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655
301. 창립총회
창립총회.
이 행사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여러 회사를 설립했지만, 회의실 안에서 서류 정리로 끝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럴 수가 없다.
관련된 회사도 많고, 정부 지분도 있고 보니 서류 처리만으로 끝낼 수가 없다.
오늘처럼 하는 것이 정상적인 절차라고 한다.
계좌 개념을 적용해서 1계좌당 50억으로 정했기에 그 금액이 최소치다.
그렇게 모여서 85개사.
사회자로 선임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오영배와 잡담 중이다.
“해외는 왜 이리 많이 줬어요?”
뻔히 알고 있지만, 따지듯이 물었다.
“10개 회사인데, 그럼 그 정도는 필요하지.”
“나중에 시비 걸면 어쩌려고 그래요?”
해외 통신사는 10개사가 참여했다.
그들의 지분은 모두 합쳐도 5%도 안 되지만, 뭉치면 여러 가지 청구를 할 수 있다.
“이게 성공해서 해외 진출을 하려면 많을수록 좋으니까.”
해외 주주 10곳 중에 8곳은 동아시아, 특이하게도 유럽에 2곳이 있다.
다른 지역은 전무하다.
한국은 위성 통신의 후발 주자이다.
거기다 기술력에 대한 부분도 전혀 밝혀진 바가 없으니 투자 결정을 하기가 쉽지 않을 거다.
상호는 록시마로 예정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박용재의 제안으로 바뀌었다.
상호는 미국의 스파이스엑스를 견제하는 느낌이 다분하다.
거기는 끝 글자가 X이지만, 아스페이스(Aspace)는 처음부터 A로 시작한다.
국민의례가 넘어가고, 내빈 소개 시간이다.
?과기부 장관, 과기 위원장.
과학 기술 자문 회의 부의장.
정보 통신 협회장, 전파 진흥 협회장 등이 내빈으로 주르르 소개되었다.
“쓸데없이. 저 사람들은 왜 왔을까요?”
“야, 좀. 쉿.”
태영이 낮게 중얼거리듯 묻자 오영배가 조용하라며 한 소리 한다.
저 사람들이 들을까 봐 그런 건지, 아니면 진짜 조용히 하라는 뜻인지.
“왜? 내가 뭐 못할 소리 했나요?”
“그런 건 우리끼리 있을 때나 하는 말이지. 아무튼 쉿.”
아주 작은 목소리로 태영에게 말을 하고는 시선을 앞으로 주었다.
옆을 돌아보니 사준전자에서 온 서두영 전무가 말없이 앞을 보고 있다.
박용재가 대신 보낸 임원인데 오늘 처음 보는 얼굴이다.
내빈은 소개만 하는 것이 아니라, 격려사나 축사 같은 것을 하는 시간이 있다는 것이다.
~하품~
태영의 입에서 하품이 나왔다.
가장 지겨운 시간일 듯하다.
무슨 말들이 그리도 많은지.
내빈 소개와 인사말에 30분은 소요되었고, 드디어 본론에 들어갔다.
임시 의장은 오영배가 하는 것으로 말을 맞춰 두었다.
대한민국에서 오영배 모르는 사람은 없으니 박수가 시작되었고, 진행은 매끄럽게 흘러갔다.
임원은 이미 선임해 두었던 김현욱, 김영현, 박종현, 심인철, 전석재다.
그리고 김경훈 부사장이 여기에 포함되었다.
김경훈은 태영을 대신하여 유니버스 에이 우주통신의 기술 부문을 담당할 것이다.
감사는 법무 법인 송이길의 공인 회계사 정규석을 선임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
***
사이큐브가 설치된 연회장.
연회 시간은 점심시간이다.
총회 끝나고 점심 드시고 가라는 의미이다.
누나의 제안으로 ‘사이너큐브’에서 한 글자를 빼서 사이큐브로 정식 명칭을 정했다.
그곳에서 유니버스 에이가 서비스할 우주 통신에 대한 소개가 플레이되고 있다.
주주의 자격으로 또는 주주 대리인 자격으로 참석한 사람들.
“이게, 이게 가능한 거야?”
“이거 판매는 어디서 하는 거지?”
