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661
307. 약 주신대요(1)
“일찍 왔네?”
집으로 들어서자 이새봄이 거실 소파에 앉았다가 반긴다.
“응? 왜 안 자고?”
“걱정되어서.”
그렇게 말하며 태영을 포옹한다.
“자, 선물.”
태영은 등에 메고 온 러닝 백을 내려 그 안에서 상자를 꺼내 내밀었다.
“뭔데?”
“전리품. 그중에 하나.”
“이크, 무겁네.”
이새봄이 가벼운 줄 알고 받으려 하다가 다시 고쳐 잡았다.
30Kg이 넘는데 무겁지.
소파로 가서 앉으며 거실 탁자에 내려놓고 뚜껑을 열었다.
“골드바?”
놀라서 톤이 올라간다.
“30개.”
“와, 처음 봐. 이런 거.”
하긴 보통의 서민들이 이런 것을 볼 일이 있을까?
태영이나 이새봄의 집도 다른 여느 집들과 다르지 않았다.
그러니 동관에서 본 그 골드바가 아니었다면 태영도 처음 봤을 것이다.
“많아?”
“많아.”
“……흐으…… 이런 전리품이라니…….”
전리품이라는 단어에 안심하는 것 같다는 것은 혼자만의 착각일까?
신기한 것을 보듯 한 개 한 개 꺼내서 테이블 위에 펼쳐 놓았다.
“이 빛 봐, 멋지다.”
“필요하면 말해. 얼마든지 줄 테니까.”
“이거 들고 팔러 가면 신고당하지 않을까?”
“그럴 수도.”
조셉이 생각났다.
동관에서 들고 온 그 골드바를 현금화해서 가져왔으니.
올리비아도 잘 있겠지?
한국어는 열심히 배우고 있으려나?
“이거 1개에 얼마나 하는 거야?”
“1억 좀 안 될 거야.”
금 시세도 자주 변한다.
지금 기준으로 1Kg은 1억이다.
“와, 세상에. 그럼 이거 팔면 거의 30억이라는 말인데…….”
연신 감탄을 하면서 박스 안으로 다시 챙겨 넣는다.
주머니에서 콜드월렛 1개를 꺼내서 골드바 박스 뚜껑 위에 올려 주었다.
“이건?”
“콜드월렛이라고 알아?”
“……아니…… 단어의 뜻으로는 냉 지갑? 그런데, 그게 뭐 하는 건데?”
“암호 화폐는 모르는구나.”
“그럼 이게 암호 화폐?”
“맞아. 그런데 나도 잘 모르니까, 설명은 위니에게 들어.”
“이것도 공부해야 하네.”
580만 달러나 되는데.
이것도 매각하고 인출하면 금융 정보 분석원으로 넘어가나?
그나저나 김근배의 지하 금고에서는 뭐가 나오려나?
***
[빌런이 돌아왔습니다. 새봄 님에게도 연결합니다.]일요일 오후.
잠실 한강 공원을 정답게 산책 중인데 위니가 알려왔다.
“빌런이 돌아왔다는데.”
“응, 나도 들었어.”
“차는 뺐어?”
[아닙니다. 그대로 두고 집으로 갔는데, 문을 열기 위해 갖가지 방법을 다 쓰고 있습니다.]“영상으로 볼래?”
“영상으로?”
“레티어로 받을 수 있거든.”
“아, 보자.”
[지금 전송합니다.]레티어를 꺼내서 터치 온 하자 기본 스크린 7인치 화면이 펼쳐졌다.
화면을 조금만 키웠다.
문 앞에서 이것저것 해 보고 있는 그 빌런의 모습이 보인다.
“소리는 이페어로 들릴 거야.”
“응, 이페어 이거 정말 좋은 거 같아.”
빌런의 고함 소리가 들려왔고, 문을 차는 모습도 보인다.
저 정도 쿵쿵거리면 윗집이나 아랫집에서 달려오지 않으려나?
“저지른 몇 배로 돌려받게 해 줘야지.”
빌런 짓을 해도 아무 곳에서나 하면 안 된다.
하필 태영이 사는 아파트에 같이 살면서 그따위 짓을 하다니.
