없어서 잘 몰랐다.
“그날 같이 엘리베이터 타신 분의 지인이 그 동에 사는가 봐. 이사 가든지 해야지 아주 못살겠다고 한대.”
~딩동~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12시 되려면 30분 남았네.”
집 안으로 발을 들이며 시계를 보았다.
“12시? 아, 그 언론사들? 시작 시간이 12시지?”
“응, 씻고 와서 구경하자.”
“으응.”
“위니, 봄이가 말한 그 영상 좀 찾아 놔 봐.”
[네, 마스터.]각각으로 나뉘어져 있는 드레스 룸에서 실내 옷으로 갈아입으며 위니에게 시켰다.
대충 씻고 거실로 나왔지만, 12시가 되려면 아직 14분이 남았다.
“영상 남아 있는 거 있어?”
소파에 앉으며 위니에게 물었다.
“많네?”
법적으로 보관해야 하는 기간도 있지만, 용량이 남아 있었던 것 같다.
[지하 주차장 9건, 주차장 출입구 3건입니다.]시비가 걸린 것만 찾았을 텐데 이 정도면 아주 상습범이다.
“보자. 몇 개만.”
벽에 붙은 앳윌플레이가 켜지고 영상이 플레이될 때 이새봄이 옆에 앉았다.
“그래 저놈, 저놈이야.”
이새봄은 괜히 흥분한 것 같다.
영상에 보이는 자의 나이는 30대 중반 정도.
싸우는 모습이나, 다른 차주와 다투는 모습을 보니 인성이 쓰레기다.
저런 식으로 부딪치면 정말 이사 가고 싶어질 것 같다.
“위니, CCTV가 저 차 방향을 찍는 것이 있어?”
[네, 싸움의 영상을 분석한 결과 고정 구역을 촬영하는 CCTV가 보이는 위치에 주차합니다.]제 차에 뭔가 해코지가 되어 있으면 CCTV를 보겠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
“바퀴를 뚫자. 앞뒤 바퀴 모두.”
위니가 처리하면 CCTV를 살펴봐야 소용없다.
나중에 자신이 별도로 CCTV를 달거나, 다른 자동차의 블랙박스 영상을 봐도 소용없다.
[네, 마스터. 즉시 시행하겠습니다.]“주차장에 저자의 차가 있기만 하면 매번 그렇게 해.”
[알겠습니다. 그렇게 조치하겠습니다.]차가 한 대가 아닐 수도 있고, 다른 차를 타고 다닐 수도 있을 것이다.
“봄아, 우리 이사 갈까?”
충동적으로 불쑥 말했다.
“이사?”
“저런 꼴 안 보고 살려면 이사 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해서.”
“생각 안 해 봤는데. 어디로?”
놀란 모습은 아닌, 그냥 담담한 느낌으로 물어온다.
당연히 생각해 본 적이 없겠지.
태영도 그랬다.
나름대로 이 집이 마음에 들기도 하지만, 이새봄과의 인연이 시작된 집이기도 하다.
서민들이 가지는 내 집에 대한 꿈은 어떨까?
많은 사람들이 아파트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태영이 가지고 있는 재물이나 부와 상관없이 정서적으로는 여전히 서민이다.
친구들에게 이렇게 말하면 욕먹겠지만.
귀농한 부모님이 살던 낡은 시골집.
작은 원룸에 살고 있던 누나의 집.
짐승 우리와 다를 바 없던 박준혁의 집.
그것이 되돌아온 세상에서 처음으로 마주한 집의 모습이었다.
그래서 이 아파트에 들어왔을 때만 해도 참 좋은 집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사실이기도 하고.
단지, 저런 쓰레기만 없다면.
“천천히 생각해 보자. 12시 다 되었다.”
앳윌플레이 우측 하단의 시계가 59분 35초를 카운트하고 있었다.
화면이 20개의 구역으로 나뉘어지고, 유력한 여러 방송사와 신문사들이 각 구역별로 자리했다.
그중에 중앙 라인과 그 아래 라인에 정기 뉴스, 정기 TV, 선위 일보, 투데일리, 매일 뉴스, 포커스 투데이가 각각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 기자는 그냥 두는 거야?”
영상을 바라보고 있던 이새봄이 물었다.
[006으로 시작하는 번호로 문자 전송이 시작될 것입니다.]질문이 끝나자 위니가 바로 대답했다.
“얼마나 보내기에?”
[5초에 1회입니다.]이새봄의 질문에 위니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5초에 한 개면 1시간에 720회, 하루에 17,280회를 보낸다는 말이다.
이 정도면 거의 폭격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은데, 위니의 대답은 평온하다.
“누구누구?”
[11명입니다.]“많네?”
