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677
323. 왜 자꾸 작아지는
“특별한 와인이라는 것인데, 그럼 일단 그거 줘 보세요.”
콩티가 어떤 와인인지 모를까?
알고 있지 않을까?
그냥 시치미 떼고 모르는 체하는 것이리라 생각하지만, 정말 모른다면 나중에 계산서 보고 뒤집어질 것이다.
“요새, TV만 틀면 최태영 이야기가 나와.”
직원이 나가자 오영배가 혼잣말하듯 물었다.
“반갑지 않은데, 왜 그러는 것인지.”
“그래도 전에는 비판이 많았는데, 요즘은 그게 아니니 다행이지 않아?”
“애초에 관심이 없어서요.”
이런저런 여담으로 시간을 때우던 중.
황금색으로 번쩍이는 화려한 장식의 고급 트롤리에 와인과 잔이 실려 들어왔다.
서빙 담당은 오영배에서 와인을 들어 보여 주고, 마개를 땄다.
그리고 와인 잔에 채웠다.
잠시 후 태영의 잔에 채울 때까지도 두 사람은 말없이 와인 잔을 보기만 했다.
“곧 식사 올리겠습니다.”
인사를 한 서빙 담당이 룸을 나갔다.
“요즘 거기 반도체 마켓 어떠냐?”
서빙 담당이 나가자마자 와인 잔을 들어 올려 건배하는 포즈를 취하며 태영에게 물었다.
~쨍~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잔을 마주 부딪쳐 주며 답했다.
“얼마나?”
“이제 오픈한 지 4일인데요. 기대치에 상관없이 어렵지 않겠습니까?”
“솔직히.”
“……?”
“솔직히 말해 봐.”
“뭘요?”
“말을 돌리지 않을 테니 우리 서로 솔직해지자. 사인도 했잖나?”
오영배 회장의 이런 분위기는 참으로 낯설다.
“오픈 4일째, 4시에 마감 기준으로 누계 270억.”
“4일 만에?”
“그래요. 생각보다 적어서 좀 실망스럽지만.”
“…….”
오영배가 검지 끝으로 식탁 위를 톡톡 두드린다.
“목표치가 얼마인데?”
“원래 그런 거 없었어요. 그냥 해 보자는 거였지.”
“원래 그랬다면, 지금은?”
“올해 8조 정도.”
“8조?”
놀란 표정으로 큰소리로 물어온다.
“네, 그냥 그 정도 하면 좋겠다는 희망 사항입니다.”
“……8조면, 점유율이 1%를 넘어서는데?”
머릿속으로 잠시 계산을 하는 것 같더니 물었다.
“그 정도 되겠네요.”
겨우 1%를 가지고 호들갑이라는 생각에 무심하게 대답했다.
“……우리 점유율이 1% 채 안 되는 거 알지?”
“네.”
“그런데, 1년도 아니고 반년 만에?”
“너무 적게 잡았나요?”
“우리가 가진 공장의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알아? 아니, 그 공장을 만드는데 돈이 얼마나 들어갔는지 알아?”
“말씀해 보세요. 이번 기회에 좀 알아 두게.”
“파운드리에서 일하는 우리 직원 수가 몇이나 되는지 알아?”
“남의 회사 직원 수를 어찌 알아요. 그것도 좀 알려 줘 봐요. 나도 궁금하니까.”
“후우…….”
오영배가 긴 한숨을 쉬었다.
태영의 말이 그 정도 총격인가?
“지금 한 대 치고 싶은 거 알아?”
“음, 그런가요?”
“……터니테크 공장 규모가 얼마나 돼?”
“조그마해요. 요만하려나?”
대답을 하며 손가락 하트 모양을 하듯 엄지로 검지 끝을 밀어 보여 주었다.
~똑똑~
노크 소리가 들리고, 음식을 실은 트레이가 들어왔다.
식탁 위에 음식이 세팅되는 동안 두 사람은 말없이 기다렸다.
“맛있게 드십시오.”
직원이 인사를 하고 나갔다.
“맛이 있을 리가…….”
오영배의 중얼거림이다.
그래, 입맛이 쓸 텐데 맛이 있을 리가.
“후우…… 터니테크는 파운드리 없지?”
