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643
289. 응징의 시간(9)
휴머노이드.
사람을 대신해 로봇을 배치하고 싶다는 것이지만, 통상적인 자동화 기기와는 완전히 다르다.
인간 수준의 인공 지능이 탑재된다.
“그게 여러 가지로 편하겠지?”
“그렇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켈시도 동의를 한다.
김나은에게 휴머노이드가 더 편하기는 할 것이다.
정보의 유출은 걱정하지 않지만, 세 사람의 신원을 감추는 것이 우선이어야 하니까.
휴머노이드를 투입하면, 근무 시간 제한도 없고, 주말이나 휴일도 상관없다.
무엇보다 대면 업무 지시가 필요하지 않다.
PC에서 모든 작업 지시가 가능하다.
사람의 경우 작업 숙련도 등에 따라 완성도에서 차이가 있다.
또, 사람의 경우에는 작업 중에 휴먼 에러가 종종 발생하지만, 휴머노이드를 배치하면 그런 것들이 완전히 사라진다.
“알았어. 휴머노이드 데이터 없지?”
“사장님께서 가지고 있지 않으십니까?”
“나에게는 있지.”
위니가 가진 휴머노이드 데이터는 셀 수도 없이 많다.
“그중에서 레티어로 제어 가능하고, 지능 수준은 제탄급으로 몇 종류를 보내 주시면 제가 선별하겠습니다.”
인공 지능 제탄급은 사람의 수준을 아득히 넘어선다.
“그래, 그렇게 해. 상위급이 필요하면, 소재가 완성된 후에 그때 이야기하기로 하고.”
“네, 알겠습니다.”
“그럼, 수고.”
28세기에서 온 2명의 과학자와 경호원 1명.
경호원은 예외다.
과학자 중에 한 사람은 우주 병기학 박사.
또 한 사람은 에너지 공학 분야이다.
그들의 능력을 기대해도 되지 않을까?
김나은이 요구한 휴머노이드.
태영도 업무 현장에 휴머노이드를 투입하는 것을 생각 해 보았었다.
또한 휴머노이드를 보급하는 것도 생각은 해 보았다.
로봇은 이미 많은 분야에서 자동화 시스템이라는 이름으로 사용되고 있다.
휴머노이드는 현존하는 자동화 시스템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김나은의 요구대로, T급 소재로 제탄급 인공 지능을 장착한 휴머노이드를 출력해서 현장에 투입하면, 사람이 해야 하는 일반 작업 분야의 대부분을 대체할 수 있다.
신기술의 빛으로 인해 만들어지는 그림자가 더욱더 커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것도 문제인데.”
중얼거림이 저절로 나온다.
드론을 물류 분야에 투입하면, 물류 분야의 모든 영역을 대체하게 된다.
일반 작업 분야에 휴머노이드를 투입하면, 그 역시 사람들은 설 자리가 없어진다.
“아이고, 골치야. 천천히 생각하자.”
사장실로 돌아가자 대기실에 김이한이 기다리고 있었다.
“……사장님.”
목발 없고, 휠체어도 없다.
김이한은 두 발로 똑바로 선 자세로 태영을 맞이한다.
마치 완전하게 몸이 나은 것을 보여 주기라도 하는 것처럼.
옷은 정장을 차려입어서 기가 막힌 자태까지 보이고 있다.
김이한이 태영의 얼굴을 보자마자 두 무릎부터 꿇는데 눈물이 후드득 떨어진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일어나요. 그리 쉽게 무릎을 꿇습니까?”
“……흐읍,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사장님이 베풀어 주신 것에 대한 감사를 표할 길이 없습니다.”
“그래도 일어나세요.”
“네, 사장님.”
부상으로 전역했고, 휠체어를 타고 생활했다.
이제 두 다리로 마음껏 뛰고 달릴 수 있게 되었으니 어찌 감격스럽지 않을까?
“그래도, 완전하게 돌아온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네, 사장님.”
대답을 하면서 부동자세로 선다.
“오늘 복귀할 거지요?”
“네, 그렇습니다.”
