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683
329. 약속해 주세요
“어서 오십시오.”
주철훈이 먼저 들어서고 태영이 뒤따랐다.
서 있는 사람이 인사를 하는 중에 책상에 앉았던 사람이 일어나 환하게 웃으며 왔다.
“뉴스 채널을 통해서 자주 보기는 했는데, 진짜 젊은 분이시네요. 학생이라구요?”
시장이 서두를 꺼냈다.
“네, 맞습니다.”
“세상에나, 이렇게 젊은 분이 불과 1년여 만에 그렇게 기업을 일으키셨다고 하니, 국장님이 우리 시에 의견을 묻자마자, 무조건 유치해야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렇게 만나서 정말 반갑습니다.”
시장이 태영의 두 손을 맞잡고 흔들었다.
진심으로 반기는 듯했다.
시장실에는 시장의 책상 앞쪽에 6명이 앉을 수 있도록 비치된 원탁이 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회의실에서 볼 수 있는 긴 회의 탁자가 있다.
“자, 앉으십시오.”
시장이 태영의 손을 잡고 직접 원탁으로 안내했다.
명함 교환 같은 절차는 없다.
시장, 주철훈, 태영, 그리고 유제범이 앉자, 시의 공직자 두 사람도 앉았다.
역시 시청 공무원인 듯한 다섯 명이 들어와서 긴 회의 탁자에 배석하듯 원탁을 향해 앉았다.
“선뜻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전후의 내용은 들으셨지요?”
“네, 불과 어제였으니까요. 그리고 아파트 부지를 제공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아이고, 아닙니다. 그냥 드리는 것도 아니고, 특별 규정이지만, 정당한 절차를 거치는 것인데요, 뭐.”
“네, 그래도 감사한 것은 감사한 것이지요.”
일단은 약간의 아부형으로 대답했다.
대금 지불은 누가 하는 거지?
국토부에서 하나?
“벤투 센터 준공은 일찍 될 수 있도록 여러 부처에서 애쓰고 있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모든 것을 잘, 좋게 말해서 좋기는 한데…….
아파트 부지를 주면서 대신 요청할 것이 있다고 했는데, 그게 혹시?
의문은 들었지만 기다려야 할 타이밍이다.
“터니테크 계열사가 많지요?”
“계열사라고 보기는 그렇지만, 관계사들이 제법 있습니다.”
시장의 질문에 에둘러 대답해 주었다.
“아, 정말 좋습니다. 혹시 벤투 센터에 몇 개사나 올 수 있습니까?”
그걸 왜 묻지?
“아직 정하지 않았는데, 왜 그러시는지요?”
확정은 아니어도 대충 구상은 해 두고 있지만, 역으로 물었다.
“아, 아무래도 세계적으로 그 이름이 뻗어 나갈 회사 아닙니까?”
“네.”
왜 본론을 말하지 않고 돌려서 하지?
“솔직히 다른 회사가 오는 것도 좋지만, 시의 입장에서는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거나, 높아질 회사가 오는 것이 더 좋습니다.”
“…….”
이 말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회사의 이름에 시의 이름이 함께 오르내리기를 원하는 것 같았다.
“시에서 요구하는 것은 많지 않습니다.”
특별히 대답할 필요가 없는 말이어서 가만히 있었다.
“…….”
“두 가지입니다.”
“네, 말씀하십시오.”
“먼저, 이쪽으로 오신 후에 본사를 이전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주세요.”
“혹시 세수 때문인가요?”
뭐 거창한 것을 요구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은 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그래도 명성을 올리는 부분으로 짐작했지만, 세수 부분을 물었다.
“그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세수를 확대하는 데는 큰 기업이 들어오는 것보다 좋은 것이 없다.
터니테크의 매출과 수익성이라면, 법인세 외에 지방세도 많을 것이다.
그런데 두 가지라고 한다.
“세계적으로 그 명성이 높고, 앞으로도 더 높아질 수 있는 회사, 그 회사를 우리 시에 유치하고 싶은 것이 첫째구요.”
“네.”
역시 짐작하는 바가 맞았다.
