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64
064.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1)
훈련병의 가족들도 총소리가 난 그때부터 이미 입이 다물어졌지만 김웅겸의 말에 아무도 항변하지 못했다.
초장부터 군기를 제대로 잡지 않으면 안 되기에 강하게 나가는 것이 좋다.
이때 김웅겸의 눈짓을 받은, 훈련 교관으로 임명된 소대장 김태선이 뛰어나오며 소리를 질렀다.
“전체, 좌우로 나란히!”
이런 말을 들어 본 적이 있으려나?
줄을 맞추기 위한 명령이지만 무슨 소리인지 몰라서 어리둥절하고 있는 훈련병들에게 부연 설명을 하며 줄을 맞추고 있었고, 김웅겸이 총 한 방을 쏘고 고함을 지른 것이 효과가 있었는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모두 대가리 박아.”
훈련병들의 움직임이 여전히 기민하지 않자 김태선이 우렁우렁한 목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그리고 계속 고함 소리가 이어졌다.
“조교들은, 행동이 느리거나 말을 안 듣는 훈련병을 열외시키고 제대로 정신 교육을 실시하도록 한다. 알았나?”
“알았습니다. 충성!”
주위에 서 있던 조교들이 경례를 하면서 큰 소리로 대답했고, 곧바로 여러 명이 멱살이 잡힌 채 열 밖으로 끌려 나왔다.
끌려가지 않으려고 바둥거리던 몇 명이 조교의 손에 들린 진압봉에 배를 찔리거나 엉덩이를 맞고 그대로 바닥으로 쓰러졌다.
“쓰러지는 놈은 오늘 하루 종일 대가리 박을 각오를 해야 할 거다.”
김태선의 카리스마 있는 목소리가 훈련병들을 닦달했다.
“똑바로 안 하나?”
“전체 일어섯! 좌우로 나란히!”
정신을 차릴 수가 없도록 빠르게 몰아치는 김태선의 목소리와 열의 바깥을 지키고 있는 조교들이 거센 압박으로 훈련병들을 제압해 나갔다.
“전체 대가리 박아!”
김태선의 목소리에 훈련병들이 허둥지둥 머리를 박으려고 움직였다.
“동작들 봐라. 동작 이렇게밖에 못 하나?”
계속되는 김태선의 목소리.
“전체, 일어섯! 모두, 우측에 있는 큰 소나무를 돌아온다. 선착순 열 명, 모두 뛰어!”
영문을 모르고 있던 훈련병들이 어안이 벙벙할 때 그 중에 눈치 빠른 몇 명이 연병장 한쪽 끝에 있는 큰 소나무를 향해 달렸다.
“뒤에 있는 놈들은 뭐야? 안 뛰지? 오늘 나하고 한번 놀아 보겠다는 소리지?”
뒤이어 영문을 몰라 하던 훈련병들이 대략 상황을 눈치채고 달리기 시작했다.
인원이 백 명인데, 선착순으로 열 명이라.
아마도 훈련병들을 무지하게 고생시킬 모양이다.
그렇게 요란하게 시작된 훈련병들 줄 세우기는 선착순을 일곱 번이나 하고, 대가리 박아를 십여 차례 하고, 귀 잡고 토끼뜀을 한 후, 1시간 이상이 지나서야 겨우 오와 열이 맞아 가기 시작했다.
도무지 군사 훈련이란 걸 받아 보지 않은 오합지졸들인지라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태영에게도 그렇듯이 김태선이라고 저들에게 무슨 억하심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제대로 써먹을 수 있는 병사가 되려면, 고난의 과정이 필수적이다.
사포와 율촌의 사람들이라고 달랐던 것은 아니니까.
이들도 초기에는 고된 훈련을 마치고, 그 후로도 2년 이상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되어 왔으니, 일당백의 정예군이지만, 그 이전에는 말로는 가병이지만, 형식에 맞춰서 옷 입히고 창이나 칼 한 자루 들려 준 것뿐 훈련이란 것은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니 오합지졸이나 다름없고, 전투가 벌어지면 제대로 싸워 보지도 못하고 지리멸렬할 수밖에 없다.
