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679
325. 고맙네, 정말 고맙네
“네? 어떻게요?”
안재희의 질문을 받으면서 제니아가 든 박스를 열었다.
“시계예요?”
박스를 개봉해서 보여 주자 그렇게 물었다.
“시계 기능을 기본으로 갖추고 있는 아주 특수한 통신 장치.”
“스마트폰과 연결이 비슷해요?”
“그래, 이건 내가 직접 귀에 넣어 줘야 하니까, 자리를 좀 옮기자.”
“네.”
테이블을 돌아온 안재희를 옆에 앉히고 손에 제니아를 채웠다.
“아흐흐흐흐, 이히.”
귓속에 이페어를 넣자 간지러운 괴성을 지른다.
태영은 기능을 설명해 주었다.
“상대에게 그냥 알릴 수 있다구요?”
설명을 다 할 때까지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고, 끝까지 기다렸다가 의문이 드는 것을 물어왔다.
“그래.”
“제가 미국에 있어도, 이걸로 한국에 있는 오빠와 언니와 통화가 가능한 거구요?”
“괜찮지?”
“괜찮다고 할 정도가 아니죠. 세상에 어떻게 이런 것을 생각하고 만들 수 있어요?”
“궁금해하지 말 것.”
“오빠에게 그 말을 워낙 여러 번 들어서.”
안재희는 그 후에도 1시간쯤 앉아서 태영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돌아갔다.
[주차 빌런 구속되었습니다.]자폭한 주차 빌런.
위니로부터 그 말을 들으며 태영도 자리에서 일어섰다.
리얼판타즈에 5기의 휴머노이드를 전해 주기 위해서.
***
“어서 오십시오.”
간편한 복장의 박용재가 브리핑 룸으로 들어서며 선글라스를 벗었다.
그래 봐야 박용재 회장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다.
그런데도 겨우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렸다.
비밀 유지 각서에 서명하고 영상으로는 봤지만, 현장을 참관하지 않는 세 사람.
그들이 현장을 참관하는 날이다.
“저거 뭡니까?”
입구를 지키고 있는 휴머노이드에 대한 박용재의 반응이다.
인사는 건너뛰고 그것을 먼저 물어왔다.
오늘 오기로 했기에 안내를 하도록 맡길 것인가에 대해 걱정을 했다.
주말이라 직원들은 출근하지 않는다.
그런데, 다른 회사 고위 임원이 온다고 비서를 출근하게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휴머노이드에게 안내를 맡겼다.
“아니 저게, 저게 말도 하고.”
박용재의 뒤를 따라 들어오던 정우인 사장, 그리고 여전히 휴머노이드 앞에 서 있는 이선준 시장.
“어서 오십시오.”
“네.”
“영오, 나는 따뜻한 모카하라로 주고, 손님들에게도 원하는 거로 준비해 줘.”
브리핑 룸의 대회의실 입구에서 대기 중인 휴머노이드에게 시켰다.
휴머노이드 ‘영오’는 세 사람의 방향으로 몸을 돌렸고 왼팔을 내밀어 홀로그램 영상을 만들었다.
휴머노이드 영오를 바라보는 세 사람.
모두가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라는 표정이다.
이것은 키오스크 앞에서 주문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물론 세 사람은 사회적 지위가 있는 고위 임원들이라 그런 주문을 직접 해 봤는지는 알 수 없지만.
“미치겠군.”
이선준 사장이 회의 테이블을 툭툭 친다.
그들은 연신 휴머노이드를 관찰하면서 메뉴를 선택했다.
에스메랄다 게이샤, 모카하라, 모카 마타리. 그렇게 고루고루.
주문이 끝나고 영오가 나가자 세 사람은 태영을 향해 앉았다.
“궁금한 것이 많아 보입니다?”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라 터질 것 같습니다.”
태영의 말에 이선준이 답했다.
“왜요?”
태영이 싱긋 웃으면서 물었다.
“최 사장님, 박사 학위 같은 거 있습니까?”
“지금 학사 수업 중인데, 그런 것이 있을 리가 있습니까?”
“우리 유능한 기술진들, 박사 학위를 가진 뛰어난 그 사람들은 왜 저런 것을 만들지 못할까요?”
“음, 제가 답할 것은 아니군요.”
“여기서 만든 것입니까?”
정우인이 물었다.
“네.”
“혹시 지난번에 본 그 영상처럼 만들어집니까?”
“네, 만드는 방법은 동일합니다.”
“…….”
정우인 사장이 박용재 회장에게 시선을 주었다.
“만드는데 얼마나 들어요?”
이선준의 질문이다.
“그건 비공개입니다.”
“……그럼 한 기를 만드는데 시간은 얼마나 걸려요?”
“30분이요.”
“허.”
”30분이요?”
태영의 대답에 박용재가 황당하다는 표정이다.
“정말 30분입니까?”
정우인이 확인하듯 다시 물었다.
“만들기만 하는 데는 딱 그 시간입니다.”
