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656
302. 이게 왜 여기?
“우린 이 부분에서 같은 곳을 보고 있지 않습니까?”
“허참,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서두영 전무의 말에 오영배의 인상이 구겨졌다.
“회장님이 전하라는 말씀이 있는데…….”
“뭔데요?”
“이 자리를 파하고 난 후에 따로 이야기하시지요. 혹시 최 사장님과 별도 미팅이 예정되어 있으면 함께 뵈어도 됩니다.”
오영배의 다급해 보이는 반문에 서두영은 전혀 바쁘지 않은 듯이 느긋하게 말한다.
마치 따로 미팅할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하, 대체…… 최 사장, 그래도 돼?”
한숨을 쉰 오영배가 태영에게 물어왔다.
“그러시죠, 뭐.”
“아들, 나는 이만 갈게.”
“네, 어머니.”
“우리도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박민서가 몸을 일으키자 다른 사람들도 따라 일어났다.
“네, 안녕히 가세요.”
태영보다 먼저 오영배와 서두영이 그들을 배웅했다.
박민서의 움직임에 네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나 재빨리 뒤를 따라가는 모습이 보였다.
태영이 ‘어머니’라고 부를 때 놀라는 모습을 보였던 사람들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대화에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지 않고 계속해서 시선을 주고 있었다.
“저기 팀장님.”
그중 한 사람이 박민서의 뒤를 바짝 따라붙으며 부르는 소리를 끝으로 문밖으로 사라졌다.
‘녹화.’
[네, 마스터.]안에서 이야기할 사람들이 많아서 실시간 확인은 불가능하기에 내린 조치다.
‘즉시 알려야 할 일은 알지?’
[알고 있습니다. 지금은 입구에서 화장품 회사 유드림 전옥진 부사장으로부터 명함을 받고 있습니다.]‘……?’
[이후에 시간 날 때 한번 뵙자고 하고 있습니다.]‘알았어. 특이 사항 있으면 보고.’
빙그레 미소가 지어졌다.
태영이 ‘어머니’라고 부를 때 유독 놀란 모습으로 시선을 주더라니.
이제 연회장 안에 남은 사람은 대략 30여 명.
식사를 마친 사람들의 절반 이상이 떠났다는 말이다.
서빙을 하는 직원들이 빈 그릇들이 남겨진 식탁을 정리하고 있는 모습이 사이사이 보인다.
아직도 여전히 자리를 지킨 채 남아 있는 사람들.
그들이 태영에게 시선을 보내오고 있다.
“최 사장님.”
누군가가 다가오며 불렀다.
“네?”
“네임반도체 이병구라고 합니다. 언제 한번 시간을 내어 주실 수 있겠소?”
나이 들어 머리가 희끗희끗한데 어투는 아주 정중하다.
그 정중함을 유지한 상태로 명함을 내민다.
‘특이 사항?’
[네임반도체는 지난해 매출 7천억, 시가 총액 5천억 규모의 회사로 3계좌 주주입니다. 딸 이현정이 국회의원 박인규의 아들인 박원도와 결혼한 사이입니다.]그 정도면 중견 기업 수준이다.
“일정 확인해 보고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다만, 근시일 내에는 좀 어려울 수 있습니다.”
태영도 명함을 건네면서 대답했다.
“괜찮소. 그럼 연락 기다리겠소.”
이거 괜한 약속을 한 것이 아닌가?
상황이 상황이니 어쩔 수가 없다.
네임반도체 이후에 몇 사람이 더 찾아왔다.
명함 교환을 하며 같은 대답을 했다
“인터뷰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그때, 기자 한 명이 다가와 보이스 레코더를 내밀었다.
연회장을 빌린 시간이 15분쯤 남았다.
이제 사람도 별로 남지 않았고, 파장이 되어 가니 기자석을 이탈한 사람이 많다.
“저리 가죠. 오 회장님, 인터뷰 좀 했습니까?”
기자석을 가리키며 기자에게 말하고, 오영배에게 물었다.
“난 별로 말해 줄 게 없어.”
“그럼 내가 대신하죠.”
“제발 좀 그래라.”
[박민서 님, 아직 못 가고 계십니다.]‘사람들이 접근?’
[그렇습니다.]‘알았어. 특별한 일 없으면 확인만 해.’
