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651
297. 다시 결심을 묻다(1)
“안녕?”
태영이 터니테크에서 아침 회의를 마치고 리얼판타즈에 도착했다.
회의실 입구에는 이새봄과 최형주 상무, 그리고 김다영이 나와 있었다.
“어서 와, 오빠…… 아아아…… 사장님.”
아침에도 같은 집에서 나와 각자의 출근길에 올랐지만, 오랜만에 리얼판타즈에 왔더니 ‘오빠’라는 호칭을 먼저 불렀다가 놀라며 정정한다.
“그냥 편하게 불러.”
태영이 씩 웃으며 손끝을 툭 쳤다.
“아, 이거 헷갈려. 그래도 회사에서 어떻게 그래?”
“안녕하십니까, 사장님.”
리얼판타즈 창립 때부터 있었다고 했던 최형주 상무다.
“네,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지난번 미국 방문 때 만났던 이새봄의 친구 김다영.
미국 이름은 케일라 김이다.
김다영은 회의실 입구에 서 있지만, 회의실 안에 여러 사람이 둘러앉아 있는 모습이 보인다.
오늘의 회의는 리얼판타즈 미국 지사 설립에 대한 것이다.
“졸업했나요?”
“네, 졸업하자마자 달려온 겁니다.”
김다영은 환한 웃음을 띠고, 회의실로 시선을 한번 주었다.
“잘 꼬셨나 보네요?”
“아, 네. 쉿. 부탁해요.”
“네, 그래요. 들어가죠.”
김다영이 서동훈을 꼬셔서 가칭 리얼판타즈 아메리카에 끌어들였다고 했다.
“한국에 들어오자마자 사장님 이야기로 온 뉴스가 도배되어 있던데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까?”
회의실로 들어서면서 김다영이 물었다.
이들은 지난주에 입국했고, 그사이에 메타하나를 직접 체험하면서 플랫폼을 익혔다.
그리고 미국 지사 설립에 대한 회의를 계획해 왔다.
“뉴스로 도배가 되어 있는데, 추가 설명이 필요해요?”
“그게요, 알맹이는 쏙 빠져 있어서요.”
“그래요?”
“한 나라의 대통령이 움직였는데, 왔다가 갔다고 할 뿐, 왜 왔는지는 제대로 나오지 않아서요.”
음, 그런 면이 조금 있기는 하네.
“안녕하세요.”
회의실 안으로 들어서자 임강빈과 박선비가 인사를 하면서 대화가 끊겼다.
“네,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죠?”
“넵.”
“안녕하세요, 사장님.”
법무법인 송이길에서 온 정대윤 변호사다.
“네, 안녕하세요. 이번에도 정 프로께서 오셨네요.”
“인수 시에 일을 맡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아, 이쪽은 미국 변호사 김다정 씨.”
“아, 안녕하세요. 요즘 뜨고 계신 분이 눈앞에 있네요.”
김다정이 명함을 내밀었다.
뜨면 안 되지.
그런 것은 연기자들이나 가수들에게는 좋은 일이겠지만, 태영은 전혀 원치 않는 것이다.
“네, 반갑습니다. 김다정 씨.”
태영도 명함을 꺼내 주었다.
“엘리아라고 불러 주셔도 됩니다.”
명함의 뒷면을 보니 영문으로 되어 있는데, 이름 자리에 Elia Kim으로 표시되어 있다.
성격이 밝은가 보다.
“정리는 다 되신 거죠?”
“네, 지사 설립에 필요한 요건과 준비할 것들에 대한 설명은 충분히 드렸구요. 법적으로 주의해야 할 것들도 모두 알려 드렸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엘리아 님이 뉴욕 주 변호사이고, 뉴욕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한 적도 있어서 우리가 미국 지사 낼 때, 동행해 주시기로 했어.”
이새봄이 곁들여 설명했다.
태영이 김다정을 보자 고개를 살짝 숙이며, 그렇다는 뜻을 알려 왔다.
미국은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다고 미국 땅 어디라도 가서 변호사로 활동할 수 없다고 들었다.