“놀라지 않게. 잘…… 부탁해요.”
휠체어 타고 다니던 사람이 똑바로 걷고 달릴 수 있으면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놀랄까?
“명심하겠습니다. 그리고 신명을 다해 보필하겠습니다.”
“그래요.”
태영이 손을 내밀었다.
“제가 패스트로데인을 사용해도 되겠습니까?”
손을 굳게 잡은 김이한이 물었다.
“그럼요.”
“감사합니다. 사장님.”
손은 여전히 잡고 다시 한번 깊게 허리를 숙였다.
***
~우우웅~
[사준전자 박용재 회장 전화입니다.]티엘 통신으로 이동 중에 폰이 울렸다.
“네, 최태영입니다.”
[이번 주에 혹시 언제 시간이 되시오?]“화요일, 목요일은 가능합니다.”
[그럼 화요일 점심 같이하겠소?]“가능합니다. 그런데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도움을 좀 받았으면 해서요.]“도움이요?”
이 무슨 소리야?
[최 사장께서는 미국이나 중국으로부터 압력이 없겠지만, 우리는 때때로 숨쉬기 힘들 정도로 압박을 받고 있다는 것은 아시지요?]“네, 뭐. 뉴스에서 나오는 정도……이죠.”
뉴스로 접하는 수준이 맞다.
그것을 태영이 체감하기는 어려운 것도 사실이고.
그리고 이 문제는 무척이나 오래된 일이면서 계속되고 있다.
참 끈질기지.
제2차 세계 대전 이후로 패권은 미국이 쥐고 있고, 중국은 상대조차 안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중국은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양국이 피 터지게 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오늘날의 중국을 미국이 키워 주었다가 되레 물렸다는 이야기를 한다.
태영은 잘 모르는 일이지만, 틀린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웅~
통화 중인데 폰이 짧게 진동했다.
[오영배 회장이 연락했습니다. 거절하겠습니다.]손짓으로 그렇게 하라고 시켰다.
다시 박용재의 말이 들려 왔다.
“예민하고 중요한 문제일 것 같군요.”
[지난번 그때 이후 많은 생각을 해 봤는데, 아무래도 최 사장에게 도움을 받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결론에 도달했소.]“좋습니다. 배석자는 몇이나 됩니까?”
비밀을 또 까발려야 하니 배석자는 중요하다.
[그날, 서명한 사람들로 하려고 합니다.]“장소는 외부입니까?”
점심을 같이하자고 했으니 외부일 것이다.
그리고 외부라면 보안이 문제가 될 수 있다.
경재호가 저지른 일이 생각나서 물었다.
[걱정하지 않도록 준비를 철저히 하겠소. 그리고 만남을 남들이 보는 것도 좋지 않으니, 그날 11시까지 회사로 차를 보내겠습니다.]“알겠습니다. 기다리죠.”
이 사람도 참 고생이 많다.
대신해 줄 수 있는 것은 없지만, 그동안 언론에 당해 보니 체감이 된다.
자신은 복수라도 할 수 있지만, 박용재는 그냥 당하고 있어야 할 거다.
~우우웅~
다시 폰이 울렸다.
[오영배 회장입니다.]박용재와 통화하는 중에 한번 울렸는데, 다시 전화한 거다.
“최태영입니다.”
[언제 올 거냐?]“직원들이 불쌍하긴 해.”
[뭔 소리냐?]동문서답을 하고 있으니 언성이 높아졌다.
“약속했으면 어련히 알아서 갈 터인데, 그렇게 계속 전화하니 하는 말입니다.”
[내가 최 사장과 의논도 않고 한 사람을 더 추가했는데, 어떨까 해서 연락한 거다.]“이력서 보내 보세요.”
[아직 출발하지 않은 거냐?]“가고 있는 중입니다. 돌아갈까요?”
[야, 야야. 그러면 안 되지.]장난으로라도 ‘그래’ 했다 가는 정말 돌아간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바로 붙잡는다.
“기다려요. 시간 전에 도착될 테니까.”
“이따 보자.”
~뚝~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전화가 끊어졌다.
