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682
328. 여름 아르바이트
출석요구서가 7일 이전에 도착해야 한다면, 시간은 충분하다.
못 가겠다고 할 수도 있고.
주용기의 집에 대한 압수 수색은 이루어질까?
압수수색을 하지 않으면 지하 창고 뒤쪽의 유골을 발견할 수가 없다.
지하창고가 그 정도면 게임에 나오는 던전 수준이다.
정상적으로는 결코 찾아내지 못하는 숨겨진 던전.
그 던전 속에서 유골을 발견하는 과정을 어찌 풀어나갈지 궁금하기는 하다.
“회의 중 전화 한 사람 많지?”
무음으로 해 두기는 했지만, 꽤 많은 전화가 왔었다.
[마스터와 만난 적이 있는 사람으로 박용재, 오영배, 박주한, 신윤희, 선규진, 최원재, 구종길, 송원규, 김용현이 있습니다. 정치인으로….]“구종길이 누구?”
정치인의 전화는 별로 궁금하지 않아서 말을 잘랐다.
[탐사선 계약시에 만난 사람들입니다.]“송원규 김용현도 조선회사 임원이지?”
[그렇습니다.]계약 이후에 교류가 없어서 기억에서 사라진 사람이다.
그 사람들이 전화를 해 왔다.
조선회사만큼 용접이 많은 자리가 없을 거다.
용접일이 3D 업종이라고 했던가?
그 분야는 페이가 상대적으로 높은데, 그래도 사람 구하기가 어렵고 수천 명의 인력이 부족하다고 했던 것 같다.
“박주한 전화해줘.”
[네, 마스터.] [박주한일세.]벨이 두 번 정도 울릴 시간도 없이 박주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회장님. 잘 계시지요?”
[휴머노이드 말일세.]인사는 생략하고 바로 본론으로 넘어간다.
“네.”
[우리회사는 꼭 필요한 로봇인데, 뉴스에 나온 것이 사실인가?]“뉴스에서 무슨 말이 있었습니까?”
워낙 많고 다양했지만 태영이 그 모든 뉴스를 다 본 것은 아니다.
[판매는 아직 계획에 없다고 해서.]아. 그거였구나.
“유독성 환경의 일자리와 인력이 없어서 일이 안 되는 곳에는 판매를 예정하고 있습니다.”
조금 전의 회의에서 실컷 나눈 이야기다.
[그래? 제철소 일중에 정말 위험한 부분이 많다는 것은 알지?]“음, 솔직히 제철소 일을 안 해 봤으니 잘 모르죠?”
[아무튼 언제 시간되나? 한번 만나야겠네.]“휴머노이드 때문에 만나자는 분들이 많아서 조율을 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기는 하겠네. 이해하네.]그래도 박주한에게 순서 기다리라고 할 수는 없다.
“내일 제외하고 언제 시간 되십니까?”
[자네만 시간 되면, 내일 당장이라도 가능한데, 그럼 목요일 오후에 보세, 회사로 가겠네.]“알겠습니다. 혹시 미래건설에 책임자 급으로 한 분 동행 가능한가요?”
[미래건설 사장을 데리고 가지.]“감사합니다.”
그렇게 시간 약속이 정해졌다.
***
~똑똑~
{네.}
박기효 교수실을 노크하자 조교 서종길의 목소리가 짧게 들려왔다.
“안녕하세요.”
문을 열고 들어가며 인사를 하자 깜짝 놀라는 표정이다.
“교수님과 약속했… 한 겁니까?”
습관처럼 반말이 나오다가 중간에 급히 말을 바꾼다.
“편하게 말씀하세요.”
“우리학교 학생이긴 하지만, 이제 그럴 수 있나요?”
서종길 조교가 장난스럽지만, 경망스럽지 않은 자세로 말했다.
언젠가 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는 학교 선배 송두영의 말이 생각났다.
서종길이 자신을 부러워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터니테크에 입사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선후배를 막론하고 동문들을 채용하려면 취업시즌에 맞출 필요가 있어서 기회를 보는 중이다.
같은 학교 나왔다고 태영이 일방적으로 채용을 결정해서는 안 되는 점도 있다.
실제로 그들에게 일을 맡기는 사람은 태영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처럼 그냥 편하게 말 하시면 되는데.”