“Full 3D? Which company makes it? Do you know? (3차원 어느 회사에서 만드나요? 혹시 알아요?)”
“(터니테크에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6월에 판매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들은 유니버스 에이가 제공할 위성 통신 서비스보다는 사이큐브에 대한 관심이 더 높은 것 같다.
“(터니테크, 이런 대단한 제품을 만드는 회사였군요.)”
“(이거 유럽 공급권을 받아야겠어.)”
“(합작 회사 설립이 필요해.)”
대부분 사이큐브에 욕심을 낸다.
간간히 유니버스 에이의 야야기가 들리기는 한다.
그렇지만, 본격적인 서비스가 시작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대다수다.
기자석 쪽을 보았다.
총회장이나 이곳 연회장이나 동일하게 기자석이 있다.
허리 높이의 차단봉에 가이드 벨트가 둘러쳐진 곳.
인터뷰를 하려면 그 안에서만 해야 한다는 조건을 붙이고 기자석을 만들어 주었다.
사진 기자들은 가이드 벨트에 붙어 서서 연회장을 향하여 연신 사진을 찍고 있다.
인터뷰 때 사용하는 보이스 레코드를 들고 있는 기자들은 분주히 움직인다.
“주주사에서 오셨죠? 한 말씀만…….”
“임원으로 선임되셨지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한 말씀 해 주세요.”
국내 재벌들의 상당수가 주주로 참여했고, 해외에서 온 주주 대리인들도 많기에 틈만 나면 인터뷰를 하려고 한다.
그러나 멀지 않는 곳에 보안 경호 담당 직원들이 자신들을 주시하고 있기에 밖에서 인터뷰를 하지는 못하고, 안으로 데리고 가고 싶어 한다.
“여기 있었네.”
지종해.
왜 안 오나 했다.
뻣뻣한 태도, 기름기가 번들거리는 얼굴에 능글맞은 미소를 머금은 과기 위원장이다.
“국회 과기 위원장 지종해 의원이십니다.”
그 옆에는 보좌관으로 보이는 40대의 남자가 소개를 한다.
이미 귀빈 연설도 했는데, 소개는 무슨 소개?
돈이나 뜯어내고 싶어서 그러겠지.
“안녕하십니까? 처음 뵙겠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아주 깍듯이 인사를 했기에 태영도 하는 수 없이 일어서서 인사를 했다.
공손할 필요는 없다.
오늘 이 연회장에서 처음 보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과 동일하게 대했다.
“그렇게 한번 보자고 사람을 보내도 안 오더니…….”
눈은 노려보면서 입은 웃는다.
국회의원은 저런 식으로 얼굴 연기를 하기도 하는구나 싶다.
태영을 데려가겠다며 왔던 두 사람은 병원으로 실려 갔는데, 업무는 돌아가나 몰라.
하긴 국회의원들 중에 일하는 사람은 몇 안 되니까.
“아, 그 납치범 말씀이군요?”
“납치범?”
“처음에 누구인지도 말하지 않고, 강압적으로 함께 가자고 하면서 소리를 지르더라구요.”
저쪽이 웃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태영도 미소를 띠고 농담처럼 말했다.
“뭐?”
“대체 너는 누구이며, 왜 가자고 하느냐고 물으니 그 사람이 화를 내며 자동차 본네트를 내려쳤는데, 얼마나 세게 쳤는지 손목뼈가 부러졌다죠?”
“…….”
욕이라도 하고 싶었는데 참는 것인지 비틀린 입이 열릴 듯 말듯 한다.
“119를 부르고, 구급차가 온 뒤에 의원님이 보낸 보좌관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전의 행동을 보면 여지없이 납치범이었거든요.”
“……허.”
여전히 입을 비틀며 웃는 모습.
그러나 눈에서는 레이저가 튀어나온다.
튀어나오는 화를 억지로 참아 내는 모습이 보기 안쓰럽다.
주변에 듣는 사람이 많다.
태영의 말을 중단시키지도 못하고, 욕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마침, 지종해의 옆에는 두 명의 기자가 따라붙어 있다.
기자가 입장 허락 조건으로 가이드 벨트 밖에서 인터뷰는 못 하지만, 보이스 레코더를 손에 들고 따라다니는 것까지는 문제가 없다.
“아, 그래서…….”
