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657
303. 그건 회장님이
이게 대체 무슨 소리야?
차장 새끼가 미쳤나 보네.
오늘 건수 하나 건지려 하다가 역으로 당해서 개빡치는데, 차장까지 지랄이야.
~웅 우우웅~
통화 중 수신 진동음이 들려왔다.
통화 중인데 어쩌라고.
“아, 그러니까 그게 무슨 말이냐고요?”
[이 개새끼야, 네가 보내 놓고 무슨 소리 하느냐고? 네 폰을 보라구. 이 개새끼야.]“일단 전화 끊고 확인하겠습니다.”
대체 욕을 왜 저따위로 하는지, 입에 똥 걸레를 쳐 물었나?
들이받아 버리고 싶다.
~우우우우웅 우우웅~
통화 중 수신 진동음이 또 들려왔다.
[그래, 이 ㅆㅂㄹ…….]차장의 욕지거리를 들으며 통화를 종료했다.
그사이에 부재중 전화 표시가 5개.
“미쳤나?”
그런 것들을 모두 무시하고, 방금 통화가 끝난 차장의 폰 번호가 떠 있는 자리의 문자 아이콘을 터치했다.
자신이 보낸 메시지.
거기에 따라붙은 동영상 3개.
“이게 뭐지? 내가 보낸 적이 없는데?”
다시 한번 확인했지만, 분명히 발신자는 자신이다.
그런데 자신은 절대로 보내지 않았다.
“내가 보내지도 않은 걸 왜 지 맘대로…… 통신사 새끼들이 미쳤나?”
중얼거리며 다시 봐도 약간은 흐릿하게 보이는 동영상의 시작 화면이다.
“악성 앱인가?”
플레이 버튼을 터치했다.
~흐으으으응~
“으악.”
자신도 모르게 비명이 나왔다.
바로 이전 버튼을 눌러서 동영상 플레이를 중지시켰다.
이게 왜 여기?
“흐읍, 내가 왜 이걸 보내?”
숨을 가다듬고 떨리는 몸을 억지로 눌러 참으며, 문자 창 리스트를 보았다.
폰에 등록된 수많은 사람들의 번호로 전송된 동일한 동영상 3개.
“으흐으…….”
스크롤을 내려서 대체 몇 사람에게 보냈는지 보려 하는데 끝없이 나온다.
“이게…… 이게 이게 이게…… 왜애애애애.”
비명이 저절로 나왔다.
***
~띠딩~
~가득~가득~
무음으로 해 두었던 폰.
기자 인터뷰는 파장이 되고, 아직 연회장을 벗어나지 않은 기자들이 무음에서 설정을 바꾸는 순간 들려오는 소리다.
여러 사람의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흐으으ㅇ~
영상이 플레이되면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순간 입을 먼저 막은 송미려.
“이 개 같은 놈.”
송미려는 재빨리 이전 버튼을 눌러 동영상 플레이를 취소시키고 태영을 보았다.
최태영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오영배 회장과 대화를 하고 있었다.
‘혹시 최태영 사장이?’
불과 몇 초간 영상을 봤다.
성인 남녀가 엉켜서 섹스를 하고 있는 동영상이다.
여자의 얼굴은 포기 처리되어 보이지 않았지만, 남자의 얼굴은 조청혁 기자였다.
바로 영상 속의 그 이야기를 꺼낸 사람이 최태영 사장이다.
혹시 발신인이 최태영일까 생각하며 폰을 다시 보았다.
발신인 조청혁.
다시 한번 확인해도 분명이 조청혁이 맞다.
“미친…… 새끼.”
정말 미치지 않은 이상 이럴 수는 없다.
자신의 섹스 동영상을 보내오다니.
몇 달 전에 국회의원의 기자 회견장에서 의원이 나오기를 기다리던 중에 명함 교환을 했다.
