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659
305. 지하 공간의 비밀(1)
리얼판타즈의 자본금은 1,600억.
그동안 지분 조정과 증자를 통해서 늘어났다.
인수 당시의 자본금이 8억.
그 규모가 정말 커졌다.
그렇다고 해도 자본금의 15%가 넘는 돈이 광고비로 들어간 셈이다.
거기에 운영비 규모도 적지 않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IP(지식 재산권 (Intellectual Property Rights)) 본부에서 지출되는 운영비가 아주 크다.
그들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고건물이나 유적 경관 이미지의 사용 허가를 받고 있다.
저작권이 소멸한 유물이나 귀중품 등의 소유권자를 찾아 사용권 허락을 받는 것도 있다.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경관의 사용 승인도 계속적으로 받고 있다.
실제로 사용료를 지불하는 곳은 많지 않지만, 그런 절차를 처리하기 위해 인력이 파견되는 것은 모두 돈이 들어간다.
“제법 많이 들었네. 운영비 모자라지 않아?”
“아직은.”
“걸 그룹, 보이 그룹 광고가 교대로 나오는 거지?”
“응, 그리고 인기 너튜브 15곳, 브이로그로 인기를 끌고 있는 너튜버 5명, 해외 너튜브까지, 학교에서 체험존을 미리 체험해 본 선후배들도 줄줄이 참여했는데, 그쪽은 롤 광도도 들어갔어.”
“롤 광고?”
“6초, 15초, 40초 이런 거 말고 1분에서 5분까지 길게 하는 광고.”
“아무래도 지원을 좀 더 해 줘야 할 것 같은데.”
“진짜?”
“응.”
“줘.”
장난처럼 손을 내민다.
어차피 줄 생각이었다.
“잠시.”
“진짜 주려고?”
태영은 이새봄에게 웃어 준 후 컴퓨터 방으로 들어가서 조셉의 지갑 17개를 꺼내 왔다.
“자.”
“난 그냥 한 말인데, 진짜? 그런데 이게 뭐야?”
“음, 하나당 천만 달러.”
지갑 1개를 들어 건네주었다.
“흐윽, 그…… 그게? 지, 진짜?”
이새봄은 지갑을 받으며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놀란다.
놀랄 만한 일이 맞으니까.
“진짜.”
“자, 7개는 리얼판타즈 아메리카의 자본금.”
“하아, 그래서 미국 갈 때 해결해 준다고 한 거구나.”
“맞아. 그리고.”
“응.”
“10개는 리얼판타즈 사업 확장을 위한 대표 차입금.”
“와, 1억 달러를? 대표 차입금으로?”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점.”
“응.”
“이 돈 자체로는 아무 문제가 없어. 미국의 가장 큰 은행 중에 하나인 BAA에 들어 있으니까.”
“응.”
“이 돈을 미국 지사 설립 자본금으로 사용하는데도 아무런 문제는 없을 거야. 미국의 계좌에서 미국의 계좌로 넘어가니까.”
“그런데?”
“10개에 들어 있는 돈을 봄이 계좌로 옮기거나 회사 계좌로 옮길 때, 외화 차입 소명을 해야 해.”
“으음…… 그건 송이길에 맡기면 되지?”
“그게 좋아.”
“와, 근데 무슨 돈이야?”
“복잡한 사정이 있는데, 일종의 생명 수당이랄까?”
“이렇게 많은 생명 수당?”
“봄이 하고 식당에서 만나기 전에 한이에게서 봄이가 많이 아프다는 연락을 받은 적이 있어.”
그래, 꽤 오래전이다.
해가 바뀌었으니.
“응.”
“그때, 연락은 받았지만, 임무 때문에 이야기를 나눌 수가 없었어.”
이새봄의 눈빛이 아련해진다.
“나…… 그때…… 죽어 가고 있……었지.”
말을 천천히 했다.
그랬다.
이새봄의 눈가에 눈물이 차오르고 있었다.
태영은 그때, 이새봄이 죽어 가고 있는 줄 몰랐다.
관심을 둔 상대가 아니었으니까.
아니, 이성을 사귄다는 생각을 애써 부정하고 있을 때였다.
