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686
332. 이전 준비(2)
“일이 있으면 시험 마치고 회사로 오도록 하죠.”
“알겠습니다. 공부하실 시간이 없는 것 같은데…….”
“왜요? 낙제할까 봐서 그래요?”
“낙제해도 뭐…… 상관없기는 하니까요.”
유제범이 싱긋 웃는다.
직원 모집 공고가 수요일에 나갔고, 서류 마감은 다음 주 화요일이다.
직원의 충원은 필연적인 것이었다.
그런데 총리 관저에서의 회의와 그 결정으로 인해 시기가 당겨졌고, 회의가 화요일이었기에 수요일에 긴급히 공고를 낸 것이다.
책상 위에 놓인 레티어 화면에 이력서 지원자 숫자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고 있다.
경영 지원 파트에 백 명을 넘겼고, 영업에도 2백 명을 넘겼다.
기술 연구소와 반도체 연구소에도 각각 백 명을 넘겼다.
태성기술과 터니엔디, 다이나믹스카이, 프리모바일의 지원자 수도 모두 수백 명 단위로 지원자가 몰렸다.
“유 부장님이 추천한 사람 좀 있죠?”
“네, 3명 추천했습니다.”
유제범만이 아니다.
직원들이 추천한 지원자 수가 아주 많다.
“위스원 검증을 통과하면 그 사람들은 그냥 채용합시다.”
“네?”
유제범이 깜짝 놀라는 표정이다.
“왜요?”
“위스원이 검증한 결과를 보기는 했는데, 그 정도로 믿어도 되는 것입니까?”
“10년을 만나면 그 사람에 대해서 모두 알아요?”
“음…… 그건 알 수가 없죠. 같은 이불 덮고 자는 부부간에도 모르는 것이 있다고 하는데요.”
그런 말이 있지.
태영도 들어 본 적이 있다.
“위스원을 믿어도 됩니다. 자, 일어납시다.”
“네, 사장님.”
***
두 번째로 방문하는 시청.
“어서 오십시오.”
비서실장의 안내를 받아 시장실로 들어서자 이미 서서 기다리던 시장이 반겼다.
“안녕하세요.”
“이틀 만에 다시 뵙게 되는군요.”
그렇다.
이틀 전에 여기서 회의를 했으니까.
“네.”
“앉으십시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태영은 유제범과 동행했고, 시장실로 들어온 부시장이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한다.
그 뒤에는 이틀 전에 함께 회의를 했던 건설국장도 들어왔다.
그 뒤를 따라 들어온 시의 직원 한 명이 긴 테이블에 앉았다.
회의 참석자가 아닌, 회의 기록자인 셈이다.
“이정아 씨, 오늘 조찬 모임에 함께한 것은 아시지요?”
태영이 ‘별하나’에 있을 때 조찬 모임 초대장을 건네주면서 이틀 후라고 했으니, 오늘 아침이었을 것이다.
방문 목적은 일정 약속을 하면서 이미 말해 두었다.
목적 이야기를 하기 전에 이정아와의 만남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네.”
“재미있는 분이더군요.”
“재미있죠. 외로움을 그쪽으로 표출하고 있기도 하구요.”
“터니테크가 그쪽으로 이사를 하면, 그분이 하고 있는 ‘별하나’도 그 옆으로 이사할 거라고 하더군요.”
“아, 그렇습니까? 그건 아직 못 들었습니다.”
“국장님.”
태영과 시장이 이정아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중에 건설국장이 서류를 펼치자 그를 불렀다.
“네, 설명 드리기 전에 말씀하신 메이스타가 입주할 건물의 규모를 어느 정도로 생각하시는지요?”
“음, 지금 터니테크와 또 관계 회사가 올 예정인 곳은 오피스 빌딩이 아니기에 여건이 허락된다면, 터니테크 본사도 메이스타 입주 시에 함께 이전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그럼, 제법 크게 생각하시는군요?”
“맞습니다. 그래서 부지는 현재 벤투 센터 정도의 규모나 그보다 더 크면 좋습니다만, 어느 정도까지 가능하겠습니까?”
시는 이미 검토를 했고, 태영은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물어볼 수밖에 없다.
“벤투 센터와 거리가 있어도 상관없는지 궁금합니다.”
