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672
318. 유공자 같은 소리 하네(2)
“구급 팀을 부르겠습니다.”
“아니…… 안 돼…….”
비서의 말에 전형수가 손을 들어 말렸다.
그리고 그 손은 다시 복부로 갔다.
비서를 뒤따라온 조동석과 이성환이 전형수를 부축했다.
교체하려고 인선 작업 중인데, 구급차에 실려 가면 교체 시기가 더 빨라질 것이다.
그리고 일선에서 물러나야 한다.
[별이 되어 군인들의 유공자 지정을 하지 못하도록 막은 것만으로도 저 정도의 벌은 받아야 합니다.]증발한 군인들의 유공자 지정.
결국 받기는 했다.
전형수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막고 있지 않았다면 더 빨리 되었을 것이다.
“왜 그러시는 거지? 몸이 많이 안 좋으신가?”
부축을 받아 회의실을 벗어나는 모습을 본 류지현의 중얼거림이다.
회의실을 나가는 전형수 좌뇌의 두정엽의 한 부위를 살짝 밀었다.
전형수는 절대로 용서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와 동시에 고개가 푹 떨어졌다.
죽지는 않을 것이다.
머릿속에 손을 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렇지만, 언젠가 두뇌 속을 건드리면 어디는 죽지 않고, 어디는 죽는지는 알고 있어야 했다.
그리고 행동 제약이나 기억을 없애려면 어디를 건드려야 하는지 공부를 좀 해 두었다.
유공자가 되는 것을 막은 것만으로 이렇게까지 할 것은 아니다.
“비상이네.”
제스의 말이다.
최고 책임자가 저 지경이 되었지만, 말이 그럴 뿐 행동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래도 우린 우리 일을 해야 하니까.”
제스가 덧붙였다.
‘네.”
거기에 류지현은 성실하게 대답까지 한다.
“아홉 시쯤 어때?”
제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걸어 나오며 현관 입구에 둘이 남게 되자 물었다.
“그래, 그때 보자.”
“아, 광수대 경찰, 같이 갈 수 있으면 같이 가도 되지?”
“믿어도 되나?”
“그냥 한번 믿어 봐.”
누군가의 노래 속에 있던 구절이다.
“책임은 네가 져야 한다.”
“그래, 그래. 알았어. 아 참, 차 없잖아?”
“괜찮아. 나중에 보자.”
[인가가 있는 곳까지 좌측으로는 약 6백 미터, 우측으로는 약 9백 미터. 그러나 택시가 지나다니는 길은 아닙니다.]불러야 오는 길이라는 말이다.
“올 때 보니까 능이 있던데, 잠시 그쪽에 가 보고 가지, 뭐.”
출입증을 제시하고 신분증을 찾고, 폰을 찾고 혼자서 뚜벅뚜벅 걸었다.
차 없이 걸어서 나가는 거야? 하는 시선을 보내는 보안 경비 요원들의 어처구니없어하는 표정이 보였지만, 뭐 어때.
원장은 요원이 아니고 정치인이다.
실제로 위니가 찾아온 전형수의 이력은 비례 대표 국회의원 경력이 있다.
물론 다른 비례 대표 의원이 물러나고 승계하였기에 1년짜리였다.
참사관으로 해외 근무도 많이 했지만, 가장 최근의 경력이 그것이다.
그 후에 얼마간의 공백이 있었고, 어느 날 임명되었다.
그런데, 일은 잘 못 했고, 정치적이면서 부정부패가 심했다.
대통령의 5대 권력 기관이라고 말하는 타 부처에서 견제가 극심했다.
그 권력 기관을 관장하는 대통령실의 장이 여러 차례 교체를 건의했을 정도다.
대통령도 교체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대화 한 번 더 들어 보자.”
도로로 나오자 위니에게 시켰다.
[네.]녹음해 둔 것을 위니가 들려줘서 이미 한번 들었다.
그 때문에 전형수에게 과하게 손을 썼다.
CIA와 임무 공조까지 했는데, 태영을 미워한다.
이유는 돈 때문이다.