음식에는 손도 대지 않고, 어이없는 한숨을 한 번 더 쉬더니 다시 물어온다.
“네.”
“그 어디에도 칩 관련해서 주문한 적이 없지?”
“그렇죠?”
질문형으로 답했다.
“그런데 반도체 칩을 만들어 판다…… 이걸 세상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오, 멋짐. 이렇게 받아들이지 않을까요? 라고 말해 주고 싶었다.
그렇지만 주먹이 날아올 것 같아서 피식 웃고 말았다.
“우리는 어찌 될 것 같아?”
“거기는 10위권 밖이죠?”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닌 다른 답으로 물었다.
“……난, 아니 우리는 어떤 결정을 해야 할까?”
“알아서 하세요.”
“대체 어떤 기술이면 파운드리 없이 칩이 나오게 되는 거냐?”
“보셨지 않습니까?”
“세상 사람들이 납득하겠나? 나는 내 눈으로 봤으면서도 납득이 안 되는데.”
“글쎄, 내가 납득시켜야 할 의무도 없고, 이유도 없고…… 아무튼 그래요.”
“터니테크처럼 생산을 하게 되면, 팹리스 회사들만 살아남게 되는 거냐?”
“모르죠.”
그럴 리가 없지만, 답은 그렇게 했다.
“모르다니?”
“우리, 제품 생산하는 거 보셨지 않습니까?”
“……생산…… 그거?”
애매한지 잠시 생각하는 모습을 보였다.
“우리가 생산하는 제품이 일반적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것처럼 하던가요?”
“아, 하아…… 아니.”
“그랬나요?”
“하, 미치겠네, 진짜. 하아, 그래 아니었지. 하, 돌아 버리겠네. 하아…….”
말하는 중에 몇 번이나 한숨을 내쉰다.
~퍽퍽~
그리고 자신의 가슴을 손으로 툭툭 쳤다.
“팹리스고 파운드리고 조립 공장이고 뭐고 간에……?”
“네, 다만 그렇게 안 하고 있을 뿐입니다.”
“시발…… 진짜 욕을 안 할 수가 없네.”
욕을 했고, 본인 스스로도 욕이라고 했지만, 이건 그냥 한탄이다.
“제품 설계를 하면, 중간 과정 생략하고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
입을 벌리고 태영을 뚫어지게 바라본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다.
소재 개발이 되지 않아서 진행이 안 되는 부분.
김나은 팀이 하는 일이 성공하면 가능해질 것이다.
그 일이 언제쯤 성공할지 모르지만, 그 이후의 세상을 이들은 상상할 수 있을까?
절대로 모를 것이다.
짐작조차 못 할 것이다.
어떤 기가 막힌 세상을 맞이하게 될지.
“그런데, 그렇게 안 할 뿐이라고?”
“네, 맞습니다. 안 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정확하게 답해 주었다.
“너…… 외계인 맞지?”
한참 동안 아무 말 않고, 젓가락으로 반찬을 뒤적거리던 오영배가 물었다.
“그래 보여요?”
“이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되잖아?”
“음, 그렇기는 하네요.”
“맞지?”
“전에 내가 한번 말했던가요?”
“뭘?”
“한번 죽었다 살아와 보면 정말 많은 것이 달라진다고. 오 회장님에게 말했나? 아니면 다른 사람에게 말했나? 누구에게 그 말을 했는지 기억이 안 나지만, 아무튼 살아서 돌아올 수 있다는 확신이 있으면, 한번쯤 경험해 보는 것도…….”
“지랄…….”
“조금 전에 너라고 했을 때 그냥 넘어가 드렸는데, 또 하면 어찌 될지 알죠?”
다음 말이 나오려는 것을 자르고 태영이 할 말을 했다.
“사준.”
“네.”
“어떻게 하기로 했는데?”
“……그게 다른 회사의 일인데, 회장님에게 답해야 하나요?”
답을 하지 않고 돌려서 질문했다.
“……좋아, 그렇다고 치고 우리가 뭘 주면, 이 판에서 살아남을 수 있어?”
“아니, 조금 전에 안 한다고 했지 않습니까? 그런데 왜 그러세요, 대체?”