“아, 거기에 지난번 회의 사실을 외부에 유출시킨 중기부 사무관하고, 전에 트루아이즈 첫 모임에 와서 이상한 짓거리를 하려고 했던 기자와 여성 단체 담당자를 포함시켰어.”
태영이 부가 설명을 했다.
“아, 거기 기억나. 나쁜 것들.”
딥페이크로 고생하면서 세상을 등지려고 하던 그들을 도와줄 생각은 않고 돈 되는 일이 없을까 하고 고개를 들이밀던 것들이다.
[그리고 가입해 있는 모든 톡으로 각각 10초에 한 개씩입니다.]톡은 여러 곳에 가입해 있을 수 있다.
그렇게 많은 문자와 톡을 받으면 정신적으로 피폐해질 가능성이 높다.
태영도 한번 겪은 적이 있다.
지난 1주일간에도 가볍게 겪었다.
태영은 무시하고 확인하지 않아도 되지만, 기자라는 직업의 특성상 모두 확인해야 한다.
“와, 무서울 것 같다.”
이새봄이 몸을 부르르 떠는 시늉을 한다.
“발신자가 같아?”
[12시간 후에 같은 번호로 발송됩니다.]“진짜 무섭겠다. 얼마간?”
[마스터께서 1차로 48시간 지시하셨습니다.]가장 먼저 정기 뉴스의 칸이 하얗게 바뀌면서 얼굴을 찡그린 사각형 얼굴 이모티콘과 함께 ‘사이트에 연결할 수 없음’이라는 메시지가 화면에 나타났다.
“아, 시작되었네.”
그리고 하나둘 사라지기 시작했다.
7개의 칸이 모두 그렇게 바뀌는 데는 1분도 걸리지 않았다.
“언론사 자체 서버? 아니면?”
이새봄이 물었다.
[5개사는 클라우드 서버를 이용하고 있고, 한 곳은 너튜브, 다른 한 곳은 전용서버를 IDC에 두고 사용 중입니다.]클라우드 서버가 자체 서버보다 편리하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장점이 많다.
“그럼, 클라우드 회사가 책임지는 건가?”
“우리가 당한 것에 충분한 이자를 포함해서 철저히 갚아 줄 거니까, 우리는 거기 신경 쓰지 말자고.”
“복구하면?”
“미러링 서버까지 지워도, 데이터 복구 팀이 복구하겠지만, 또 지울 거야.”
“저기서 아직 상황을 모르나 봐.”
이새봄이 24시간 뉴스를 방송하는 채널 화면을 가리켰다.
그곳은 여전히 여야 국회의원들의 공방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아직 모를 수 있지.
15분이 지났다.
뉴스 채널에서 드디어 이 상황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다운이라고 하고, 지워졌다고 표현하지는 않는다.
여러 기자가 돌아가며 서버가 지워진 것을 두고 계속적으로 방송을 해 나갔다.
퇴근해서 불금을 즐기고 있거나, 집에서 잠이 들었던 IT 관련 부서의 직원들에게 긴급 호출령이 내려지고 그들이 회사로 돌아오고 있는 중이라는 상황을 전했다.
데이터가 사라지기 시작하고,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와 IDC에 기자를 파견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일이 터지고 기자들을 그곳으로 보내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래 봐야 가고 있는 중일 것이다.
그래서 아직 그쪽의 이야기는 나오지 않고, 데스크 안에서 분석하는 수준이다.
“이제 그만 봐도 되겠다.”
“같은 언론사니까, 편들겠지?”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아닐 수도?”
“겉으로는 편들지만 속으로는 통쾌할 수도 있으니까.”
“아, 맞다. 경쟁자가 사라지는 거니까 통쾌할 수도 있겠네.”
“그래.”
“흐응, 아침이 더 재미있을 것 같아. 그런데도 오빠가 저 일들을 했다는 것을 아무도 모르고.”
“알려 주면 안 되지. 알려 줘도 믿지 않겠지만.”
***
평온하게 시작하는 토요일 아침.
쪽잠 자듯이 자고 일어난 아침이지만 기분은 오히려 상쾌하다.
간단하게 샤워를 마치고, 거실로 나와 커튼을 걷고 밖을 바라보았다.
거실 창을 통해 보이는 아파트 단지의 풍경은 삭막했지만, 어둠은 이미 물러갔고 점점 더 밝아지는 중이다.
마치 오늘 맞이하게 될 뜨거운 하루를 예열하듯.
거실 창을 열자 5월의 선선한 바람이 커튼을 펄럭이며 밀려들어 왔다.
“오빠.”
방문이 열리며 이새봄이 가벼운 잠옷 차림으로 거실로 나왔다.
“응.”
“아직 안 틀었네.”