[국가 유공자 같은 소리 하네, 개새끼들. 제 놈들이 뭘 했다고 유공자야?]귓속으로 전형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 새끼들, 그냥 사라져 버린 놈들이 국가에 기여한 것이 뭐가 있다고 유공자에 보훈 대상자인지.]맞장구를 친 사람은 전형수의 비서 배용국.
배용국은 전형수의 비서 격이다.
아니, 사노비다.
둘 사이에 얽히고설킨 일이 많고, 배용국은 전형수를 떠날 수 없다.
[나랏돈을 그따위로 처먹고, 그걸 날 주면 얼마나 좋아?]그 돈이 아깝다는 뜻이지만, 대의가 아니라 자신에게 주면 좋겠다는 거다.
[네, 맞습니다.] [내가 뒤에서 보이지 않게 그렇게 막았는데 기어이 지정되었으니, 국회의원 되면 꼭 보훈 대상 취소하게 만들 거야.] [도움을 받을 사람들이 있을 것입니다. 처음부터 반대한 사람들이 많지 않습니까?]“왜 그렇게 반대했을까? 머릿속을 헤집어 보고 싶었는데.”
[이 새끼가 말이야, 건방지게 VIP가 방문했다고 눈에 뵈는 게 없어.]태영의 회사를 찾았던 대통령과 관련된 이야기다.
전형수와는 본 적도, 만난 적도 없다.
만난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심지어 연락한 적도 없다.
그런데 뭐가 눈에 뵈는 게 없다는 것인지.
[조지기는 해야 하겠지만, 당장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렇지? 지금은 시선이 쏠려 있지?] [네, 그렇습니다.] [나가면 국회의원 준비해야 하는데, 그놈의 돈을 빼앗을 방법을 좀 찾아봐.] [그렇지 않아도 다방면으로 애쓰고 있습니다. 근데 이게 쉽지가 않습니다.] [그 기자 놈 있잖아?] [누구 말씀입니까?] [그 왜 너만.] [아, 조태경 기자요?] [그래, 그놈이 ‘왜 너만 살아왔는데’로 기사를 최초로 써서 클릭 수 제법 뽑아냈잖아. 뭔가 가지고 있는 것 없어?] [몇 번 물었는데, 가진 게 없다고 합니다.]대화가 경망스럽다.
어투가 사회적 지도층이나 중진으로 볼 수준이 아니다.
중학생들이 장난칠 때 주고받는 수준이다.
물론, 둘만의 대화라서 그럴 것이다.
[그럼, 그 누구냐, 352명을 희생시켜서 혼자 살아왔다고 기사 쓴 그놈.] [아, 유영민 기자요?] [그놈은 다른 곳으로 갔어?] [아니오. 눌러 있기는 한데, 신문사 서버가 박살 나는 통에 요즘 프리로 뛰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그놈 좀 만나 봐. 뭐든 손에 들고 있는지.] [네.] [진짜, 그놈이 352명을 다 죽이고 혼자 살아온 거 아닐까?]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봅니다. 군에서 증명을 못 했을 뿐이지요.] [머저리 같은 놈들, 월급이 아깝다. 그런 놈들이 군인이라고.] [그러게 말입니다. 그래도 군에 대한 것은 조심하셔야 합니다.]전형수의 월급과 부대 경비 지출은 정말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최태영 회사가 몇 개라고?] [지분 참여한 회사 수가 6개는 넘는 것 같습니다. 모두 비상장이라 주주 명부가 공개되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라 정확치는 않습니다.] [그거 왜 확인 못 해?] [예상되는 회사를 압수 수색이라도 하지 않으면 확인이 불가능합니다.] [어쩔 수 없지. 젠장, 대체 그놈은 어디서 돈이 나오는 거지?] [해외 차입이 많은데,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그리고 회사 매출이 엄청납니다. 수익성도 높을 겁니다.] [어떤 새끼들은 노력은 쥐뿔도 없이 그렇게 회사를 불려 나가고 말이야.]“노력이 없어?”
참 웃긴다는 생각이 든다.