“전체, 차렷, 열중 쉬어. 차렷!”
한 시간 이상 담금질을 하자, 이제 제법 명령에 따른 행동이 일치되어 움직이는 것 같다.
물론 일사불란(一絲不亂)한 모습을 보이려면 상당 기간의 훈련이 더 필요하겠지만, 훈련소 입소하여 한 시간 남짓인데 저 정도면 정신 교육은 어느 정도 된 것 같다.
김태선이 훈련병 대표를 불러내어 입소 신고를 가르치는 모습을 보자, 태영도 훈련소에 들어가며 훈련병 대표가 입소 신고를 할 때, 어리바리한 대표 때문에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훈련소에 입소하면, 참으로 희한하게도 아무리 똑똑한 사람도 대부분 어리바리해지게 된다.
일부의 고졸이 섞여 있기는 해도, 거의 모든 사람들이 대학 재학 중인, 나름대로 고등 교육을 받고 있는 제법 똑똑한 사람들인데도 불구하고, 왜 그렇게 바뀌는지 알 수가 없다.
훈련을 모두 마치고, 자대에 배치되었을 때도 이등병 계급장을 단 신병들은 상병 이상의 고참들과 비교를 해 보면, 그렇게 멍청할 수가 없다.
그래서 군대는 짬밥 수라는 말이 있는 모양이지만, 군대 생활을 오래 한 원사나 상사들은 중졸도 입대를 하던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대학원을 다니다가 군에 온 신병보다 중졸의 병장이 훨씬 똑똑했단다.
태영이 군 생활을 하던 때는 중졸이나 고교 중퇴자의 현역 입대가 불가능해서 중졸의 고참을 본 적이 없으니 그러려니 하고 믿을 수밖에 없었다.
줄이 맞춰지고 나자 훈련병 대표가 선발되어 앞으로 나왔다.
훈련병이 입소 신고를 할 차례였다.
그런데 텔레비전에서 하는 병영 체험 프로에서 보면 이때가 가장 재미있었다.
아니다 다를까, ‘신고합니다. 훈련병 하상욱 등 백 명은 302년 8월 21일부로 사포 신병 교육대 입소를 명받았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라는 가장 짧고 기본적인 군인들의 신고의 말을 벌써 열 번 넘게 틀리게 말하고 있었다.
“훈련병, 정신 안 차리나?”
김태선의 외침이 연속으로 들려왔다.
멀어서 잘 안 보이긴 하지만, 얼굴은 벌개졌을 테고, 그렇지 않아도 더운 날씨인데 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연도는 아무래도 습관이 된 연도 표기 방식이 편해서 고려의 건국 년도인 서기 918년을 1년으로 잡아서 그때부터 기산해서 통일된 연도 표기를 시작했다.
그냥 서기를 쓰면 태영에게는 정말 편하고, 사포의 사람들도 받아들이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게 하면 기원이 되는 근거가 예수의 탄생 연도라는 것을 설명해야 하는데, 그것이 이만저만 애매한 것이 아니다.
태영이 917을 더하는 계산을 좀 해야 하지만, 고려의 건국 연도를 기원으로 잡으면 설명이 아주 간단해진다.
물론 이 내용을 정하연은 알고 있었다. 이야기했으니까.
***
그 시간 정하연은 신병 입소식에 참석하지 않고, 율촌에서 길을 떠나고 있었다.
“잔디야.”
“네, 실장님.”
“우리 둘만 있을 때는 그냥 언니라고 부르라니까.”
“실장님이라고 부르지 않으면 아씨 마님이라 부르는 게 편해요.”
하긴, 이전에 자신은 호장의 딸이었고, 잔디는 평민이었다. 그러니, 지금처럼 부르는 것이 오히려 편할 수도 있을 것이란 것은 충분히 짐작이 된다.
