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653
299. 다시 결심을 묻다(3)
“자, 자. 주목.”
와이프아웃이 뭐냐에 대한 질문과 답으로 잠시 웅성거렸지만, 태영은 시선을 불러 모았다.
“아까 90프로라고 했고, 고스가 말한 것처럼 USB 같은 곳에 복사해서 가지고 있는 것은 아직 남아 있다.”
“그건, 언제 지워지는데……요?”
“바이러스의 활동 기간은 5년이다.”
“백신이 있는데?”
“못 잡아내.”
“진짜……요?”
신은채가 장난에 재미를 붙인 것 같다.
“그래, 못 잡아내. 5년 뒤에 소멸하겠지만, 그래도 흔적을 찾아내지 못해.”
“역시.”
엄지를 척 내밀고 웃음을 보였다.
이제, 이들의 팀과 역할에 대해 다시 물어야 할 시간이다.
지금까지는 대부분 클로즈 원 팀에 치우쳐 있다.
팀명을 듣고 남들이 그 의미를 알지 못하도록 하자는 유정한의 뜻에 따라 붙여진 이름이지만, 사실상 직접 복수를 하겠다는 팀이다.
끝까지 클로즈 원 팀에 남겠다는 생각이 아니라면, 이제 재편을 해야 한다.
“자, 새 대표님과 본부장 선임도 했고, 여러분들과 만남도 좀 되었으니, 내가 여러분들과 직접 만나는 일은 오늘 이후에는 줄어들게 될 거야.”
“안 돼.”
신은채가 바로 거부 반응을 보였다.
쟤가 캡틴인데. 그러면 안 되는데.
“……왜?”
“대표님은 대표님이고, 오빠는 오빠니까.”
얘는 또 뭐라 하는 거야?
현실 기준으로 태영보다 나이도 많으면서 웬 오빠?
얘들을 대하는 것은 일반적인 접근으로는 되지 않는다.
오직 마음을 열어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김재혁과 정민지가 부임한 지 10일.
10일 사이에 어느 정도 마음을 터놓을 수 있었는지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그만큼 타인에게 마음을 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멤버들의 표정도 좋지 않다.
“일단, 그건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기로 하고. 오늘 할 중요한 이야기는 조금 전에 고스가 말한 이유, 그거 야.”
“말해 줘.”
신은채인데, 얘는 반말했다가 존대했다가 영 헷갈리게 한다.
“너희들 수련원 들어온 지 몇 주째인지 알지?”
“6주?”
“맞아. 6주째. 그리고 초기 6주는 체력 훈련과 더불어 몸을 적응시키는 훈련 기간이야.”
체력 훈련이라 표현했지만, 전투 훈련이었다.
특수전단의 군인들의 침투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정도의 고된 훈련이었다.
“3주차에 접어들면서 대부분 적응했어. 그 이후부터 아주 자연스러워졌고.”
패스트로데인을 주사하면, 근력과 체력, 지구력, 민첩성 등이 비약적으로 좋아진다.
그에 따라 부차적으로 균형 감각이나 반사 신경 등도 완전히 달라진다.
그렇지만, 일상에서 몸의 반응대로 행동하면 안 된다.
그래서 적응 훈련이 필요한 것이다.
일상에서 달라 보이지 않도록.
“그래, 이제 각자 희망한 팀의 특기 교육을 할 것인데, 현재 편성된 팀을 재조정할 거야.”
“…….”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훈련을 시작할 때, 처음부터 말해 둔 것이기도 하다.
“그건 이번 주 중에 개별 상담을 통해 정할 거니까, 그때 하고. 오늘은.”
“……?”
재촉하듯 바라보는 눈빛.
“그놈들은 너희들 얼굴로 돈을 벌었는데, 배분은 해 주지 않았지?”
“개새들.”
애셔라는 활동명을 쓰는 김은서의 입에서 나온 거친 말이다.
“그걸 받아 주려는 것입니까?”
신은채가 눈을 똑바로 뜨고 물었다.
아니, 얘는 반말했다가 존대했다가 계속 왔다 갔다 한다.