[그놈, 돈 나온 경로 파악해서 돌릴 방법을 좀 생각해 봐.] [네, 알겠습니다.] [내 자리, 다른 놈에게 넘겨주려고 하는 거 알지?] [……네.] [자리에 있을 때, 뭔가 좀 만들어야 해. 그래야 다음 국회의원 도전에 문제가 없어.] [여기 좀 시키면…….] [안 돼 그건. 그랬다가 국회의원 출마도 못 해.]‘여기’라는 곳이 비로 방금 빠져나온 곳이다.
태영은 이 녹음을 처음 들었을 때, ‘교체 대상’이라는 말에 주목했었다.
권력의 정점에 있는 사람이 무언가 해코지를 하려고 마음먹으면 피해 가기가 쉽지 않다.
피하려면 빨리 자리에서 물러나게 만들어 주는 것.
오늘 과하게 일을 벌인 것은 그 때문이다.
VIP도 교체하려고 하는 것이니, 도와준 셈이기도 하고.
‘권력 주변 인물들의 움직임은 간단하지 않고, 아름답지 않다.’
언젠가 어디에서 본 글귀다.
그게 아마도 인터넷에서 무언가를 찾던 중에 본 것이 맞을 거다.
‘은근한 항명과 노골적 비토가 항상 들어 있다.’
이 역시 그때 본 내용이다.
항명은 자신을 임명한 임명권자에게 향하는 것일 텐데, 비토는 누구를 향하는 것일까?
[처음 공조 임무에 투입되었을 때, CIA 놈들은 거의 다 죽었다고 했지?] [네.] [개새끼 말이야. 거기서 죽어 버리지 왜 살아와서는.]태영이 가장 격분했던 것은 이 대목이었다.
“그만 듣자.”
[네, 중지합니다.]“박한모 신원하고 과거 이력 조사 좀 해 봐.”
류지현이 가진 믿음이 어떻든 조사는 필요하다.
[네, 마스터.]***
“야, 이거 뭐냐?”
마치 경비를 서듯이 브리핑 룸 입구에 서 있는 휴머노이드를 본 류지현이 소리를 질렀다.
그 이전에 비명을 먼저 지르기는 했다.
박원규 대표와 김이한 본부장을 전송하고 오는 중에 복도에서 마주쳤다.
터니가드에 휴머노이드 5기와 클라미를 레벨별로 나누어 38기를 주었다.
그리고 제니아와 이페어 사용법 교육을 하느라 시간이 좀 길어졌기 때문이다.
“뭐로 보여?”
“로봇? 인조인간? 이게 대체 뭐야?”
가슴에 붙은 번호를 보니 101-01-003이다.
“영삼, 인사해. 얘는 국정원 요원이야. 야공으로 부르면 돼.”
휴머노이드가 류지현에게 인사를 했다.
고개는 숙이지 않았다.
“말을 하네, 인공 지능?”
“맞아. 인공 지능이 내장되어 있지.”
“끝내준다. 근데 내 이름을 왜 야공으로 가르쳐 줘?”
“그게 편하지 않아?”
“야이 씨, 근데 영삼이라니? 왜 과거 대통령 이름이야?”
“재는 영사야. 그냥 순번대로 영일, 영이, 영삼, 이런 식일 뿐이라고.”
태영이 이름을 부르자 한쪽에 서 있던 영사의 고개가 잠시 돌아왔다.
“돌겠네. 아무튼 영삼 내 이름은 류지현이야.”
“젠장. 아무튼, 얘들 힘 좋아?”
“두 손으로 3톤 정도 들고 이동 가능해.”
골격을 이루는 철 프레임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기준이지만 101 모델일 경우다.
110 모델은 12톤을 들고 움직일 수 있다.
“무시무시하구나. 그럼 일하는 능력은?”
“다섯 사람 몫은 하지.”
공장의 제조 라인에 배치했을 때를 말하는 거다.
“대단하네. 이거 만들어서 팔 거야?”
“당분간은 생각 없어.”
“자동차 생산 공장에는 대부분 로봇으로 대체되어 있고, 심지어 치킨집에 로봇이 치킨 굽는 곳도 많은데 왜?”
자동차 공장에서는 자동화라는 이름으로 로봇이 투입된 공정이 아주 많다.
실제로 그 작업은 사람이 하는 것이 쉽지 않거나 불가능한 것이 대부분이다.
대신 옆에서 사람이 보조하면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할 거다.
