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669
315. 우군으로
“제니아는 잘리지 않아.”
“안 잘려요?”
“그래.”
“거참, 신기하네. 어떻게 안 잘리지?”
이수빈이 계속 만지작거리며 의문을 표했다.
“아까 사용 설명 시에 신호하는 방법에 대해서 말해 줬지?”
“네.”
“그 신호와 소리를 듣고, 곤란하거나 위험한 상황이면 누군가가 가서 구해 와야 해.”
“아, 그런 뜻이…….”
“넵, 감사합니다.”
“이거 차고 방송 모드로 놓고 썸남하고 속삭일 사람?”
“야, 썸남 같은 소리 하지 말레이.”
“왜? 영원히 안 사귈 거야?”
“그야 모르지.”
“그러니까 사용 방법을 잘 숙지하라구.”
“썸남이랑 속삭일 때는 방송 모드로 모두에게 알려 야지, 그걸 단둘이서 속삭이면 되겠니?”
자신들끼리 하는 말이지만 정말 시끄럽다.
이대로 두면 대화가 또 산으로 갈 것만 같다.
“자, 그만. 또 다른 질문?”
***
“뉴스에 안 나왔다고?”
돌아가는 차 안에서 위니에게 물었다.
[네, 언론사 그 어디에도 취급하지 않았습니다.]‘우리가 그랬다고 경찰이 조사하러 오거나 하면 그땐 누군가가 죽을 수도 있어.’
양철승은 박호석의 모친을 협박해 쓰러지게 하고도 부하를 박호석에게 보내서 다시 한번 협박했다.
지난밤에 유흥 주점에서 전라의 접대부와 질펀하게 놀고 있다는 것을 듣고는 흔적을 남기지 말고 처리하라고 했었다.
[빌런의 자폭 서류는 다루지 않은 언론사가 없습니다.]태영이 잠시 생각하는 사이에 위니는 다음 주제로 넘어갔다.
“오히려 그게 더 큰 이슈가 된 거네?”
[그렇습니다. 당시 담당했던 재판부에 대해 자격이 없다며 시민들이 피켓을 들고 수십 명이 법원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기도 합니다.]입대 전이나 전역 후에도 종종 보던 모습이다.
그것이 법리에 맞는지 아닌지는 따질 일이 많으니 결정이 쉽지 않다.
그러나 일반인들의 기준은 법리가 아닌 상식과 사회적 규범이다.
그 상식이나 규범에 맞지 않는 결정을 잘 내린다.
그래도 여전히 법관들이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은 같다.
“그래, 알았어.”
[변호사에게는 얼굴에 붉은색 페인트가 묻은 큰 붓으로 X자를 그리는 짤이 인터넷에 유포되고 있습니다.]“오피스텔하고 사무실 계약하고, 단독 주택 진행 중인 곳에 직접 한번 가 보자.”
[네.]오피스텔의 크기가 맞지 않아 2곳은 빌딩의 사무실로 잡았다.
계약 예정인 곳은 역삼동, 논현동, 잠실.
“그런데, 단독 주택은 한곳만 팔지 않으려고 해서 문제네.”
[중개인이 집주인을 설득하는 과정의 녹음이 있습니다.]“아니, 아쉽기는 하지만 집값을 올리려고 배짱을 부린다 해도 할 수 없는 일이니, 거기 빼고 하지 뭐.”
빌런의 이야기를 들은 그날, 불쑥 던진 ‘이사 갈까?’ 이후에 진행한 일이다.
이왕이면 정원이 있는 단독 주택이 좋을 것 같았다.
위니에게 적정한 장소 검색을 시킨 후에 제1 후보지로 대모산 자락의 자곡동으로 위치를 정했다.
주변에 아파트 단지가 있지만 멀찍이 떨어져 있고, 앞뒤로 있는 공원에는 고층 건물이나 아파트가 들어서기 어려운 곳이다.
높은 건물로 막힐 일이 없어서 오피스텔을 중개한 중개인에게 진행을 맡겼다.
5개 필지 중에 4개 필지는 진행이 되었는데, 1개 필지가 요지부동이다.