“아무 상관없습니다.”
“그럼 이것을 보고 이야기하시지요.”
건설국장이 꺼낸 것은 A4 용지에 출력된 구역 지도.
“잠시만.”
“네.”
태영이 눈짓을 하자, 유제범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이 들고 들어온 가방을 들었다.
“면적이 좁아서 2D로 처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요. 설명도 2D가 편할 것 같으니까.”
유제범이 휴대용 사이큐브를 설치했다.
그 과정을 시장을 포함한 배석자들이 뭔가 숙덕거리면서 지켜보았다.
“이거, 이미지 파일 있죠?”
유제범이 사이큐브를 설치하는 사이 건설국장이 꺼내 둔 A4 용지를 가리키며 물었다.
“네, 직원에게 가져오라고 하겠습니다.”
“그래 주시면 좋죠.”
건설국장이 폰을 들어 통화를 했고, 잠시 후에 사이큐브의 설치는 끝이 났다.
설치가 끝난 사이큐브 영상이 한쪽 벽을 모두 채웠다.
“오.”
“저렇게 나오는 사이큐브도 있나요?”
“종류가 다른 것이 아니라, 여기 공간이 충분하지 않아서 2D로 나타나도록 한 것입니다.”
시장의 질문에 간략하게 답해 주었다.
영상으로 가려진 벽에 시정에 관한 각종 자료들이 붙어 있었지만, 영상으로 가려졌다.
~똑똑~
노크 소리가 들리고 노트북을 든 시청 직원 한 명이 들어왔다.
“엇.”
시청 직원은 사이큐브를 보고 깜짝 놀랐지만, 바로 정신을 차리며 국장을 보았다.
노트북을 드릴까요? 아니면 누구에게?
그런 의미이다.
노트북 화면에는 구역 지도가 이미 떠 있었다.
국장의 손짓에 태영이 노트북을 받아, 옆에 둔 레티어에 구역 지도를 전송했다.
인터넷을 통해 서비스 중인 웹 지도를 띄운 후 구역 지도를 얹었다.
지루함을 느낄 틈도 없이 손짓 몇 번에 모든 것이 처리되면서 지도 위에 구역 지도가 스며들듯 매칭되었다.
“허.”
부시장의 입에서 나온 감탄사다.
모든 사람의 시선은 홀로그램의 빛처럼 보이는 사이큐브 영상을 향했다.
유제범이 사이큐브를 꺼낸 가방에서 볼펜처럼 생긴 것을 꺼내 건설국장에게 건네주었다.
“레이저 포인터입니다.”
“아.”
그 말을 바로 알아들은 건설국장이 사이큐브를 향해 버튼을 누르자 적색의 선명한 점이 보였다.
“이 일대가 기술 정보 타운이고, 여기가 벤투 센터입니다.”
건설국장이 포인터를 움직여 가며 설명했다.
산업 단지와 주택 단지, 그리고 상업 지역이 다른 색으로 표시된 부분들.
도시의 확장과 함께 복합적으로 개발되고 있는 것을 표시한 지도이다.
시의 중앙 부분에서 남쪽에 위치한 기술 정보 타운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늘리고 있다.
“이곳은 3분기에 분양 예정인 곳이 있고, 이 뒤쪽은 미개발 지역인데, 여기는 내년에 분양을 예정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정책 브리핑처럼 느껴질 정도의 설명이지만, 이미 언론에도 나왔던 내용들이다.
“저 위에 흐릿하게 처리된 곳은 면적이 얼마나 됩니까?”
경마장과 그 인근의 그린벨트 지역.
알고 있지만 모르는 체하며 물었다.
시에서 종합 개발 계획을 수립하고 토지 수용 절차가 거의 마무리되어 가고 있는 지역이다.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경마장이 이전을 하게 된 것이 시의 개발 계획을 앞당기게 된 곳이다.
“아, 여기는 경마장이 있던 자리입니다. 약 50만 평 정도 되는데 아직 구획이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구획 정리.
땅의 용도를 다시 설정하는 것이다.
상업 지역, 공업 지역, 주거 지역으로 나누고 도로를 다시 정하는 등등의 일일 것이다.