태영이 종종 쓰는 수법과 비슷한데, 어째 꼭 너도 당해 봐라 하는 것 같을까?
[이력서 왔습니다.]“영상 말고 읽어 줘 봐.”
운전 중이니 영상으로 보는 것은 좋지 않다.
빨리 자율 주행 시스템이 도입되어야 하는데, 대기.
오늘 티엘 통신으로 가는 이유.
설립되는 우주 통신 회사의 임원 선발 때문이다.
그래서 티엘 통신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기로 했다.
태영은 인력풀이 없다.
일반적인 부분에서의 인력풀도 없고, 통신 분야는 말할 것도 없다.
거기에 반해 오영배는 압도적인 인력풀이 있다.
위니를 시켜 그 분야의 경력자들을 찾아냈지만, 접근의 개연성이 없다.
그래서 오영배에게 하라고 했다.
당초의 계획은 지난주 전체 회의를 통해서 적정 인원을 추리고 이번 주에 최종 결정을 하기로 했었다.
그렇지만, 기자들이 몰려들어 일이 틀어지면서 계획이 어긋나 버린 것이다.
[마스터, 위치 발신 장치 제거하겠습니다.]“그래, 추적은?”
[없습니다.]오늘. 일을 보는 중에 미동 기획에서 또다시 위치 발신 장치를 자동차에 붙였다고 했었다.
그들이 위치 발신 장치를 부착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근접 거리 안으로 들어오지를 않는다.
“한남 대교로 건너갈 테니, 반대쪽으로 이동하는 차량으로 옮겨 붙여 줘.”
[고속도로를 타는 자동차를 생각하시는 것입니까?]“맞아. 운이 좋아서 고속도로로 가 주면 좋고, 아니어도 상관없고.”
한남 대교는 강북에서 고속도로를 탈 때 경부 고속도로와 연결성이 가장 좋은 다리이니 가능성이 조금은 있다.
[알겠습니다.]“미동 기획. 조사 좀 해 봐.”
이제 겨우 두 번째이지만, 미리 조사를 좀 해 두자는 생각이다.
[조사는 끝나 있습니다.]“알았어. 아 그리고, 그놈이 난리 쳤다고?”
언제나 주차 면적 두 칸을 차지하고 같은 아파트의 주민들을 괴롭히고 있다고 한 주차 빌런.
금요일 밤에 그 이야기를 듣고, 영상을 본 후에 타이어 4개를 모두 펑크 냈다.
위니가 전한 말에 의하면, 토요일 아침에 그자는 외출하기 위해 시동을 걸고 출발을 했다.
주행 중에 휠이 콘크리트 바닥을 긁으며 내는 날카로운 쇳소리.
그자는 차에서 내려 확인을 했다.
바람 빠진 타이어로 주행을 하며 휠에 손상을 입혔다.
주차장 안에서 거의 멧돼지 멱따는 소리를 지르며 관제실로 달려갔다.
관제실에서는 그자와 이미 수차례 다툰 일이 있었기에 네 마음대로 찾아보라며 자리를 비켜 주었다.
CCTV를 확인했지만, 그 누구도 그자의 차에 피해를 입힌 사람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자는 긴급 서비스를 불러서 차를 싣고 나가서 타이어와 휠을 교체했다.
일요일에는 외출하지 않았지만, 월요일인 오늘 또 네 개의 타이어가 터져 있었다.
토요일의 경험으로 미리 확인하다가 그 사실을 발견했기에 다행히 휠이 깨어지는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오늘도 역시 범인을 잡겠다며 온갖 난리를 다 쳤다는 말을 들었다.
“그놈 자동차가 두 대라고 했지?”
[국산 프리미엄급 자동차도 있습니다. 오늘 그것을 타고 나가려다가 그마저도 펑크 난 것을 발견했습니다.]“당분간 계속해 줘.”
남들에게 한 짓만큼 당해 봐야 정신 차리는 족속들에게는 그게 최상의 방법이다.
갑질이나 이거나 같지 않나?
***
인터뷰 장소.