혹시 소스 있으면 주고받자고 하면서 먼저 명함을 건네주던 조청혁이다.
대화를 할 일은 없었지만, 폰에 번호는 등록해 두었었다.
그런데, 그놈이 보내왔다.
“하, 이 개 같은 놈. 이걸 제가 제 손으로 보내?”
옆에서 영상을 보던 다른 기자의 입에서 나온 말이 들렸다.
그는 마침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있어서 소리가 외부로 들리지는 않았는지 곁눈질로 보니 영상이 계속 플레이되고 있었다.
‘내게만 보낸 것이 아니라…….’
처음 영상을 보는 순간 뒤로 가기 버튼을 눌렀을 때만 해도 자신에게만 보낸 줄 알았다.
재빨리 눈을 돌려 폰을 들고 있는 사람들을 스캔했다.
한결같이 놀란 표정이다.
~흐으으~
자신처럼 재빨리 뒤로 가기를 눌렀지만, 그 짧은 사이에 야릇한 음성이 새어 나왔다.
남아 있던 기자들이 폰을 집어넣고 우르르 연회장을 빠져나갔다.
송미려도 함께 달려 나갔다.
***
“대단해.”
기자들이 모두 나간 것을 확인하고, 별도의 룸으로 옮겼다.
자리에 앉자 오영배가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뭐가요?”
“큰 회사도 아니면서 기자들과 그리 척을 지고 어찌 하려고 그래?”
기자들이 우르르 몰려나간 이유를 오영배는 모르고 있다.
당연히 조청혁의 폰에는 오영배의 번호가 없었을 테니까.
“척질 이야기는 한 적이 없는데. 그렇지 않습니까?”
서두영 전무에게 시선을 주며 질문을 했다.
“서 전무님, 전달할 사항이 있다면서요? 우리 회의에 낄 것은 아니지요?”
오영배가 태영을 힐끗 본 뒤에 서두영에게 물었다.
“게스트…… 안 됩니까?”
“…….”
오영배는 서두영의 질문에 대답 대신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면서 마치 너 뭐 하냐 하는 시선을 계속 보내고 있었다.
빨리 전달할 것 해 주고 떠나라.
그런 표정이다.
“답은 최 사장님에게 있다,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서두영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뭐……?”
오영배의 황당하다는 얼굴.
심지어 입을 헤벌리기까지 했다.
“그 간단한 말을 하려고 지금까지 시간을 끈 겁니까?”
“중요한 문제 아닙니까?”
태영은 두 사람의 문답을 지켜보며 대화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그게 사실이야?”
대화는 거기서 끝나고 시선을 돌린 오영배가 태영에게 물었다.
“대체 무슨 질문에 무슨 답을 말하는 건지를 몰라서 난 두 분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고 있거든요.”
전후 맥락을 보건대, 오영배와 박용재가 무언가 나눈 이야기가 있었다는 거다.
오영배는 박용재에게 무언가를 요구했고, 그 답은 태영이 할 거다. 그런 것 같다.
“두 분의 이야기가 끝나면, 회장님께 연락 달라고 했습니다. 그럼 이만.”
서두영은 거기까지 말한 후 오영배에게 인사를 하고 회의실을 나갔다.
“하, 이거 뭐 도깨비 담배 피우는 이야기도 아니고, 급 담배 당기네.”
~우우웅~
누구지?
모르는 번호는 무조건 받지 않는다.
[김주현 부이사관. 전억기 과기부 장관과 함께 왔던 사람입니다.]때마침 위니가 알려왔다.
“네.”
얼굴은 알고 이야기도 나누었지만, 명함을 교환한 적이 없다.
그래서 간단히 답을 했다.
[장관님이 통화를 원하십니다.]“네.”
[제가 잠시 후 문자로 장관님의 번호를 보내 드리겠습니다. 바로 연락 부탁드립니다.]“알겠습니다.”
“누구?”