우선순위가 그렇다는 것은 명성을 기반으로 발전할 가능성에 먼저 초점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방금 말씀하신 그것이 또 하나입니다.”
“네, 이해되었습니다. 그 약속은 해 드릴 수 있습니다. 다만, 회사가 확장할 때, 부지 확보와 건축에 문제가 없도록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쉽게 대답하고, 조건을 추가했다.
“가능할 것입니다.”
그러면서 국토부의 주철훈을 본다.
주철훈이 고개를 까딱하면서 동의한다는 표시를 했다.
시장이 확정적으로 말하지 않고, 여지를 두는 대답의 이유는 짐작이 간다.
시장은 선출직이다.
지방 선거에서 표를 받아 당선이 되어야 시장이 될 수 있고, 3연임할 수 있다.
물론, 그사이에 다른 사람이 시장을 했다가 그다음에 다시 3연임을 할 수도 있다.
“우리는 아주 작은 시입니다.”
시장이 가벼운 미소를 띠며 말을 이었다.
태영도 알고 있다.
서울의 위성 도시이면서 대부분 녹지로 구성되어 있다.
기술 정보 타운은 이 시의 유일한 산업 단지이면서 최초의 산업 단지이다.
그리고 부지는 충분할 정도로 넓다.
“우리는 터니테크가 가진 미래의 가능성에 시의 발전을 연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미래를 함께하고 싶습니다.”
이건 뜻밖이긴 하지만, 힘든 요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본사를 이전하지 말아 달라는 요구에 함께 발전해 나가자고 하는 것이니까.
시장의 말처럼 발전을 연계하는 것은 시에서 할 일이다.
그 일을 하면서 도움을 요청하거나, 서로 주고받을 것은 있을 것이다.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야 해결이 될지 모르는 사옥 문제가 순식간에 해결되었다.
비록 아파트형 공장이지만.
“잘 알겠습니다. 저희도 그것이 좋으니까요. 아울러 도울 것이 있으면 돕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두 번째는 어떤 것입니까?”
“아파트 부지, 특혜 시비 소지가 있습니다.”
“아, 네.”
이 부분은 문제가 될 수 있다.
위성 도시이기는 하지만, 서울에서 아주 가깝다.
위니에게 확인한 바로는 이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강남 지역에 비견되는 정도란다.
“특혜 시비에 연루될 소지가 있는 그 어떤 것도 있어서는 안 됩니다.”
“그 부분은 법무 법인의 의견을 들어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잘 준비하겠습니다.”
시는, 기대하는 장점에 리스크 하나가 추가된 셈인가 보다.
“여기, 부시장님과 건설 국장입니다. 그와 관련된 부분을 상의하면 될 것입니다.”
원탁에 앉은 사람이다.
부시장과 건설 국장.
이때에 명함 교환이 이루어졌다.
특혜 시비.
그 이름으로 발생될 수 있는 몇 가지를 떠올려봤다.
청문회.
대부분이 인사 청문회를 떠올리겠지만, 종류는 다양하다.
다음으로는 국정 감사다.
성격이 조금 다르지만, 특검과 공수처 조사도 생각해 두어야 한다.
일의 시작은 태영이 아니었을지라도 그 중심에 있었기에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이다.
***
“어머니.”
이정아의 가게로 갔다.
시 청사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이정아의 ‘별하나’는 비교적 넓다.
안쪽의 소파에 비슷한 또래의 여성 네 사람.
이정아는 그들과 차를 마시며 수다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직원으로 보이는 두 사람 중에 한 명이 레티어를 설명 중이다.
직원이 둘일 정도로 일이 많다는 뜻이리라.
그 앞의 작은 테이블에 네 명이 앉아서 설명을 듣고 있다.
다른 한 명은 포장된 레티어 2대를 올려놓고 ‘일시불인가요, 할부인가요?’라고 묻는다.
“야, 아들.”
“……어…… 네.”
아들이라고 칭한 적이 있었나?
하지만 벌떡 일어나며 외치는 소리에 얼결에 답했다.
