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665
311. 호인 택배 이야기(1)
“사…… 사장님, 그게 무엇입니까?”
정아련이 한 손은 가슴에 올리고, 한 손은 휴머노이드를 가리키며 물었다.
“음, 처음 보는 거죠?”
“네, 네.”
“휴머노이드, 영일부터 인사해. 비서실 심다윤 대리, 명령권자 3번, 정아련 사원은 명령권자 4번이야.”
그렇게 영오까지 인사를 했다.
기계적 음성이 아닌 완벽한 남자 사람의 발음과 억양이다.
휴머노이드의 자기소개에 두 사람은 가슴에 손을 얹고 숨을 크게 내쉬었다.
“내 명령이 최상위에 있고, 두 번째는 아직 미지정, 3번과 4번으로 방금 지정했습니다. 나와 2번의 명령을 제외하고는 심 대리의 명령이 최우선입니다.”
두 사람을 각각 지칭하며 말해 주었다.
“아…… 네, 사장님.”
“자, 얘들에게 이것저것 시켜 보세요.”
“네, 사장님 저쪽은…….”
“아, 메이스타에 데리고 갑니다.”
“네, 다녀오십시오.”
다섯 기의 휴머노이드를 앞세우고 새로 만든 제탄급 서버를 들려서 누나의 회사를 찾아갔다.
오늘 하루에 벌써 2번째다.
~딸깍~
여기서도 휴머노이드는 모든 사람을 놀라게 했다.
바깥의 비명 소리와 탄성에 사장실에 있던 누나가 문을 열고 나왔다.
“엇? 그거 뭐냐?”
“이름은 제일부터 제오까지.”
휴머노이드가 순차적으로 누나에게 자신들의 이름을 말했다.
최상위 명령권자는 누나다.
“휴머노이드야.”
“휴머노이드? 대체?”
공대 출신이 아닌 누나에게 휴머노이드를 이해시키는 데는 시간이 좀 더 필요했다.
“아무튼, 그렇게 하면 된다는 거지?”
태영의 긴 설명을 모두 들은 누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가 되었다는 뜻을 알렸다.
“그래.”
“이상한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니까, 경비 지원을 보내도 될 것 같고, 포장일 같은 거 시켜도 되지?”
“그럼, 사람보다 몇 배는 빠를 거야.”
“판매할 거야?”
“아니, 당분간은 아니야.”
“이게 판매되면, 사람들 일자리…… 심각해지겠네.”
“그래서 지금은 판매를 생각하지 않아.”
태영이 늘 생각하는 것.
기술의 발달은 대부분 환호하지만, 그 그림자는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아 간다.
문제는 시기의 차이가 있을 뿐, 그 과정은 반드시 거쳐 간다는 것이다.
“레티어와 반도체는 어때?”
오늘부터 시작되는 중요한 이슈 2가지를 물었다.
“너도 좀 신경 쓰이는 모양이네?”
사장실 벽에 펼쳐진 레티어 판매량 집계와 반도체 칩 판매량 집계표가 실시간으로 바뀌고 있었다.
“신경 쓰인다기보다, 궁금하기는 하니까.”
“레티어 마감 시간까지 820대.”
“많이 나갔네.”
820대라고 말했지만 누적 수량은 1천 대를 넘기고 있었다.
오늘 발송 마감 이후의 수량까지 집계되고 있는 것이다.
오늘 발송 마감 기준으로 매출은 13억 원이 넘는다.
“그래, 생각보다 많이 나갔어. 오늘 첫날인데.”
주문량만으론 호기심으로 구매하는 것인지, 진정한 수요인지는 아직 알 수가 없다.
경쟁사에서 비교하거나 제품의 차별성을 확인해 보기 위해 구입하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리얼판타즈에서 서비스하는 메타버스에서도 레티어를 사용하니 그 효과도 있을 것이다.
1개월 정도 지나면 진정한 수요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사이큐브 휴대형은 마감 때까지 32대. 설치형은 모르지?”
“응, 아직. 그쪽은 상담부터 시작될 테니 첫날에 판매가 일어나기는 쉽지 않아.”
