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638
284. 응징의 시간(4)
위니가 트루아이즈 멤버들 영상을 지우기 시작한 날이 월요일이니 오늘로 6일째다.
이새봄의 영상을 지울 때는 아무런 준비 없이 진행되었다.
술에 취한 군 동기의 한탄으로 시작된 일이니까.
그러나 트루아이즈 멤버는 준비를 하고 시작된 일이다.
6일이 지났으니 이제는 흔적조차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찾아봤어?”
“응, 위니에게 물어서 확인해 봤지.”
말은 그리하면서 몸을 부르르 떤다.
이새봄 또한 그 일로 자살 시도까지 했던 적이 있었으니, 지금은 없어졌다고 해도 그 악몽의 기억이 흐려지는 시간은 필요하다.
식탁 위에 아침을 차려 놓다가 이새봄에게 다가가 등 뒤에서 가만히 안아 주었다.
“괜찮아. 이제 그 이야기를 해도 조금은…….”
“알아. 그래도 안아 주고 싶어.”
“고마워.”
이새봄을 안은 팔에 손이 올라와 천천히 쓰다듬었다.
그리고 잠시 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듯 보내는 신호에 포옹을 풀었다.
“위니, 말해 봐.”
이새봄을 식탁 의자에 앉히고, 음식들을 모두 식탁 위에 놓으며 위니를 불렀다.
[네트워크상의 영상 파일과 캡처된 이미지 파일도 거의 완벽하게 지워졌을 것입니다. 다만, 최근 1개월 이상 네트워크상에 접속되지 않은 오프라인 매체에 저장된 파일은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위니의 설명이다.
준비는 한 달 전부터 시작되었으니까.
“다 지우는데, 3년 정도 잡자고. 그놈들 계좌 조사 상황은?”
수저를 놓고 앞접시도 놓은 후에 이새봄의 맞은편으로 가서 앉았다.
[그들은 딥페이크로 벌어들인 것을 포함하여 미국, 중국, 싱가포르, 홍콩, 태국, 필리핀, 베트남 등에 다른 사업체를 가지고 있습니다.]딥페이크, 그 끔찍한 일을 저지른 자들이 다른 사업도 한다는 것이다.
그건 그럴 수 있다.
“다른 사업체도 합법이 아니겠지?”
다른 사업 부분에서 의심이 들어 물었다.
[네, 맞습니다. 대부분 협박 공갈, 매춘, 살인 청부, 보이스피싱 같은 방법으로 벌어들이고 있었고, 인력 용역 회사 등을 표면에 내세워서 정상적인 것처럼 위장하는 방법을 썼습니다.]그럴 줄 알았다.
딥페이크로 남의 얼굴 가져가서 성인 동영상이나 만드는 놈들이 정상적일 리가 없지.
“돈이 얼마나 돼?”
[통장에 있었던 것으로 정리된 것부터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그래.”
[미국의 통장 8개에 있는 3천6백만 달러, 중국 통장 12개에 5억 위안, 싱가포르 통장 9개에 2천8백만 싱가포르달러, 홍콩 통장 5개에 1억 3천 5백만 홍콩 달러, 그리고 베트남, 태국, 필리핀까지 모두 합산하여 한화로 환산하여 1천9백억 원이 있었습니다.]“있었다고? 그럼?”
이새봄이 과거형으로 말하는 위니의 말을 듣고 물었다.
[이미 조치를 취했습니다.]굳이 인출이라는 의미 대신 조치라고 표현했다.
“그래?”
[영상을 지우기 시작하면 인출될 수도 있다는 마스터의 지시에 따라, 조치를 먼저 취한 후 영상을 지우기 시작했습니다.]“그런데, 생각보다 적네?”
[현금은 아직 말씀드리지 않았습니다.]“그래, 아무튼 그 정도만으로도 그쪽에서 난리 났지?”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혹시 신고하거나……?”
[그게, 현재까지 단 한곳도 신고한 곳이 없습니다.]“우와, 진짜 웃기네. 이유가…… 음, 불법 자금이라서?”
[그렇습니다.]“오빠,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 거야?”
위니의 답을 들은 이새봄이 물었다.
“그러게, 웃기지?”
“으응, 위니 현금은 얼마나 돼?”
[네, 현금으로 보관된 것은 현지 확인이 불가능하지만, 남겨진 기록으로 미국과 중국, 그리고 베트남, 태국, 필리핀에 있는 것을 모두 한화로 환산하면 1조 5천억 원입니다.]“와…… 세상에 말이 안 나오네.”