궁금함이 무척이나 많은지 이것저것 계속되는 질문에 중요하지 않은 것은 답을 해 주었다.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렸고, 휴머노이드 ‘영오’가 트롤리를 밀고 들어왔다.
“정말 사람처럼 걸어 다니네. 걷는 것도 사람보다 더 자연스럽고.”
차를 각자의 앞에 내려놓는 휴머노이드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말시키면 대답해요?”
아주 신기해하다가 물어왔다.
“네, 한번 시켜 보세요.”
“이름이 왜 영오인가?”
영오는 순순히 대답했다.
“음…….”
무엇을 질문할지 생각해 보는 것 같지만, 쉽지 않다.
인간이 아니기에 생기는 괴리감이 있기 때문이다.
“주 임무가 뭔가?”
“사무실 근무는 하지 않나?”
“혹시 우리가 가자고 하면 따라가는가?”
“강제로 데려가려 하면?”
“…….”
적으로 간주한다는 말에 태영을 본다.
“맞습니다.”
태영이 답해 주었다.
“적으로 간주하면 어찌 되는가?”
“그럼, 제압은 어찌하는가?”
“문제가 생기지 않나?”
“지금 우리와의 대화도 녹화되고 있나?”
그 대답에 서로를 쳐다본다.
“……제압 능력은 어찌 되는가?”
잠시 뜸을 들인 후에 이선준이 물었다.
휴머노이드의 대답이다.
“영오와 맨손이나 삼단봉 정도로 대적하려면 오십 명 이상은 있어야 할 겁니다.”
대답은 태영이 대신해 줬다.
“아, 그래요?”
“네.”
깜짝 놀라기는 했다.
“최 사장, 이 대화 지워 줄 거죠?”
갑자기 녹화에 대해 물어온다.
“가능합니다.”
“네, 그럼 되었습니다.”
가능하다고 했지만, 지워 준다고 답하지는 않았다.
“휴머노이드에게 질문하면 누구나 이 정도 대답은 해 줍니까?”
“그것도 영오에게 물어보세요.”
이선준의 질문에 대답을 넘겼다.
“영오, 누구나 질문하면 이렇게 친절히 답해 주나?”
“아…… 그럼 그렇지.”
“혹시…….”
“네.”
“기술 자료를 일부라도 받을 수 있습니까? 모두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압니다. 그래서 관절 동작 정도만이라도.”
휴머노이드를 가리키며 물었다.
“대가를 지불하실 수 있을까요?”
“……흐음.”
얼마나 부를지 모를 거다.
준다고 해도 만들지 못하겠지만.
“판매…….”
“계획에 없습니다.”
판매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말을 잘랐다.
“혹시, 이유를 물어도……?”
“휴머노이드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자동화 기기가 아닙니다.”
“…….”
“보통, 인공 지능이라고 불리는 수준이 있습니다. 휴머노이드는 그 이상의 지적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 그렇…….”
“업무에 투입되면 효율이 매우 뛰어납니다. 그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예상되지 않습니까?”
“…….”
“그래서 위험 물질을 다루거나, 인체에 해로운 유해 작업 현장 같은 곳에 공급하는 정도는 염두에 두고 있지만, 그것도 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위험하지 않은 곳은 없지요. 안전 수칙이 있지만, 편의를 위해 지키지 않기도 하고, 사소한 실수로 사고가 발생하기도 하니까요. 그리고 그럴 때마다 회사는 성토의 대상이 됩니다.”
태영도 뉴스를 통해서 보도되는 것을 여러 번 본 적이 있다.
그것은 어쩔 수 없다.
기업은 개인에 비해 힘이 강한 집단이기 때문이다.
“인정합니다.”
“……에너지원은 뭘 씁니까?”
“전용 배터리를 내장하고 있고, 휴머노이드 스스로가 알아서 충전합니다.”
“한번 충전하면 몇 시간이나 사용이 가능합니까?”
충전 시간과 사용 시간이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보통의 경우 15일 정도 충전 없이 활동 가능합니다.”
“15일이요?”
“네.”
놀라운 일이 맞을 것이다.
15일이라는 말에 휴머노이드의 몸체를 이리저리 살펴보지만, 배터리로 보이는 부위는 없다.
전기 자동차의 경우, 차체 바닥 전체가 배터리다.
그래도 그다지 오래 달리지 못한다.
“자, 이 정도 하고, 생산 현장을 보러 가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네, 그럽시다.”
이제야 겨우 오늘의 목적으로 돌아왔다.
일행이 재료실 앞에 도착했다.
이곳은 태영의 전용 공간이다.
“여기는 필요시에 직접 일하는 곳입니다. 아까 보신 휴머노이드는 여기에서 생산되었습니다.”
“아, 혹시 휴머노이드가 명령을 거부하거나 하지는 않습니까?”
휴머노이드가 주위에 없는 것을 보고 이선준이 물었다.
“영화 이야기죠?”
영화 속에 그런 스토리가 많다.
기계의 반란, 인간과 기계의 생존을 건 전쟁.
“사실, 누구나 생각하는 부분 아닙니까?”
