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660
306. 지하 공간의 비밀(2)
“사람 이름?”
적당한 위치의 간지를 잡고 넘기자 그 페이지의 가장 위에 사람 이름이 씌어 있다.
[박영길, 야당 국회의원입니다.]이름 아래쪽에 날짜와 금액, 그리고 장소.
그리고 이유를 기록해 두었다.
그것이 세 페이지를 넘어간다.
“뇌물 장부 같기도 하고. 이게 재미있네.”
공백이 몇 페이지 계속되고 더 넘기자 다른 이름이 보였다.
[박준호 여당 국회의원입니다.]역시 아래쪽에 비슷한 유형으로 기록된 것이 보인다.
[여당 국회의원입니다.] [야당 국회의원입니다.]종이를 넘겨서 이름이 보일 때마다 위니가 알려 주었다.
“이건 비읍으로 시작하는 것 같다.”
장부를 덮고 표지를 보니 ‘마바’라고 써 두었다.
다른 장부에는 ‘자차카’가 씌어 있다.
“김씨가 가장 많을 텐데, 김씨 장부가 없네.”
[지하 캐비닛 안에 있습니다.]“그럼 이건 지뢰?”
[맞습니다.]압수 수색이라도 나오면 들키라고 둔 것이 맞을 것 같다.
여기에 남겨 둔 장부가 그런 용도의 지뢰라면 아주 효과가 좋을 것이다.
이것을 밟은 자들은 모조리 발목이 날아간다.
물론 경찰이 제대로 수사한다는 전제하에.
장부 자체도 폰이나 PC에 기록해 두지 않고, 수기로 작성해 두었다.
아주 고전적인 수법이다.
컴퓨터로 파일에 기록한 것과 달리 수기 작성한 것은 흔적을 남기지 않고는 고쳐 쓰지 못한다.
수정하면 반드시 자국이 남는다.
자국을 남기지 않으려면 장부를 다시 써야 하는데, 그때는 시간의 흔적을 남길 수가 없다.
계속되는 이름들은 여, 야의 구분은 없고 사이사이에 고위 정치인들 이름도 있었다.
나머지 장부의 사람들이 어떻게 하기를 바라는 것일까?
“지하로 가자.”
장부를 러닝 백에 밀어 넣고 남겨진 USB가 없는지 다시 확인했다.
그리고 서재를 벗어나 거실로 내려왔다.
지하로 연결되는 통로.
완만한 경사의 계단을 따라 지하로 내려가자, 주차장으로 통하는 문을 포함 3개의 문이 있다.
[중앙이 골프 연습장입니다.]“음.”
대체 돈이 얼마나 많으면 집 안에 스크린 골프 연습장을 만들 생각을 할까?
아무런 제재 없이 문이 열린다.
하긴 주차장이라면 몰라도, 골프 연습장은 집 안쪽인데, 특별히 잠금 장치가 붙어 있을 리가.
연습장의 스크린 뒤쪽으로 들어갔다.
각종 물건들을 얹어 놓는 장.
그 뒤쪽이 비밀 공간이다.
[잠금 해제했습니다. 옆으로 밀어 주십시오.]장을 밀자 슬라이드처럼 한쪽으로 밀려가며 비밀 공간이 나타났다.
“이거 너무 쉬운데?”
동관이나 북경의 그 비밀 공간에 비하면 이건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그만큼 중국 땅이 위험하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범죄자가 무언가를 감추는 방법으로는 너무 허술하지 않나?
“동관의 거기와 비교하면.”
[그렇습니다.]그렇다고 해도 이런 장소는 압수 수색을 받더라도 쉽게 발견되지 않을 것이다.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발견이 거의 불가능한 곳이다.
“습기 없고, 냄새도 없고.”
사람의 출입이 거의 없는 지하 공간이라 습기로 눅눅하고 냄새도 날 것이라 생각했지만, 전혀 아니다.
[공조 시설이 골프 연습장과 같이 동작합니다.]위니도 별 이상한 점이 없으니 알리지 않은 듯하다.
10평은 될 정도의 제법 큰 공간의 한쪽에 캐비닛 2개와 금고 3개.
작은 탁자와 간이 의자 2개도 준비되어 있다.