이새봄이 놀라서 들었던 젓가락을 탁 소리가 나게 식탁에 내려놨다.
한화로 환산한 이유는 화폐가 여러 종류이기 때문이다.
통장에 있거나, 금고 속에 있거나 딥페이크와는 무관한 돈이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그걸 구분할 필요는 없다.
“그래, 나도 말이 안 나오네.”
“모두 찾아낸 거야?”
[이보다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새봄 님.]“확인 가능한 범위 안에서 그렇다는 거지?”
[그렇습니다. 기록으로 남겨지지 않았거나 온라인으로 연결되지 않은 기록, 그리고 노트에 수기 작성되었거나 하는 것은 합산되지 않았습니다.]금고에 보관된 현금.
그 규모가 얼마나 될지 알 수는 없을 것이다.
단지, 디지털 데이터로 확인이 가능한 수준에서 저 정도라는 것이다.
콜로니 작업을 위해서 다니던 중에 발견한 동관이나, 북경의 지하 현금 창고처럼 아무런 기록도 없이 숨겨진 것이 얼마나 많을까?
동관의 그 돈은 수많은 생명을 빼앗은 것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가져왔고, 거의 2조 원이다.
2조 정도는 중국 땅덩어리 안에서 움직이는 돈을 기준으로 보면 먼지보다 작다.
그곳은 한국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니 무엇이 어떻게 있을지 모른다.
중국 일주를 한번 더 할까?
“음, 이거 맛있다. 차돌 된장찌개.”
대화를 주고받느라 아직 그릇 안에 놓여 있던 숟가락을 들어 찌개를 한입 떠 넣어 본 이새봄이 환한 표정으로 감탄한다.
태영도 한입 떠먹어 보니 입 안에서 느껴지는 맛이 일품이다.
“금고에 보관된 현금 중에 화폐 단위로 현금 규모가 있는 가장 큰 곳이 어디야?”
태영이 물었다.
[위안입니다. 기록상으로 39개 장소, 총액 38억 위안으로 현금 보관 기준 47퍼센트에 달합니다.]“38억 위안이면 한화로?”
[약 7천2백억 원입니다.]어마어마한 현금이 금고 속에 잠들어 있다는 말이다.
“달러가 1위일 줄 알았더니.”
[달러가 2위로 39퍼센트 수준인데, 4억9천만 달러입니다.]“통장과 현금을 합치면 얼마나 돼?”
[약 1조7천억입니다.]환율은 유동적이지만 그래도 그 수준이라는 것이다.
“금고에 있는 것은 실물이니까 당분간 어쩔 수 없고. 처리된 것은 적당한 시점에 클린 작업을 해 둬.”
[언제쯤 인출 할 예정입니까?]이건 언제까지 클린 작업을 하면 되느냐는 질문이다.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면 시간이 얼마나 필요해?”
[30일이면 충분합니다.]기간을 짧게 말하는 것을 보니 금액이 적어서 그런 듯하다.
“알았어. 그렇게 알고 있지. 추적은 계속하고.”
인출과 클린 작업은 다르다.
여러 경로를 통해 추적 불가능하게 만드는 과정이 뒤따른다.
그리고 그들이 현금으로 보관된 것이 통장으로 가는 과정도 있을 것이다.
“비율을 대충 따져 보니 통장이 11퍼센트. 그건 현금으로 보관된 돈이 거의 90프로인데, 이유가 뭘까?”
천천히 밥을 먹으며 태영과 위니의 대화를 듣고 있던 이새봄이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
“일단, 떳떳하지 않은 돈이지만, 그자들은 현금을 선호해. 그래야 추적당하지 않고, 세금을 피하기도 좋으니까.”
“우리나라에서 큰돈은 현금 인출이 안 되지 않아?”
“거긴 한국이 아니니까.”
국내에서는 5만 원짜리 품귀 현상이 생긴 지 오래되었다.
여러 이유로 인해서 그렇게 되었다고 한다.
고액의 현금이 인출되거나 입금되면 금융 정보 분석원으로 통지가 되고, 이것은 조사와 추적의 실마리가 된다.
그런데도 동메이가 관리하는 남동 공단 폐공장의 금고에는 5만 원권으로 32억이 넘는 현금이 보관되어 있었다.
그 돈도 출처가 없는 현금이다.
그리고 위안화는 많지 않았지만 달러로 보관된 돈도 30억이 넘는다.
기술을 빼 가기 위한 동메이 같은 기업이 거기만 있을 거라고 볼 수는 없다.
