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66
066. 와카마쓰 토벌(1)
다이고 료마〔醍? ?馬〕라 했던가?
성이 있는 것을 보면 왜국의 귀족 집안이라는 뜻이다.
일본의 경우에 언제부터 성씨가 쓰이기 시작했는지 태영은 모르지만, 고려의 경우에는 고려 초기까지 왕족과 고위 관료들, 그리고 패망한 삼국 시대의 고위직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성씨가 없었던 것으로 안다.
오죽하면, 고려를 건국한 태조 왕건조차도 성이 없었고, 이름으로 부르던 왕건 중에서 이름의 앞 글자를 성씨로 삼았을까?
왕건의 아버지는 용건, 할아버지는 작제건으로 모두 성이 없었지만, 왕건이 왕이 되면서 성이 필요해졌을 것이고, 그래서 이름의 앞 글자인 왕이라는 글자를 그대로 성으로 쓴 것으로 알고 있다.
고려 초에 조세 징수를 목적으로 성이 없는 사람들에게 성을 부여했지만, 여전히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는 성이 없는 사람이 절대 다수인 듯하다.
율촌과 사포에서도 성이 없는 사람이 절반을 넘어 태영이 모두 성을 만들어 주었다.
그런 상황이니, 왜국에서 성이 있다면 분명 귀족이라는 뜻이다.
대마도의 마을 몇 곳을 토벌하고 귀환하던 날, 선단 규모로 고려로 향하던 왜인들의 출발지인 치쿠젠은 후쿠오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후쿠오카는 이곳 와카마쓰에서 불과 60여 킬로밖에 안 되는 곳에 있지만, 순서상 다음번에 토벌하러 가게 될 것이다.
선수 쪽의 병사가 오른쪽으로 손짓을 하자, 그 방향에는 5백 미터 폭은 될 것 같은 강어귀가 보였다.
강이라기보다는 육지 속으로 깊숙하게 들어앉은 바다인, 만으로 보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천천히 이동하겠습니다. 대장님.”
송복기가 말하면서 기관실에 저속 명령을 보내고 있었다.
“수심에 문제는 없나?”
“네, 물이 비교적 맑은데,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습니다.”
“만이라서 그런 모양이네.”
“네,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천천히 진입하겠습니다.”
와카마쓰로 들어가는 만을 따라 올라가자 해룡호를 발견한 왜인들이 이쪽을 빤히 보고 있는 모습이 쌍안경에 잡혔다.
만에서 고기잡이를 하던 어선들에서 어부들이 해룡호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렇게만 보면 정말 평화로운 곳인데, 이들이 고려 땅으로 약탈을 와서 보이는 대로 죽이고, 겁탈을 한다.
“지금 저들은 우리가 자신들을 토벌하러 온 줄 모를 것입니다. 사포에 왜구들이 쳐들어올 때 우리가 아무것도 몰랐던 것처럼. 그러니 상륙정으로 천천히 들어가도 될 듯합니다.”
쌍안경으로 와카마쓰를 관찰하던 김웅겸이 말했다.
만 안으로 접어들자 만의 우측인 와카마쓰보다 만의 좌측에 농지와 사람이 더 많아 보였다.
바깥과 달리 만 안쪽은 파도가 없이 잔잔하고, 바람으로 인한 작은 파랑조차도 거의 없는 곳이다.
사포와 돌개몰, 그리고 달구곶과 비교하면 살기가 참으로 좋아 보였다.
그런데 약탈을 왔었다.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멀리서 봐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농토가 넓고 비옥해 보이는데. 그렇지 않나?”
“저도 그렇게 보입니다. 저놈들이 기근이 들어서 달구곶으로 약탈을 왔었다고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건 거짓말 같습니다.”
“그래, 지금 보이는 모습으로는 상상이 가지 않지?”
정말이다.
멀리 보이는 농토는 조금의 틈도 없이 초록으로 물들어 있고, 그 초록은 모두 다 사람들이 심고 가꾸어서 올가을에 수확을 바라보는 작물들이었다.