탁자 위에 등산 배낭을 내려놓고, 그 안에 담아 온 더블백도 꺼내 두었다.
캐비닛의 기계식 잠금 장치는 쉽게 해제되었다.
“뭘까?”
캐비닛 선반 위에 세워져 있는 장부 4권은
서재에 있던 것과 동일하다.
하나를 꺼내 표지를 보자 ‘가’라고 씌어 있다.
나머지 장부 ‘나다라’, ‘사아’, ‘타파하’이다.
서재에 잠금 장치도 없이 숨겨진 것처럼 있던 것은 지뢰이고, 이것은 구명줄?
“재미있네.”
염기선이 남긴 USB나 농장에서 수거해 온 USB는 모두 야제가 남긴 것들이다.
하지만 그 야제가 남긴 것과는 차이가 있다.
야제가 남긴 것은 대부분 몰래 카메라로 촬영한 외도나 불륜 동영상이다.
거기에 반해, 이쪽은 뇌물과 금품 제공이 주를 이룬다.
이 장부들 가져가서 류지현에게 선물로 줄까?
준다고 해도 수사가 가능하려나?
국회의원들은 죄를 짓고도 수사가 시작되면 늘 비슷한 논조로 항변한다.
그리고 수사는 늘 지지부진하다.
권력이 좋기는 한가 봐.
“이거도 가져가기로 하고, 금고를 열어 보자.”
캐비닛에는 예상외로 별것이 없다.
골드바, 현금, 채권, 그리고 USB.
금고 안에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그 정도다.
여태 이상한 짓을 하는 자들의 비밀 공간에 있는 금고를 열어 본 결과는 대부분이 그랬다.
[열었습니다.]~딸깍~
위니가 디지털 키를 열었고 손으로 레버를 누르자, 금고문이 열렸다.
“예상을 빗나가지 않네.”
사임당이 웃고 있는 현금 뭉치다.
그럼 다음 금고에는 달러나 골드바가 아닐까?
금고의 내부 높이는 1.4미터.
그곳에 절반이 넘는 높이로 쌓여 있다.
“일단 넣자.”
등산 배낭에 넣어 온 더블백을 하나 꺼내서 거기에 모조리 쓸어 담았다.
[72억입니다.]이 많은 돈을 전리품으로 가져갈 수 있어서 좋기는 하다.
그런데 개인이 현금을 이렇게 많이 소지할 수 있다니.
이런 놈들 때문에 5만권 현금이 시중에 씨가 마르나 보다.
마지막에 2개는 호주머니에 넣었다.
“2번째 금고.”
2번째 금고에는?
“역시.”
골드바가 들어 있다.
[박스 1개에 UBS 골드바 1Kg이 30개가 들어 있고 55박스입니다.]UBS는 스위스의 글로벌 금융 회사다.
“국산은 없네.”
[네.]“55박스이면 1,650개.”
[그중에 한 박스는 10개 들어 있습니다.]그럼 1,630개다.
“1.6톤이면 등산 배낭이 찢어지지 않을까?”
들고 가는 것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무게는 걸림돌이 되지 않으니까.
[배낭에 사용된 재질로 견딜 수는 있습니다만, 염력으로 무게를 조정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크기는?”
[모두 들어가도 여유 공간이 남을 것입니다.]위니의 말을 듣고 일단 꺼내 차근차근 정리해서 집어넣었다.
이런 것은 정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다 넣지 못한다.
“이제 남은 것?”
[위에 M.2를 사용한 포터블 SSD 25개가 있습니다.]“M.2가 맞아?”
[맞습니다.]M.2 SSD 외장 디스크는 USB보다 월등히 빠른 속도에 용량도 크다.
그러나 중국에서 사면 마이크로 SD를 집어넣은 가짜가 온다고 인터넷에 도배되어 있다.
뚜껑을 열어 보니 신용 카드 절반 정도 크기에 두께가 1센티미터는 될 것 같은 사각형 기기가 보인다.
케이스에 필름 스티커를 붙이고 6자리로 알파벳과 숫자를 써 둔 것이 보인다.
안에 뭐가 들었는지는 나중에 확인하기로 하고, 상자 뚜껑을 닫아서 그대로 러닝 백에 집어넣었다.