어젯밤 자정 이후에 30여 분간 보았던 그 내용을 확인하지 않고 있으니 하는 말이다.
“그냥, 천천히 보고 싶어서.”
어차피 오늘 하루 종일 떠들게 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나마 오늘이 토요일이라는 것이 다행이다.
“씻고 나와. 내가 아침 준비해 둘게.”
“으응, 알았어.”
이새봄이 안방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냉장고를 열었다.
아침 준비라야 간단하다.
냉동 보관된 국거리를 어젯밤 냉장고로 옮겨서 적당히 해동되도록 해 두었다.
그것을 국 냄비에 넣어 끓이고, 그것이 끓기를 기다리는 중에 즉석밥은 전자레인지에서 데운다.
그사이에 냉장실에 보관된 몇 가지의 김치와 몇 가지 반찬들을 꺼내 식탁에 차린다.
둘 다 학생이면서 회사 일을 하다 보니 어느새 아침 식사는 이런 방법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때로는 저녁때 사 들고 들어온 식빵으로 길거리 토스트와 같은 것을 만들어 베이컨과 함께 먹기도 한다.
그런 토스트를 만들어 먹기 위해 전용의 전기 그릴도 구입했다.
그리고 대개는 먼저 씻고 나온 사람이 오늘처럼 아침을 준비한다.
토요일 아침의 뉴스는 뉴스 채널에서 나올 것이다.
“위니, TV 켜고 뉴스 채널 틀어 줘.”
[네, 마스터.]뉴스 채널이 켜지자마자 뉴스 클라우드가 날아가 버린 이야기가 나온다.
대부분 원인 규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
전혀 원인이 파악되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언론사의 피해는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는 것 등을 중점적으로 방송했다.
너튜브의 특정 가입자의 모든 영상이 날아간 것이나, 여성 단체 홈페이지가 통째로 삭제된 것에 대한 부분은 뉴스에 나오지도 않는다.
그 부분을 방송하면서 폰으로 날아오는 실시간 문자 상태를 영상으로 내보내고 있었다.
“죽이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알아. 그걸로 언론 플레이 계속하면 죽일지도 몰라.”
혼잣말처럼 중얼거렸지만, 어차피 들을 사람은 없다.
저들은 언론의 절대 권력에 취해 있기에 앞으로 어찌 행동할지 모른다.
언론에서 진실이 아닌 거짓을 앞세워 개인을 비방하는 것은 중세 유럽의 마녀사냥과 다를 바 없다.
마녀사냥이 당시 종교를 앞세운 여론의 힘이듯, 현재는 언론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생각된다.
그때는 물리적으로 사람을 죽이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정신적으로 사람을 죽인다.
그것이 언론이라는 형태로 달라졌을 뿐, 중세의 잔학함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그러니, 지금까지 그랬듯이 다음 행동에 대한 책임은 그들이 져야 한다.
아니, 태영이 그 책임을 확실하게 물을 것이다.
“TV 틀었네?”
이새봄이 목에 수건을 두른 채 머리를 빗질하며 거실로 나왔다.
“제법 시끄럽네.”
“수사 들어가겠지?”
“아마도 확정적으로.”
“오빠가 했다는 것은 밝혀낼 수 없지?”
“그래, 알아낼 수 없어. 다만, 이 사태의 공통분모는 찾아낼 거야.”
다음 주 정도에 언젠가 경찰이나 사이버 수사대에서 찾아오지 않을까?
단순히 확인 차원에서 오는 것이겠지만.
“아, 공통분모가 있구나. 그래 봐야 밝힐 수 있는 것은 없겠지만.”
“그래, 맞아.”
경제적 손실을 생각하면 거짓 뉴스를 아무 검증 없이 올리지도 말아야 한다.
자신들의 잘못은 없다고 생각하는 저 사고방식이 문제인 줄은 인식하지 못한다.
뉴스 채널은 TV를 틀 때부터 나오기 시작한 단 하나의 사안으로 방송을 계속했다.
“이유 없이 오빠를 공격하는 거나, 남의 얼굴을 덮어씌워서 성인 동영상을 만든 거나 다 같은 놈들이야. 더 당해야 해.”
무척이나 화가 난 듯 인상을 찡그리며 말하는 이새봄.
지금은 거의 사라지기는 해도 딥페이크 사건은 여전히 이새봄에게 PTSD로 남아 있다.
“없는 사실을 거짓 프레임 씌워서 공격했으면 공격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야지.”
“지당하신 말씀.”
“자, 아침 먹자.”
태영은 식탁 위에 음식들을 차려 놓으며 이새봄의 분노에 답했다.
“애들 영상. 이제 하나도 나오지 않던데?”
트루아이즈 멤버 이야기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