“치킨집도?”
“그래, 너도 너튜브 같은 거 좀 봐라. 치킨집에서 튀기고 옮기고 할 때, 조리하는 사람들이 화상을 많이 입거든.”
펄펄 끓는 기름 앞에서 작업을 해야 하는 일.
더위도 더위지만, 조금만 실수하면 화상을 입을 수 있을 것이다.
공장에서 기계에 손이 빨려 들어가서 잘리는 경우는 뉴스에서 본 적이 있다.
“몰랐네.”
“위험한 일이나, 무거운 작업을 하는 장소에 많이 사용하는가 봐.”
휴머노이드를 공급하면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게 된다.
항상 이게 문제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위험한 일이나 사람에게 유해한 가스 또는 물질이 나오는 작업장 같은 곳에는 투입에 문제가 없을 것이다.
아니, 그조차도 회사 앞에 와서 데모할지 모른다.
“아무튼, 들어와.”
입구에서 잡설이 너무 길어졌다.
“그런데, 인공 지능 수준이 어찌 되기에 행동과 말투가 저렇게 꼭 사람같이 느껴지냐?”
브리핑 룸으로 들어서며 물었다.
“석사 수준의 이해력과 능력.”
“석사 수준?”
“비교의 기준이 있어야 해서 그냥 가져다 붙인 거야.”
인공 지능 기술의 수준이 현시대와는 완전히 다른 시대의 것이니, 비교의 대상이 없다.
그래서 대충 둘러댄 거다.
“기억력은?”
“컴퓨터의 기억력을 뭘 물어?”
“완벽하다는 거네.”
“당연한 거 아닌가?”
“만일에 말이야.”
“응.”
브리핑 룸의 의자에 앉으며 운을 떼는 것이 뭔가 다른 생각을 말하려는 것 같다.
“군을 대체하는 거 가능한 거야?”
“가능하지. 총을 들면 하나가 최소한 소대급, 맨주먹이면 중대급 전투력을 가지고 있으니까.”
“이주현 불러도 되지?”
“알아서 해. 휴머노이드 보여 주려고?”
“맞아. 근데 왜 지난번에 VIP 왔을 때 보여 주지 않았어?”
“이번 주에 만들었거든.”
“하, 젠장.”
입을 삐죽이 내밀며 폰을 들었다.
“여기 터니테크 브리핑 룸인데, 이리 좀 올래?”
전화가 연결되자 앞뒤 다 자르고 말했다.
[왜? 나 지금 손님 만나는 중이야.]저쪽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 둘이 반말하는 사이지.
“손님에게 양해 구하고, 이리 와, 빨리.”
[이유나 좀 알자.]“이거 설명을 못 해. 와서 봐야 해. 와서 보면 1초 만에 알게 돼.”
틱.
다음 말을 듣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저거 하나 나 좀 빌려 주면 안 돼?”
빌려 주는 거야 어렵지 않다.
아니, 그냥 하나 줄 수도 있다.
그런데, 루지현은 다른 사람들과 활동 특성이 다르다.
그래서 구두로 명령을 내릴 수 없는 떨어진 장소에 있을 때가 생긴다.
레티어로 컨트롤이 가능하지만, 지역이 동일하지 않은 장소에서 행동 패턴 또한 동일하지 않으면 레티어로 지시하는 것도 쉽지 않다.
결국 제니아가 있어야 한다는 거다.
류지현에게 제니아를?
“그러지, 뭐. 며칠 있다가 한번 와. 이름도 생각해서.”
“저기 있는 애들로 빌려 주지 않고?”
“재들은 이미 맡겨진 임무가 있어. 새로 하나 만들어 줄 테니까.”
“와, 고맙다. 진짜.”
옆에 있었으면 안겨들 판이다.
테이블을 가운데 두고 마주 보고 있었던 것이 다행이다.
“시작해 볼까?”
“잠시만 기다려 줘. 소개받은 경찰 둘이 온다고 연락 받았는데, 20분쯤 후에 도착할 거야.”
그놈들도 경찰임을 내세워서 마치 지상 최대의 권력을 쥔 것처럼 태영에게 협박하고 공갈치고 하지 않을까?
알게 되겠지.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