“아우, 소름 돋아. 대장님하고 생활하다 보니, 그런 말들이 왜 그리 오글거리니?”
“그래서 저도 실장님이라고 부르는 것이 편해요.”
“그래?”
“네, 그런데 어디 가는 길이세요?”
“잔디야, 너는 은자로 물을 사 마신다는 것을 생각해 본 적이 혹시 있어?”
“네?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있어요?”
정하연의 말에 잔디가 펄쩍 뛰었다.
물은, 샘에 가면 얼마든지 있다. 산에 가서는 개울물을 마시면 되는데, 그걸 은자를 주고 사서 마신다고? 미친거지.
“그렇지? 너도 그럴 수는 없다는 생각이지?”
“그럼요, 말도 안 되죠.”
“그런데, 그런 세상이 있다는구나.”
“정말요? 대체 어디에서 그런답니까? 송나라에서도 그러지 아니하였는데요?”
정하연이 다음 말은 하지 않고 터벅터벅 걸어가기만 하자 잔디 역시 아무 말 없이 뒤따랐다.
언제나 그림자처럼 뒤따르던 비서실 3인방 중에 둘은 대장님 옆에서 수행하라고 하고, 오늘은 잔디만을 데리고 갔다.
“혹시, 언젠가 실장님이 주셨던, 유리병에 든 과일 음료, 그것도 은자를 내고 사서 마시는 것인가요?”
정하연이 말없이 걷기만 하자 한참을 걸어가던 잔디의 질문에 정하연이 웃었다.
“그래, 그것도 은자를 주고 사야 한다고 하더라.”
“그런 것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요.”
그래, 이치적으로 보면 그렇기는 하지.
“우리가 송나라 명주에 가는데 이틀이 걸렸지?”
정하연은 같은 이야기를 계속하지 않고, 다른 방향으로 말을 돌렸다.
“네, 올 때는 전투까지 하느라 닷새나 걸렸지만, 가는 데는 이틀도 채 안 걸렸지요.”
“거기까지는 뱃길로 얼마나 될 것 같아?”
“자세히는 모르지만, 눈이 말로는 3천 리가 될 거라고 하던데요.”
눈이에게 들었던 기억이다.
3천 리나 되는 그 먼 길을 이틀도 걸리지 않아서 갔다.
“개경까지는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알아?”
“산길로 가면 1천2백 리, 뱃길로 가면 2천 리라고 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 그렇지. 명주까지는 뱃길로 3천 리 길이야. 눈이 말이 맞아.”
“네.”
“그래. 거기를 우리는 이틀 만에 갔어.”
“해룡호는 정말 빨라요. 그런 해룡호를 만들라고 하신 대장님이 대단하시지만.”
“그런데 사포에서 아침 먹고 출발해서, 개경에서 점심을 먹으려면 얼마나 빨라야 할까?”
“네에?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그냥, 그런 생각이 들어서 물어봤어.”
정하연은 태영으로부터 정말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세상에, 9백 년 후의 세상에서 왔다니, 그 사람이 내 남편이라니.
처음에는 장난인 줄, 지어 낸 이야기인 줄 알았다.
믿을 수가 없었다. 그걸 어떻게 믿어?
아무리 생각해 봐도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9백 년 후의 세상은 너무나 발전해 있단다.
설명했던 여러 가지들 중에 지금도 여전히 대부분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아니, 상상조차 되지 않아서 머릿속에 그런 광경이 제대로 그려지지도 않는다.
그래도 눈으로 보고 만져 볼 수 있는 것들 몇 가지만으로도 그 말이 사실임을 알려 주고 있다.
지금 자신이 허리에 차고 있는 권총, 그리고 어깨에 메고 있는 소총이라는 것, 이것을 사용하고 있지만, 당연히 처음 보는 물건이었고 심지어 송나라에도 없는 물건이다.
아니, 송나라에서도 홍수가 난 강물에 떠내려 온 시신의 몸에 걸쳐 있는 것을 주워서 보관하고 있는데, 무기인 줄을 몰랐단다.