그러니 티베트에서 돌아와서도 2주나 지나서, 그것도 이한봄의 부탁으로 마지못해서 만나러 갔다.
만일 그때로부터 1주일이 더 지나서 연락을 했다면, 이새봄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다.
위니의 진단 기준이지만 정확할 것이다.
태영은 이새봄을 품 안으로 끌어당겼다.
“그때, 내가 늦게 연락해서 미안해.”
“아…… 아니야, 오빠. 얼굴 한번만 보면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았던…… 그랬었어.”
“…….”
이새봄을 살려 내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은 다했다.
그리고 지금은 태영의 곁에 있다.
“그때 오빠가 와 주어서…… 나 이렇게…… 그리고 많이 행복해.”
“…….”
태영은 이새봄의 등을 툭툭 두드려 주었다.
지갑에 얽힌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과거를 소환했다.
그 과거를 떠올린 이새봄은 품 안에서 몸을 떨고 있고.
혹시 오늘 이 이야기로 그때의 트라우마가 살아나는 것은 아니겠지?
가만히 이새봄을 안고 몸을 좌우로 조금씩 흔드는데, 손을 올려 눈물을 닦는 것이 느껴진다.
“이제 괜찮아.”
이새봄이 서로 엇갈려 있던 얼굴을 빼내며 입술이 찾아왔다.
깊은 입맞춤과 가쁜 숨소리가 제법 길게 이어졌다.
약간 흐트러진 머리카락.
물기가 남은 눈가.
태영은 눈가에 남아 있는 물기를 닦아내 주었다.
“오빠는 내 생명인 거 알지?”
“그럼, 알지.”
“그러니까, 나 두고 가면 안 돼.”
“…….”
‘날 떠나면 안 돼’라거나, 그 유사한 단어가 아닌, ‘두고 가면 안 돼’라고 했다.
고려로 가는 거?
잠시 예전의 기억을 떠올렸다.
‘고려로 돌아가야 한다며?’
‘말도 안 되는 오빠의 말을 믿기로 했어.’
처음 시작은 그랬다.
‘나, 고려로 따라간다고 하지 않을게.’
‘결혼해 달라고 하지도 않을게.’
‘대신, 그때까지만 우리 사귀면 안 돼?’
그 말에 ‘오늘부터 1일 하자.’라고 답했고, 연인이 되었다.
“…….”
그래도 ‘나 두고 가면 안 돼.’라는 말에 쉽게 답할 수가 없다.
“대답……은…….”
그렇게 말하며 웃는다.
눈물 자국이 남은 웃음이다.
“대답은 다음에…… 천천히 해 줘도 돼.”
그 말을 하면서 한 번 더 눈가를 닦았다.
다음에 해도 된다는 것은 태영이 대답하지 않아서, 서로 곤란해지지 않기를 바란 것이리라.
“자, 아무튼 생명 수당 이야기하다가 말았지?”
이제 과거의 감상에서 빠져나와 하던 이야기를 마저 하자는 거다.
이렇게 보면 이새봄이 더 어른 같다.
살아온 기간으로 보면, 태영의 절반도 안 되는데.
“……그래.”
“임무라고?”
“으…… 으음. 그때, 한미간 공조 임무가 있었어.”
“으응.”
“그 일로 티베트에 갔었는데, 사람이 많이 죽었어.”
“지현 언니와 함께 간?”
“맞아. 한국에서는 나까지 세 명으로 모두 살아서 돌아왔지만, 미국 측은 거의 다 죽고 단 두 사람만 살아 돌아왔어.”
“아…….”
“여하튼 국가 간의 비밀 정보도 있으니 내용은 거기까지.”
“으응, 알았어.”
“그 후, 당시에 죽은 사람들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다시 갔고, 무언가 보상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돌아오면서 가져왔지. 작업은 CIA에서 한 거야.”
“뭔가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간단히 설명해서 이해는 잘 안 되지만…… 그때 가져온 보상으로 생명 수당이라는 거지?”
“만들어 낸 생명 수당.”
“아무튼 오빠가 목숨을 건 대가?”
“추가해서 마음의 상처를 입은 대가.”
“지현 언니도?”
이제 쾌활한 말투로 돌아왔다.