다들 주변 시세보다 올려 주겠다는 제안에 쉽게 합의가 이루어졌다.
단지 한곳, 그 필지의 주인에게도 주변 시세보다 올려 주겠다고 해도 팔지 않겠다는 것이다.
[마스터, 제가 방법을 찾아봐도 되겠습니까?]“어떻게?”
[맡겨 주시면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인공 지능이면서 사람처럼 말한다.
이런 일은 좀처럼 없는데.
“나도 협박하고 그러는 거 싫어하니까, 그런 방법은 쓰면 안 돼.”
[네, 잘 알겠습니다.]위니는 태영이 시키지 않은 일에 앞질러서 의견을 내는 일은 많지 않다.
그것은 28세기에서 이곳으로 오기 전부터 그렇게 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웅~
오영배 회장 전화다.
“몇 번째지?”
[15회 차입니다.]한 그룹의 오너, 그것도 회장쯤 되는 사람이 받지 않는 전화를 열네 번이나 하고 또 전화가 온다.
어제부터 한 번도 받지 않았다.
오영배가 오늘 회사로 찾아왔다고 연락은 받았지만, 수련원으로 출근했기에 허탕 치고 갔다.
[야아아아아 씨, 너 진짜 전화 안 받을 거냐?]전화를 받자마자 오영배는 귀가 터져라 고함부터 지른다.
“나도 바쁜 사람인데.”
[야아아 씨, 그래도 그렇지 어제…….]버럭 소리를 지르기에 통화를 종료했다.
오영배에게는 이 방법이 즉효약이다.
~우우웅~
바로 다시 폰이 울렸다.
“소리 좀 지르지 마요. 귀 아파 죽겠네.”
[좀 보자.]“시간 안 돼요.”
[언제 되는데? 대체 언제 되는데에?]“에이 정말, 소리 지르지 말라니까. 또 끊어요?”
[대답을 빨리하면 될 거 아니냐?]“목요일 저녁에 가능해요.”
[그럼 저녁 식사하면서 이야기 좀 하자. 예약해 놓고 알려 주마.]“알겠습니다. 또 너 했는데, 그냥 넘어가 준 겁니다.”
[씨바, 미안하다.]에이, 욕쟁이 같으니.
***
“좋은 아침입니다.”
룸으로 마련된 장소에 박용재가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와요.”
박용재의 얼굴이 편안해 보이지 않는다.
태영은 포장 상태의 레티어 2개를 밀어 주었다.
“이겁니까?”
“근방에 비서 와 있죠?”
“…….”
답은 하지 않았지만, 와 있을 거다.
대그룹의 오너이면서 회장이 수행원도 없이 다니지는 않을 테니.
“1개 줘서 벤치마킹해 보라고 하세요.”
사준전자에서 가장 비싸고 많이 팔리는 노트북과 비교하면 답은 바로 나온다.
태영의 말에 박용재가 폰을 꺼내 들었다.
“잠시 좀 이쪽으로 와요.”
그 말만 하고 바로 전화를 끊었지만, 1분도 되기 전에 낯이 익은 비서가 왔다.
“이거 가지고 가서, 우리 최고 사양 노트북과 벤치마킹해서 표를 만들어 오세요.”
“네, 알겠습니다.”
비서는 간단하게 대답하고 나갔다.
“가격은 훨씬 싸고, 크기는 폰 크기 정도로 작은데, 화면은 훨씬 크고…… 키보드와 마우스는 보이지도 않는데 내장되어 있고, 펜까지.”
박용재는 한숨을 한번 쉬고는 천천히 말했다.
요즘, 노트북에 많이 채택하고 있는 스타일러스 펜도 내장되어 있다.
“…….”
태영은 그냥 웃으며 들어 주었다.
식전 차로 나온 둥글레 차를 한 모금 하면서 태영을 빤히 보았다.
“오 회장, 아무 말 안 해요? 그 성격에 뒤집어졌을 것 같은데.”
“…….”
뒤집어졌지.
그렇지만 답해 줄 필요는 없었기에 입을 다물고 웃기만 했다.