자신이 부모님께 배운 바로는, 그리고 개경에 계신 숙부님이 오셨을 때 하신 말씀으로는, 송나라의 앞선 문물을 많이 배워 오면 좋은데, 갈 수가 없으니 배울 길이 없어서 안타깝다고 했었다.
율촌의 호장이신 아버지는 지난번 송나라 행에 함께 가고 싶어서 몸살을 앓을 지경이었지만, 차마 남편에게는 말을 못 했다.
남편이, 자신이 없는 동안 사포와 율촌을 잘 지켜 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이다.
숙부님은 송나라로 가는 사신 행렬에 끼어들어서 가 보고 싶었지만, 수많은 경쟁자가 있어서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고 아버지께 하는 말을 들었다.
송나라를 다녀오는 사신들은 다녀오는 데만 해도 몇 달이 걸린다고 했다.
그런데 송나라를 겨우 이틀 만에 간 데다 송나라에 다녀와 본 결과, 여태 보지 못하던 것들이라서 신기할 뿐이지 사포보다 문물이 앞서 있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아니, 돈이란 것을 사용하지 않을 뿐이지 사포가 훨씬 더 앞선 문물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물론, 오로지 남편 때문이다.
자신과 처음 만났을 때 보여 주었던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
이곳에서는 칼에 베어서 살갗이 찢어진 것을 바늘로 기운다는, 그 간단한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하고 살아왔었다.
그리고 그 상처 자리에 부었던 이상한 냄새나는 물, 그것을 소독약이라고 했었고, 거기에 진득한 그 어떤 것을 고르게 펼쳐 발랐었다.
지금은 농사일을 하다가, 장작을 패다가, 다쳐서 살이 찢어지면 의원들이 바로 소독을 하고 찢어진 자리를 기운다.
지금은 대장님의 지시로 의원 강성호가 외상 연고라는 것도 만들고, 소독약도 만들었다.
비록 대장님처럼 누르면 주욱 나오는 그런 통을 만들지 못해서, 얇고 가는 대나무 통에 넣어서 쓰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소독약과 외상 연고를 집집마다 가지고 있다.
이번에 송나라에 갈 때도 여러 개 가지고 갔었고, 다친 사람의 상처를 소독하는데 썼다.
오늘 이곳으로 와 보려는 생각에, 어젯밤 남편의 허벅지를 조심스럽게 만져 보았을 때, 다친 흔적을 손의 느낌으로는 찾아내기 쉽지 않았다.
눈으로 보면 약간은 피부색이 다르고, 기운 자국도 칼에 베인 자국도 보이는데, 손으로 만지면 잘 느껴지지 않는다.
처음에는 눈으로 보는 것도 선명했는데, 지금은 그것조차도 선명하지 않다.
세상에 그렇게 감쪽같이 낫게 해 주는 약이 어디 있어?
그보다 더한 것은, 천연두에 영원히 걸리지 않는 예방약이라니.
자신은 겪어 보지 못했지만 한 번씩 마마가 휩쓸고 지나가면, 마을에 사는 사람 중에 2할이나 3할은 죽는다고 했다.
심하면 절반이 죽어 나간다고도 했다.
걸렸다가 다행히도 나은 사람들도 있다지만, 대부분 얼굴이 얽어서 마마에 걸렸던 것을 알게 된다.
마마에 걸렸다가 나은 사람 중에 말을 못하거나, 팔이나 다리가 이상한 사람도 있다.
그 예방약을 바늘에 묻혀서 몸에 살짝 찌르고 나면, 며칠 후에 하루 이틀 정도 열이 조금 난다 싶은 뒤에, 평생토록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단다.
이번에 제철소 영상이라면서 철장들을 불러서 보여 준 전화기라는 것.
자신은 종종 봤고, 남편이 여러 번 설명했기에 조금은 이해가 되지만,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 대표적인 물건이다.
같은 물건을 가진 사람과는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그것을 통해 이야기할 수 있다고 하는데, 같은 것이 있을 리가 없다.