“꽤 많이 가져와서, 류지현과 또 다른 요원에게도 주고, 미국 측의 요원들과 그 가족들에게도 일부를 주고, 나머지는 모두 내가.”
“에잉, 욕심쟁이.”
“그렇지?”
태영의 욕심으로 다 챙긴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말했다.
“아니, 오빠 혼자 구해 온 거지?”
“그건…… 맞아.”
“그럼 욕심이 없는 거지. 다 나누어 주었는데.”
“자 아무튼, 포털 광고는 언제부터?”
“내일부터 나올 거야. 포털 광고는 언니도 같이 참여해.”
메타버스 이용은 VR 장비를 사용하는 경우와 PC로 접속하는 것으로 구분되어 있다.
PC는 오직 레티어만 사용이 가능하다.
레티어의 온라인 판매자가 누나의 회사인 메이스타이기에 함께 광고에 참여한다.
“위니.”
[네, 마스터.]“메타버스 검색에서 메타하나가 가장 먼저 나오도록 할 방법이 있어?”
[네, 가능합니다. 광고가 나오면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어떤 검색어를 입력하더라도 메타하나가 한 줄 나오면 더욱 좋고, 레티어도 같이 연결시켜 주고.”
[네, 마스터. 그렇게 진행하겠습니다.]이런 일에는 수백 명의 직원과 수백억의 돈보다도 위니의 능력이 더욱 빛을 발한다.
퇴근 이후에 집에서 나누는 대화는 회사 업무와 연인 사이의 애정 행각이 왔다 갔다 한다.
일 이야기를 하다가 어느 대목에서 입맞춤을 하기도 하고, 또 포옹을 하다가 일로 돌아가기도 한다.
그래서 지루할 틈이 없고 신선함도 있는 것 같다.
태영과 이새봄의 금요일의 밤은 그렇게 깊어 가고 있었다.
***
밤 12시를 넘긴 시간.
“정말 갔다 오려고?”
“응.”
불금의 밤을 남의 집 지하 동굴이라고 볼 수 있는 비밀 공간을 탐사해야 한다.
거기를 다녀오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는 태영에게 이새봄이 물었다.
“그건?”
거실 소파 위에 놓은 작은 러닝 백을 가리킨다.
실제로 자동차 안에는 퇴근 전에 등산 용품점에 가서 구입한 크고 질긴 등산 배낭과 더블백 2개가 들어 있다.
“이게 있어야 쓸 만한 거 있으면 가져오지.”
“그래도 남의 것이라…….”
이새봄은 여전히, 아직도 착하기만 하다.
“내게 칼을 겨누면 어떻게 한다?”
전에 한두 번 했던 말을 다시 상기시켜 주었다.
“용서하지 않는다. 맞아.”
“그 누구든 내게 칼을 겨누는 순간, 그쪽과 나 사이에 전쟁은 시작된 거야. 이번에 그놈들은 야반도주하는 바람에 의도치 않게 홀딩 상태이지만, 전쟁에는 뭐가 따라온다?”
이런 것은 가르쳐 줄 필요가 있으니 일부러 물었다.
“전리품과 배상금.”
그렇게 말하며 웃는다.
논리적 정당성일 뿐이지만, 틀린 말은 아니니까.
“그래, 전리품을 챙겨 오기 위해 가는 거야.”
“그럼, 배상금은 나중에 다시?”
“당연하지.”
“흐음, 제대로 된 전리품이 있으면 좋겠다.”
동메이의 금고를 털어온 65억 상당의 돈이 회사 연구실의 작은 방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이새봄은 모른다.
그것도 일종의 전리품인데.
“갔다 올게.”
“다치면 안 돼.”
“그러엄.”
조금 전에 시계는 12시를 넘겼다.
***
차는 운중동 졸음 쉼터에 주차했다.
전에 동메이의 일을 처리하면서 이쪽으로 넘어올 때 봐 두었던 기억 때문이다.
졸음 쉼터에 붙어서 산이기에 바로 숲으로 연결된다.
밤이 깊었지만, 지금도 여전히 5대의 차가 주차되어 있다.
“사람이 있어?”
[3대에 사람이 있습니다.]“이 시간에 집에 가서 안 자고 왜 졸음 쉼터에서 잘까?”