위니와 대화를 주고받으며 기자석의 가이드 벨트 옆으로 갔다.
이렇게 사람이 많은 자리에서 ‘어머니’라고 부르고 ‘아들’이라고 부르도록 한 이유.
박민서에게 줄을 대기 위해 수많은 사람이 접근할 것이다.
그들에게는 메이스타 재무팀장이라는 자리, 태영과의 관계 등 어느 하나 대수롭게 생각하고 넘길 부분이 아니다.
메이스타와 연결하고자 하거나 태영과 연결이 필요한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든 연을 만들고 싶어 할 것이다.
“여기 장소 대여 시간이 대략 15분쯤 남았습니다. 그때까지 오늘 행사와 관련된 질문에 답해 드리겠습니다. 참고로 이상한 말씀 하시면 바로 회견은 끝냅니다.”
기자석 앞에 서서 편안하게 말했다.
회사를 찾아온 상황과는 다르기도 하고.
{존나 잘난 체하네, X발.}
뒤쪽에서 바로 불평이 나왔다.
아주 작은 소리이기도 했지만, 주변의 소음으로 인해 다른 사람들은 듣지 못했을 것이다.
‘누구?’
[시사플랜 문석인 기자입니다. d번방 회원이었지만 어떤 조사도 받지 않았습니다.]‘저놈 얼굴 나오는 영상 있어?’
[있습니다.]‘킵.’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기사를 임시 저장하는 개인 용도의 NAS를 사용 중인데, 거기에 수많은 영상이 있습니다.]나중에 확인하면 된다.
“거기 좌측 2번째 분.”
여러 사람이 손을 들었지만, 대충 눈에 뜨이는 사람을 지명했다.
“네, 저는 일렉타임의 오기준 기자입니다.”
본인이 어느 언론에 근무하는지 정확히 밝힌다.
그래, 기자는 이래야 한다.
“세계 각국에서 위성 통신을 준비 중이거나 시험 중인데, 그들과 비교해서 아스페이스의 경쟁력은 어느 정도라고 보십니까? 그리고 위성을 쏘아 올리는 시기는 언제로 예정하고 있습니까?”
지극히 정상적인 질문이라고 생각되었다.
“음, 일단 경쟁력 부분을 먼저 말씀드리면, 그 어떤 위성 통신 기술보다 뛰어난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웃기고 있네.}
또 예의 그 빈정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니까.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 믿지.}
맞장구치는 목소리.
그 옆에 앉은 기자가 불쾌한 얼굴로 홱 돌아본다.
동류인데, 조금 다른가?
“대체 무슨 근거로 그런 허무맹랑한 소리를 하는 겁니까?”
맞장구치던 사람이다.
당연히 손을 들지도 않았고, 자신의 차례도 아니다.
태영은 그 기자에게 시선을 주었다.
아무 말 없이 그냥 바라보기만 했다.
그사이에 다른 기자들이 손을 들었지만, 여전히 아무 말도 않고 그쪽을 보았다.
[정기 뉴스 백준수 기자입니다.]“음, 오 기자님.”
정식으로 손을 들고 질문을 했던 기자를 불렀다.
“네, 말씀해 주십시오.”
“한국 언론의 신뢰도가 21퍼센트. 조사 대상 중에 가장 낮은 점수로 몇 년째 꼴찌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가 뭐라고 보십니까?”
“네?”
물론 질문은 오기준에게 했지만, 이건 오기준에게 하는 질문이 아니다.
{하, X발}
“…….”
몇 사람의 웅성거림과 욕설, 그리고 침묵이 한자리에 있다.
15분이 남았다고 했는데,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간다.
“아, 답을 바라고 질문한 것은 아닙니다. 질문에 따라붙은 말이 위성을 올리는 시기가 언제인가 하는 거였죠?”
“네, 맞습니다.”
“6월에서 7월 사이 통신 위성 10기를 올릴 것입니다. 그리고 바로 베타서비스를 할 예정입니다.”
“저요.”
“여기요.”
“…….”
“실제로 가능한 것입니까? 길어야 2개월밖에 남지 않았는데요.”
다른 기자들이 손을 드는 사이에 오기준이 물었다.
질문이 꼬리를 이어서 대담처럼 되어 버리기는 했다.