“교수님에게 혼나요.”
“하하 알겠습니다. 교수님 계시죠?”
“네, 애타게 기다리고 계십니다.”
박기효 교수는 전화를 하자 말자 휴머노이드 이야기를 했었다.
교수실로 들어서자 박기효 교수가 이미 문 앞으로 나오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교수님.”
“이거, 우리학교 재학생이 분명 맞는데, 얼굴보기가 이렇게 힘들까?”
“죄송합니다.”
박기효 교수에게는 정말 미안함이 많다.
“들어와.”
교수실 안의 테이블에 앉으며 레티어가 든 쇼핑백을 올렸다.
“뭐냐?”
“레티어 아시죠? 선물입니다.”
“나만 주는 거냐? 어 두개인데.”
“하나는 조교님 드리려구요. 제가 드리는 것 보다 교수님이 주시면 모양이 좋을 것 아닙니까?”
“그래 알았다.”
“차에 20개 가지고 왔으니까. 교수님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적당히 나눠 주십시오. 학교에 풀고 안 풀고는 교수님 마음대로 하셔도 됩니다.”
교수님의 자녀나, 꼭 주고 싶은 가까운 사람도 있을 것이기에 덧붙인 말이다.
“야이, 멋진 놈.”
박기효 교수는 바로 레티어의 포장을 풀었다.
“많이 나가냐?”
박스를 치우고 레티어를 손에 들더니 물었다.
“어제는 8천대 나갔습니다.”
“하루에?”
눈이 동그래지며 물었다.
“네.”
“하루에 8천대라니, 세상이 뒤집힐 일이네.”
“전 세계에서 노트북이 하루에 60만대 팔리는데 그 정도면 별거 아니죠.”
“판매시작한지 이제 열흘도 안 되었는데? 그 정도면 다른 회사 회장급들 머리에 불붙어 있을 거야. 거기에다 너희는 매장도 없잖나?”
“국내 오프라인 매장은 별하나로 결정되어 있었습니다. 이번 주부터 판매 시작 했구요.”
“별하나? 거기?”
“네.”
“여하튼 네 사람은 철저히 챙기는구나. 그거 정말 쉽지 않은데.”
“그냥, 성격입니다.”
챙기기도 하지만, 건들면 어찌 되는지는 교수님이 모른다.
“챙기는 건 좋지만, 요즘은 온라인이 대세인데 별하나에서 판매가 될까?”
“많이 팔린다고 합니다.”
“그래? 그거 뜻밖인데, 그런데 어떻게?”
“두 가지 장점이 있거든요.”
“그게 뭔데?”
“온라인에서는 할인을 안 해주지만, 오프라인에서는 할인을 해 주거든요.”
“오호, 할인이라. 확실히 메리트 있지. 그리고 또?”
“구입 즉시 사용이 가능하죠.”
“할인은 얼마나 해줘?”
“쪼금요. 택시 타고 와서 레티어 사고 난 후에, 외식하고 다시 택시 타고 갈 정도 할인해 주지만, 그게 어디입니까?”
오프라인의 할인은 최대 5% 이내에서 점주의 재량으로 알아서 할 수 있도록 정해 두었다.
“확실히 말 된다. 해외는?”
“온라인은 그냥 메이스타가 판매하고, 오프라인은 사준에서 4개 권역을 가져갔습니다.”
“4개 권역?”
“북미, 유럽, 동남아, 중동 이렇게요.”
“와! 거기서 자존심 다 내려놓고 너희 제품을 팔아?”
“경쟁이 안 된다고 판단 한 거죠.”
“그래도 중국을 제외하고는 제일 많이 팔릴 곳으로 가져갔네.”
“그렇죠. 그쪽도 지금 런칭 준비로 정신없을 것입니다.”
“얼마나 팔릴 것 같아?”
눈을 빛내며 물었다.
“조금만 팔려구요.”
“조금만이 어디까지야?”
“PC가 데스크탑과 노트북을 합쳐서 년간 3억대 정도의 시장이거든요.”
“그렇게 많아?”
“네, 거기서 2억대 정도는 먹을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시간은 많이 걸리겠죠.”
“PC시장 거의 독식이네.”
“그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생각은 그렇습니다.”
“여기에도 앳윌플레이 붙어?”