“내가, 최 사장이 하고 있는 것이 어디까지 어떻게 진행될까 생각하면, 살이 떨려 올 지경이야. 그래서 그런다.”
“…….”
“그럼, 그 부분을 확장하지 마세요.”
“줄여야 하는 거냐? 매각할까?”
“그건 알아서 하시구요.”
“답답하네. 말을 그런 식으로 빙글빙글 돌리지 말고 좀 선명하게 대답할 수 없어?”
“선명한 대답은 회사 내에서 보고받을 때 요구하시구요.”
비즈니스는 거래다.
거래는 상응하는 가치를 가진 것을 주고받을 수 있어야 한다.
물물 교환이든 금전 거래이든 반드시 걸맞은 대가가 오가야 한다.
태영이 가진 것을 탐하는 곳은 많지만, 그들이 대가로 내놓을 것은 없다.
가진 것이 많은 쪽에서 그것을 지킬 수 있는 힘이 없으면 빼앗긴다.
그것은 과거나 현재나 방법이 다를 뿐, 빼앗고 뺏기는 것은 같다.
“좋다. 우리가 뭘 주면 최태영의 계획에 끼워 줄 수 있어?”
계획?
특별히 거창한 계획을 세우고 진행하는 것은 없다.
단 한 가지를 제외하고는.
그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탐사선이다.
나머지는 모두 지엽적인 것이다.
“오늘 이 이야기하자고 보자고 한 것이 맞습니까?”
“……응?”
“만나자고 한 이유가 반도체 칩 때문이었는지 묻는 겁니다.”
“…….”
“처음, 자리에 앉으면서부터 그 이야기기만 계속하시기에.”
“중요한 문제니까.”
“박 회장님에게 천천히 생각해 보자고 했습니다.”
결론을 말해 주었다.
오늘 만나서 듣고 싶어 하는 것이 어떤 것이든, 같이하느냐 아니냐 하는 것이니까.
“정말이지?”
조금은 안심한 듯 묻는다.
“네.”
“왜 그랬는지 묻자.”
결국은 자신은 빼고 박용재 회장과 반도체 관련해서 추진하지 않는다는 점에 안도하는 것이다.
그것에 대한 확인차 질문하는 것.
“지금은 어떤 것도 정할 수 없으니까.”
“그럼…… 우리도 같이 생각하면 돼?”
“네, 지금은 그것에 대해 아무 생각을 안 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도 기회가 있지?”
“아무 생각도 안 하고 있다는 게 지금의 결정입니다.”
다시 한번 다짐을 받고자 하는 질문에 답해 주었다.
“후, 좋다. 나도 다시 채근하지는 않을 테니 생각이 정리되면…….”
“네, 그래요.”
말을 자르면서 대답했다.
태영의 말에 담긴 속뜻을 정확히 이해한 것일까?
결론으로 정확히 의사 표현을 한 것이 하나 있고, 속뜻으로 남겨진 대답 두 가지가 있다.
의사 표현한 것을 이해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속뜻으로만 남겨진 것은 ‘모르죠’와 ‘다만 그렇게 안하고 있을 뿐입니다’라는 부분이다.
“아, 중요하지 않지만, 궁금한 거.”
“네.”
“세프론은 무슨 뜻이야?”
메이스타가 운영하는 판매 사이트 중에 반도체 칩을 주문할 수 있는 마켓이다.
“세미컨덕트 프론티어.”
“맞네.”
“뭐가요?”
“아니야. 그냥.”
“이번에 아스페이스 설립 시에 주주로 끼워 주는 조건으로 이익을 많이 보셨다구요?”
“알고…… 있었어?”
“어쩌다 보니…….”
“어차피 터니테크 비즈니스 영역이 아니야.”
“알고 있습니다.”
“최태영과 만나기만 하면 왜 자꾸 작아지는 느낌일까?”
비로소 식사를 시작하면서 자조적인 질문을 한다.
결과가 어떻든 오늘 만나자고 한 목적은 해결한 셈이다.
그러니 저렇게 편하게 밥숟가락을 뜨는 것이리라.
***
오영배 회장은 떠나면서 ‘나 빼고 가면 안 돼. 알지?’라고 몇 번을 말했었다.
~똑똑~
노크를 한 후 문을 열고 들어갔다.
룸 안에는 네 사람이 회의 중이었다.