“바인스퍼 접속률은 어때?”
포털 사이트 바인스퍼는 사이니지 편집 앱인 ‘큐브페어리’ 다운로드와 연결시켜 두었다.
사이니지 제품인 ‘사이큐브’만 판매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당연히 이를 쉽고 편하게 영상을 만들고 편집할 수 있는 앱이 필요하다.
사이큐브와 레티어의 상품 정보에 편집용 앱인 ‘큐브페어리’를 사용하여 사이큐브의 3D 영상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이 붙어 있다.
“접속률이 아직 높지는 않나 봐. 대신 접속자의 절반 정도는 큐브페어리를 다운로드했어.”
“일반 PC로는 사용에 어려움이 많을 텐데 말이야.”
“그렇지, 답답하면 레티어를 구입하겠지. 제드가 최상의 장비이지만, 그건 비싸니까 쉽지 않아도 레티어로 영상을 만드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으니까.”
제드는 인공 지능 편집 장비다.
펜을 든 편집자가 몸동작과 구두 지시로 영상을 만들고 편집할 수 있다.
“제드가 기가 막힌 장비인데.”
“그거 일부러 설명하지 않는 거지?”
“맞아.”
“설명 들으면서 제드로 영화 한 편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니까.”
제드는 사이큐브에서 플레이하는 영상 제작 장비라고 되어 있다.
제드는 실사 수준의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내는 장비이기도 하다.
단지 설명에 영화, 드라마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지 않다.
“얼마든지 가능해.”
“그런데 그걸 설명하지 않는다고?”
“천천히 알게 될 거야. 그 장비를 산 사람이 사용법을 배우다 보면 누나처럼 영화 한 편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돼.”
“영화사 하나 차릴까?”
“내가 만들어 둔 영화가 몇 개 있는데.”
위니가 가진 자료 중에 영화나 드라마는 셀 수가 없을 정도로 많다.
그 모두가 제드와 같은 인공 지능이 만든 것으로, 사람 대신 3D로 제작된 가상 인물들이다.
“진짜?”
“그래, 내 이름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닐 뿐이지.”
“네가 뭘 만들면 모두가 세상을 놀라게 하는 것인데, 그거 내가 좀 보면 안 될까?”
“아직은 아니야. 그러니 기다려 주세요.”
장난처럼 누나의 청을 거절했다.
“그래, 그리고 제드에 대해 실제로 편집하는 것을 볼 수 있느냐고 문의한 사람도 있어.”
“리얼판타즈.”
“그래서 댓글로 리얼판타즈 체험존에 가면 직접 볼 수 있다고 알려 줬지.”
체험존에는 사이큐브가 설치되어 있고, 편집 앱이 탑재된 레티어와 편집 전용 장비인 제드가 있다.
이제 확인할 것은 반도체 칩 쪽이다.
“반도체 칩은 좀 어때?”
“주문 액수 봐.”
마우스 대신 사용하는 펜으로 레티어의 화면을 툭 건드리자, 반도체 주문 집계가 스크린 한쪽에 나타났다.
“발송 마감 시간까지 3억 5천만 원. 지금까지는 5억 6천.”
첫날의 매출 수준으로는 나쁘지 않다.
“음, 저 정도면 나쁘지 않아.”
“그래?”
“반도체 쪽, 시스템 칩은 선택에 시간이 필요하거든.”
반도체 칩에는 그 칩을 사용하기 위한 모든 사양과 작용 방법들이 문서로 정리되어 있고, 그것이 영상으로 만들어져 있다.
고기능과 고직접형일수록 쉽게 바꾸지 못한다.
기능과 배치, 물리적 크기 외에도 복합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위니, 노트북 판매량 집계가 있어?’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대수는 1일 평균 60만 대입니다.]레티어 판매 대수는 820대.
물론 발송 마감 시간 기준이긴 하지만, 많이 나갔다고 하면 안 되는 수량이다.
10%를 점유하려면 1일에 6만 대가 팔려야 한다.
“리판 쪽, 오늘 베타서비스 시작했지?”
누나는 리얼판타즈를 줄여서 그냥 리판이라고 부른다.
