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675
321. 사업 조정(1)
“나도 한 부 복사해 줘.”
이주현의 요구다.
“레티어 온. 주머니에 넣고 있어도 되니까.”
“오케이, 온.”
이주현의 레티어로 SSD와 장부가 복사되는 과정에 시그널은 없다.
여기서 적당히 시간만 끌면, 알아서 모두 복사될 거다.
마침 수사관 두 사람도 담배 피운다는 핑계로 자리를 뜬 상태다.
안에 있는 이름은 대부분 국회의원이나 권력자들이다.
사업가들도 많다.
정치적으로 이용해 먹거나 말거나 태영이 상관할 일은 아니다.
적어도 이주현은 태영을 도와준 일이 많으니, 역으로 도움이 된다면 좋지 않을까?
“이거, 거기서 사자고 할 것 같은데.”
류지현의 말이다.
거기는 경찰을 말하는 거다.
클라미가 있으면 수색 영장 없어도 손쉽게 증거 수집을 할 수 있다.
법을 집행하는 쪽에서 불법적인 일을 한다는 문제점은 있다.
범죄를 저지르는 자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데 반해, 수사하는 쪽에서는 제약이 심하다.
그렇지 않으면, 권력 기관의 폭력은 아주 극심해질 수 있으니 제약을 걸어 두는 것이겠지만.
“본 것이 있으니 그럴 수도 있겠지만, 워낙 비싸야 말이지.”
“솔직히 말해 봐. 원가가 얼마야?”
“원가는 중요하지 않지. 희소성에 대한 것이니까.”
“그래도 그렇지, 혹시 너무 폭리 취하는 거 아니야?”
“미술품 경매 가격 들어 본 적 있지?”
“있지.”
“수백억에 낙찰되는 미술품, 그거 원가가 얼마일 것 같아?”
“그야…… 아무튼 그건 지나간 세월도 원가에 포함된 거니까.”
“기술도 원가에 포함돼.”
“와, 씨. 할 말 없게 만드네.”
“돈이 달리면 입찰을 포기하듯, 비싸다 생각되면 안 사면 되는 거야. 간단하지?”
“그래 간단하네. 젠장.”
[마스터, 유수연이 방금 22시 50분발 부산행 KTX 표를 예매했습니다.]유수연은 미동 기획 부사장 김근배의 아내다.
이제 행동으로 옮길 모양이다.
해외로 도망가지 않고, 왜 부산으로 갈까?
딸이 한 명 있는데, 교환 학생으로 프랑스에 체류 중이라고 했다.
혼자 이동하면 된다는 뜻인데.
‘비행기 표는?’
[예매도, 발권도 없습니다.]거참, 특이하다.
‘집을 나서면 클라미 보내서 지하 창고 확인.’
[네, 마스터.]잠시 후 수사관 두 사람이 회의실로 돌아왔다.
담배 냄새는 없다.
아니, 주머니에 넣고 있는 것은 있으니 냄새가 달라지지 않았다.
“복사가 벌써 끝?”
홍성남이 놀란 듯 물었다.
“모두 끝났습니다.”
“저거 말이오.”
김종열이 클라미를 가리켰다.
“네, 말씀하십시오.”
“저거, 여기서 도입 검토 중이라고 했지요?”
“네.”
“얼마나 하오?”
보고 탐나지 않을 수가 없는 물건이다.
“현재 4개 모델이 있구요, 미군이 도입한 모델은 클라미와 제어 시스템을 합쳐서 2천8백만…….”
“만?”
미군이라고 했으니 원은 아닐 거라고 생각한 것인지 말꼬리에 한마디를 보태고 쳐다본다.
“달러입니다.”
“…….”
잠시 말없이 머릿속으로 환율을 계산하여 한화로 얼마인지 따져 보는 것 같다.
두 사람은 눈을 마주치고 입을 벌렸다.
헉 소리조차 나오지 않는 것 같다.
잠시간의 침묵이 이어졌다.
“저거입니까?”
“저건 좀 더 상위 모델이라 조금 더 나갑니다.”
“……?”
그냥 가격을 말하지 않고 뭉갰다.
“밖에 있는 로봇? 로봇이라고 해야 하나요? 말도 하고 안내도 하고, 질문에 답까지 하던데…….”
이런 질문을 할 것이라 예상했다.
