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690
336. 습격자들(1)
“고스가 지었습니다.”
한희수는 신은채를 가리켰다.
“고스.”
“네.”
“왜?”
“지난번에 아리엘과 메타하나 접속해서 이야기하던 중에 그때 떠오른 생각이 있어서…….”
그러면서 이새봄을 바라본다.
“위가 우리를 뜻하는 WE가 맞아?”
“맞아요. 어벤저스의 의미가 그런 의미도 있으니까 위벤저스가 좋을 것 같아서. 그리고 모두 좋아하기도 하고…….”
추가 설명을 하며 씨익 웃는다.
영화 제목이기도 하지만, 그대로 번역하면 ‘복수자들’이 되니 어떤 면에서 일치한다.
“좋아. 어감이 괜찮은데.”
“그럼, 메타하나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사용해도 될까?”
“문제없지 않을까?”
“얘들아, 좋지?”
~좋아요~ 언니~
~좋아, 좋아~
태영의 대답에 신은채가 일어서며 멤버들에게 바로 동의를 구했고, 모두가 찬성했다.
트루아이즈라는 이름보다는 위벤저스가 부르기도 쉽고 느낌도 좋다.
어차피 트루아이즈라는 법인명도 이미 다른 곳에서 사용 중이어서 쓰지 못했으니.
누군가가 위벤저스라는 명칭을 선점한 곳이 없기를.
아무튼 눈앞에 앉은 26명의 멤버.
이새봄처럼 딥페이크로 인해 죽을 만큼 힘들어했던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법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그 어떤 도움도 받을 수 없었던 사람들.
“자, 이제 훈련은 모두 끝났습니다. 그렇죠?”
~네에~
“이제부터 여러분들은 홀로서기를 해야 합니다.”
“…….”
모두 대답은 없다.
그러나 눈빛은 많은 것을 말해 주고 있었다.
“대표님과 본부장님, 그리고 매니저분들과 함께 여러분들이 애초에 하려고 했던 일을 하십시오.”
이제 믿고 맡겨야지.
***
마지막 시험이 끝난 후의 교내 카페.
“시험도 끝났고, 이제 여름 방학이 기다리는구나.”
고청림이 기지개를 켜듯 두 팔을 하늘로 뻗어서 몸을 비틀었다.
일주일간의 시험 기간.
회사일 모두를 내팽개치듯 미루면서 평온하고 한가로운 시간을 보냈다.
졸업하기 전에 사업을 시작한 것이 살짝 후회가 되기는 했다.
물론 시작 전에 고민을 잠시 했었다.
바로 시작하면서 시간은 벌었지만, 친구들과 학창 시절을 보내는 즐거움이 날아간 것이 후회되는 것이다.
“왜 다들 빨리 안 와? 얼음 다 녹는데.”
얼음이 많이 녹은 커피 잔을 툭툭 건드린 임상규의 말이다.
모이는 인원수만큼 아이스커피를 미리 주문해서 테이블 위에 세팅해 두었는데, 이미 얼음이 거의 다 녹은 커피도 있다.
“넌, 시험 잘 쳤어?”
“몰라. 아무리 공부해도 시험은 왜 이리 어렵냐? 저기 준혁이 온다.”
박준혁이 카페로 들어왔다.
“어서 와라.”
~짜악~
들어 올린 손바닥을 부딪쳐 소리를 냈다.
“시험은?”
“그냥 대충 봤지.”
“지난번에도 대충 봤다고 하지 않았어?”
다시 카페의 문이 열리고 김정후와 정민재가 들어섰다.
“이거 우리 거?”
정민재가 테이블 위에 놓인 아이스커피를 가리키며 물었다.
“맞아.”
“그래? 시험은 다들 잘 쳤느니?”
정민재가 아이스커피를 들이켠 후 이상한 포즈를 취하며 물었다.
“너는 잘 쳤느니?”
고청림 역시 아이스커피를 들이켠 후에 비슷한 어투를 흉내 내며 묻는다.
“자, 커피도 마셨으면 회식 가자.”