장소 선택이 잘못된 거다.
진상 짓을 하는 사람은 자신이 진상인 줄을 모른다.
그런 자들은 그것이 자신의 권리라고 생각한다.
고생을 해도 정신 못 차릴 것이다.
몇 곳에 전화를 하고, 건전지 방전을 자기가 어찌 아느냐고 상대에게 소리 질렀다.
제 스트레스를 왜 남에게 푸는데?
20분 내로 오겠다는 답을 확인하는 것으로 전화는 끊겼다.
“방전 아닌데…….”
그거 해결하려면 문을 떼어 내야 한다.
***
“레티어 반응은 어때?”
월요일 아침 회의를 마치고 메이스타로 갔다.
“아직은 좀 미미해.”
“주문이 없어?”
“있지, 30대 정도.”
빙긋이 웃으며 대답하는 것이 기대치 이상인 것 같다.
“아니, 그게 미미한 거야?”
“그 정도 광고비를 발랐으니 아무리 초기라고 해도 하루에 1천 대는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지.”
“오늘 첫날에 이제 10시 조금 넘었는데 기다려 봐.”
“나도 그러려고. 한 달 정도 지나면 대략 기준이 나오지 않을까 해.”
“그렇지.”
“연간 PC 수요는 얼마나 될까?”
“조사 안 했어?”
“대략 조사는 했는데, 노트북 기준으로 보면 전 세계에서 팔리는 숫자가 하루에 60만대는 되지?”
역시 조사는 했다.
그 정도 판매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니까.
“많이 나가지?”
“사실 상상도 해 보지 못한 숫자야.”
“오프라인 매장이 없으니 점유율은 한계가 있을 거야. 그래도 여태 없었던 제품에다가 가성비도 좋으니 늘어나지 않을까?”
“음, 그래. 그리고 오프라인 매장을 갖추려면 노력이 많이 들겠지? 직원도 엄청 늘려야 하고?”
“그렇지?”
오프라인 매장 생각은 했을 거다.
누나의 사회 경험이 많지 않으니, 그 모든 것을 처리할 역량을 갖추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 그 일을 처리할 엄두가 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노트북 기준으로 라노비가 제일 많이 팔리고, HSP가 다음을 차지하고 있는 것 같은데, 정말 많이 팔리는 것 같아.”
누나의 눈이 형형하게 빛난다.
“욕심은 내 봐.”
“우리가 노트북 시장의 10% 정도 차지하면?”
“연매출 35조.”
“헉.”
“크지?”
“그 시장 절반을 뚫으면 대체 얼마야?”
“177조.”
“으으윽, 나 기절하고 싶어.”
누나의 오버 액션은 기쁨의 표현이다.
전 세계의 연간 PC 수요는 3억 대 이상이다.
그중에 노트북이 70% 이상이니 2억 대를 넘긴다.
과연 전 세계 노트북 시장을 어느 정도까지 점유할 수 있을까?
“아마, 어느 정도 소문이 나기 시작하면, 총판 하겠다고 몰려오는 사람들이 많을 거야.”
“오프라인?”
“꼭 그렇게 구분하기보다는 자국 총판 하자는 곳이나, 글로벌 마케팅 하는 쪽에서 찾아올 거야.”
“해외 배송 약정은 했고, 전자 상거래 간이 수출 관련 처리도 다 했으니 해외 배송이 되는데 오프라인이 꼭 필요할까?”
“배송 기간을 못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을 거야. 그리고 AS는 로컬을 선호하니까.”
“AS 할 일이 없다면서?”
“할 일은 없지. 그렇기는 해도 사용자는 로컬에 AS 센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할 거야. 일종의 심리적 안정? 그런 거.”
“난, 온라인만 한다는 전제하에, 그 사람들을 네가 만나면 어때?”
“그래?”
“처음에 앳윌 시리즈 시작할 때 생각해 보면, 내가 감당이 안 될 것 같아.”
“어쩔 수 없지.”
감당이 안 될 것 같다는 누나의 생각은 틀리지 않을 거다.
경호팀이나 경비팀이 커버하겠지만, 생각보다 막무가내인 인간들이 많다.