“네, 사람들도 굉장히 많습니다. 눈으로 보이는 집들만 해도 헤아리지 못할 정도로 많습니다.”
“그런데 이놈들이 약탈을 하러 왔단 말이지.”
화가 슬슬 치밀어 올랐다.
도대체 고려가 왜인들에게 얼마나 하찮게 보였으면 그렇듯 마구잡이로 약탈을 오는 것인지.
역사적으로 보면, 여몽 전쟁 이후부터 고려 말기까지는 왜구의 침입이 정말 많았던 때였다.
조선 초기에는 작정하고 왜구들을 때려잡아서 고려 말기보다는 줄어들었지만, 빈도가 줄었을 뿐, 끝없이 침략과 약탈을 해 왔고, 왜구와의 전쟁은 시대를 가리지 않을 정도로 길고 긴 세월 동안 이어져 왔다.
그렇게 약탈을 자주 당하면서도 응징을 하지 않으니 쉽게 보이는 것이고, 쉽게 보이니 다시 약탈을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었을 것이다.
이번 일, 와카마쓰를 토벌하는 일로 왜인의 침략이 뿌리 뽑히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의 왜국은 고려보다 훨씬 넓은 국토 면적을 가지고 있으니 인구도 그만큼 많지 않을까?
미국 땅은 정말 넓지만, 인구는 중국과 인도가 몇 배는 더 많으니 땅덩이의 넓이가 꼭 인구의 수와 비례하지는 않을 수도 있다.
그런 것, 저런 것을 떠나서 일단 시작한 이상 이 지역에서는 다시는 고려 땅에 발을 들일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만들어 줄 생각이다.
“대장님, 저기 좀 보십시오. 돌개몰에 왔던 것과 같은 규모의 배들입니다.”
김웅겸이 가리키는 곳을 보니 정말 돌개몰에 왔던 것과 같은 배 수십 척이 매여 있었다.
그곳은 만 안에서도 오목하게 들어간 곳이었고, 통일된 복장을 한 것으로 봐서 병사들로 보이는 무리들이 있었다.
군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리고 그들이 이제 해룡호를 본 모양인지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태영이 기억하는 일본은 대륙을 향해 침략을 한 횟수는 셀 수도 없이 많지만, 침략당한 일은 거의 없다.
중국 대륙에서 명멸해 간 국가들이 몇 번이나 일본을 침략한 적이 있는지 모르지만, 한국 땅에 있던 국가들 중에서는, 고려 시대에 대원 제국이 세계를 정복할 당시에 원나라의 요청에 의해, 여몽 연합군으로 두 번 정도 왜국 정벌을 위해 침략한 적이 있었다. 물론 실패로 끝났지만.
그 외에는 왜구들이 워낙 기승을 부리니 그들을 소탕하기 위해 출정한 적이 꽤 여러 번 있지만, 그것을 침략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래서 그런지, 바다에서 자신들을 공격해 오는 적이 있을지는 전혀 몰랐던 것 같다.
쌍안경으로 배들을 관찰하니, 돌개몰과 달구곶에 약탈을 온 병선들과 비슷하다.
한쪽으로 노가 10여 개, 양쪽으로 20개쯤 있었는데, 지금 이 병선들이 딱 그 규모다.
후쿠오카의 왜구들이 탄 배들은 노가 양쪽으로 30개쯤 되는 규모였었다.
송복기의 말에 따르면, 왜구들의 주력 병선의 규모가 노가 좌우로 30개 달린 것이라고 했다.
“병영의 규모도 크고, 병사들이 아주 많은데.”
“네, 눈대중으로 봐도 수천 명은 주둔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저기 우측은 수군이고, 좌측은 육군으로 보이지 않나?”
“네, 그렇게 보입니다. 낮은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수군과 육군이 같은 위치에 있습니다.”
“저들을 잡아야겠지?”
“네, 즉시 잡겠습니다. 일단 철궁을 사용하겠습니다.”