“휴머노이드라고 부릅니다. 2족 보행에 사람 비슷한 형상을 하고 있기에.”
“아, 그래요? 저건?”
“테스트용으로 만든 거라 판매는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
“직접 만든 거라구요?”
“네.”
“아까 요지경 같다고 말하기는 했지만, 클라미 저것이나 휴머노이드 저것이나, 대체…… 여기 뭐 하는 곳입니까?”
수사과장이 혼잣말처럼 하다가 갑자기 물어왔다.
“뭐가요?”
“아니…… 아니, 대답하지 마세요.”
손을 저어 말을 막았다.
“그런데, 왜 판매는 안 해요?”
“만일 일에 투입된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투입되면?”
“쟤는 출퇴근, 야근 철야, 휴일 상관없이 24시간 일할 수 있습니다. 지키는 사람이 있을 필요도 없고, 시키기만 하면 됩니다. 그럼 업무 효율이 아주 높겠지요?”
“그……렇죠?”
형사들도 근무 시간 규칙이 있나?
없을 것 같은데.
“그런데도 월급도, 보너스도 안 나가고, 퇴직금 안 줘도 되는데…… 큰일 나지 않겠습니까?”
“그게 그렇기는…….”
“비유를 직접적으로 해 보자면, 교통경찰 자리에 투입된다고 생각해 보세요. 몇 명이 잘릴지.”
“하……하하…… 그렇게 되네요.”
다른 사람들 이야기에서는 공감을 못 할지라도 같은 경찰의 이야기엔 공감한다.
“휴머노이드 하나가 사람 10명 이상 대체할 수 있으니, 심각해집니다.”
“…….”
10명 이상이라는 것도 애매하다.
여건에 따라 한 명 몫을 할 수도, 수십 명 몫을 할 수도 있다.
“아, 좋은 것도 있습니다.”
“좋은……?”
“군인을 대체시키면, 젊은 세대를 군에 안 보내도 되니까, 그건 장점일 수 있을 겁니다.”
“군은 갔다 와야 사람이 되는데…….”
김종열의 말이다.
청년들 앞에서 저런 말하면 바로 꼰대 각이다.
헌법에 명시된 국방의 의무.
20대 초반의 대한민국 남자들은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필수 과정이다.
그리고 남녀 갈등의 다양한 이유 중에 하나이기도 하고.
“그런데, 군을 대체할 정도로 판단 능력이…….”
“석사 학위자 수준이라고 합니다.”
김종열의 의문에 류지현이 대답을 대신했다.
그 답에 김종열이 류지현을 빤히 본다.
류지현은 레티어에 시선을 주고 있지만, 그 말을 들은 김종열은 황당하겠지.
“아무튼 오늘 고마웠소.”
김종열이 손을 내밀었다.
“네, 안녕히 가십시오.”
“혹시, 종종 신세 좀 져도 되겠소?”
경찰하고 여태껏 좋은 연결점이 없었는데, 이번 기회에 좋은 연결점을 만들 수 있을까?
맨날 찾아오는 건 아니겠지?
“너무 자주 오시지 않으면…….”
“알겠소.”
‘주고받고 하는 것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고 물어야 한다.
거래의 형식이 필요하지만, 지금이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적절한 때가 있을 거다.
복사 후에 서버에 남아 있느냐는 질문은 하지 않고 그들은 떠났다.
크라미의 가격에 놀랐기 때문인지, 거기까지 생각을 못 한 것인지.
“왜 안 가?”
수사관 두 사람이 떠나고도 이주현과 류지현은 바로 일어설 기미가 없어서 물었다.
“총리님과 약속 없어?”
이주현이 역으로 물었다.
“왜?”
“질문으로 돌아오는 것을 보니 약속이 있는 모양이네?”
“같이 만날 거면, 그쪽으로도 연락했을 거 아니냐?”
“내 위로 연락 왔는지 모르겠는데, 내게는 아니야.”
“그런데?”
“같이 가면 안 돼?”
“내 수행원으로?”
“에잇, 정말.”
***
이주현과 류지현이 떠나고 조용해진 브리핑 룸.
앳윌플레이에는 김근배의 집 지하의 당구장 전경이 나타나 있다.
잿빛 카펫이 깔린 바닥에 일반 당구대와 포켓볼 당구대가 각각 1개.
주판알처럼 생긴 클래식 스코어보드 2개가 벽에 붙어 있다.