{아들?}
소파에 앉은 한 사람이 의아한 눈으로 다른 사람에게 작게 물었다.
{지혁이랑 같은 부대, 별하나를 만들어 준. 기억 안 나?}
“야, 왜 자꾸 생각나게 우리 아들 이름을 불러?”
지혁이라는 말이 나오자 이정아는 그 사람을 쏘아보며 한마디 했다.
“아, 미안, 내가 깜빡했어.”
그 사람이 재빨리 사과했다.
“인석이, 내 아들 하자니까 친어머니가 서운해한다고 그건 안 된대.”
“그럼, 서운한 게 당연한 거 아니야?”
한 사람이 동의를 했다.
“너, 내일부터 여기 오지 마.”
동의한 사람에게 쏘아붙였다.
이정아는 태영이 기억하기로 사차원이다.
아마 이 말투도 그래서 그럴 것이다.
“오늘 바쁘지 않았어? 낮에 어떻게?”
친구에게 오지 말라고 말해 놓곤 곧바로 태영에게 물었다.
“피, 지난주에도 그래 놓고.”
오지 말라는 말을 들은 친구는 투덜거리며 입을 삐죽 내민다.
그 말을 하는 걸 보니 이런 식으로 종종 다투는 것 같다.
“시청에 잠시 왔었습니다.”
“왜?”
“시장님과 약속이 있어서요.”
“시장?”
태영에게 손짓해서 빈 의자를 가리켰다.
“네.”
“왜?”
“회사가 기술 정보 타운으로 이사 오기로 했거든요.”
“진짜요?”
다른 한 사람이 물었다.
이사 오는 것이 특별한 일은 아니지만, 시장을 만난 것과 연결되니 관심이 가나 싶었다.
“정말이야? 그럼 더 자주 올 수 있겠네?”
“바쁘기는 하지만, 이사 오면 아무래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요?”
“그래, 너도 좀 자주 와. 이진이도 바빠서 자주 못 보는데.”
정이진.
골프를 하러 갔을 때, 정하니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소개했던 캐디.
태영과 함께 증발한 군인, 정범기의 누나다.
이정아와 결연 모녀가 되었다.
이정아와 정이진이 스타트를 끊은 이후에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결연을 맺었다.
“‘별이 되어’도 이사 올 겁니다.”
“그래? 언제?”
“거기는 새로 건물을 지어야 해서 시간이 좀 걸릴 거구요. 저희는 한 달 정도면 올 겁니다.”
“그래? 건물을 샀어?”
“네.”
“거기 같으면 새 건물일 텐데, 맞지?”
“네, 맞아요. 준공 검사가 다음 주 정도에 끝나면 바로 이사를 시작할 겁니다.”
“너희 회사에 대통령님은 왜 온 거야?”
“그냥, 회사의 제조 기술을 보고 싶어 하셔서요.”
“그래? 그런데 대통령님을 포함해서 그 많은 장관들이 우르르 몰려갔다고?”
“네.”
레티어를 사려고 설명을 듣고 있는 네 명.
대금을 결제하고 떠나려던 손님들.
그들 모두가 대화와 발걸음을 멈추고 이쪽을 보고 있다.
그리고 그 뒤로 들어오던 사람들도 물건보다는 대화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특히 대통령 방문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시선이 한곳으로 모였다.
“그게 진짜야?”
“네, 정말 궁금하다 그러시더라구요.”
“혹시…….”
이정아의 좌측면에 앉은 한 사람이다.
“네.”
“그 첨단의 제조 기술 말인가요?”
“아, 네. 어떤 부분을 두고 하는 말씀인지 제가 몰라서 명확한 대답을 드리기는 어렵습니다.”
“한 번인가 TV와 인터넷 신문에 나왔다가 싹 사라져 버린…….”
“제가 그 방송과 기사를 못 봐서 맞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맞다.
그러나 태영은 시치미를 떼었다.
“남편이 그 이야기에 열변을 토하기에 기억하고 있는데, 그 뒤로 너튜브에서도 못 봤어요.”
“아, 그런가요?”
“네, 정말 그 기술이 실현된다면 세상이 달라질 거라고 하던데요.”