위니라면, 이런 경우 심리 상태를 분석해 둔 데이터가 있을 테니 물어보고 싶지만, 참자.
“그래, 그렇지만 내가 아니고 너희들이 받아 내야 해.”
“우리들이?”
“우리가 직접?”
이 부분에서 의문을 표하는 사람이 많다.
“범죄 조직의 특징인데, 돈을 통장에 넣어 두지 않아.”
“아, 불법적인 돈은 현금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
“맞아, 모두 현금.”
신은채가 말꼬리를 흘릴 때 대답했다.
위니가 조사한 것을 한화로 환산하면, 현금이 1조 5천억 정도이지만, 이들에게 금액을 말할 필요는 없다.
그 금액 자체가 네트워크상에서 확인된 수치일 뿐이니까.
“그럼 직접 가서?”
“그럼 리모컨으로 조종하면 날아오기라고 해?”
태영의 말에는 트루아이즈 멤버만이 아니라, 대표와 본부장, 실장들, 유정한 변호사까지 피식 소리를 내며 웃는다.
웃을 일이 아닌데.
“사장님, 위험한데요.”
박원규의 말이다.
유추해 짐작하는 것이 있어서 그리 말하는 것이리라.
이들이 그것을 털어 오는 것은 박원규의 말대로 위험하다.
태영처럼 염력이나 공중 부양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오직 신체적 능력만 타인들보다 뛰어나다.
그 능력 정도로 안전하다고 볼 수는 없다.
“그래서 여러분들에게 다시 묻는 거다. 정말 복수하고 싶어?”
전체를 향해 물었다.
그리고 이미 조세 회피 지역으로 빼돌린 2천억 정도의 돈에 대한 이야기는 아직 하지 않았다.
“할 거야. 그래서 이 훈련도 받고 있고. 그리고 그 누구도 그놈들의 죄를 묻지 않고 있잖아? 우리라도 대신 물어야지.”
신은채는 즉답이다.
“죽을 수도 있어.”
“난, 이미 한번 죽었었어. 겁나지 않아.”
신은채의 눈에 독기가 차오른다.
“나도 겁나지 않아.”
“가능하기만 하면 돼.”
“이제, 그놈들을 응징할 능력도 생겼어. 그러니 용서할 수 없어.”
여러 사람이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아니, 이 심각한 이야기를 이렇게 쉽게 말하는 거냐?
그래도 분위기가 너무 격하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생각할 시간이 주어져야 한다.
“봄아.”
“으응, 오빠.”
“우리는 자리를 좀 피할 테니까, 알지?”
“응.”
이 부분은 이새봄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순간적인 기분으로 인생을 걸면 안 되는 일이기에 더욱 그렇다.
~짝짝~
이새봄이 손뼉을 치며 주의를 환기시켰다.
“자, 우리는 모두 돌아가죠.”
태영의 말에 트루아이즈 멤버를 제외한 모두는 대회의실을 나와 소회의실로 갔다.
이제부터는 이새봄의 몫이다.
~똑똑~
모두 소회의실에 앉았는데, 노크 소리가 들렸다.
“오빠.”
문을 밀고 들어온 사람은 안재희다.
“응, 어서 와라.”
“언니가 저는 나가 있으라고 해서요.”
“그래, 넌 오늘부로 훈련 끝내고 나중에 우리 나갈 때 같이 나가자.”
“네, 준비할게요.”
안재희가 인사를 하고 나갔다.
“이제 여기 계신 분들에게 맡기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마무리 훈련 잘 시키겠습니다.”
박원규의 대답이다.
“애들이 많이 자신만만해졌어요. 오늘 사장님이 보여 주신 것도 있으니 이제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겁니다.”
서정원이다.
“우리가 앞으로 어찌해 나가느냐가 중요한 줄 압니다. 염려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정민지의 대답이다.
현대 사회를 기준으로 보면, 태영보다 살아온 시간이 긴 만큼 경험이 축적된 사람들이다.
이제 믿고 맡겨야 한다.
***
룸 미러로 보이는 안재희.
이새봄이 휴지로 눈물을 닦아 주는 것을 자신이 받아서 닦는데, 빨간 눈이 퉁퉁 부어 있다.