“집에서 물어보면 돼.”
“물어보고 내게도 좀 알려 줘.”
“응, 리판 쪽 몰은?”
“몰인 몰이니까,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닌가 봐. 직원들이 쉽게 하더라구.”
리얼판타즈의 메타버스에서 사용하는 전용 장비는 몰 안의 또 다른 몰의 형태다.
준비해서 열기만 하면 판매가 가능하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었다.
전용 장비는 VR 헬멧과 VR 글라스 그리고 햅틱 웨어러블, 트레드밀이다.
그 장비를 제어하며 메타버스에 접속하기 위한 전용 컨트롤러 정도이다.
“직판장 준비로 바쁘지 않아?”
“6곳은 영업에 들어갔어.”
“이제 시작인데, 잘 되겠지?”
“잘 될 거야. 그리고 반도체 칩별로 판매액 집계된 거 있지?”
“준비해 달라고 하지 뭐. 5분이면 돼.”
“폰으로 보내 줘. 갈게.”
“잠시만 기다려 줘. 이야기 못 한 게 있어.”
누나는 태영에게 기다리라고 한 후에, 직원에게 태영이 요청한 것을 해 달라고 했다.
“왜, 뭔데?”
“다름이 아니라, 우리 택배 때문인데.”
“박 사장이 잘 하고 있지 않아?”
택배 담당 박호석 사장은 태영과 같이 증발된 병사 박호인 상병의 형이다.
그는 택배원을 하고 있었다.
그것을 알고 메이스타 물량을 담당하는 것으로 연결시켜 주었다.
처음에는 집배 수준으로 진행하다가 물량이 늘어나기 시작하자 ‘호인 택배’라는 이름으로 회사를 만들어 대리점 체제로 방향을 바꿨다.
동생의 이름을 항상 부르고 싶다는 염원에 동생의 이름이 회사 이름이 되었다.
지금은 메이스타에서 나가는 택배 물량만 해도 어마어마하다.
그것을 다 처리하기 위해 직원을 계속 늘려 왔고 이제는 제법 규모가 커졌다.
“음, 사실 너에게 말은 안 했는데, 지난달에 당일 출발을 못 한 적이 세 번 있었어.”
“뭐? 왜?”
이건 태영도 신경 쓰지 못했다.
“지금은 대부분 터니엔디 옆에 있는 배송 센터에서 나가거든.”
“그렇지.”
일부만 본사에서 나가고 대부분 공장 옆의 배송 센터에서 나간다.
“그게 발송 처리는 되어 있는데, 이동 현황이 나타나지 않는 일이 있었어. 그래서 확인을 했더니 방해하는 사람들 때문에 그렇다고 하는 거야.”
터니엔디 옆에 있는 메이스타의 배송 센터에서는 포장과 발송이 자동화되어 있다.
대형 택배 회사들도 그렇게 처리한다.
박호석 회사 호인 택배의 집화 트럭은 분류되어 나오는 라인 앞에서 상품을 집화한다.
집화가 되면 메이스타의 SF 마켓에서 발송 처리되도록 시스템이 연결되어 있다.
호인 택배의 트럭은 상품을 싣고 계약된 택배사의 물류 센터로 실어 보내는 것으로 일이 끝난다.
그 이후는 해당 택배사의 일이 된다.
택배사는 다른 화물들과 같이 밤사이에 전국 각 지역 물류 거점으로 이동시킨다.
거기서 지역 영업소나 대리점을 통해 구매자에게 배달되고, 그 과정이 시스템상에 일목요연하게 나타난다.
출고는 이루어졌고, 택배사 물류 센터로 입고되어야 하는데, 방해로 인해 입고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유는 들어 봤어?”
“속사정은 모르겠지만, 그 지역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박 사장 회사 차량을 막아 세웠는가 봐.”
배송 센터 내부에서는 드론으로 움직이지만, 거기만 벗어나면 모두 트럭으로 움직인다.
“자기네들 일거리를 빼앗아 갔다고 생각하는 건가?”