남편이 제조업을 하는 사람인가 보다.
사장이거나 임원급이거나.
“그러면서 걱정을 많이 했어요.”
“왜요?”
“기술 기반이 아닌 제조 기반의 회사는 모두 망할 거라고…….”
“…….”
맞는 말이다.
장차 그렇게 될 것이다.
대통령이 정부 발표로 그것을 세상에 공개하겠다는 시점이 이제 3주 정도 남았다.
이것은 태영이 막는다고 될 일이 아니다.
정부 각료들까지 몰려와서 본 것인데, 한 달간 비밀을 유지해 주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다.
국회의원들이었다면 그중에 누군가가 1시간도 안 지나서 입을 털었을 것이다.
“제일 먼저 중국이 망할 거라고도…….”
“그거 마음에 드네.”
그 사람의 말에 이정아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야, 지금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을 빼면 살 수가 없는 건 아니?”
살 수…… 없다.
주변에 가까이 있는 거의 모든 소소한 제품들이 모두 ‘메이드 인 차이나’이니까.
“몰라. 신경 쓰고 싶지도 않고.”
이정아는 인상을 찡그리며 부인했다.
그러나 머릿속으로는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이 얼마나 될까 헤아리고 있는 것 같다.
“냉장고, TV, 스마트폰 같은 고기능 제품 외에 소소한 생활 편의 제품은 거의 모두가 메이드 인 차이나라는 건 아니?”
“미안하다. 제조 회사 사장 사모님에게 그런 말해서.”
역시 제조 회사 사장 아내가 맞다.
“……알면 됐다.”
“그래서 얼마나 대단하기에?”
“뭐 별거 아닙니다.”
“말해 봐~아.”
“말해 드릴 수 없는 부분이 있으니까 그 부분은 이해해 주세요. 어머니.”
이정아가 말을 늘이며 물었지만,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거다.
“알았어. 그렇게 하는 이유가 있을 테지?”
“그럼요. 그리고 오래지 않아 아시게 될 겁니다.”
“그전에 내게 살짝 알려 주면 안 돼?”
“그건 생각을 좀 해 볼게요.”
이 부분에서는 완강하게 부인하지 않았다.
정부 발표 때까지 오지 않으면 되니까.
“혹시…….”
제조 회사 사장 아내인 사람이 조심스럽게 태영에게 말했다.
“네.”
“우리 남편이 연락하면 만나 주실 수 있나요?”
좋은 기회일 수 있다.
“아마, 전화를 하신다고 해도 만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 왜?”
“한번 이상 만나서 명함 교환을 하지 않은 경우에는 전화를 받지 않거든요.”
“……그.”
이유가 궁금할 것이다.
“걸려 오는 전화마다 다 받으면 저는 일할 시간이 없습니다. 그래서 안 받는 것입니다.”
“아.”
태영은 폰을 꺼내서 빨간 표시로 가득한 부재중 수신 내역을 보여 줬다.
거의 모두가 이름은 없고, 번호만 있는 부재중 표시다.
“허…… 진짜 안 받으시네.”
부재중 표시를 함께 보던 사람이 탄식하듯 말했다.
“맞습니다. 예를 들면, 사준 회장 비서, 회장 비서면 고위급 임원입니다.”
“그렇겠죠?”
“그 비서가 전화를 수없이 했는데,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 리가 없지 않겠습니까?”
“그……렇죠. 만난 적이 없다면.”
“당연히 안 받았겠죠?”
“네.”
태영의 질문형 대답에 수긍하는 목소리다.
“사준전자 회장이 저희 회사 회의실에서 1시간을 기다렸습니다.”
“세상에…… 그…… 1시간을 기다렸다고?”
“네, 그런 분이 자존심 죽이고 그 정도 기다렸으니, 저 역시 협력을 잘해 주는 편입니다.”
남들은 어찌 생각할지 몰라도 태영이 생각하는 이유는 그것이다.
“아들, 너 멋지다.”
태영의 말을 다 들은 이정아의 표정이 묘하게 변하더니 엄지를 척 내민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