“그래, 가자. 시험도 끝났고, 사장님이 돈을 낼 테니 소고기에다, 코가 비뚤어지게 마셔 보자.”
“그래, 마시고 죽어 보자.”
박준혁의 말에 다들 자리에서 일어서며 한마디씩 했다.
“아직 안 온 사람들 있는데?”
“아, 그쪽은 희영이에게 식당을 알려 줬으니 바로 올 거다.”
“그래, 그럼 가자.”
학교에서 적당히 떨어진 생고기 식당.
주머니가 가벼운 학생들이 주로 가는 곳이 아닌 제법 고가의 소고기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와!”
“우와, 소고기다.”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친구들의 입에서 감탄사가 저절로 나왔다.
식탁 위에는 이미 숯불이 올려져 있고, 그 위에 불판을 놓는 중이다.
그리고 또 한 사람은 소고기가 올려진 쟁반을 들고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태영아, 마음껏 먹어도 되나?”
“그래, 마음껏 한번 먹어 봐라. 얼마나 먹는지 보자.”
“오케이. 오늘 혁대 풀고, 배 터지게 먹어 보자.”
~치이익~
불판 위로 소고기가 올라가며 소리를 낸다.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 몇 사람이 고기를 굽고, 몇 사람은 소맥을 만들고 있다.
“자, 모두 술잔을 들고…….”
김정후의 말에 따라 모두가 술잔을 들었다.
어떤 사람은 소맥을, 또 누군가는 소주를, 또 다른 사람은 사이다를 채운 잔을 들었다.
“오늘의 물주님, 한 말씀.”
“다들 좋은 성적을 위하여.”
“위하여.”
~위하여~
~드르륵~
술잔을 비우고 잔을 내릴 때 문밖에 여러 사람의 그림자가 보였다.
“어, 희영아 어서 와라.”
식당으로 들어서는 영어 동아리 회원들.
“선배, 우리도 불러 줘서 감사합니다.”
“어서 와. 감사는 물주님에게 해야지.”
“감사합니다, 선배.”
“앉아. 많이 먹고.”
“네.”
영어 동아리 회원들도 자리에 앉아 술잔을 비우면서 본격적인 회식이 시작되었다.
‘자주 한 번씩 해야 하는데.’
쉴 새 없이 떠들면서 부지런히 고기를 입으로 가져가는 친구들.
학창 시절을 함께하지 못하는 친구들에게 태영이 해 줄 수 있는 생색.
이런 회식이다.
“준혁이 여친, 너희 회사 다니지?
김정후가 물었다.
백정연은 올해 초 졸업했고, 메이스타에 취업했다.
“우리 회사는 아니고, 관계 회사.”
“흠, 그래? 일 잘해?”
“회사가 다르니까 잘 몰라.”
“졸업하고 너희 회사 지원하면 받아 주나?”
역시 취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공부 열심히 해. 성적이 나빠서 간부들이 서류 탈락시켜 버리면 나도 방법이 없어.”
“사장 백으로 어떻게 좀 안 돼?”
“간부들도 자신이 아는 사람이라고 그렇게 취업을 시켜 버리면 회사가 개판이 되지 않겠냐?”
“그래도 너는 사장 아니냐?”
“내로남불 하라고?”
“그게 또 그리되네.”
“그러니까, 열심히 해. 서류에서 탈락되지 않도록.”
학교 친구들이 지원하면 모두 태성기술과 터니엔디로 보내 버려야지.
***
“잘 갔다 와.”
태영은 이새봄과 포옹했다.
오늘 미국으로 떠나면 열흘쯤 헤어져 있어야 한다.
“사장님 덕분에 1등석을 타 봅니다. 아리엘, 정말 고마워.”
포옹하는 것을 옆에서 보고 있던 김다영이 인사를 꾸벅 한다.
유학생 신분으로 부자가 아니라면 1등석을 타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게, 나도 정말 감사합니다. 제게도 이런 기회를 주시다니요.”
미국 뉴욕주 변호사로 송이길에 외국법 자문사로 와 있는 김다정도 인사를 했다.