먼저 수련원을 나오는 과정도 작별의 시간이 좀 필요했다.
차에 타서도 안재희는 한참 동안 눈물을 닦아 냈다.
처한 상황과 이유는 달랐지만, 그간 트루아이즈 멤버들과 함께 생활한 정이 깊었을 테니.
“죄송해요, 언니.”
“괜찮아. 괜찮아.”
이새봄은 안재희의 한 손을 꼭 잡고, 위로를 해 주고 있다.
“오빠, 저 집으로 데려다주실 거예요?”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 진정된 이후에 태영에게 물었다.
“일단 우리 집으로 가자. 가서 할 이야기도 있으니. 그 후에 데려다주마.”
“네.”
집 아닌, 회사도 아닌 장소가 있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요즘 들어 그럴 필요를 많이 느낀다.
회사 직원에게 시키지 말고 태영이 따로 구할 필요가 있다.
“떠나기 전에 준비할 건?”
집에 도착해서 식탁에 커피를 준비해 놓고 물었다.
“운전면허 외에 나머지는 없어요. 출국은 7월 중순으로 예정하고 있구요.”
“그래, 기숙사지?”
“네.”
“하버드 다니려면, 학비가 얼마나 들어가?”
옆에 앉았던 이새봄이 물었다.
“……학비는 6만 정도인데, 생활비와 교재비를 합치면 연간 대략 12만 불쯤 들어갈 것 같아요.”
SAT를 준비하라고 할 때만 해도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시험보다 자신으로서는 꿈에서도 만져 볼 수 없는 유학비 때문이었다.
이제 그 정도는 쉽게 벌어들인다.
“어마어마하구나.”
“오빠의 도움이 절대적이었죠.”
자신을 구렁텅이에서 꺼내 준 사람이 만들어 준 기회다.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도 않았고, 친동생처럼 대해 주는 사람.
“해외 증권 거래, 가능하도록 처리해 놓고, 증권 투자는 그냥 지금처럼 해 두는 것이 좋을 거야.”
“네, 그건 처리해 둘게요.”
“유학생은 세법상 미국 거주자 아니지?”
“네, 5년까지는 미국 거주자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했어요.”
이건 중요한 문제인데, 벌써 확인한 모양이다.
미국 시민권이나 영주권이 없는 사람이 직접 미국에 증권 계좌를 개설해서 거래하는 것은 불법이다.
또, 미국에 거주자이면서 국내 증권사를 이용하여 미국의 증권을 거래하는 것도 불법이다.
“그리고, 네 아버지.”
오늘 집으로 와서 이야기하려고 한 이유를 이제 꺼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지금까지와는 달리 낯빛이 어두워진다.
고개도 푹 숙인다.
“…….”
“네가 어찌할 수 없다는 건 알아.”
“…….”
“이 사람 연락해서 상담해 봐.”
안재희는 태영이 밀어 주는 명함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해결이 될지 안 될지는 몰라. 그래도 네 엄마와 같이 한번 만나 보도록 해.”
“오……빠…….”
“자, 이제 데려다줄 테니 가자.”
울먹거리며 태영을 부르는 소리를 들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미국으로 떠나기 전에 해 줘야 할 것을 떠올려 봤다.
***
“위니.”
[네, 마스터.]“회사 부근하고 잠실 쪽에 현재 공실인 업무용 오피스텔 있는지 확인 좀 해 줘.”
[규모를 정해 주십시오.]“40평 이상, 클수록 좋은데 매매로만 알아봐.”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오피스텔은 왜?”
이새봄이 물었다.
“회사로 불러서 이야기하기 애매한 손님들을 만날 때 장소가 필요해.”
사적 공간과 공적 공간의 중간 정도 되는 장소.
필요성은 오래 전부터 느끼고 있었지만, 차일피일 지나갔었다.
“응, 나도 그거 느끼고 있어.”
“그래? 위니 리얼판타즈 부근에도 확인해 주고.”
[그곳에는 최근 준공된 신축 오피스텔이 아주 많아서 비어 있는 곳이 많이 있습니다.]리얼판타즈 인근에 두 곳, 터니테크 인근에 두 곳, 혹시 모르니 역삼동 인근에도 한 곳 정도 하면 될 것 같다.