“그 지역에서 우리 일은 완전히 새로 추가된 건데? 박 사장은 우리 일만 해도 넘치니까, 그 사람들이 하던 일은 신경도 쓰지 않고.”
그건 맞다.
그러나 그 지역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돌아올 일을 빼앗긴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사람들의 생각은 다를 수 있으니까.”
“아무튼 그러니 네가 한번 알아봐 줘.”
“알았어. 요즘 주로 포승에 있지?”
“응, 그리고 또 하나.”
“또 있어?”
“규모가 좀 작은 전국구 택배사 중 한곳에서 박 사장에게 부사장 자리를 줄 테니 두 회사를 합치자는 요구를 좀 집요하게 하나 봐.”
“그래?”
“박 사장은 싫다고 했다는데, 종종 협박도 하고, 공갈도 치고 하는데, 문제는…….”
“……?”
“박 사장 모친을 찾아가서 협박을 했나 봐. 그날 모친이 놀라서 쓰러졌고.”
“이 새끼들이. 죽으려고.”
무심결에 욕이 튀어나왔다.
‘별이 되어’ 회원을 협박해?
태영도 희생자 중의 한 명으로 353명의 무리에 포함되어 이 세상에서 사라졌었다.
그러나 돌아왔다.
그 증발 사건이 태영과는 무관하지만, 실종된 전우의 가족에게 위로의 마음을 담아 만든 단체다.
‘별이 되어’ 회원은 부유한 사람도, 가난한 사람도 있다.
별하나는 ‘별이 되어’ 회원의 빈부에 상관없이 경제적인 어려움이 없도록 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누가 알아주기를 바란 적은 없다.
그러나 한 가지.
거기를 건드리면 전쟁이다.
“알아볼게.”
누나에게 말하고 나오는데, 손님과 함께 소회의실로 들어가는 박준혁 어머니, 박민서 여사의 뒷모습이 보였다.
태영의 폰으로 온 반도체 판매액 집계표는 위니를 시켜 반도체 연구소 총괄인 김내정에게 보냈다.
“위니, 국내 택배가 수량으로 보면 어때?”
[국내 택배 물량은 연간 약 40억 개이며, 휴일 제외하고 일일 평균 1천6백만 개 정도입니다.]40억 개?
실로 어마어마한 양이다.
하루 1천6백만 개라니.
“메이스타에서 나가는 수량은?”
[일 평균 23만 개입니다. 전체 택배 건수의 1.4%에 해당합니다.]이 정도면 욕심을 낼 만한 물량인가?
“협회나 그런 데서 통계 나온 것 있으면 대략적인 정보를 말해 봐.”
[통계 작성 시에 주로 나오는 택배사는 20개, 그중 5개사가 전체 물량의 85퍼센트를 차지하고 있습니다.]5개사가 85%를 점유하고 있으니, 나머지 15개사가 남은 15%를 담당하는 거다.
그걸 대충 나누어 보면 1개 회사가 1%.
아하.
“욕심 부릴 만하네.”
[…….]메이스타의 물량만으로도 작은 택배 회사 1개를 운영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레티어와 반도체 칩이 추가되어서 일평균 30만이나 40만 개가 된다고 가정하면?
“그렇다고 협박 공갈을 하면 안 되지.”
“위니, 박호석 관련 일 조사해 봐.”
[네, 마스터.]폰을 들었다.
[네, 사장님. 박호석입니다.]“모친이 쓰러졌다면서요?”
서두 생략하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아…… 네, 지금은 괜찮습니다.]“터니가드에서 몰랐습니까?”
[아,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터니가드에서 보고 드리겠다고 했는데, 제가 말렸습니다.]“왜요? 아, 질책하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냥 이유를 알고 싶을 뿐입니다.”
전화상으로는 딱딱하게 들릴 수도 있어서 부가 설명을 덧붙였다.
“그게…….”
그렇게 시작한 간단한 설명.
그냥 무마시킨 이유를 요약하면, ‘우리가 그랬다고 경찰이 조사하러 오거나 하면, 그땐 누군가가 죽을 수도 있어.’라는 것이었다.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박호석 모친을 죽이겠다고 대놓고 협박했다.
“알겠습니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