“내게 전화한 사람이 누구인지 그것도 알고 싶어요?”
오영배의 질문에 퉁명스럽게 답했다.
“최 사장이 조신하게 통화하기에 궁금하잖아?”
“과기부 장관은 그냥 바꾸면 될 텐데 꼭, 번호를 알려 주며 왜 전화를 하라고 하는지 모르겠네요.”
“뭐긴, 전화번호 따는 거잖아?”
~딩동~
김주현의 문자가 왔다.
문자로 온 번호를 그대로 눌렀다.
내용을 알 수 없는 노래가 한참 흘러나왔다.
여자 가수가 부르는 트로트인데, 기억에는 없다.
[나요.]“네, 말씀하십시오.”
[말씀을 하라고 할 것이 아니라, 요구를 해야 하는 거 아닌가?]“듣는 귀가 많거든요.”
{뭐가 많아? 나 혼자인데?}
오영배가 입 모양으로 말했다.
통화 상대가 과기부 장관이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으니 그러는 것이리라.
[그럼, 다음 주에 언제 시간 되는가?]“수요일 오후 3시 이후와 목요일 오후 4시 이후 중에 이동 거리가 짧으면 가능합니다.”
[바쁘게 사는군. 목요일로 하지. 장소는 수요일까지 알려 드리겠네.]반말인 것도 아닌 것도 아닌 이상한 어투다.
이동 거리 이야기를 덧붙인 것은 과기부가 있는 세종 청사까지 갈 수 없으니 서울로 와라, 그 뜻인데. 오겠다는 것이겠지?
“알겠습니다.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왜?”
통화를 끝내자 오영배가 물었다.
“우리 회사 입사하고 싶어요?”
“그건 또 무슨 이상한 소리야?”
“아니, 자꾸 내 일과 우리 회사 일에 관심을 가지기에 이직하고 싶은가 해서.”
“허.”
“오시려면 지원서 내봐요. 부장급으로 채용은 가능할 것 같기도 하고.”
어처구니없어하기에 한 방 더 먹여 주었다.
“아이고, 정말 손이 운다. 손이 울어.”
회장님을 이직 운운하는데다가 부장급이라고 하니 약이 오르는 것 같다.
정말 주먹 쥔 손을 귀 옆에까지 들어 올린다.
“서로 한 대씩 주고받고?”
제대로 때리면 사망인데.
“에이 씨, 장난 끝. 그 이야기하자.”
“해 보세요. 무슨 이야기인지.”
오영배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지만, 태영은 여전히 장난스레 대답했다.
“반도체.”
“회장님은 파운드리 아닙니까? 파운드리 쪽과는 협력할 일이 없는데.”
“파운드리가 없이 반도체를 한다면, 이거 레티어 만들듯이 만드는 거야?”
그러면서 레티어를 꺼내 테이블에 올렸다.
“그건 맞는데, 그건 회장님과 상관없는 일입니다.”
“사준하고 한다면서?”
“누가 그래요?”
“사준과 진행하고 있는 건 뭐냐, 그럼?”
“이거 기업 간의 거래 내역을 말해 달라고 하시네. 그건 기업 비밀인데.”
“…….”
“참고로, 비밀이기는 하지만, 까발려 드리면, 사준과 하고 있는 거 없어요.”
“나도 좀 끼자.”
“하고 있는 거 없다는데 뭘 껴요?”
“정말이지?”
“정말이죠.”
“그럼 서전무가 너…… 아, 답은 최 사장에게 있다 하는 말은 뭔데?”
장난기가 사라진 얼굴.
태영은 여전히 장난처럼 하지만, 오영배는 다르다.
나름대로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자꾸 물어오는데 계속 겉돌기만 한다.
“완공된 산업 단지 30만 평을 던지더군요.”
“산단을?”
“네.”
“그냥?”
“네, 그냥.”
“미쳐 버리겠군. 그리고?”