송나라 수군과의 전투에서 거두어들인 화살이 수만 발이다.
그걸 버리기도 아깝고 해서 화살을 소진하기 위한 방안으로 철궁을 만들었다.
태영이 이곳에 와서 만든 구식 무기였다.
철궁의 수가 불과 20개이지만, 화살 30발 정도를 통 속에 넣어서 쏘도록 만든 무기인 데다 사정거리가 3백 미터에 이른다.
사람이 들고 현을 당겨서 쏠 수는 없고, 거치대가 있고, 거치대 위에 장착되어 있어서 두 사람이 핸들을 돌려서 시위를 걸도록 되어 있다.
사람의 손으로는 절대로 시위를 당기는 것이 불가능하고, 방사형으로 퍼져서 지역에 쏟아지기에 정확도는 매우 낮지만, 화망의 구성이 가능하고, 화살이 떨어지면 돌이나 나무 같은 것을 넣고 쏘아도 되는 무기이다.
바로 지금과 같이 한 지역을 향해 두루뭉술하게 쏘아 내는데 가장 적합한 고전적인 무기이다.
“송 함장, 철궁의 사정거리까지 배를 가까이 가 줘.”
“네, 대장님. 즉시 시행하겠습니다.”
해룡호가 와카마쓰의 병영 가까이로 다가갔다.
“적진까지 거리 280미터!”
뱃전에서 쌍안경을 보면서 거리를 측정하던 병사가 고함을 질렀다.
“정선!”
갑판에 서 있던 병사가 함교를 보며 고함을 질렀다.
“화살 장착!”
김웅겸의 지시를 받은 소대장 한 명이 철궁의 사대 옆에서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조준 지역은 병영이 있는 우측 방향이다. 현 위치에서 우로 310, 위로 36!”
옆에서 쌍안경을 낀 병사 한 명이 필기를 해 가며 각도 계산한 것을 넘겨주자 철궁 사수들에게 각도 조정을 시켰다.
위치를 계산하는 방법은 나침반을 두고 360도를 기준으로 하는 방위각을 사용하는데, 불러 주는 각도를 보니 서북 방향이다.
“철궁 1대 조준 완료!”
그것을 시작으로 스무 번까지 복창이 이어졌다.
“지금부터 별도의 명이 있기 전까지, 화살이 장착되면 즉시즉시 발사한다. 1대부터 발사!”
큰 소리로 명령이 하달되었다.
“1대 발사!”
가장 앞쪽에서 복명을 함과 동시에 철궁이 발사되었다.
쐐액~텅~쐐쐐쐐액~
철궁의 오금이 튕기면서 화살이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곧 하늘을 새까맣게 물들였다.
철궁 한 대에서 화살 30발은 장착했으니 20대의 철궁이면 복명의 시간차를 두고 6백 발의 화살이 날아가는 셈이다.
태영이 선수 쪽을 바라보자 다이고 료마의 시선이 병영으로 향했다가 고개가 들려졌다.
우어어어~
그리고 비명 같지만 음울한 목소리가 입 밖으로 크게 새어 나왔다.
저놈들이 고려 땅의 양민들에게는 무자비하게 칼질을 하더니, 제가 살던 곳의 병영에 새까맣게 화살이 날아가자 비통한 모양이었다.
저놈들을 심문하지는 않았다.
심문해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이 꽤 많이 있었겠지만, 쓸어버릴 생각으로 왔으니 그럴 필요가 없다 생각했는데, 막상 눈앞에 펼쳐진 와카마쓰를 보니 사전에 충분히 조사하고 오는 것도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들었다.
쇄액. 텅~
쇄애액. 텅~
소리가 날 때마다 철궁에서 화살이 날아올랐고, 바람조차 잠잠한 대기를 뚫고 왜군의 병영으로 자욱해 보일 정도로 날아갔다.