“3번째.”
이번이 마지막이다.
금고를 열자, 위 칸에는 작은 박스 3개가 놓여 있고, 금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아래 칸에는 달러가 빽빽하게 쌓여 있다.
“대충 얼마나 될 것 같아?”
[1,800만 달러입니다.]“200억? 무지 큰돈인데?”
[윗부분 일부가 비었고 정돈이 흐트러진 모습을 보니, 여기서도 몇 개를 가져간 듯합니다.]5만 원권이 들어 있던 금고에서도 윗부분이 흐트러져 있었다.
출국 시에 문제되지 않을 만큼 챙긴 것인가?
신고 없이 가지고 나갈 수 있는 돈이 1만 불 이하일 텐데 1뭉치에 1만 불이다.
일단, 그런 것은 신경 쓸 필요 없고.
“이 박스나 열어 보자.”
달러가 든 곳과 구분된 상단에 있는 3개의 작은 박스 중에 1개를 꺼냈다.
“여긴 USB네.”
첫 번째 박스의 뚜껑을 열자 안에는 20개의 USB가 작은 박스에 들어 있다.
모든 USB에는 빠짐없이 영문자와 숫자가 조합된 번호가 붙어 있다.
[그건 데이터 USB가 아닙니다.]“아니라고? 그럼?”
[레티어에 연결해 보십시오.]“그래, 잠시만.”
러닝 백을 열고 레티어를 연결했다.
[콜드월렛입니다.]연결하자마자 위니가 말했다.
“그게 뭐야?”
[블록체인 기술에 의한 암호 화폐를 오프라인으로 보관하는 전자 지갑입니다.]“아하.”
암호 화폐에 대한 지식은 전혀 없다.
입대 전에는 가난했기에 그런 데에 투자할 수 있는 그 무엇이 없어서 관심을 갖지 않았다.
전역 후에는 그런 것에 투자하지 않아도 되었으니까.
그러니 그런 것을 공부할 필요가 없었다.
“금액이 얼마나 돼?”
[레티어에 연결된 그 USB에 들어 있는 돈은 현재 가치 기준으로 580만 달러 전후입니다.]“70억?”
[그렇습니다.]“듣기론 가치 변동이 심하다고 했던 것 같은데.”
[맞습니다. 변동성이 아주 심한 편입니다.]태영이 암호 화폐 지식이 아무리 없기로서니 가치가 자주 달라진다는 정도는 들었다.
입대 전이지만, 학교 친구 중에 ‘한강 가즈아.’라며 한탄하는 것을 본 적도 있다.
“여기 있는 USB가 20개나 되는데.”
[금액이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서로 다른 암호 화폐일 수도 있습니다.]일단 USB를 빼내고 보니, 아주 작은 필름 스티커가 붙고, 거기에는 3자리 숫자가 새겨져 있다.
이 USB 하나에 대략 70억인데, 그게 20개다.
물론 비어 있는 것도 있을 것이다.
옆의 박스를 열어 보니, 크기는 스마트폰과 비슷하고 더 두꺼운 독특한 물건 12개가 쌓여 있다.
[그것은 에어갭 월렛입니다.]“에어갭 월렛? 그건 또 뭐야?”
[콜드월렛과 유사하지만 보안성이 더 강화된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이건 또 뭐야?
대체 이런 것들이 왜 있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별장으로 옮겨 달라는 이유가 이런 것들 때문일 수도 있겠지?”
[그렇습니다. 숫자가 많으니 공항에서 발생할 수 있는 어떤 문제들을 야기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두고 간 것으로 추정됩니다.]주용기의 집을 압수 수색하더라도, 아들의 집은 압수 수색 대상이 안 될 것이다.
소유자가 다르니까.
“위니가 옮길 수 있지?”
[레티어에 연결하면 즉시 인출 가능합니다.]굿.
이런 것은 정말 좋다.
그 옆에 있는 가장 작은 박스를 열었다.
“여기도 USB?”
[확인해 보시겠습니까?]레티어에 꽂아 보겠느냐 하는 거다.
“나중에.”
러닝 백에 금고의 작은 상자를 넣고, 더블백에 달러를 넣었다.