그들은 반도체 생산 기술 장비의 기술을 유출해서 수백억을 받고 중국에 팔아먹었다.
그런 유형의 뉴스는 거의 매년 나오는 것 같다.
그런데, 여기서 아이러니가 있다.
기술을 유출한 자들은 검거하고 구속할 수 있다.
그러나 기술을 가져간 자들은 처벌도 불가능하고, 그 기술을 사용하지 못하게 할 수도 없다.
거긴 법과 규칙과 상식이 통하지 않는 나라니까.
그 기술이 넘어간 방법도 잘못되었고, 절차와 과정도 잘못되었다.
그런데도 유출된 기술은 그대로 그곳에서 유효하게 사용된다.
‘이거 그 무슨 법, 그것과 비슷하네.’
정치인들의 일에 관심이 없기에 주의 깊게 듣고 본 적이 없어서 기억이 정확치 않다.
그러나 매일 언론을 장식해서 알고 싶지 않아도 알게 되었던 그 일.
부분 부분적으로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절차와 과정을 위법적으로 했다고 해도, 결정이 된 법은 유효하다고 했던가?
‘어째서 그것과 똑같지?’
기술 유출 과정, 그 기술의 사용을 그 법의 처리 과정에 대입하면?
그 누구도 불법으로 탈취해 간 기술을 사용해도 된다고 결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이 사용하는 데는 아무런 제약이 없다.
둘을 비교하면 똑같다고 볼 수 있다.
결과가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의미이다.
태영이 하는 일들 중에도 그것과 같은 일이 있었고, 앞으로도 계속 있을 것이다.
그러니 정당하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법을 다루는 최상위 기관에서 목적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면, 어떤 수단을 써도 된다고 결정했으니까.
“현금은 대체 모두 어디에 보관되어 있을까?”
태영의 생각이 이어지고 있는 중에 이새봄이 궁금증을 표했다.
“아마도 금고로 만들어진 방에 산처럼 쌓아 놓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 거야.”
동관의 그 집도, 북경의 그 집도 지하에 별도의 동굴 창고가 있었다.
국내에도 있지 않을까?
“현금으로 있는 것들 못 가져와서 아깝다. 그것도 트루아이즈 애들 인생을 잡힌 값인데.”
이새봄이 탄식하듯 말한다.
“그 애들 저렇게 훈련시키는 거 여러 이유가 있는 거 알지?”
“으응, 알아. 나중의 일이지만, 지금 확보된 것만 해도 애들에게 꽤 많이 나눠 줄 수 있겠네?”
트루아이즈 멤버는 26명이다.
새로이 임명된 대표와 본부장, 그리고 변호사와 그 외에 그들을 도와주는 사람들의 비용도 생각해야 한다.
“그 정도로는 안 되지.”
“그럼?”
“현금도 털어 오고 복수도 하고.”
“복수하고, 현금을 모두 털어 오면 더 많이 나눌 수 있겠지?”
“그럼, 그래도 모두 털어 올 수는 없을 거야. 또 깨끗하게 만드는데 많은 작업이 필요하고, 그 과정에 경비 소요도 많고. 그러니 얼마나 나눠 줄 수 있는지는 천천히.”
“나도 알아. 그래도 다행이다 싶어서.”
“참, 이 일을 아이즈벤 프로젝트라고 부르기로 했어.”
“아이즈벤? 트루아이즈 리벤지?”
“맞아. 바로 알아 버릴 줄.”
“이름 잘 지었네.”
그 말을 한 이새봄이 희미하게 웃더니 TV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식사가 끝날 때까지도 TV에서는 다른 주제로 바뀌지 않았다.
몇몇 언론사의 모든 기사가 날아가 버린 역대의 사건이니까.
“저 뉴스, 오늘 하루 종일 하겠지?”
“내일도 계속하지 않을까? 그리고 한 일주일쯤?”
“그 정도면 거의 사골 국물 되겠네.”
~우우웅~
폰이 식탁 위에 놓여 있어서 소리가 더욱 크다.
[류지현입니다.]“에이, 아침 식사 중인데.”
“누구?”
“류지현.”
이새봄의 질문에 답해 주었다.
“뭔가 눈치챈 거 아닐까?”
“의심은 하겠지.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전화를 받지 않고 그냥 두자, 얼마 후에 진동이 잠잠해지고, 두 번 더 걸려 왔지만, 그 이후에 더는 오지 않았다.
“참, 어제 내야 할 세금, 납부서 보내왔었어.”