[2대에 있는 사람은 잠을 자는 중입니다. 다른 1대에는 데이트 중인 남녀가 있습니다.]데이트 중이라.
“잠든 척하는 것이 좋겠지?”
[그렇습니다.]그렇게 기다리기를 10분여.
~부르릉~
시동 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잠시 후 자동차는 졸음 쉼터를 빠져나갔다.
“자, 그럼 나도 가자.”
러닝 백을 앞으로 돌려 메고, 뒷좌석으로 옮겨 둔 등산 배낭을 등에 메었다.
“예상 거리?”
[직선 7Km입니다. 건물이 적은 지역으로 돌아서 산속으로만 9Km 정도입니다.]공중 부양으로 여유 있게 가도 2분도 걸리지 않을 거리다.
그렇지만 검정색의 등산복은 속도에 따른 풍압을 견뎌 내지 못한다.
천천히 가자.
“안내해 줘.”
[네, 마스터.]밤이 깊어 간혹 지나가는 자동차 헤드라이트가 비치거나 말거나.
5월의 신록은 깊은 밤의 어둠을 더욱 어둡게 한다.
태영이 숲으로 몸을 숨기자마자 어둠과 숲이 일체가 되어 태영을 숨겨 주었다.
적당한 위치에서 나무 끝에 닿을 듯 말 듯 공중으로 몸을 띄워 올렸다.
서쪽으로 2Km, 다시 그곳에서 북동 방향으로 비스듬히 6Km.
다시 동으로 도로를 건너 북쪽으로 아파트가 보이는 지역의 숲을 따라갔다.
여기까지 5분여.
숲에 연이어 있는 많은 단독 주택 중에 우측의 집이 주용기의 집이다.
저 정도면 저택이라고 해야 할 거다.
그런데, 위니가 알려 준 280평보다 더 넓은 것 같다.
“방범 시스템은 재녹화로 하자.”
[네, 지금 재녹화 처리했습니다. 경보 장치, 신호 발생 장치 모두 상태 이상 감지할 수 없도록 처리했습니다.]회사에 그 정도 경보 시스템을 갖춰 놓았던 주용기이다.
담을 넘어 안으로 들어갔다.
족적을 남겨서 좋을 것이 없으니, 몸은 여전히 공중에 떠 있는 상태로 움직였다.
창문에는 모두 방범창이 설치되어 있어서 정원을 돌아 현관 앞으로 갔다.
현관으로 가면서 러닝 백의 주머니에 넣어 온 의료용 라텍스 장갑을 꺼내 끼었다.
[도어 록 외부 신호 송출 중단하고, 잠금 해제합니다.]도어 록이 열리면 외부로 신호가 가도록 해 두다니, 일반 사람들은 생각하지 않는 방법이다.
~비잉~ 문이 열렸습니다~ 딸깍~
도어 록이 음성으로 알려 주면서 문이 열렸다.
이곳으로 오기 전에 1층과 2층의 방들은 워처를 보내서 이미 조사를 끝냈다.
SG-7 선글라스를 통해 낮처럼 환하게 거실이 보인다.
역시 돈 많은 자들의 집은 이런 것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 줄 정도로 화려하고 비싼 가구들이 집 안을 장식하고 있다.
거실 한쪽 끝에 지하로 내려가는 통로.
일단 저기보다 먼저 갈 곳이 있다.
공중 부양으로 날아가듯 계단을 올라 주용기의 서재로 들어갔다.
“여기라고?”
[그렇습니다.]서재 책상의 오른쪽 머리 높이에 계곡이 수려하게 그려진 산수화 액자가 있다.
산수화 안에는 한자로 미동 기획이 씌어 있다.
“한자가 다르네.”
~딸깍~
액자 아래쪽을 당기자 나무로 표면을 마감한 금고.
이 금고는 잠금 장치가 없다.
그 금고 안에 비스듬히 세워져 있는 2권의 장부와 USB 메모리 15개.
USB는 나중에 확인하면 되니 모두 러닝 백에 넣었다.
다음으로 장부를 들었다.
일반적으로는 잘 사용하지 않는 형태의 장부다.
그중 하나를 꺼내자 우측 끝에 간지가 붙어 있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