불과 5분여에 지나지 않은 시간이지만, 수천 발의 화살이 왜군의 병영으로 날아갔고, 그곳의 비명이 해룡호에까지 들리지는 않았지만, 많은 왜군들이 쓰러지는 모습은 쌍안경을 통해서 눈앞에 보였다.
“상륙 준비!”
김웅겸이 갑판에 선 병사들에게 명령했다.
“상륙 준비!”
명령을 받은 병사가 소리치며 상륙용 전마선을 움직이는 크레인 앞으로 이동했다. 그러고는 상륙정을 내리기 시작했다.
“중기관총 부대는 엄호 사격 준비하라!”
“중기관총 부대 엄호 사격 준비!”
김웅겸에 고함 소리에 철궁에 화살을 쏘아 대던 병력들이 복창 소리와 함께 빠르게 움직이며 중기관총의 위치로 이동했다.
이곳 사포와 율촌의 병사들을 훈련시킬 때, 반드시 복창하도록 해 왔기 때문에 이제는 아주 습관이 잘 들어 있었다.
태영은 함교의 지붕 위에 나와 있는 세 개의 총구를 보았다.
저격병들이 병영을 살펴보면서 지휘관으로 보이는 적들을 저격할 것이다.
“자, 우리도 가 볼까?”
“넵. 대장님.”
정하연을 비롯한 비서실 직원들이 총을 고쳐 잡으며 갑판으로 내려갔다.
“조심해. 다치지 말고.”
정하연이 태영을 돌아보며 엄지를 살짝 세우고는 바로 갑판으로 뛰다시피 내려갔다.
탕~
그때, 한 발의 총성이 울렸다.
고개를 돌려 보니 함교의 지붕에서 저격병 한 명이 손을 올리면서 소리쳤다.
“지휘관인 듯한 놈을 잡았습니다. 병영의 병사들을 지휘하고 있었는데, 한쪽 어깨를 쏘아서 죽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잘했어. 계속 주시하고 지휘관으로 보이는 자들은 행동 불능 상태로 만들고, 활을 드는 놈이 있으면 모두 사살하도록!”
“넵, 알겠습니다!”
상륙정에는 방패를 등에 멘 병사들이 빠르게 탑승하고 있었고, 탑승이 완료된 상륙정은 병사들이 방패를 앞세우며 해안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중기관총의 뒤에 서 있는 사수들은 명령만 내리면 초토화시키겠다는 자세로 해안 방향을 겨냥한 채 대기하고 있는 모습이 자못 비장해 보인다.
수천 명으로 보이는 군인들이 주둔하는 진으로 보였으니 아무리 철궁으로 적진을 쓸어서 기선을 제압했다고 해도 병사들의 얼굴엔 비장함이 흘렀다.
칼.
백병전이 벌어지면 매우 유용한 무기이고, 이 시대의 주력 무기이지만, 총 앞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는 물건이다.
타당~ 탕~
총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탕~ 타다다다다다다당~
앞서가던 상륙정과 이미 해안에 도착한 병사들이 쏘는 총소리가 연속으로 들려왔다.
태영이 탄 배는 아직 해안을 향해 이동 중이지만, 먼저 상륙한 병사들은 칼을 들고 움직이는 왜구에게 총을 발사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사포의 병사들이 죽거나 다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이기에 토벌 초반에는 경고 없이 왜구를 사살하라고 지시했다.
와카마쓰의 왜구들이 사포에 약탈을 온 것은 아니지만, 율촌과 사포에서 왜구에게 죽은 사람들이 워낙 많았기에 왜인과 왜구에 대한 적개심은 이루 말할 수가 없으니, 칼만 들고 있으면 모조리 사살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저들은 총을 모르니, 총을 들고 경고를 한들 아무 소용이 없기도 했다.
“모두 무기를 버려라! 무기를 드는 놈은 모두 죽는다!”
태영이 병선이 매어져 있는 곳에서 병선 안을 확인하고 있는 병사들을 바라보고 있는데, 누군가가 왜어로 고함을 질렀다.