그러니 어느 정도는 태영이 해결할 수밖에.
로컬 오프라인 판권을 주고 AS를 함께하도록 하면 될 것이다.
“야, 근데, 리얼판타즈 메타하나 광고 말이야.”
“응.”
“멋지더라. 내가 직접 로그인해서 들어가 봤지만, 영상 처리가 너무 멋진 것 같아.”
“그쪽은 이제 시작인데, 메타버스 장비 세트를 이용하지 않고 PC에서 하고자 하면, 레티어에서만 플레이되니까, 그 수요도 있을 거야.”
“메타버스 장비 세트 판매자는 리판, 우리는 플랫폼만 빌려 주면 되는 거지?”
“그래, 그쪽은 중계 수수료만 챙겨.”
“하긴, 거긴 매출이 없으니…….”
“맞아. 음, 반도체는 어때?”
“아, 그쪽은 내가 전혀 알 수 없는 부분이라서 숫자 빼고는 모두 맡겨서, 그건 불러서 물어보자.”
폰을 들어 한 사람과 통화를 했다.
“이은택 상무 오시라고 했어.”
~똑똑~
잠시 후,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이은택이 들어섰다.
“안녕하십니까?”
목소리가 밝다.
“바쁜데 불러서 미안합니다. 반도체 궁금해해서요.”
누나는 그러면서 태영을 가리켰다.
“아, 네. 구매를 누른 것은 조금 전에 제가 오기 전까지 금액으로 2천만 원 정도입니다. 아직 구매를 누르지는 않았지만, 유입이 엄청납니다.”
“그래요?”
위니를 시켜서 손을 좀 대게 했는데, 그게 효과를 보이는가 보다.
“제가 자리에서 일어설 때, 동시 접속자가 50만 명을 넘어서서, 서버 다운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는데, 또 서버는 팽팽 돌아가더군요.”
“직접 만든 서버…….”
누나는 그러면서 또 태영을 가리켰다.
“아, 그렇습니까? 서버가 동접자의 검색과 트래픽을 충분히 커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10시 조금 넘었는데, 이 정도 유입이면 기대를 아득히 넘어서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지나면 미국 쪽에서 인지하고 연락이 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국은…… 잘 모르겠지만, 잘 아실 테니.”
“미·중간 반도체 전쟁이 점입가경이니 그러겠지요. 사장님이 정한 기준에 맞추어서 하고 있고, 대응 전략도 잘 수립해 두었습니다.”
“알겠습니다. 믿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궁금한데요.”
“네.”
“기존 제품의 가격 대비 30%나 싸게 공급하면 남는 것이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어서요. 거기다 동일 기능이거나, 유사 칩들보다 뛰어난 스펙인데…·.”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윤은 충분하니까.”
“알겠습니다. 그동안에 중국산 짜가 때문에 팔아 놓고도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짜가?”
“그 왜 다른 칩에 마스킹만 해서 공급한다거나, 칩 스펙이 도큐먼트 상의 스펙과 달라서 기판을 모두 만든 후에 동작이 안 되는 문제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작은 전자 장비는 단가가 낮지만, 양산 수량이 많기에 부품에 불량이 생기면 문제가 크다.
전체를 버려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또, 제어 시스템 등에 들어가는 대형의 보드는 보드당 원가만 수백만 원에 달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칩이 불량이 나면 보드 전체를 버려야 할 수도 있다.
“그런 문제가 많았나요?”
“말도 못합니다. 그 전에 2만 원 하던 칩이 품귀 현상이 생기니 유통사에서 일부를 쥐고 100만 원을 요구한다거나, 그나마도 그중에 일부의 칩은 이미테이션인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정말 많은 회사에서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우리 몰에서 나가는 것은 그런 문제가 없을 것이니 염려 안 해도 됩니다.”
“네, 잘 알겠습니다.”
그 이야기 외에도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누나에게 참고 형식으로 툭툭 던졌지만, 누나는 요령껏 잘 알아들을 것이다.
“자, 이제 갈게. 이만 갑니다.”
“네, 안녕히 가십시오.”