[서재에 비밀 금고는 없습니다.]“집 안의 각 위치에는 특별한 것이 없다고?”
[그렇습니다. 이제 지하 공간으로 진입합니다.]당구 물품들을 얹어 놓는 장식장이 스르르 밀렸다.
장식장 하단의 카펫은 장을 여닫으며 쓸린 흔적이 남아 있다.
“주용기의 지하 창고보다는 작네.”
[27평방미터입니다.]대략 8평의 정도가 된다는 거다.
앳윌플레이에 보이는 모습은 주용기의 지하 창고에 있는 것과 비슷한 간이형 탁자와 의자.
크기 외에 다른 차이는 철제 캐비닛 한 개와 대형 금고 한 개로 개수가 다르다.
***
“어서 오세요.”
브리핑 룸 대회의실로 태성기술 김성태 대표를 선두로 임원들 4명이 뒤따라 들어섰다.
“안녕하십니까, 사장님.”
“어서들 오세요. 이렇게 모두 모인 것은 오랜만이죠?”
“네, 그렇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먼저 도착해서 대화를 하고 있던 다이나믹 스카이의 류기현과 프리 모바일의 유준기도 인사를 했다.
그쪽에서도 각 3명씩이 와 있다.
“사장님, 터니엔디에서 도착하셨습니다.”
그때 비서 심다윤 대리가 보고를 해 왔고, 출입구에 송성우 터니엔디 대표가 보였다.
“안녕하십니까, 사장님.”
송성우 대표의 인사와 함께 뒤에 터니엔디의 임원들이 들어섰다.
“어서들 오십시오.”
김경훈과 유병진이 두 곳에서 참석한 임원들과 인사를 나누는 과정도 제법 길었다.
워낙 오랜만에 임원들이 회의에 참석하기도 했고, 다이나믹 스카이와 프리 모바일과의 인사도 길어졌기 때문이다.
“사장님, 밖에 서 있는 로봇, 이번에 만드신 것입니까?”
참석자들과 인사를 마친 김성태 대표가 자리에 앉으며 바로 질문을 했다.
“네, 맞아요.”
“2족 보행 로봇이라니. 세상의 모든 로봇 관련 기술을 가진 회사나 인공 지능 개발 회사에서 기를 쓰는 분야인데.”
송성우 대표가 감탄을 한다.
비서실 직원들이 차와 간식 접시가 올려진 트레이를 밀고 들어왔다.
차가 놓이는 중에 주고받는 최근의 뉴스 기사 이야기로 대화는 여러 가지다.
“요즘, TV 뉴스에서 사장님 얼굴이 안 보이는 날이 없던데, 사장님이 탤런트들보다 더 인기인이 되셔서 큰일 났습니다.”
터니엔디의 양호언 상무.
인수 후에 송성우 대표의 추천으로 채용한 임원이다.
“얼굴 알리고 싶지 않은데, 생각과 달리 반대로 가네요.”
뉴스에도, 너튜브에도 많이 나온다.
태영과 인터뷰를 한 언론은 없지만, 회사의 임원들이나 직원들과 인터뷰는 한다.
사실과는 상관없이 왜곡하거나 일방적인 비난이면 그냥 두지 않았을 거다.
그나마 그런 기조가 없어서 다행이다.
“사장님, 오늘 회의가 혹시 밖의 저것 때문입니까?”
김성태가 물었다.
“네, 맞습니다.”
“자, 정숙해 주십시오. 회의 시작하겠습니다.”
유제범이 자리에서 일어서서 간단히 시작을 알렸다.
이어서 앳윌플레이가 켜졌다.
영상에는 7종의 휴머노이드가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이 나타났다.
{휴머노이드.}
상단 중앙에 보이는 글에 김성태가 중얼거렸다.
주제는 휴머노이드가 아니라 회의를 풀어 갈 모티브일 뿐이다.
“지금 보이는 것은 7종의 휴머노이드입니다.”
김경훈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1번의 것이 여러분들이 들어오면서 본 휴머노이드 HM-MF모델입니다.”
급에 대한 것은 발표하지 말라고 했다.
너무 복잡해지기 때문에.
“1번과 2번은 기계로 보이는데, 그 이후부터는 기계로 보이지 않는데요?”
송성우 대표가 질문했다.