“네. 그 시장 때문에 일부러 레티어의 스크린 사이즈를 키우지 않은 겁니다.”
“카하하하! 그런 거 보면 너는 아주 나쁜 놈이야.”
태영에게 이놈 저놈 해도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 중에 한명이다.
“좀 더 나빠져 볼까요?”
“그 정도도 상당해. 그런데, 그 와중에 반도체는 뭐고 휴머노이드는 또 뭐냐?”
“학교에서 설명회 한번 할까요?”
그거 여러 사람에게 일일이 설명하려면 너무 많다.
그래서 방법을 돌렸다.
“아니다. 학교 안에 학생이든 교수들이든 모이면 너 이야기하는데, 지금은 애매하고 가을에 하자.”
“그럼 참죠 뭐.”
아마도 가을에 있는 교내 발표회를 염두에 두고 한 말 같다.
“요즘, 너 덕분에 학교 명성이 많이 올라갔다. 총장님도 그렇고, 학과장님도 그렇고 너에 대한 관심이 보통이 아니야.”
“그분들은 교수님이 대신 설명해 주십시오.”
태영이 그들을 찾아가서 인사하면 일이 너무 많아진다.
“곧 기말고사인데, 알고 있지?”
“네. 시험기간에는 학교에 와야죠. 그걸 누군가가 대신할 수는 없으니까요.”
“수업은 거의 듣지 않으면서 지난 시험에 최상위권이라니 대체 무슨 능력이냐?”
“뭐 별거 없습니다. 찍기 운이 좋은 거죠.”
“주관식을 어떻게 찍어?”
그때, 조교 서종길이 차를 준비해서 들어왔다.
“얘가 너희 회사 들어가고 싶어 하는 건 알지?”
서종길이 차를 내려놓는 중에 박기효 교수가 말했다.
“교수님!”
서종길이 살짝 항변하는 듯한 어투.
박기효 교수는 서종길이 있는 곳으로 레티어 하나를 슬쩍 밀었다.
“그거, 레티어다. 얘가 주는 선물이고.”
“아. 네. 네? 감사합니다.”
서종길이 태영을 향해 인사를 꾸벅한다.
표정이 환 해졌다.
“야, 근데. 얘가 연구비 팍팍 밀어줘서, 수당을 엄청 챙겨주는데, 왜 빨리 도망치려고 하냐? 얘가 채용하겠다고 한 것도 아닌데.”
태영과 서종길을 번갈아 보며 물었다.
대학 조교의 월급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른다.
다만, 계약직이니 가능하면 탈출하고 싶어 할 것이다.
조교의 월급은 행정파트에서 정할 테니, 손을 못 대고 수당으로 밀어준다는 뜻이다.
“에이, 교수님이 지원해 보라고 하시고선….”
“내가 그 말 했다고 바로?”
두 사람이 태영을 앞에 두고 장난을 친다.
지금 두 사람의 대화는 태영에게 고맙다는 말의 다른 표현방법이다.
휴머노이드 이야기는 그냥 사라져 벼렸다.
***
“준혁아.”
교수님과 이야기를 마치고, 학생회관 카페로 가자 박준혁을 포함해서 12명이 앉아 있었다.
여학생은 다섯 명이다.
“어서 와라, 얼굴 좀 보고 살자.”
고청림이 투덜거리듯 말했다.
“바쁘지?”
박준혁은 손을 내 밀며 물었다.
“바쁘게 살고 있다. 덕분에 자주 얼굴을 들이밀 수가 없네.”
“안녕하세요, 오빠.”
김한슬이 다가와서 팔짱을 낀다.
“김한슬. 너도 왔구나. 근데, 이거 오해의 소지를 만드는 거야?”
“에이, 그건 아니구요. 친분을 과시하는 거죠. 헤헤.”
김한슬의 장난이다.
아버지 김성태가 태성기술 대표로 복귀하고 난 후에 많이 밝아졌다.
“자 밥 먹으러 가기 전에 이야기할 거.”
“오빠.”
그때, 뒤에서 누군가가 부르는 소리와 함께 유세연이 들어섰다.
“세연이, 어서 와라.”
“네, 안녕하세요. 선배님들 안녕하세요.”
유세연이 모두에게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그런데 누구?”
임상규가 물었다.