~똑똑~
노크 소리가 들리고 잠시 기다린 듯, 그리고 식당의 서빙 담당 종업원이 들어왔다.
“식사 올리겠습니다.”
“네.”
박용재의 대답에 종업원은 보기에도 우아해 보이는 서빙 카트를 밀고 들어왔다.
목재로 된 커다란 판 위에 놓인 작은 쟁반에 각각의 반찬이 담겨 있다.
종업원은 조심스럽게 두 사람의 앞에 그것을 놓았고, 유기로 된 밥그릇도 내려놓았다.
“혹시 식사하시다가 모자라는 것이 있으면 불러 주십시오.”
그렇게 말하고는 공손하게 인사를 하고 나갔다.
아침 식사이기에 반찬은 부담스럽지 않은 양으로 들어 있다.
“사실 벤치마킹은 이미 되어 있습니다.”
“……?”
그 말에 의문의 눈으로 태영을 보았다.
그래서 태영이 늘 가지고 다니는 레티어를 켜서 영상 하나를 올렸다.
그리고 식탁의 빈자리에 놓고는 스크린의 방향을 박용재 쪽으로 돌렸다.
“320배?”
“네.”
“이거 정말이오?”
“네, 회장님 회사의 최신형 노트북은 이미 시판되고 있으니 비교하기가 쉽죠.”
“얼마나 나갔습니까?”
“판매 시작한 지 이틀이 지났는데, 아직은 미미하죠.”
“…….”
“어제까지 누계로 3천 대 정도 나갔다고 합니다.”
별 반응이 없이 계속 시선을 맞추며 쳐다보기에 말을 해 주었다.
첫날 820대였는데, 이튿날 확 늘어났다.
“판매 시작 이틀인데 벌써?”
“목표는 일 45만 대입니다.”
“…….”
~쨍~
박용재가 들었던 젓가락 하나가 손에서 미끄러져 유기그릇을 치고 지나가며 맑은 소리를 냈다.
~달그락 툭~
젓가락이 식탁에 한번 부딪친 후에 바닥으로 떨어졌다.
잠시 숨을 내쉰 박용재가 식탁 위의 종업원 호출 벨을 누르고 하나 남은 젓가락을 손안에서 돌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똑똑~
“네, 손님.”
노크 소리와 대기 시간이 지나고 문이 열리며 종업원이 들어섰다.
“아, 여기 수저를 놓쳐서요.”
부른 목적은 태영이 말해 줬다.
그때까지도 박용재의 시선은 여전히 손안의 젓가락 끝에 고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네, 바로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종업원이 나갔다.
“…….”
“…….”
~똑똑~
다시 노크 소리가 날 때까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계속 말이 없었다.
태영은 그냥 기다려 주었다.
“국내는 우리와 석인이 각각 1위와 2위인 거 알죠?”
종업원이 젓가락을 가져와 놓고 나간 후에 태영에게 물었다.
질문형으로 그냥 알려 주는 것이다.
“네, 그 뒤로 오렌지와 라노비, 그리고 아투스가 줄 지어 섰지만, 세계 무대로 나가면 두 회사 합쳐도 순위에 들지도 못하고 있구요.”
“가슴을 칼로 찌르시네.”
“사실을 말한 건데.”
놀리는 재미도 있다.
“이런 때 사실을 말하는 것이 얼마나 아픈지 모르죠?”
아프긴 할 거다.
반도체 분야 세계 1위 기업이지만, 순위에 끼지도 못하는 PC와 노트북 판매 실적.
그래도 젓가락이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말없이 생각을 많이 한 것인지 얼굴 표정은 비교적 평온하다.
“오프라인은 우리가 합시다.”
온라인은 이미 메이스타가 하고 있지만, 일부라도 나눠 달라는 말은 아니다.
“거기서 만들기도 하는데, 남의 것을 팔아야 할 이유가 있습니까?”
“우리 마크를 붙여 주시오.”
“ODM 하자구요?”
ODM.
제품의 개발과 생산을 하는 회사가 주문자의 브랜드를 붙여서 공급하는 형태이다.
주문자는 유통 회사와 비슷하지만, 유통사는 제품에 자기 브랜드를 붙이지 않는다.