그 말은 뉴욕주에서 변호사 합격했으면, 뉴욕주에서만 변호사로 활동할 수 있다.
다른 주에서도 변호사가 되려면 거기서도 변호사 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거기다 다영이와 이름 끝 자만 달라.”
그렇네.
김다정, 김다영.
이름만 놓고 보면 자매 사이 같을 수도 있지만, 나이 차가 20년쯤 난다.
“안녕하세요. 서동원입니다.”
김다정이 마음에 두고 꼬셨다는 서동원은 이제야 자신을 소개할 틈을 얻었다.
“말씀 들었습니다. 미국 지사장 자리를 수락하셨다구요.”
“네, 다영이 설명 들을 때는 잘 몰랐는데. 여기 와서 보니, 정말 대답합니다.”
그렇지.
리얼판타즈의 메타버스 플랫폼은 21세기에 나온 다른 플랫폼들과는 비교할 수가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
태영이 오기 전에 이미 모든 정리는 끝났다.
정리된 내용은 모두 알고 있다.
이새봄이 위니에게 시켜서 회의를 실시간 중계해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혹시, 제가 결정해야 할 사안이 있습니까?”
김다정에게 물었다.
“아리엘 대표님이 모두 결정해 주셨습니다. 그 전에 최 사장님과 모두 정리가 되었다고 하더군요.”
“네, 저하고는 정리가 다 되어 있었습니다.”
“그럼, 그대로 진행하겠습니다. 이스턴 서가 미국으로 갈 때, 제가 동행해서 정리를 모두 하겠습니다. 그리고 뉴욕에 파트너 변호사가 있으니 거기에 모든 내용을 인수인계하도록 하겠습니다.”
서동훈은 10일 정도 더 이곳에서 머물고, 김다영은 6월 말까지 머무는 것으로 역할을 나누었다.
서동훈이 머무는 10일간은 리얼판타즈의 메타하나를 이해하고, 숙지하는 최소의 기간이다.
그 후에, 미국으로 가서 법인 설립과 관련되는 일을 처리한다.
김다영은 이곳에 남아 메타버스 초기 운영 방법을 경험하면서 충분히 숙지한 후에 미국으로 간다는 계획이다.
“여기 2팀 김석현 차장님 파트에서 당분간 해외 전체를 맡을 거야. 그리고 임강빈, 박선비 두 분이 서포트하고.”
“세 분 고생 많겠군요. 잘 부탁합니다.”
“네, 사장님.”
아직 회사 규모가 작기도 하지만, 해외의 업무가 본격화하려면 시간이 필요하기에 해외 파트는 사람이 적다.
그나마 긴급 구성으로 맞춰졌는데, 임강빈과 박선비 둘 다 신입이다.
잘 하리라고 믿는 수밖에.
“감사합니다, 사장님.”
법무 법인의 두 사람이 떠나고 난 뒤에 서동훈이 꾸벅 인사를 하며 감사를 표한다.
서동훈은 곧 자본금 7천만 달러인 회사의 대표가 된다.
서동훈과 김다영에게는 각각 5십만 달러씩 예외적인 스톡옵션으로 처리해 두었다.
미국 론칭에 성공하면 두 사람이 정식으로 받게 될 것이다.
회사 총자본금에 비하면 아주 낮은 비율이지만, 금액으로는 무척 많은 편이다.
“열심히 잘 해 보세요. 그리고 그 분야에 능력 있는 사람을 잘 뽑아 보시구요.”
“물론입니다. 잘 하도록 하겠습니다.”
“조 사장님 왔다 갔어?”
모두들 자신들의 자리로 돌아가고, 둘이 사장실로 가면서 물었다.
“응, 상담 끝나고 마케팅 1팀 박 차장님이 함께 갔어.”
“뭘 좀 벌리려고 하나 보네?”
“체험 존을 호캉스 패키지에 넣는 것을 넘어서 사업 구상을 하시려는 것 같아.”
“사준에서는?”