“종합 소득세 신고?”
“응.”
5월은 종합 소득세 신고를 하고, 납부해야 한다.
급여 생활자가 아닌 소득자는 한결같이 해야 하는 일.
“많이 나왔지?”
“응, 정말 많이.”
그러면서 폰을 들어 금액이 찍힌 부분을 보여 준다.
“그만큼 많이 벌었다는 뜻이니까, 마음 편하게 납부해.”
“으응, 오빠는?”
“나도 정말 많다.”
태영 역시 폰을 들어 금액을 보여 주었다.
“헉!”
***
토요일 점심.
휴일이지만, 외부 일정이 없으니 온 가족이 모여 식사하는 자리가 되었다.
식사 중에 무거운 이야기나 현재 각종 언론에서 쉴 새 없이 나오고 있는 주제는 잠깐 스쳐 지나갔다.
“그래서 찾아가 보라고 했다고?”
식사가 끝날 때쯤 태영이 꺼낸 사준전자 이야기에 어머니가 물었다.
“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해?”
“거기가 규모면에서 우리와는 비교가 안 되지. 우리 입장에서도 누군가와 적당한 수준에서 손을 잡는 것이 좋고.”
“그럼 찾아오는 것이 나쁘지 않네요?”
“그렇게 볼 수도 있고.”
“아버님 손을 잡는 것이 좋은 이유에 어떤 것들이 있나요?”
이새봄이 물었다.
“음, 그게 여태 세상에 없던 것을 선보이면, 독불장군보다 연합 전선을 구축하는 것이 방어에 유리하다. 그런 것?”
“아, 네. 그런 것이군요. 역시.”
“총리 방문 이후에 찾아온 곳은 다들 어때요?”
이번에는 태영이 물었다.
“에젠틱이라는 회사는 경호팀을 잔뜩 데리고 와서 압박을 하긴 했는데, 말은 강압적이지 않아서 지금도 갸우뚱하고 있고.”
“에젠틱?”
태영은 모르는 체하고 물었다.
그때, 아버지는 제니아를 켜서 태영에게 상황을 알려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응, 미국의 다국적 제약 회사인데, 확인을 좀 해 봐야 할 것 같아.”
거기는 상담을 했던 로난 비슬리보다 뒤에 경호원처럼 서 있던 랜디 에반스가 주역이다.
“조사는 제가 좀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그래, 네가 좀 해 주면 더 좋고.”
“그러죠.”
“그리고 분류를 해 보자면, 독점 판권을 달라는 곳. CMO 기업이 일부, 공동 개발 제의를 해 온 곳, 기술 제휴를 요청하는 곳으로 나눌 수 있지.”
“모두 국내 회사이죠?”
“그래, 그런데 네가 보기에 사준은 어떠냐?”
“몇 곳과 공동 마케팅을 하면 조금 전의 말씀처럼 연합 전선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럼, 미주,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권역 정도로 나누었을 때, 어느 쪽을 달라고 할지 아니면 전체를 달라고 할지가 관권이네.”
“아무튼 만나서 이야기 나눠 보시지요. 어차피 생산 설비를 줄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 생각해 보마. 그리고 6월 초에 미국에 다녀와야 할 것 같다.”
“승인 건 때문이죠?”
“그래, 그리고 그때 네 엄마도 함께 가려고 한다.”
그러면서 어머니를 돌아본다.
“이번에 가면 현베스트 미국 법인을 만들 생각이다.”
미국 방문에 대한 어머니의 간단한 답이다.
“아무래도 거기에 투자사를 설립하면 좋죠. 그런데 혹시 운영할 사람은 구하셨어요?”
“응, 마침 사람을 찾았어.”
“그래요?”
“응, 내가 거기 있을 때, 옆 부서에서 일한 후배가 한 명 있는데, 미국인과 결혼해서 미국으로 갔어.”
“어머니와 연락이 되고 있었던가 보네요?”
“아니, 채 부사장과는 지금도 연락을 하고 있는데, 채 부사장도 적극 추천하기에 그 사람에게 맡기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현지에 그런 사람이 있으면 좋죠.”
“함께 일할 때 느낌은 좋았던 친구였어. 다행인지 불행인지 미국에서도 그 일을 하고 있었고, 지금은 마침 쉬고 있다고 하기에.”
“그럼 저도 투자를 좀 할까요?”
“그래? 얼마나?”
“5억 달러 정도요.”
“5억 달러?”
그 말에 어머니도 아버지도 누나도 모두 놀라는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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