조금이라도 공격 의사가 있어 보이면 경고 없이 모두 사살하라고 했는데, 무기를 버리라는 말을 하는 걸 보니 공격은 하지 않고, 무기만 손에 들고 있었던 모양이다.
“모두 배에서 내려라!”
“반항하는 자는 죽는다. 모두 무기를 버려라!”
병선에서 왜구들이 손을 들고 몇 명씩 눈치를 보며 나왔는데, 참으로 신기한 모습이었다.
저놈들은 왜 바지를 입지 않는 것일까?
팬티와는 조금 다르긴 하지만, 거의 팬티만 입고 있는 수준이었다.
태영은 진지에 매어져 있는 병선을 수색해 적들을 배에서 끌어내리는 모습을 보면서, 병영의 앞쪽 연병장으로 들어섰다.
비릿한 혈향이 훅 덮쳐 왔고, 곳곳에 죽어 넘어져 있는 왜구들의 시신 아래에는 피가 흥건하게 흘러내려서 땅을 적시고 있었다.
해룡호에서 철궁으로 쏘아진 화살에 맞은 왜구들은 즉사하지 않았기에 몸을 꿈틀거리며 피하고 있는 모습도 보였고, 그런 상황에서도 칼을 손에서 놓지 않은 왜구들은 사포 병사들의 칼에 목이 날아가고 있었다.
작전 지시는 이미 해룡호 안에서 다 이루어졌다.
병선 수색조, 병영 수색조로 나누고, 나눈 각 조에서 전방 수색, 좌우 경계, 후방 경계 등으로 인원을 나누어서 진형을 잡았는데, 그 모습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토벌 작전을 진행하기 위한 몇 가지 진형은 사포에서 몸에 익을 때까지 연습했기에 흐트러짐 없이 움직이는 모습이 태영의 눈에 보였다.
주둔지가 크고, 주둔한 병사의 수가 많은 탓인지 연병장의 크기도 대단히 컸다.
그 넓은 연병장에는 벌써 쓰러져 죽은 왜구들이 즐비했고, 곳곳에 펼쳐져 있는 막사 안에서 여전히 왜구들은 칼을 든 채 나오고 있었다.
외부 세력이 주둔지를 공격할 일은 없었던지, 바다를 통해 외부에서 오는 것에 대한 방어 체계는 전혀 없는 구조인데 반해, 육지를 통해 주둔지로 들어오는 곳은 높은 망루가 설치되어 있었다.
탕~
“x$%^”
누군가가 망루에서 아래로 활을 쏘려고 하던 왜구를 쏘아서 총을 맞은 왜구가 망루 아래로 털썩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철퍼덕~
사람의 몸이 높은 곳에서 떨어져 흙바닥에 부딪치는 소리는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망루 높이가 족히 40미터는 넘어 보이는데, 저기서 떨어지면 시신이 온전한 모습일 수가 없다.
시신의 주위로 검붉은 피가 흥건하게 배여 나왔지만, 이미 많은 왜구들이 죽으면서 화약 냄새와 혈향이 섞여서 코의 감각을 마비시킨 상태였기에 코에는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
사포의 병사들은 총소리에 면역이 되어 있지만, 총소리를 처음 듣는 왜구들은 사포의 병사들이 쏘아 대는 총소리에 거의 정신을 못 차리는 것 같았다.
총에 맞아 사망하는 왜구들보다는 총소리에 놀라서 벌벌 떠는 모습이 더 많이 보였다.
“항복하는 자는 머리 위에 두 손을 올리고 나와라!”
병사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수천 명이 주둔한 주둔지 치고는 빠르게 정리되었다.
토벌대가 상륙하기도 전에 철궁에서 쏘아진 화살에 이미 수많은 왜구들이 사살 당했고, 토벌대가 상륙하면서 눈앞에 보이는 대로 총으로 사살했기에 겁을 집어먹은 것도 있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30여 분이 지나자 총소리는 잦아들었다.
간헐적으로 울리는 총소리가 있었지만, 천천히 총소리에서 고함 소리로 바뀌어 가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