“내일 올 거야. 참석 예정 인원이 8명.”
“많이도 온다. 그쪽은 그 사람들이 왔다 가야 뭔가 가닥이 잡히겠네.”
“아마도 그렇지?”
“자, 그럼 수련원으로 가자.”
***
수련원 주차장.
터니가드 대표인 박원규가 주차 중인 태영의 차 앞으로 왔다.
차에서 내리는데 말없이 거수경례를 한다.
눈이 빨간 것을 보니 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억지로 참고 있는 모습이다.
감동일까, 원망일까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지만, 아마도 전자일 것이다.
그래도 중령 전역자인 박원규가 병장 전역자 태영에게 거수경례를 하니 뭔가 무척 어색하다.
“박 대표님, 왜 이러십니까? 어색하게.”
“사장님을 만난 것이 오늘…… 날과 같은 결……과를…….”
말이 이어지지 못하고 단락 단락으로 끊어진다.
끓어오르는 감정을 가라앉히느라 그런 것이리라.
“제 인생도 바꿔 놓았지만……, 우리 직원들의 인생도 바꿔 놓았습니다.”
차에서 내리던 이새봄이 그 모습을 보며 미소 띤 얼굴로 조용히 서 있다.
“왜, 갑자기?”
“김이한…….”
이름만 부르고 뒷말을 줄였다.
갑자기 격하게 감정을 드러낸 이유가 뭔가 했더니 김이한 때문인 것이다.
박원규는 김이한을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휠체어를 타고 있었다.
목발이나 휠체어 없이는 걷기도 힘든 사람이 보안 경호 회사에 어떻게 입사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있었다.
확인해 본 인사 서류에 특전사 부사관 전역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경호 본부장 이진기와 같은 부대.
자신과는 부대가 다르고 직군이 달라 현역 시절에 만날 일은 없었다.
그러나 세 사람은 기본적으로 동류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군인을 천직으로 알고, 나라를 지키는 것을 사명으로 여겼다.
김이한은 다쳐서 전역했고, 자신은 353명의 실종에 아무런 책임이 없지만, 그 일 때문에 전역했다.
이진기의 이야기는 나중에 들었다.
자신이 잘못해서 김이한이 다친 것으로 판단하고 전역을 신청했다.
이제는 사명이 달라졌다.
터니테크와 그 계열사 사람들과 재산을 지키는 것.
김이한의 휴가 한 달.
돌아온 김이한이 두 다리로 똑바로 서서 경례를 하는 모습에 얼마나 놀랬던가?
현역으로 있을 때의 몸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고 했다.
“들어가시죠.”
~덥석~
“감사합니다.”
박원규가 불시에 태영을 두 팔로 껴안았다.
피할까 잠시 생각했지만, 그냥 안겨 주었다.
남자의 거친 포옹.
그것은 신뢰와 감사의 표시려니.
“……대대장님.”
태영은 전역하기 전에 박원규를 부르던 호칭으로 불렀다.
“…….”
박원규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거친 힘으로 두 번 힘주어 당겼다가 손바닥으로 태영의 등을 한번 두드린 후에 포옹을 풀었다.
“들어가시지요.”
박원규가 몸을 돌리고 태영의 뒤쪽으로 서며 말했다.
“네, 들어가죠.”
박원규와 나란히 정문으로 걸음을 옮겼다.
회의실에는 트루아이즈의 대표인 김재혁, 본부장 정민지, 변호가 유정한, 매니저 박창하, 그리고 수련원장 서정원이 기다리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어서 오십시오.”
태영은 빈자리에 앉았다.
“김 대표님, 행정 처리는 잘 진행되고 있죠?”
김재혁에게 물었다.
“네, 사장님. 정민지 본부장이 연예인 매니지먼트 회사에서 일한 경력이 있고, 대중문화 예술 기획 자격증도 가지고 있어서 아무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자격증?
그런 것도 필요했나?
몰랐던 일이다.
“그리고, 한희수 매니저와 박창하 매니저도 경력이 있고, 자격증이 있습니다.”