“…….”
고개를 끄덕인다.
식사는 하는 둥 마는 둥 대화만 하게 된다.
“……내가 빈손으로 돌아가면…….”
박용재는 이 시점에서 빈손으로 돌아가게 되었을 때의 위신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아, ODM은 생각해 본 적이 없고, 경제 권역을 기준으로 하여 오프라인 진출지를 나눠 보기는 했습니다.
말을 자르며 태영이 의견을 말했다.
“그렇게 결정한 거요?”
“네, 그리고 희망자가 없으면 직접 진출할 생각입니다.”
“……합시다.”
잠시 생각하더니 조금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지.
마케팅 능력은 단정하기 어렵지만, 제품 성능으로는 경쟁이 안 된다.
그리고 동일하거나, 비슷하게 만들지도 못한다.
“그럼 3개 권역을 선택하시죠.”
“……북미, 중…… 아니, 동남아시아, 그리고 유로.”
중국을 말하려다가 말을 바꿔서 동아시아로 고쳤다.
“…….”
대답 대신 웃어 주었다.
“중국을 제외했으니 예외로 중동 추가.”
국제 경제 기구들은 전 세계 경제 권역을 나눈다.
그들이 나누는 기준으로 보면 미국, 중국, 유로의 3개 권역이 가장 높다.
그런데, 거기서 중국을 빼고 동남아시아를 넣었다.
“4개 권역, 좋습니다. 우리 유병진 부사장을 찾으라고 하십시오.”
어차피 박용재는 PC 관련 사업 부문에서 사장이나 부사장을 보내게 될 것이다.
오프라인 AS 센터를 반드시 두어야 하고, 온라인 판매분도 포함하는 조건을 붙이면 된다.
실제 AS는 일어나지 않겠지만.
“그리고.”
“네.”
“저번에 드린 제안. 혹시 생각해 봤소?”
한 가지 매듭을 짓자 다음 것으로 넘어갔다.
“반도체 회사 만드는 것 말씀이지요?”
“네, 그렇소.”
“합작 회사 만들면, 회장님은 득실을 따져 득이 많을 거라는 계산이 섰을 것이지만, 난 얻을 것이 뭐가 있을까요?”
장난스러운 태영의 질문에 박용재는 시선을 바로 맞추었지만 말은 하지 않았다.
“……그게 문제인데…….”
“……?”
“사실 마땅히 드릴 만한 것, 그것조차도 애매하지만, 한 가지밖에 없소.”
“네.”
“우군으로서 공동 전선 구축.”
“…….”
공동 전선이라고 하면 다른 회사들은 적이 된다는 뜻이다.
그리고 우군이 된다고 한다.
이 부분을 생각 좀 해 보자.
박용재가 말하는 것처럼 된다고 했을 때, 박용재가 우군이 되는 것과 미국의 몇 개 회사가 우군이 되는 것과는 어떤 차이가 날까?
동일한 조건이거나 조금 기울어도 같은 나라, 같은 민족보다 우선할 수 있는 것은 없다는 것이 태영의 생각이다.
고려 시대로 갔다가 28세기를 돌아오다 보니 사고는 그렇게 굳어져 있었다.
“아마, 그들은 곧 최 사장을 찾아올 겁니다.”
“몇 년은 걸리겠죠.”
생각하는 중에 박용재가 말했고, 태영은 영혼 없이 대답했다.
다른 회사들이 찾아온다는 것은 이미 생각해 두고 있었다.
그것조차 예견하지 않은 것은 아니니까.
다만, 예견은 되지만,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기에 깊이 생각하고 대책을 세우지는 않았다.
반도체 시장의 변화.
세계 시장을 기준으로 보면, 이제 시작한 터니테크의 판매량은 아주 미미하다.
그 상황에서 어떤 변화가 가장 먼저 닥쳐올까?
“그들이 요구할 것은 뻔하지만, 반대로 그들이 줄 수 있는 것은 최 사장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을 거요.”
“…….”
태영이 잠시 생각하는 중에 박용재가 말을 계속했다.
그리고 그 말은 맞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