기자는 뭔가 말을 하다가 줄인다.
“보도하지 마요.”
지종해가 말을 하다 만 기자에게 상냥하게 웃으며 말했다.
화는 나겠지만, 언성을 높이지도 못하고 꾹 참는 모습이 환히 보인다.
이거 참 별일이다.
이게 지면에 올라가거나 메인 뉴스에 올라가는 일은 없을 거다.
보도가 안 되니 이슈가 되지는 않겠지만, 인터넷 판에 조그맣게 실리면 소소한 흥밋거리는 될 것이다.
“여하튼 또 보자구.”
지종해는 그 말을 남기고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주주의 숫자는 85명.
선임된 임원과 내빈까지 합쳐 봐야 100명 전후이지만, 지종해로서는 얼굴 비출 만한 자리가 많다.
“또 누굴 협박하려고 가는 걸까?”
“협박이요?”
지종해가 와서 이야기하고 있을 때 그 옆쪽에 와서 서 있던 몇 사람 중에 한 명이다.
“저들이 와서 사업하기 힘들 거라고 협박했거든요.”
“아…… 저는 두스모빌에서 일하는 김원석이라고 합니다.”
명함을 내미는데, 상무라고 되어 있다.
대리인으로 참석한 사람들은 대부분 경영 기획이나 재무 부서의 장이 참석했다고 들었다.
“아, 네.”
태영도 명함을 건넸다.
“아, 그분이군요. 여기서 미래철강에 특허…….”
오래전의 이야기를 한다.
요즘은 철강 관련해서 연락이 오는 일은 없는데.
“네, 그렇습니다.”
“아, 최 사장.”
태영을 부르며 오는 사람은 박주한 회장이다.
미래철강도 주주로 참여했기 때문이다.
박주한 회장이 부르는 바람에 김원석과의 대화는 중단되었고, 박주한이 성큼성큼 다가왔다.
“어서 오십시오.”
“여기서는 따로 보기도 힘들겠네. 정말.”
“좀 그렇죠 뭐.”
“가만, 저쪽이 대주주 그룹인가?”
박주한이 한쪽을 가리키며 물었다.
그쪽은 유니버스 에이에 1퍼센트 이상의 주식을 가진 태영과 관련 있는 회사 직원들이 앉아 있다.
저들은 이런 자리도 처음일 테니, 그냥 자기들끼리 앉아서 분위기만 보고 있는 중이다.
“네, 그렇습니다.”
“오호, 젊은 분들이 있는 것을 보니 대신 참석한 것 같은데 소개 좀 시켜 주겠나?”
“네, 그러죠. 아, 김 상무님, 미안합니다.”
두스모빌의 김원석에게 양해를 구했다.
“아, 괜찮습니다. 저도 같이 인사 나눠도 되지요?”
“어머니, 식사 맛있게 하셨습니까?”
태영은 박민서 옆으로 서면서 물었다.
앞에 앉은 사람들과 연신 대화를 나누던 박민서는 잠시 눈빛이 흔들렸다.
“어?”
박주한의 깜짝 놀라는 목소리.
“아들, 손님 만나느라 정신없어 보이던데, 식사는 제대로 했어?”
곧바로 얼굴에 환한 미소를 띠고 물어왔다.
박준혁의 어머니 박민서와 약속된 것 중에 하나.
외부 손님과 만날 때, 태영이 ‘어머니’로 부를 때는 ‘아들’이라고 불러도 된다는 거였다.
박민서는 태영을 항상 ‘아들’이라고 부르고 싶어 했으니까.
그 말을 들은 리얼판타즈의 최형주 상무와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던 다른 사람들도 놀란 눈으로 태영과 박민서를 돌아보았다.
“아, 친구 어머니입니다. 저를 ‘아들’이라고 불러 주시는 또 한 분의 어머니. 메이스타 재무 팀장님 이시구요.”
“아후, 깜짝 놀랐네. 안녕하세요. 박주한입니다.”
정신을 수습한 박주한이 명함을 내밀었다.
“네, 박민서입니다. 반갑습니다.”
이어서 리얼판타즈의 최형주 상무, 다이나믹스카이의 서정우 부장, 터니엔디의 선주희 부장까지 소개시켰다.