응접실을 임시로 바꾼 것이다.
동그란 유리 테이블을 중심으로 커다란 1인용 소파가 3각 형태로 배치되어 있다.
“어서 와라.”
오영배가 그 소파 한곳에 앉아서 손을 든다.
“우리도 빨리 사옥을 마련해야 이런 장소도 만들 텐데.”
“돈도 없으면서 무슨 사옥? 여기 앉아라.”
한곳을 가리킨다.
그 소파의 옆에는 낮은 서류장이 놓여 있다.
서류장 위에 놓인 파일의 개수가 15개.
오늘 만날 사람의 숫자다.
“이게 뭐요?”
서류를 보고 물었다.
“인터뷰용 서류.”
“첨단 통신 회사에서 이 무슨 종이 쪼가리를?”
모니터에 띄우면 될 것을 출력해서 저렇게 파일화 하다니.
“난 그게 편해.”
“회장님이시니 어련할까. 이렇게 하면 직원들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겠군.”
“고생한다고 월급 주는 거야.”
태영을 안내해 준 유준길 상무가 오영배의 그 말을 듣고 웃는다.
“어련하시려고.”
“아무튼, 1인당 면접 시간은 최대 30분 알지?”
시작도 하기 전에 지치려 한다.
15명이면 대체 몇 시간이야?
서류 심사에서 대부분 검증이 되었지만, 서류에 나타나지 않는 것들이 있다.
그 이면까지 위니를 시켜서 확인은 했지만, 그래도 대면하여 확인하고 싶은 것도 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오영배와 의견 조율도 하고, 결정해야 하니까.
“그럽시다.”
“말이 인터뷰지, 면접인데. 대표나 그룹장을 면접이라니 참 생소하다, 생소해.”
오영배의 투덜거림이다.
본인이야 대부분 아는 사람들이고, 전해 들은 것들도 많겠지만, 태영은 위니가 준 정보가 아니라면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
그런데, 모든 결정권을 가진 대주주가 면접을 안 본다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태영은 레티어를 꺼내 스크린을 펼쳤다.
그리고 15명의 이력서에 대한 썸네일을 아이콘처럼 띄워 올렸다.
“그건 뭐냐?”
“PC요.”
“그런 PC가 어디 있어? 크기는 폰인데 무슨 화면이 그따위야? 그거 어디서 만든 건데? 어디서 팔아?”
“하나씩 질문해요. 정신 사납게시리.”
이걸 지난번에 오영배에게 보여 주지 않았나?
기억이 안 난다.
“넌, 진짜 신기한 놈이다.”
“너라고 했고, 놈이라고 욕했지?”
“아, 실수. 말이 헛나왔다. 진짜, 진짜다.”
“앞으로는 ‘실수’ 같은 변명으로 넘어갈 생각 말아요. 그것도 이번으로 끝이니까.”
“그래, 알았다. 자, 질문. 그게 PC가 맞기는 한 거야?”
“맞아요.”
“그럼 그 화면은 뭐야?”
“뭐긴, 그냥 일정 크기까지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거지.”
“마음대로 조절이 된다고?”
“보여 줘요?”
질문처럼 답하면서 스크린의 크기를 이리저리 조절해서 보여 주었다.
“제일 크게 하면?”
“32인치까지.”
“충전형인 것 같은데, 한번 충전하면 얼마나 써?”
“음, 대략 한 달?”
“와, 이거 미치겠네. 그럼, 그럼 어디서 만드는데?”
“우리가.”
“우……리……라면… 터니테크?”
“그럼, 우리에 오 회장님 회사가 포함되는 줄 알았나요?”
“후아, 정말 미치겠네.”
“미칠 일이 그리 없나?”
“성능은 어때?”
“PC 게임 같은 거 해요?”
“답은 안 하고, PC 게임은 왜?”
“게이밍 PC와 비교하는 것이 가장 설득력이 있을 것 같아서.”
“그것과 비교하면?”
“최고 사양으로 맞춘 게이밍 PC의 256배 정도?”
“허…….”
한숨을 푹 쉬고 태영을 빤히 본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