그렇게 큰 더블백에 겨우 다 들어간다.
비밀 금고에 추적이 불가능한 돈을 숨기면, 고액권 달러, 고액권 원화, 그리고 골드바.
이 공식은 틀림없는데, 여기서는 암호 화폐가 추가로 있다.
이것들이 전리품이라고 생각하니 훔쳐 간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집주인 주용기에게 조금의 미안함이 없기도 하고.
차에 위치 발신기를 붙여 추적하고, 불법으로 총기를 다량으로 소유한 회사의 사주.
화재가 나서 그 모든 것들이 발각될 상황이 되자 새벽 첫 비행기로 해외로 도주한 인물이다.
“잠깐, 저기 좀 이상한데?”
혹시 이상한 것이 있는지 비밀 공간을 둘러보다가 벽면의 일부가 조금 다른 것을 발견했다.
[네, 마감 처리가 다릅니다.]위니가 지적한 것.
지하 공간을 만들 때, 블록으로 쌓고 마감을 했으면 동일하게 평평해야 하는데, 약간의 층이 있다.
마감 처리 후에 덧칠한 것 같은 모습이다.
~쿵쿵~
그곳으로 가서 주먹으로 툭툭 치자 안쪽이 비어 있는 소리가 들렸다.
다른 부위도 두드렸다.
그쪽은 꽉 차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소리가 났다.
비어 있다 생각되는 곳을 다리 두드려 보았다.
미세한 차이이지만, 분명히 이 뒤쪽은 비어 있다.
“안을 봤으면 좋겠는데.”
“그렇겠지.”
[클라미를 이용해 환기 통로를 통해 파고들면 흔적을 남기지 않고 가능합니다.]“시간이 얼마나 걸려?”
[1분 50초입니다.]“좋아, 부르자.”
그사이, 캐비닛에 있는 것들 중에 빠트린 것이 없는지 살폈지만 잘 챙겨 넣은 것 같다.
[도착했습니다.]“진입. 영상 보내 주고.”
[네, 마스터.]클라미가 환기통 안에서 벽 뒤의 빈 공간으로 들어가는데 시간은 별로 걸리지 않았다.
“유골?”
클라미가 보내온 영상이다.
그것은 완벽하게 부패되어 하얗게 드러난 사람의 뼈다.
대부분 흙 속에 묻혀 있고 일부만 드러나 있지만 틀림없이 사람의 유골이다.
[그렇습니다. 사망한 지 2년 이상 지난 것으로 추정됩니다. 남자 2명, 여자 1명으로 모두 성인입니다.]일부 부위만 흙 밖으로 노출되어 있는데, 남녀 구분이 가능한 건가?
“사람을 죽여서 여기 그냥 묻어서 흔적을 없애 버린 거네.”
시신을 깔고 잘 수 있는 강심장을 가진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아무리 지하 공간이라고 해도, 그리고 백골이 되었다고 해도 사람의 시신인데.
“이건 류지현에게 알려 줘야 할 것 같다.”
마침 며칠 후에 만남이 예정되어 있다.
그런데, 어떻게 전달하지?
그보다는 어떻게 알았다고 하지?
그게 문제다.
“위니 클라미가 들어간 공간, 잘 마무리 후에 귀환.”
[네, 알겠습니다.]“사무실에 있던 클라미인가?”
[그렇습니다.]“소독 처리 잘 하고.”
[네, 마스터.]배낭을 들어 올리자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진다.
“어, 뜯어질 것 같다.”
[염력으로 무게를 낮춰야 합니다.]그냥 염력으로 들고 움직이는 것이 나을 것 같다.
더블백 한 개를 배낭의 멜빵 사이에 집어넣고 바짝 조여서 한 개의 짐으로 만든 후, 더블백 하나는 들고, 배낭은 염력으로 들어 올렸다.
“자, 가 보자구.”
거실을 지나가며 미리 빼서 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5만 원권 묶음 2개를 소파 위에 던졌다.
[경비 시스템 모두 정상 가동시켰습니다.]담을 넘어갈 때 위니의 음성을 들으며 숲속으로 몸을 숨겼다.
집이 숲에 연해 있는 것이 마음에 든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