1등석이 비싸기는 하다.
일반석의 7배쯤 하니까.
그래도 함께 가는데 같은 곳에 타고, 함께 가는 것이 맞다.
다만, 좌석 숫자 때문에 경호 팀까지 1등석에 타는 것이 불가능해서 그들은 모두 프레스티지석으로 갔다.
“가능하면 일 빨리 마치고 돌아올게.”
“그래, 그래도 여행도 하고 여유도 좀 부려 봐. 그동안에 바쁘게 보냈잖아?”
“오빠와 함께 가면 좋은데, 그래야 여유도 부리고.”
이새봄은 함께 갈 수 없는 것을 또 아쉬워한다.
“아버님, 어머님은 내일 도착이지?”
“응.”
“오는 날이 하루가 추가되니까 만나지 못하겠네.”
“봄이가 도착하기 전에 아버지는 출발하시니까, 그럴 거야.”
“승인이 난 거 아직 발표 안 되었지?”
FDA에서 가져간 신약 7종 모두 최종 임상 형식을 빌린 임상 시험에 통과했다.
“응, 양국에서 같이 발표하기로 했는가 봐.”
KFDA와 공조해서 그렇게 협의가 되었다고 했다.
“같이?”
“응, 시차가 있으니까 시간은 차이가 나겠지만, 같은 날이라고 하더라.”
“발표되면 아버님도 많이 바빠지겠지?”
그것이 발표되면 보나 마나 세상이 시끄러워질 것이다.
“발표? 뭔가 중요한 사안이 있군요?”
“내일이면 알게 될 것입니다.”
“궁금하지만 참겠습니다.”
태영이 시선을 돌리자 한쪽에 말없이 서 있던 송영주 팀장이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했다.
경호 5팀장으로 5팀의 3조 5명을 데리고 이새봄의 미국 출장길에 동행한다.
“다영 씨, 우리 봄이 잘 부탁해요.”
태영도 그 인사에 답해 주고 김다영에게 당부를 했다.
“오, 제가 부탁해야 할 입장인데요.”
“경호 팀이 6명이나 가는데.”
김다영의 말에 김다정이 경호 팀을 가리켰다.
“사장님, 들어가실 시간입니다.”
비서실 직원이 시계를 보며 말했다.
새로 충원한 비서실 책임자다.
“그래요.”
“가영 씨, 사장님 잘 모셔.”
“네, 과장님.”
가영이라고 불린 비서가 한발 앞서 이동했다.
“사장님, 이쪽입니다.”
이새봄과 동행하는 비서실 직원 가영이 앞장섰다.
그러고 보니 서윤기 박사의 딸이 서가영인데, 또 다른 가영이다.
“잘 다녀와.”
“으응.”
이새봄과 그 일행이 출국장으로 이동해 시야에서 멀어지는 것을 보고 돌아섰다.
“위니.”
이새봄을 공항까지 수행해 왔던 비서실 과장의 인사를 받고 발길을 돌리며, 공항의 소음 속에 육성으로 위니를 불렀다.
[네, 마스터.]“지금 가면 얼마나 늦어질 것 같아?”
[35분에서 40분 정도 늦어질 것입니다.]“도착하면 뿔이 나 있겠군. 1시간 정도 지연하는 것으로 조정하자.”
주용기의 집 지하 동굴에서 나온 백골의 조사와 관련한 참고인 소환 조사.
김종열 수사과장이 ‘또라이’라고 말한 박정우 검사의 소환이다.
***
“많이 늦으셨군요.”
수사관으로 보이는 건장한 체격의 남자.
눈매는 날카롭다.
말은 정중한 듯하지만, 감정이 표출되어 나온다.
“…….”
대답 대신 고개만 끄덕여 주었다.
“검사님, 최태영 씨 왔습니다.”
“잠시 기다리라고 해요. 이거 좀 마저 정리하고.”
“네, 이리 오세요.”
책상의 배치로 보아 인원은 7명.
네 명이 앉을 수 있는 둥근 모양의 작은 회의 테이블로 안내되었다.