국장은 구획이 결정되지 않았다고 했지만, 관계 부처 간에 협의가 거의 마무리되어 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전체 면적이 50만 평.
정말 넓은 곳이다.
토지 보상비가 높았던 만큼 분양 비용도 그에 맞게 높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저곳에 자리를 잡을 수 있다면 최적의 장소다.
“저기를 달라고 하면 특혜가 되겠지요?”
시장에게 물었다.
“그럼요. 공개경쟁 입찰일 수밖에 없는 곳입니다.”
저곳을 눈독 들이는 곳이 한두 곳이 아닐 것이다.
서울시 경계에 인접해 있고, 아주 넓은 평지.
경마장 부지 자체도 대단히 넓지만 인접한 농지도 아주 많다.
농지의 주인들에게 이 개발 계획은 일생일대의 기회이기도 할 것이다.
“치열하겠군요.”
비밀 누설 책임의 대가로 요구할 수 있는 부분은 거의 해결되었다.
그러니 저 부지의 확보는 시에서 정한 규정에 맞추어 추진할 수밖에 없다.
“아마도 그럴 것입니다.”
시장의 대답이다.
지방의 산업 단지는 미분양이 제법 있다.
해당 지자체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했겠지만, 전국에 산업 단지는 많고도 많다.
그러니, 입주를 희망하는 회사들은 입지와 조건을 따져 볼 수밖에 없다.
지리적 요인은 대표적인 입지 조건 중의 하나이다.
경마장이 있던 자리라면 최상의 입지다.
“분양은 언제로 예정하고 있습니까?”
“내년…… 아, 흡.”
부시장이 실수인 척 말을 흘리고 바로 입을 다물었다.
“3분기에 분양 예정인 저곳, 상업 지역이죠?”
건설국장이 처음 설명했던 부분을 가리키며 물었다.
거기도 상업 지역과 산업지역으로 구분 될 것이다.
“저기 T5부터 T7까지 가능하겠습니까?”
태영이 가리킨 구역.
상업 지역으로 면적은 5천 평 수준이다.
“경쟁이 많을 테니, 확답을 드리기는 어렵습니다. 일단 분양 신청을 해 주십시오.”
“그러시죠. 시장님이 저희에게 부탁하신 것도 있으니, 우리가 분양받을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그러니 너희도 좀 도와라, 그런 뜻이다.
“이건?”
태영과 유제범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사이큐브를 걷을 생각을 하지 않자 부시장이 물었다.
“시에 기증할까 하는데요. 혹시 법에 위반되는 거라도 있습니까?”
“기증, 고맙습니다. 잘 사용하겠습니다.”
형식적인 사양도 없이 바로 받아들였다.
[마스터.]시장실을 나와 주차장으로 가는데 위니가 불렀다.
‘응.’
[지종해의 보좌관 전용석이 회사에 찾아왔습니다.]태영을 찾아와서 협박하며 행패를 부리려던 보좌관과 비서관들이 퇴원하고 일에 복귀할 때까지는 인원이 부족할 것이다.
그래서인지, 한동안 조용했는데 또 찾아와?
이렇게 지속적으로 사람을 보내는 것은 원하는 것이 있기 때문이리라.
물론 한 가지도 얻어가지 못했지만.
‘계속.’
[사장실 옆 회의실로 그냥 밀고 들어왔습니다.]보안 요원들이 막았을 텐데.
[앞을 가로막는 보안 요원들을 협박했습니다.]‘녹화?’
움직이는 CCTV인 커버워처가 모든 것을 녹화했을 것이다.
그래도 물었다.
[모두 녹화되었습니다.]~우우웅~
[심다윤 대리의 전화입니다.]때맞추어 전화가 울렸다.
“네.”
[사장님, 국회의원 사무실에서 찾아왔는데…….]“심 대리.”
말을 자르며 심다윤을 불렀다.
[네, 사장님.]“회의실에 들어왔나요?”
[네, 그렇습니다. 언제 오실지 모른다고 했는데, 좀 막무가내…….]“그럼, 영일에게 맡기세요.”
[그래도 되겠습니까?]되돌아오는 확인 질문에 반가움이 묻어난다.
얼마나 막무가내였으면.