“영화 속의 기계 인간은 인간의 두뇌를 가진 경우가 많죠. 그래서 명령권자에게 복종하지 않는 거구요.”
“완전하게 복종한다는 뜻입니까?”
“맞습니다.”
클린 룸에 들어가기 위한 복장을 갖추고, 샤워 룸을 통과하여 젠하우스로 들어갔다.
외부인이기에 통신 장비가 부착되지 않은 클린 룸 복장이다.
일부러 통신이 되지 않는 것으로 줬다.
태영은 레티어를 켜서 스크린을 통해 의사를 전달했다.
아무도 말하지 못하니 편하다.
***
생산 현장을 직접 본 세 사람의 끝없는 질문에 시달리며 식사를 하러 갔다.
식당에서도 질문은 끝없이 이어졌다.
그 질문을 대충 막고 얼버무렸다.
휴머노이드의 공급은 아직 미정이며,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기를 기다린다고 마무리를 했다.
“오 회장님이 찾아와서…….”
그 이야기도 차근차근 해 주었다.
“자, 안녕히 가십시오.”
“네, 오늘 초대 감사합니다. 곧 다시 뵙죠.”
초대하기는, 자기들이 온 거지.
그렇지만, 드디어 끝났다.
그들을 보내고 돌아왔을 때는 휴머노이드 영오가 이주현과 류지현을 위해 브리핑 룸을 열어 두고 있었다.
이주현과 류지현은 제니아를 손목에 차고, 휴머노이드 각 1기를 데리고 갔다.
회사로 들어오는 이새봄과 류지현이 엘리베이터 입구에서 마주쳤다.
“언니 왔네?”
“응, 나가는 길이라 아쉽다. 회사에 놀러 가도 되지?”
“그럼요. 언제든지 미리 연락하고.”
“그래, 안녕.”
두 사람은 간단히 인사만으로 끝냈다.
“우후, 휴머노이드이지만, 너무 예쁘다.”
브리핑 룸의 소회의실에 세워진 휴머노이드 5기.
웨스코르 호텔에 임대하기로 한 남성형 2기와 여성형 3기를 본 이새봄의 말이다.
“금속인데.”
“금속이라도 예쁜 것은 예쁜 거지. 이름은 안 지어 주었지?”
“조영희 사장에게 맡기면 돼.”
“근데 오빠.”
“응.”
“우리 회사에 있는 거 최상위 명령권자가 나이고, 임대할 얘들은 조영희 사장님이잖아?”
“그렇지.”
“근데, 나나 조 사장님이 통제 못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어떻게 해?”
“말하지는 않았지만, 시스템 명령이 있어.”
“누구?”
“위니.”
“아, 아하. 그렇구나.”
그리고 그 위니에게 명령할 수 있는 두 사람.
태영과 이새봄이다.
[마스터, 새봄 님, 휴머노이드를 소재로 한 너튜버 영상이 1천 개를 넘어섰습니다.]“조회 수는 어느 정도야?”
[통합 8억 뷰를 넘겼습니다. 최대를 기록한 영상은 3천만, 지금도 뷰가 올라가고 있고, 영어로 번역되어 나간 영상의 합산 조회 수가 7천만을 넘어섰습니다.]서서히 시작된 휴머노이드 이야기가 엄청난 속도로 퍼져 나가는 것 같다.
“그 정도야?”
[네, 그렇습니다. 새봄 님.]휴머노이드가 외부에 모습을 보인 것은 이번 주 월요일.
수많은 너튜버들이 취재를 왔다고 했다.
그들을 막지 말고 회의실 하나를 내어 주라고 했다.
터니테크뿐만 아니라, 메이스타가 배포된 각처에 수도 없이 찾아왔다고 보고를 받았다.
“뉴스는 어때?”
‘다음 주에 한번 해야겠군.’
***
총리 집무실 입구.
“어서 오십시오.”
이민건 부이사관으로 기억하는 사람이 정중한 자세로 인사를 했다.
태영을 이리로 데려온 사람은 지난번에 이미 만난 적이 있는 오정미 사무관이다.
~똑똑~딸깍~
문이 열리고 들어가라는 신호를 보냈다.
자신의 책상에 앉지 않고 문에서 가까운 자리에 서 있는 김지환 총리가 보였다.
뒤에서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 인적은 없다.
이민건은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지환 총리가 먹먹한 모습으로 태영에게 다가왔다.
눈가에 맺힌 눈물 자국이 보인다.
총리는 태영을 덥석 껴안았다.
“고맙네, 정말 고맙네.”
뭐가 고마운……? 아, 췌장암 치료제.
“저희 아버지에게 감사하시면 되는…….”
“감사 인사를 했지. 부친께서는 자네가 개발한 치료제라고 하더군.”
“…….”
할 말이 없다.
“벌써 차도를 보이고 있네. 살 수 있다는 말이네.”
그대로 포옹을 한 상태다.
목소리에는 울음이 배어 있고, 몸은 떨리고 있다.
“아내가 정말 감사하다고…… 꼭 집으로 초대하고 싶다고 전해 달라 했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