“맞습니다. 1번과 2번은 확실히 기계로 보이고, 3번부터 6번까지는 외관이 가죽, 털, 면직, 비단 등으로 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7번이군요.”
송성우가 얼굴에 웃음을 띠고 말했다.
“7번은 특수 재질로 사람의 피부처럼 구현되어서 시각은 물론 만져도 구분이 쉽지 않습니다.”
“아.”
“사람과 구분이 불가능하다구요?”
“네, 나도 직접 본 적은 없습니다만, 사장님 말씀이 그렇습니다.”
김경훈이 태영을 한번 보고는 답해 주었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지금은 2번까지만 생산이 가능하고, 다른 모델은 불가능합니다.”
“불가능한 이유가 혹시 소재 때문입니까?”
김성태의 질문이다.
“네, 맞습니다. 오늘 여러분들을 이곳까지 오시라고 한 직접적인 이유 중에 하나이기도 합니다.”
“허.”
김성태가 탄식하듯 긴 숨을 쉬었다.
“특히, 저 7번의 휴머노이드는 인종별로 생김새와 피부색이 다른데, 소재가 있으면 모두 맞출 수 있습니다.”
“인종별로도 가능합니까?”
“네.”
“얼굴은 어떻습니까? 사람마다 미의 기준이 다르고 선호도가 다른데?”
“지금 확인할 필요는 없지만, 상상하는 대로 모두 가능합니다.”
“세상이 뒤집히겠군.”
세상이 뒤집힌다.
저 말대로 될 수도 있다.
보행이 불가능하거나, 혼자서 움직일 수 없는 노인을 케어해 줄 수 있다.
또한, 아이를 돌봐 주는 보모 역할을 할 수 있다.
그와 같이 사람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영역에 투입이 가능하다.
“회사 부근에 입주하지 않고 비어 있는 부지와 매각 의사가 있는 공장들을 모조리 인수하라고 지시하신 이유가 그 때문입니까?”
태영이 잠시 다른 생각을 하는 사이에 김성태가 물었다.
“맞습니다. 사장님은 그 지역을 소재 개발 및 소재 생산 단지로 만들고 싶어 합니다.”
김성태의 질문에 김경훈이 바로 답해 주었다.
“우리가 매입하고 있다는 정보에 최근 가격이 조금씩 오르고 있는데…….”
“가격 상관없이 매입 가능한 곳은 모두 매입하면 됩니다.”
대화 중간에 태영이 끼어들었다.
“알겠습니다. 사내에 자금은 빵빵하니까 아무 문제없습니다.”
“사내 자금이 얼마나 있어요?”
터니엔디 송성우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대략 3조는 넘죠.”
“와, 거기도 대단하네.”
“엔디는 어떻습니까?”
“우리도 그 정도 됩니다.”
“거기도 많군요.”
“매출이 많지 않습니까? 이익률도 높고.”
태성기술은 터니테크와 터니엔디 등에서 사용하는 모든 소재를 독점적으로 공급하고 있고, 이익률도 높다.
테니엔디 역시 여전히 제품 생산의 주력 회사로 이익률이 높으니 자금이 아주 많이 쌓여 있다.
“우리도 이유가 있습니까?”
김성태와 서로 궁금한 것을 묻고 답하던 송성우가 김경훈에게 물었다.
“네, 그건 사장님이 말씀하실 것입니다.”
김경훈의 대답에 터니엔디 임원들의 시선이 모두 태영에게 향했다.
“자, 정리를 하죠.”
이제 태영이 말할 차례다.
“네.”
“우선 태성기술은 2공장으로 예정한 곳을 제외하고, 새로 매입한 공장과 공장 부지를 기준으로 자회사를 만드세요. 자본금은 태성기술과 터니테크가 출자하는 것으로 해서, 유 부장과 의논하면 됩니다.”
“그럼 자회사가 4개나 만들어지게 됩니다.”
태성기술의 경영 지원부 박성환이 답했다.
태성기술 자체 2공장 부지 외에도 그간 매입한 공장 부지가 4곳이 더 있다는 말이다.
“숫자에 상관없이 공장 단위로 만들면 됩니다. 향후 자회사 별로 소재 전문화를 할 생각을 하고 있으니 그에 맞춰서 구분하십시오.”
터니테크의 임원들과 경영 지원부에는 이미 회의를 통해 모두 알고 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터니엔디.”
“네.”
“거기 공장 매입 상황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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