“그럼요. 단, 그 사람을 상대하는 동안 영일의 응대 레벨을 4로 올리세요.”
[네, 알겠습니다.]응대 레벨을 올리라고 하니 목소리가 확 밝아졌다.
레벨 4면 보좌관이 고생 좀 할 거다.
“난 외부 약속이 있어서 회사로 들어가지 못합니다. 그렇게 알아요.”
[네, 사장님.]***
비서에게 외부 약속이라고 했지만, 메이스타로 찾아갔다.
메이스타도 외부는 외부이니까.
“누나와 당분간 헤어져 있어야 할 것 같아.”
“결국 우리는 입주를 못 하는구나.”
태영이 누나에게 기술 정보 타운 입주 조건에 통신 판매 중개업은 불가능하다는 말에 대한 답이다.
그렇지만 실망했다거나 아쉽다거나 하는 표정은 아니다.
“그래.”
“그래서?”
뭔가 대책을 세운 것이 있을 거 아니냐?
그건 왜 말을 안 해? 그런 의미다.
“3분기에 분양 예정 중인 곳이 있어.”
“거기 분양받아서 지어 올리려고?”
“응.”
“기간이 얼마나 걸려?”
“완공까지 2년에서 넉넉히 3년.”
“그래? 생각보다 빠르네?”
“거기는 구획 정리를 포함해서 기본적인 정리는 되어 있으니까.”
“이사 가면, 지금 있는 곳은 팔 거야?”
“얼마간은 놔두려고. 그리고 내가 사용 중인 공간은 그냥 내가 계속 쓰려고 해.”
혼자 해야 하는 일을 해야 할 때 유용한 공간이다.
집에서 가깝기도 하다.
또, 남들에게 보일 수 없는 것들이 연구실 안에 가득이기도 하다.
“그럼, 일부를 우리가 사용해도 되지?”
“그렇게 해.”
***
“결국 못 만났습니다.”
“그 개X끼가.”
~탕~
지종해가 보좌관 전용석의 보고에 버럭 소리치며 책상을 내려쳤다.
“하루를 거기서 날린 거야?”
“……네.”
“본회의에서 과기위 질의 일정이 언제지?”
“아직 많이 남았습니다.”
“그럼 시간이 충분히 있으니까, 압박할 거를 뭐든 좀 찾아봐.”
“그게…….”
“직접 못 찾으면 기자들이라도 동원해서 찾아봐. 우리가 모이 주는 놈들 있잖아?”
“네,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모이 주는 놈들.
기사거리를 던져 주면 넙죽넙죽 받아먹는 기자들이 많이 있다.
그들을 동원하라는 말이다.
“월초에 진행하는 상임위 회의에서 참고인으로 불러내 볼 테니까. 거기서 뭔가 나올 수도 있을 거야.”
“알겠습니다.”
“다른 놈들이 그놈에게 접근하는 건 어느 정도야?”
“몇몇 의원이 비서관을 보냈지만, 아무도 만나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같다니?”
“그게 출입이 안 되다 보니 직접 확인이 안 됩니다. 거기에 지난번 말씀하신 탐정 사무소에 의뢰를 했지만, 거기서도 정보가 나온 것이 없습니다.”
“하, 그 개X끼 정말.”
“그리고…….”
“그리고?”
“그 최근에 뉴스를 장식하고 있는 휴머노이드인가…….”
“그래, 그것도 그놈이 만들었다고 했지?”
“휴머노이드가 안내할 것입니다, 라고 비서가 말한 뒤에 그 로봇이 옆에 계속 서 있었는데…… 후웁.”
전용석이 숨을 크게 내뱉었다.
“있었는데?”
“이게 사람 기를 채우는 것이 정말, 죽여 버리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이게 인공 지능이라는 것은 저도 뉴스를 보고, 너튜브도 찾아봐서 알고는…….”
“그런 이야기 말고, 죽여 버리고 싶었던 이유가 뭐냐고?”
“이게 무슨 말을 하든, 말대답을 또박또박하는데, 말싸움으로는 절대로 이길 수 없습니다. 거기에 사람이 아니다 보니, 협박도 안 통하고 사람보다 더 똑똑한 것이…….”
“사람보다 더 똑똑해?”
“제가 보기에는 그렇습니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