오직, 이 세상에 남편만 가지고 있는 물건이지만, 남편이 살던 곳에서는 누구나 사용하던 것이란다.
세상에 어떻게 그런 물건이 있을 수 있는 것이지?
그 안에 온 세상이 다 들어 있는 것 같았다.
그 조그마한 물건 안에.
정하연은 트럭이 있던 산길을 따라 오르며 잔디를 잠시 돌아보았다.
자신의 부하 직원이면서 자매처럼 지내는 잔디이지만, 잔디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일들.
‘잔디야. 신선도 아닌데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이 정말 가능할까?’
입 밖으로 내지 못한 말이다.
‘집을 수십 층의 높이로 지어서 그 안에서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단다. 사람이 문 앞에 서면 문이 알아서 저절로 열리고, 들어가고 나면 또 저절로 닫히는 것이 진짜 가능할까?’
‘한밤중에도 대낮처럼 환하게 만들어 주는 불빛이 있는 곳, 태영 씨는 그런 곳에서 살았단다.’
‘몇 년 안에, 사포에서도 밤을 대낮처럼 밝힐 수 있을 것이란다. 남편은 꼭 그렇게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런 세상이 된다고 해도 남편이 알려 주었던 그 많은 것들 중에, 네게 어디까지 말해 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정하연은 남편이 해 주었던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생각하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실장님, 여기는 전에 화물차가 있던 자리인데요.”
“그래, 거기야.”
“여긴 왜 오셨어요?”
“그냥. 뭐 좀 확인할 게 있어서.”
정하연은 이 일대 온갖 곳을 다 찾아보았다. 혹시 이상한 무언가가 있을까 해서다.
남편은, 이곳까지 길을 내고 난 뒤에 화물차를 사포 관아로 옮겨 갔다.
“여기 오니까, 처음 여기 왔던 때가 생각나요.”
“그래, 대장님이 화물차 문을 열고 들어가자 곧이어 부르릉 소리가 들려와서 나도 얼마나 놀랐던지 몰라. 너도 많이 놀랐지?”
“네, 지금도 여전히 이해가 안 가요. 집채보다 더 큰 물건들이 스르르 움직이는데 간이 떨어져 나가는 줄 알았죠.”
“맞아. 말이 끄는 것도 아니고, 사람이 당기는 것도 아니고, 저 혼자서 그렇게 무거운 것을 싣고 가다니.”
“대장님이 저런 것을 많이 만들려고 하신다죠?”
“응, 아라비아라는 데를 가서 기름을 들여와야 하고, 이것저것 해야 할 것이 많아서 조금 많이 복잡한가 봐.”
그래, 짐을 싣고 다니는 화물차가 아닌, 사람이 타고 다니는 승용차라는 것이 있는데, 집집마다 한두 대는 있어서 누구나 타고 다닌다는구나.
그것을 타고 사포에서 아침에 출발하면 저녁 먹기 전에 개경에 도착한단다. 지금은 개경을 가려면 열흘에서 보름은 가야 하는 길인데, 얼마나 좋은 세상이니?
그런데 네게 말도 해 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하구나.
“대장님은 그 많은 것들을 어떻게 다 알고 계실까요?”
“그러게.”
이곳에서는 기술을 가지고 철소나 동소 같은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천민이지만, 대장님이 살던 곳에서는 기술을 가진 사람이 최고의 대우를 받는단다.
이전에 관노로 있었던 권 소장 같은 사람을 부호장 급으로 대우해 주신다고 하더구나.
“그 화물차 뒤의 짐칸에 동네 아이들을 태우고 율촌에서 사포까지 갈 때, 저도 대장님 옆자리에 같이 앉아서 갔었는데.”
“그래?”
“그 뒤로는 기름을 아껴야 한다고 사람은 태우지 않아서 참 아쉬웠어요.”
“나도 그래. 이번에 철하고 동을 옮기면서 온정 철소 사람들 태우고 갈 때 얼마나 부러웠던지.”
“저도 그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