다들 유세연을 본적이 없어서 그럴 거다.
“아, 디자인학과 후배, 내가 전역하고 준혁이 만나러 왔을 때, 기다리면서 알게 되었는데, 오늘 불렀어.”
연못가에서 잘못은 오승준이 하고, 사과는 유세연이 했다.
그 후로 몇 번 얼굴 본적은 없지만, 오빠라고 불러도 되느냐고 물어서 그래도 좋다고 했었다.
“그럼 다 온 거냐?”
“그런 듯. 자 오늘 알바 이야기를 할 건데.”
다들 초반에 메이스타에서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다.
지금도 여전히 해외 구매대행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을 것이다.
“뭔데, 뭔데?”
“7월 10일부터 8월 20일까지 동해안 리조트 알바.”
“그거 뭔데?”
“우리회사와 계열사 직원들 휴가지로 정해졌는데, 사소한 심부름 아르바이트 하는 자리.”
“박준혁 넌 알았어?”
한 명이 박준혁에게 물었다.
“응, 어머니가 말해주기는 했지만, 자세한 건 모르지.”
“오빠, 직원 가족들도 알바 해도 되요?”
김한슬이 물었다.
“그래, 알바는 가족이라도 7일 제한이 없어.”
“와! 좋다.”
“김한슬, 너는 뭘 좀 알아?”
정희영이 물었다.
둘은 태영이 기억하기로 동갑이다.
“응. 직원의 직계 가족들은 7일간 머물 수 있고, 경비는 전액 무료, 형제는 사용금액의 20프로만 내고, 나머지는 회사에서 부담해 줘.”
“이야아! 끝내준다, 그럼 거기 심부름 알바?”
듣고 있던 동기 정민재가 물었다.
“맞아. 리조트 관리는 거기서 다 하니까, 너희들은 심부름 정도 해주면 되는데, 인원 30명.”
“돈은 많이 줘?”
“일당은 충분히 줄 거야. 그리고 42일간 풀로 일하면 추가 보너스 있어.”
“오, 난 무조건 콜이다. 휴가지에서 휴가 겸 알바라니.”
“대표는 누가 할래? 회사와 채널이 있어야 하니까.”
“정민재, 네가 해라.”
“좋아 콜.”
고청림의 말에 정민재가 승낙하면서 아르바이트 팀의 대표가 정해졌다.
***
“어서 오십시오.”
“네.”
시 청사 안의 주차장에 차를 세우자 기다렸다는 듯이 한사람이 다가와서 인사를 한다.
기억에 없는 사람이지만, 미소와 함께 대답하며 차에서 내렸다.
지난번, 총리공관의 회의에서 정리된 것 중에 아파트 부지 제공 가능하다고 답을 했고, 시장이 만남을 원했다.
그래서 오늘 만나러 온 것이다.
어차피 사옥의 형태로 들어오게 되면 시와 해야 할 일도 있을 것이다.
“주국장님은 안에 계십니다.”
주철훈과 함께 온 사람인데, 몇 번을 보고도 국장이었다는 것을 방금 알았다.
“네, 잠시만, 우리 직원 한사람이 같이 왔습니다.”
유제범 부장도 주차를 하고 내리는 중이었다.
기다린 사람은 태영이 있는 곳으로 오는 유제범에게도 살짝 목례를 하고 앞장섰다.
“어서 오십시오.”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입구 로비에서 기다리던 국토부 주철훈이 인사를 한다.
주철훈 옆에 남녀가 서 있는데, 이들은 시 소속인 듯하다.
“네, 안녕하세요. 일찍 오셨나 보네요.”
“시장님과 사전 조율이 조금 필요해서요. 이분들은 비서실 주무관입니다.”
주철훈의 말에 두 사람이 인사를 한다.
“반갑습니다. 시장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이거 환대인지 기선제압인지 모르겠지만, 환영인사가 상당하다.
그들이 앞서고 주철훈 국장과 나란히 걸었다.
~똑똑~
이미 시장실의 문이 열려 있었지만 주무관은 노크를 했다.
그리고 두 사람이 문 앞의 양쪽으로 비켜섰다.
들어가라는 뜻이다.
회의실이 아닌 시장실이다.
안에는 세 명이 서 있고, 한 명이 책상에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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