태영을 뒤따라온 김원석 상무도 덩달아 인사를 했다.
그리고 모두 자리에 앉았다.
“그럼, 여기는 모두 터니테크 계열입니까?”
“계열도 있고, 협력사도 있습니다.”
“아, 그런데 박 팀장님은 우리 최 사장 친구 어머니시라고요?”
“네, 그렇습니다.”
“아, 아니 너무 어려 보이시기에 전혀…….”
박주한이 말을 얼버무리며 태영을 보았다.
태영의 어머니라면 짐작되는 나이가 있을 텐데, 보이는 모습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리라.
“아, 다들 그리 말씀하십니다. 쉰을 몇 해 앞두고 있습니다.”
“네? 그게 정말입니까?”
“맞습니다.”
“후아, 서른도 안 되어 보이시는데…….”
“그렇죠, 회장님. 부러워 죽겠어요.”
선주희는 나이에 걸맞게 세월의 흔적이 얼굴에 새겨져 있다.
거기에 반해 박민서의 모습은 20대 후반이라고 해도 될 정도의 젊은 모습으로 돌아왔다.
얼굴에서 빛이 나는 것으로 착각될 만큼, 밝고 환한 피부.
실제 20대의 박민서의 모습보다 훨씬 더 젊고 아름다울 것이다.
그러니 누가 40대 후반이라 보겠는가?
“그러니까요. 그렇게 젊어 보이는 비결이 있나요? 우리 집사람에게도 알려 주면 좋겠는데.”
“…….”
박민서는 태영에게 시선을 주며 아주 곤란한 웃음을 보인다.
웃을 수밖에 없지.
무언가 말할 수 있을 리가.
이쪽으로 오니 대화가 오늘의 주제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여기 참석한 4개사는 유니버스 에이에 주주로 참여하기 위한 열망이 없었다.
담당자들도 창립총회에 대리인으로 참석한다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모른다.
어쩌면 그래서 가벼운 대화가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그냥, 잘 먹고 열심히 일하는 것 외에 특별히 관리 받으시는 것도 없대요.”
선주희는 연신 부러운 목소리다.
“여기 있었네?”
그때, 이쪽의 대화를 중단시키는 불퉁한 소리.
오영배다.
“안녕하세요.”
박주한과 주위의 모두가 인사를 했다.
“박 회장님, 안녕하세요.”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은 박주한뿐이었기에 다른 사람들에게는 눈으로 인사를 했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인기 만발이시더니?”
“인기가 아니라, 대신 총 맞아 주고 있었다.”
태영의 놀림에 오영배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어? 안 죽었어요?”
“내가 죽었으면 좋겠냐?”
“총 맞아 주고 있었다고 하기에.”
“그건 비유이지. 그건 그렇고, 저거 언제부터 판매한다고?”
사이큐브를 손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6월에 시작해요.”
“며칠 안 남았는데, 온라인으로?”
“지금 준비 중입니다.”
리얼판타즈는 아직 매출이 없다.
그래서 리얼판타즈에서 담당하기로 했다.
영상을 제작할 수 있는 장비와 앱 세트인 큐브페어리까지 세트로 담당한다.
리얼판타즈는 체험존에 이미 사이큐브를 설치 운영 중이어서 경험이 풍부하다.
“내가 총 맞은 게 전부 저거 이야기야. 여기 참석한 사람들 모두 우주 통신 이야기는 뒷전이고 저거 이야기만 하고 있다. 알고 있냐?”
“왜 주전 선수를 빼고 벤치 선수를 거론하고 그래요?”
“그보다, 터니테크가 상담해야 할 것을 왜 내가 상담하고 있냐고?”
“하라고 한 적 없는데.”
“다 좋아. 좋은데, 이 상황을 보면 아무래도 내가 저거 하는 게 맞지 않아?”
욕심도 많지.
재벌들이 욕심이 더 많은 것 같아.
물론 오영배는 사이큐브를 처음 봤을 때부터 자신이 공급자가 되겠다고 해 왔다.
“우리도 거기 참여하고 싶습니다.”
중간에 갑툭튀로 들어온 사람은 사준전자 서두영 전무다.
“거긴 또 왜요?”
입이 튀어나온 오영배가 불만스럽게 물었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