“그리고, 직원들 사택용으로 거주형 소형 오피스텔을 좀 구입해 두는 것도 좋아.”
“그건 좋은 생각이야.”
***
“네, 송 대표님.”
[오늘 오실 계획이 있나 해서 연락드렸습니다.]누나의 사무실에 앉아 커피를 한잔하고 있는데, 터니엔디의 송성우 대표로부터 연락이 왔다.
“오늘 사준전자와 금석전자 첫 출하죠?”
두 회사에 앳윌플레이 대형 사이즈를 공급하기로 한 지 3개월.
곧 월말이니 3개월을 가득 채운 셈이다.
첫 출하는 대개 출하식이라는 것을 한다고 했다.
태영으로서는 생소한 일이지만, 알아서 하라고 했었다.
[그렇습니다.]“내가 가면 재미없을 테니, 송 대표님이 알아서 잘 진행하십시오.”
[알겠습니다. 그리하겠습니다.]“첫 출하하고 나면 직원들 많이 격려해 주세요.”
[그렇지 않아도 준비 중입니다. 특별 보너스를 예정하고 있으니 곧 보고 올리겠습니다.]“네, 그럼 수고하세요.”
통화를 종료했다.
“TV형 앳윌 출하?”
“맞아.”
“그거 나가기 시작하면, LED 시장은 완전히 바뀌겠지?”
“아마도 그리되지 않을까?”
“자, 마저 이야기합시다.”
태영이 이수현 시스템 팀장에게 말했다.
“개인은 월에 1릴로 제한이 걸려 있구요. 기업 고객은 가입 신청에 기재된 정보를 확인 후 승인된 회사에 한해서 무제한. 중국, 홍콩, 대만, 베트남, 필리핀 등은 무조건 개인으로만 처리. 그렇게 되어 있습니다.”
이수현의 설명이다.
“근데, 미·중 간 반도체 전쟁은 계속 중인데, 중국에서 개인들을 모아 집중 구매할 수 있잖아?”
누나가 우려되는 부분을 물었다.
“일단, 추이를 보자고. 규정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고 공지되어 있죠?”
“네, 그렇습니다.”
미국이 중국에 계속해서 압력을 가하고 있으니, 이런 정도의 조치는 해 두고 마켓을 열어야 한다.
“자, 그럼 마치기로 하고, 처음에 신경 좀 많이 써 주세요.”
“네.”
태영은 회의실을 벗어나며 누나를 툭 쳤다.
“왜?”
“미국 지사, 만드는 거 생각 좀 해 봐.”
“거기서도 마켓을 열자고?”
“응.”
“지금은 거기 신경 쓸 틈이 없으니 천천히.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이 없어.”
태영에게도 누나에게도 이것이 문제다.
국내에도 인력풀이 부족한데, 하물며 미국이라니.
그러고 보면, 이새봄의 친구가 유학 중이었다는 것이 행운인 셈이다.
“급할 것은 없으니까 천천히. 사람은 어머니에게 부탁해 봐.”
“아, 그래. 물어볼게.”
***
“어서 와.”
총리 공관에 도착하니, 이주현과 류지현이 와 있다.
비밀이 새어 나가고 뉴스에 나온 그날, 총리가 직접 전화를 해서 보자고 했다.
그러나 총리 공관을 방문할 수 있을 정도의 시간을 낼 수 있는 날은 오늘이 가장 빠른 날이었다.
이번으로 두 번째 방문.
“너희 둘은 왜 왔어?”
“사태가 심각하잖아?”
태영이 웃으며 물었고, 대꾸하는 이주현도 웃는다.
“뭐가 심각해? 돈으로 때우면 되는데.”
“좋겠다, 넌.”
류지현이 입을 삐죽이 내민다.
내민 주둥이를 힘껏 잡아당겨 줄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그래, 무지 큰돈이거든.”
~딸깍~
회의실 문이 열리는 소리.
문이 열리며 보이는 얼굴은 산업부 장관 김희성.
그 뒤에 그날 참석했던 사람들이 보인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