“기자의 여러 고질병 중에 의심병도 있겠지만, 믿어 보세요.”
“답변 감사합니다.”
오기준이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거기 남색 남방 입으신 분.”
모두가 손을 들었고, 그 중에 한 사람을 지목했다.
“안녕하세요. 뉴스지상의 박정운입니다. 아스페이스 정부 지분이 허가 조건부 무임승차라는 말이 있던데 사실인가요?”
골치 아픈 질문이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아 저기 과기부 장관이 계시네요. 그쪽에 질문하십시오.”
“무슨 뜻인지 잘 알았습니다.”
박정운은 피식 웃었다.
“최근에 언론사 서버 해킹 사건이 최태영 씨와 관계있다는 말이 많이 들리던데, 사실입니까?”
일주일 전에 발생해서 언론사들을 패닉에 빠트린 초대형 사건.
아직도 방송에서는 여전히 중요 이슈로 다루고 있는데, 저들은 ‘언론사 해킹 사건’으로 부르고 있다.
그런데, 저자가 자신의 이름과 소속을 말했던가?
“음, 누가 그런 말을 했는지 그 사람을 데려와 보세요.”
“취재원 보호법으로 그건 밝힐 수 없다는 것도 모릅니까?”
빈정거리는 말투다.
“그럼, 말을 조금 바꾸죠.”
“……?”
무슨 소리냐는 듯 본다.
“질문하신 조청혁 기자께서 협박해서 성폭행을 하고 있는 여성 두 분이 있다고 하던데, 사실입니까?”
“뭐? 뭐라구?”
거의 그 자리에서 펄쩍 뛰어오를 것 같은 반응이다.
같은 방법으로 돌려주니 저렇게 흥분한다.
여러 사람의 시선이 그쪽으로 돌아갔다.
“명예 훼손으로 고발할 거야. 이 개…….”
사람이 많이 있어서인지 욕을 하려 하다가 중간에 끊었다.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 훼손이 되겠네요. 그 법이 살아 있어서 아주 다행입니다. 그럼 어디 법정에서 봅시다.”
“ㅆ……ㅂ…….”
조청혁은 가이드 벨트를 고정하고 있는 펜스 바를 발로 찾다.
~쨍그랑~ 우당탕탕~
요란한 소리와 함께 스테인리스로 만들어진 펜스 바가 나동그라지며 가이드 벨트가 바닥에 떨어졌다.
조청혁은 그대로 밖으로 나갔다.
[폰에 있던 협박, 폭행 영상과 강간 영상은 모두 받아 두었습니다.]‘팩토리 초기화하면?’
이게 문제다.
[그보다는 폰 자체를 버리거나 숨겨 둘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만일, 정말로 고소를 하게 되면?
다툼의 해결 방안으로 경찰이나 검찰에 영상을 제출하면 된다.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점, 영상의 입수 경로를 밝힐 수가 없다는 것이다.
성폭행당한 두 사람의 증언은 불가능이다.
성폭행 피해자는 어지간히 강심장이 아니면 증언을 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문제가 야기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너튜브에 공개해야 하나?
그 순간 괜찮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자폭으로 하자.’
[자폭…… 그 뜻, 확인되었습니다. 즉시 합니까?]‘그래, 즉시 동시다발적으로.’
선 조치가 최선이다.
그리고 너튜브에 공개하는 것보다 자폭이 나을 수도 있다.
그런데, 피해자 얼굴이 공개되는 문제가 있다.
‘잠깐, 피해자 얼굴 지울 수 있어?’
[피해 여성의 얼굴은 가리도록 하겠습니다. 조청혁의 얼굴은 가리지 않겠습니다.]‘그래, 처리되면 바로 전송.’
[네, 마스터.]기자석.
인터뷰는 이미 난장판이 되었다.
약간의 시간이 남아 있었지만, 조청혁의 성폭행 이야기에 더 관심이 있어 보이는 몇이 그 뒤를 따라갔다.
“저…….”
이번에 손을 든 사람은 송미려 기자다.
비교적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언론사의 기자.
“네, 송 기자님.”
“아스페이스 프로젝트가 꼭 성공하기를 바라겠습니다.”
질문은 않고 오히려 격려를 한다.