태영이 일부러 1시간이나 늦게 왔듯이 박정우 검사 역시, 일부러 혼자 앉혀 두는 것이다.
검경 합동 수사라고 했고, 검사도 여러 명이 투입되었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합동으로 사용할 장소가 주어졌을 텐데, 여기는 그 정도의 공간이 아니다.
고개만 돌려서 사무실을 둘러보았다.
곳곳에 A4 용지들이 톤 단위 무게가 나올 만큼 쌓여 있다.
일반 기업들은 대부분 웹을 통해서 일을 처리하거나, 아니면 파일로 주고받는다.
그런데 여기는 PC가 없는 세상처럼 종이가 쌓여 있다.
그래도 책상 앞에는 커다란 모니터가 하나씩 놓여 있다.
기다린 지 15분이 지나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고개는 그대로이면서 검사의 시선이 돌아오는 것이 느껴진다.
“수고하십시오.”
그렇게 말하며 출입구로 향했다.
“이봐요.”
마우스로 딸깍 소리만 내면서 모니터 앞에 앉아 있던 수사관이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태영의 앞을 막아섰다.
“왜요?”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짓이라! 물어볼 거 없는 것 같아서 돌아가는 거야.”
“거야? 듣던 대로구만.”
수사관은 흥분하는 대신 침착한 목소리에 비웃는 어투다.
뭘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검사님, 이만 갑니다.”
수사관을 옆으로 슬쩍 밀치며 검사에게 말했다.
밀리지 않으려 버텼지만, 힘으로 버틸 수 없다.
~드륵~
수사관의 몸에 책상이 밀려나가며 소리가 났다.
“잠깐.”
검사의 입에서 나온 목소리다.
“거참, 보던 거나 마저 확인하고 만나려고 했더니.”
모니터를 피해 고개를 젖혀 얼굴이 나오도록 해서 짜증 진득한 목소리로 하는 말이다.
“내가 시간이 별로 없어서요.”
“한 시간이나 늦게 온 주제에.”
“와 준 것만 해도 감사할 일 아닌가?”
수사관의 말에 픽 웃으며 대꾸했다.
“뭐?”
“아아, 다들 그만.”
수사관이 발작할 듯 소리를 질렀을 때 검사가 나섰다.
“계장님.”
“네.”
“예약해 둔 조사실 아직 우리 시간 맞죠?”
“네.”
“그쪽으로 데리고 가지.”
계장이라고 말한 사람의 고갯짓에 따라 자리에서 일어선 한 사람을 따라 갔다.
검사실을 나와서 복도를 따라 이동하다가 조사실이라는 팻말이 붙은 곳으로 들어섰다.
담당자는 문을 닫고 나갔다.
조사실은 출입구를 제외하고는 창문이 없는 벽이다.
‘녹화 장비 있나?’
대충 둘러봐도 녹화 장비가 있을 것 같기에 의자를 빼서 앉으며 물었다.
[네, 있습니다.]고장을 낼까?
[마스터.]잠시 망설이는 그때 위니가 불렀다.
‘응’
[별하나 5곳이 동시에 습격받고 있습니다.]뭐?
터니가드에서 이미 상황을 인지하고 출동했거나 출동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5곳이 동시에 습격을 받고 있다 하니 궁금해졌다.
위니도 특이 상황이었기에 보고하였을 테고.
조사실 의자에 앉으며 레티어를 꺼내 가장 큰 사이즈 스크린으로 펼쳤다.
‘이 장소 녹화 중?’
“여기 녹화 막고 습격 영상 전송. 6화면으로, 6번에 본부 상황.”
바로 육성으로 지시했다.
[네, 마스터.]위니의 대답과 동시에 6곳의 영상이 레티어 스크린에 나타났다.
별하나에는 움직이는 CCTV인 커버워처가 24시간 순찰하며 녹화를 한다.
그렇기에 모든 상황은 확인이 가능하다.
그러나 외부인의 눈에는 CCTV가 없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습격자들 정보 파악.”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