팀장급 매니저 두 사람도 연예 기획사에 있었으니 자격증이 필요했을 수도 있다.
한희수가 보이지 않는 것을 보니 트루아이즈 멤버와 함께 있을 것이다.
같이 훈련에 참가 중이니까.
“아이들은 지금 대회의실에 모두 집결해 있을 것입니다.”
박창하의 말이다.
대회의실은 회의 장소라기보다는 토론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어졌다.
“가실까요?”
정민지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물었다.
“네, 가죠. 박 실장님, 제 차에 가면 트렁크에 ‘레티어’라는 표시가 붙은 가방이 실려 있습니다. 누구 시켜서 그거 좀 가져와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사장님.”
대회의실 앞에 도착하자 웅성거리는 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오고 있다.
~덜컥~
문이 열리자 모두의 시선이 이쪽으로 향했다.
“먼저.”
태영은 이새봄을 앞세웠다.
저들에게는 태영보다 이새봄이 선망의 대상이다.
~와아아아아 언니~
~언니 어서 와요~
~짝, 짜자자작~
박수와 함성이 들렸다.
태영은 이새봄을 뒤따라 들어가며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도넛 모양의 둥근 회의 테이블에 트루아이즈 멤버들이 빙 둘러앉아 있고, 그 가운데엔 한희수가 서 있다.
그곳에서 무언가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듯.
터니가드의 유현선 팀장은 팀원과 함께 벽에 붙어 서 있다.
태영의 뒤에 김재혁과 정민지가 들어섰고, 약간의 간격을 두고 박원규와 서정원이 들어섰다.
“캡틴.”
“고스.”
한희수의 부름에 트루아이즈의 캡틴 신은채가 몸을 일으켰다.
“자, 오늘은 훈련 인사 금지.”
태영이 큰 소리로 말했다.
“네, 전체 일어섯.”
신은채의 말에 트루아이즈 멤버들 전원이 몸을 일으켰다.
“일동 경례.”
태영이 일부러 주의를 주었음에도 그들의 인사는 군인 방식의 구호만 빠졌을 뿐 정갈하게 규격이 잡혀 있다.
한 달이 넘는 훈련이 저들을 그렇게 만들었을 것이다.
“안녕.”
인사를 받은 이새봄이 먼저 손을 흔들어 보였다.
“모두 얼굴 좋아 보이네? 훈련은 어때?”
“좋아~~”
“모두 너무 좋아.”
어? 이새봄과 트루아이즈 멤버들이 서로 간에 반말을?
이건 조금 색다른 모습인데, 오히려 좋아 보이기도 한다.
“언니, 멋져요.”
누군가가 엄지를 올리며 소리쳤다.
대부분 마음속에 쌓여 있던 것들이 해소되어 가는 느낌이다.
“오늘 내가 우리 오빠와 함께 온 이유를 잠시 후에 오빠가 설명할 거야.”
“마음 단단히 먹어야 하는 일이야?”
신은채가 물었다.
“아마, 그럴걸?”
이새봄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다른 사람들은 트루아이즈 멤버들과는 다른 위치에 마련된 자리에 앉았다.
박창하 실장이 가방을 들고 들어왔다.
“수고하셨습니다.”
태영은 원형의 테이블과 약건 떨어진 단상에 서 있다가 그 가방을 받았다.
박창하가 고개를 살짝 숙이고 옆으로 물러난 뒤에 가방을 단상 위로 끌어 올렸다.
“자, 이거 하나씩 받아 가도록. 고스.”
“네.”
신은채를 부르자 곧바로 일어나 태영의 앞으로 온 레티어를 받아 들었다.
스마트폰 크기 정도의 선물용 포장 박스 안에 들어 있다.
“아직 개봉하지 말고 기다려.”
“네에~”
모두가 대답하면서 레티어를 하나씩 받아 갔다.
태영은 트루아이즈 멤버 외에도 회의실 안의 모든 사람에게 레티어를 나누어 주었다.
“이게 뭡니까?”
제일 먼저 서정원이 물었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