“물론입니다. 감사합니다. 꼭 그렇게 하죠.”
“자, 이제 시간이 다 된 것 같군요. 여전히 궁금한 것이 많이 있겠지만, 다음 기회로 미루겠습니다.”
“조 기자 성폭행 건은 사실입니까?”
뒤에서 누군가가 소리쳐 물었다.
“음, 그건 대답 못 해 드립니다. 확인하는 것은 내가 할 일이 아닙니다.”
“사실 적시라고 했으니 그것이 의혹이 아니고 진실을 말하는 거 아닙니까?”
또 누군가가 물었다.
“그냥, 조청혁 기자가 나에게 질문했던 것처럼, 나도 질문을 했을 뿐입니다.”
태영은 기자들과 사이가 좋지 않다.
그래서 유독 자신과 그런 문제가 있나 하고 확인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위키인가 하는 곳에서 잘 정리된 정보가 있었다.
공개된 그 내용에는 기자가 공범으로 연루된 사건이 아주 많았다.
그중에는 기자 신분을 이용한 공갈이 압도적 1위였다.
명예 훼손이나 사기 등에 연루된 것도 많았다.
기자라는 신분으로 저지른 많은 사건들 중에 성범죄는 7위.
성범죄는 밝혀진 것보다 밝혀지지 않는 것이 더 많다고 봐야 한다.
밝혀지지 않은 것을 포함하면, 순위가 더 올라가지 않을까?
***
연회장을 빠져나간 조청혁.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나왔다.
언론사 서버 해킹 사건에는 공통분모가 있었다.
모두가 최태영 그놈과 그놈의 회사를 저격했던 언론이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공통분모는 누구나 짐작이 가능하다.
자신의 회사는 저격에 가담하지 않았기에 해킹 사태에 휘말리지 않았다.
저격의 이유는 간단하다.
어그로 끌어서 클릭 수 올린다.
그런 것들이 모이고 모여서 광고가 따라붙는다.
최태영의 회사에서 광고를 왕창 해 주면, 저격했던 기사는 슬그머니 내리면 된다.
오늘 마침 운 좋게 기자 인터뷰의 시간이 있었다.
또, 해킹 사태와 같은 일은 일으킬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미끼를 던졌다.
그 미끼를 물기 바라면서.
이번 기회에 어그로 좀 끌어야 하니까.
그런데, 그 미끼가 자신을 찔러 왔다.
지금 찔린 정도는 찰과상이다.
그러나 어찌될지 모른다.
‘이게 드러나면 인생 조진다.’
기자 생활도 끝난다.
손에 든 폰이 뜨뜻미지근한 느낌이 왔다.
지금까지는 흥분해서 느끼지 못했다.
이번 일이 확대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폰을 바꿔야 한다.
그 생각이 들어서 신경을 쓰는 순간, 손에 들린 폰이 뜨뜻미지근하다는 것이 느껴진 것이다.
‘빨리 새 폰으로 바꾸고, 안에 있는 것들 중에 꼭 필요한 것만 옮기자.’
USIM을 빼고 GPS 기능 Off 시켜서 전원 끄면 추적이 안 될 테니 쉽게 찾을 수 없는 곳에 보관하면 된다.
그 안에 있는 자료들은 필요할 때마다 잠시 켜서 사용하면 된다.
그 생각을 하며 폰 액정을 보았다.
액정이 켜져 있다.
비번을 요구하는 화면조차 나타나 있지 않지만, 액정이 밝다.
‘왜 켜져 있지?’
~우우우웅~
그때 울리는 전화 오는 소리.
“네, 차장님.”
[너 이 새끼야, 너 미쳤어?]폰을 받자마자 쌍소리에 고함 소리가 먼저 들려왔다.
“왜 그러시는데요?”
[야, 이 개새끼야. 네가 빠X리 하는 동영상은 왜 보냈는데?]“그게 무슨 말씀이…….”
항상 말투가 저속하기는 하지만, 전화를 하면서 이렇게 대놓고 저질스러운 말을 쓰다니.
속으로 욕을 하며 물었다.
[야, 이 새끼야, 네가 여자를 상대로 협박 공갈하고, 그 여자하고 섹스하는 영상을 보냈잖아? 너 이 새끼 미친 거야?]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