“응, 가.”
두 사람에게 인사를 하고 사장실을 나왔다.
10층 태영의 방 앞에는 막무가내 손님이 와 있다.
“사장님.”
10층 연구실 겸 사장실 앞.
보안 요원이 방문객을 막고 있고, 심다윤 대리가 곤란한 표정으로 태영을 맞이한다.
방문객 중에는 신정현의 모친인 정수경도 있다.
그들은 막무가내 손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와 있는 상황이다.
“사장님…….”
신정현이 먼저 인사를 했다.
정수경도 인사를 하면서 반갑고 고맙고 미안해하는 표정이 얼굴에 교차해서 나타났다.
양복을 입은 두 명의 방문객과 그 뒤에 휠체어를 탄 사람도 보인다.
양복의 두 방문객이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 한다.
“브리핑 룸으로 모셔요. 신 대리도 모친 모시고 같이 들어오고.”
보안 요원과 심다윤에게 그렇게 말하고 태영이 앞장섰다.
“네, 사장님.”
심다윤은 대답을 하고는 빠르게 태영을 앞질러 브리핑 룸으로 갔다.
“네, 사장님. 일이 이리 되어서 죄송합니다.”
뒤에서 신정현이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하며 따라온다.
[근위축성 측색 경화증 환자입니다.]보안 요원이 밀고 있는 휠체어를 탄 사람을 말하는 거다.
루게릭 환자.
그 옆에 루게릭 환자의 보호자로 보이는 젊은 여성이 따라왔다.
언젠가 이런 상황이 생길 줄 알았다.
감춰질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
바이호르미어를 주사해서 젊음을 되찾고 모든 병에 면역이 생기는 효과는 즉각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거기에 반해 신경 복원 치료제인 오르스힐스를 사용하면 걷지 못하던 사람이 달리게 되니 모를 수가 없다.
루게릭 치료제인 아미리뉴런 역시 마찬가지다.
주변인이 곧바로 알게 되기에 언젠가 발생할 일이 그냥 발생한 거다.
“인사드리겠습니다. 서주대 병원 ALS 클리닉 센터장 박성민입니다.”
브리핑 룸에서 자리를 잡자마자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진청색 양복을 입은 사람이 명함을 내밀었다.
“서주대 병원 ALS 클리닉 센터 김재하입니다.”
동행한 양복인의 명함이다.
명함을 건네지 않을 수 없으니 태영도 명함을 주었다.
“저희가 온 것은…….”
“잠시 기다려 주세요.”
태영은 박성민의 말을 막았다.
“신 대리, 어머님 손 좀 잡아 드려요.”
정수경은 이 상황이 자신 때문에 생긴 것이라 생각하는 듯 손을 떨고 있다.
“마음 편안히 가지십시오. 오늘 오시게 된 이유가 짐작이 가지만, 그게 어머니 잘못은 아닙니다.”
태영은 신정현이 팔을 잡아 주는 정수경을 향해 괜찮다고 말해 주었다.
“……네, 알겠습니다.”
정수경이 깊이 머리를 숙였다.
그런 정수경의 등을 신정현이 톡톡 두드리며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의사들은 마음이 급한 것 같지만, 말을 꺼내려 할 때마다 태영이 손을 들어 제지했다.
“신 대리.”
“네, 사장님.”
정수경이 심호흡을 몇 번 하고, 손의 떨림이 멈추는 것을 보고 신정현을 불렀다.
“아직 이사 안 했죠?”
“이사 갈 집은 계약을 했는데, 살고 있던 집이 아직 안 빠져서 이사를 못 하고 있습니다.”
직원 대출 형식을 통해 지원을 한 것이 한 달쯤 되었지만, 시간적으로 충분하지는 않았다.
“집이 빠지고 이사해도 되지만, 가능하면 이사는 하고 보세요. 어머니 건강도 회복하셨는데, 깨끗한 집에서 살아야지.”
“네, 사장님. 그렇게 하겠습니다.”
의사 두 사람의 조급함이 얼굴에 나타난다.
그 둘의 속이 타들어 가든 말든 그건 태영이 신경 쓸 일이 아니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