식사는 이미 끝난 것 같아 보인다.
“어서 와.”
조영희 사장이 환히 웃으며 말했다.
“네, 안녕하세요.
조영희 사장의 옆에 앉은 처음 보는 사람과 이새봄의 옆에 앉은 설비팀장도 인사를 했다.
“오빠는 회의 끝났어?”
“응.”
“오영배 회장과 식사했다고?”
조영희가 물었다.
“네.”
“거기는 애가 닳았을 거야. 잘 끝났고?”
“네.”
“뭐래?”
“왜 저만 만나면 작아지는지 모르겠다고 하던데요?”
“오호호호, 어머나 진짜 그랬을 것 같아.”
직원이 있음에도 점잔 빼지 않고 편하게 말하는 조영희 사장.
그 말에 다들 가볍게 웃었다.
“우리, 이야기 못 들었지?”
“무슨 일 있습니까?”
“지난달 말부터 투숙객에게 체험존 이용권을 주기 시작했거든. 그런데, 그게 소문이 나면서 최근 며칠 사이에 월말까지 벌써 예약이 다 찼어.”
“각 지역 체험존에도 벌써 예약이 가득이야. 그렇지만, 그쪽은 예약을 일부밖에 받지 않거든.”
“그랬지. 일부는 줄 서기, 일부는 예약으로 진행했으니까.”
“으응, 그리고 메타하나 가입자가 급증하고 있어.”
“어제도 그 이야기를 듣기는 했는데.”
어제도 가입자가 많이 늘어났다고 들었다.
“오늘만 30만 명.”
“우와, 30만 명?”
이건 태영도 놀랄 일이다.
“응, 어제까지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인터넷이나 너튜브 쪽에서 벌써 난리가 났어. 그쪽에 왜 영상 제공을 했잖아? 그 때문인 것 같아.”
일부의 게임 리뷰어들이 자신들의 플레이 영상을 사용할 수 있느냐고 해서 제공해 줬다고 했다.
“잘되었네.”
“조금은 걱정을 했는데, 이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싶어. 물론 무료 서비스 기간이 지나가 봐야 알겠지만.”
“무료 기간 지나고 결제하는 사용자 수를 보면 알 수 있겠네.”
“으응.”
“그럼 오늘 만난 이유가?”
“체험존 때문에 갑자기 객실 예약이 확 늘었어. 그래서 체험존 규모를 늘리려고.”
태영의 의문에 조영희 사장이 대답했다.
설비팀장이 이 자리에 함께한 이유가 그것이었다.
호텔 체험존은 여기가 유일하다.
하나는 이새봄의 학교, 그 외는 모두 시내에 있다.
“아, 네.”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좀 크게 시작하는 건데 말이야.”
조영희 사장 옆에 앉은 기획팀장의 고개가 숙여진다.
태도로 보아 기획팀장이 체험존을 반대했던가 보다.
“장비 판매도 갑자기 확 늘었어. 나 퇴근 전에 확인해 보니까 2천 세트.”
“2천 세트?”
“응.”
어제까지 15세트였는데, 오늘 하루에 생각보다 많이 나갔다.
“우리 체험존에 놓는 세트 가격이 8백만 원인데, 그것을 개인이 구입한다고?”
“아, 가장 낮은 레벨로 조합하면 세트 가격이 2백30만 원이요.”
“그래도 2천 세트면 얼마야?”
“트레드밀이나 햅틱웨어 없이 VR 글라스와 접속 머신 만 구입한 사람도 많아요.”
“머신이 없으면 접속이 안 되는 건 아니잖아?”
“레티어로 플레이가 되지만, 차이가 워낙 많이 나거든요.”
“아, 그렇지. 글라스를 사용하면 3D로 로그인이 되지. 거긴 완전히 환상의 세계이니까.”
“네, 글라스를 쓰고 하려면 접속 머신이 있어야 하구요.”
잘될 것 같은 느낌이 팍 온다.
태영이 다녀왔던 28세기의 그 차원.
메타하나가 발표된 이후에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고 기록으로 남아 있다.
이쪽 차원도 같지 않을까?
“류 대표가 재미있는 제안을 받았더라구요.”
셋이 남았을 때, 태영이 말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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