“그거 줄 테니 같이 일 좀 합시다. 그랬는데…….”
~퍽퍽퍽~
말을 질질 늘이고 있으니 가슴을 툭툭 친다.
답답하겠지.
그 반대급부의 전제에 대해 말할 필요는 없으니, 말은 안 하면 그만이다.
“그랬는데?”
“아직 답을 않고 있습니다.”
“……그럼, 사준에서 최 사장에게 그런 제안을 한 이유가 있을 거 아니냐?”
“회장님.”
“……왜?”
“진짜 이직하고 싶어요?”
제안 내용을 왜 말해 줘야 하는데?
“……그 말이 맞네. 최 사장과 사준이 뭘 하고 있는지 그걸 내게 알려 달라고 하는 건 말이 안 되네.”
“알면 되었습니다.”
“……내가 그 이야기 안 했지?”
“뭘요?”
“터니테크 현장을 봤던 그날.”
“…….”
태영은 자못 심각한 표정의 오영배의 말을 자르지 않고 기다려 주었다.
“난 지금 뭐 하고 있었던 거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
“과연 이대로…… 괜찮을까? 그래서 아무런 약속도 없이 사준전자 서울 캠퍼스로 갔다.”
“……네.”
“빈 회의실에서 1시간 넘도록 기다렸는데, 박 회장과 겨우 3분을 만났다. 그것도 서서.”
한탄? 자책?
뭐든 좋다.
재계 몇 위 안에 드는 그룹 수장이 1시간 동안 기다린다?
이런 사람들은 분 단위로 일정을 쪼개서 살고 있을 것이다.
물론 잘못 알고 있을 수도 있다.
“결론만 말해요.”
“같이하자.”
태영이 말을 하자마자 꺼낸 말이다.
“뭐를?”
“자꾸 동문서답하지 말고.”
“그러니까, 사준에서 제안한 것도 어떤 답을 줘야 할지를 모르겠는데, 뭘 같이하자는 거냐 이겁니다.”
같이하자는 말의 의미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 정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달리 생각하면 몰라서일 수도 있고, 광범위하게 잡았을 수도 있다.
거기에 반해 박용재는 명확하고 구체적이었다.
오영배가 팹리스 관련 일은 모르는 것 같다.
오히려 다리를 놔준 박용재.
당시에 요구한 것은 별것 아니었다.
‘우리 영역에 깊이 들어오시면 안 되고, 우리에게도 도움이 되어야 합니다.’
그게 전부였다.
수일 전에 만났을 때.
‘우리 손잡지 않겠소?’라고 했었다.
시간적으로 봐서 태영을 만나기 전에 오영배를 만난 것이다.
그래서 당시에 보다 구체화된 제안을 했던 것이리라.
팹리스 회사를 끌어들여서 그 일을 하게 된 것은 그들의 지식과 노하우가 필요해서가 아니었다.
그냥, 앳윌플레이나 레티어 만들 듯 만들면 된다.
부품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굳이 그런 번거로운 일을 하고 있는 이유.
펩리스 이야기는 쏙 빠진 상태로 오영배에게 이미 말했다.
‘그쪽 분야를 다 죽일 일이 있어요? 일이란 게 사정도 봐줘 가면서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렇게 대답했었다.
“내가 뭘 주면 되겠나?”
“……일단, 생각한 바 없습니다. 지금은 위성 통신에만 신경이 가 있어서.”
“……정말이냐?”
“맞아요. 그리고 내게 뭘 같이하자고 하려면, 누구처럼 30만 평 정도는 쉽게 던져 놓고 말을 하든지.”
“그 거면 되나?”
“그건, 이미 선수 친 곳이 있으니, 다른 걸 생각해 봐요. 받아들일 수 있을 만한 것으로.”
던질 것을 못 찾을 것 같은데.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의 그 무엇이 있을까?
~우우웅~
[류지현입니다.]위니가 발신자를 알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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