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692
338. 합류(1)
[트리…… 아니, 나 지금 다혜와 같이 있는데, 오후에 시간이 돼?]가만, 정다혜에게 오르스힐스를 준 지가?
정다혜의 몸이 완치된 이후에 류지현에게 연락한 모양이다.
“지금부터 프리니까 와도 돼.”
[이야, 네가 이렇게 프리할 때도 있어?]“일 만들까?”
[아니, 그러지 말고 5시쯤 갈게.]“지금 어디야?”
[양재.]“그럼 폰으로 주소 하나 보낼 테니 그쪽으로 와. 지금 와도 돼.”
[알았어.]~비빙~
연결이 끊어졌다.
모두들 이사 준비하느라 분주할 텐데, 태영이 가 봐야 불편함만 줄 것이다.
“위니, 류지현에게 역삼동 사무실 주소 보내 줘.”
[네.]회사 업무 외적으로 필요할 때 사용하기 위해 얼마 전에 구입한 곳이다.
거의 언제나 비어 있지만.
“정다혜에게 오르스힐스를 언제 줬지?”
[5월 14일에 지급했고, 완치에 5주를 예정했습니다.]그럼, 완치되었다는 말이다.
“김주선은?”
[5월 25일에 지급했고, 완치에 4주 예정이었습니다.]정다혜나 김주선이 완치되는 데는 시간이 충분했다.
그런데 태영도 김주선도 서로 연락을 하지 않았다.
“좀 무관심했네. 전화해 보자.”
[네, 마스터.]무관심은 아니었고, 좀 바빴다.
그래서 연락을 못 해 본 것이고.
[야이. 야이. 야이.]김주선이 울먹이는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그러나 무언가 말을 하겠다는 생각만 있을 뿐, 말이 되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괜찮아졌어?”
[으흐흐흐, 그래, 그래. 괜찮아졌어. 이제…….]“그래, 잘되었다.”
[내가…… 내가…… 뭘 어떻게 이 고마움을…… 네 보디가드라도…… 아니, 너희 집 문지기라도…….”“언제 집으로 돌아갈 거냐? 부모님에게 다 나았다고 알려 드렸어?”
울먹이는 목소리로 횡설수설하는 느낌이 들어서 말을 자르고 물었다.
[어……? 맞아. 엄마가 한번 와 보겠다는 것을 막기만 하다가 연락도 못 드렸네. 이제 돌아가도 되는 거지?]“그래.”
아직 알리지 않은 것 같다.
이 정도로 입이 무거우면 쓰임새가 괜찮을 것 같은데.
[친구야, 지금 내가 아무 생각이 안 나서…… 어떻게 갚아야 할지…… 나도 모르겠는데…… 좀 알려 주면 안 되나? 어떻게?]“가족들 걱정시키지 말고, 학교 졸업이나 잘 해.”
[그래, 그래. 나중에 연락하마. 그리고 고맙다. 진짜…… 흐윽.]결국 울음보가 터졌다.
“지금 4학년이지?”
[……흐음, 맞아. 휴학했지만.]“여하튼, 가족부터 찾아가라.”
동기 모임 때 보면 된다.
분기에 한 번이라 이번에는 7월 초에 보는 것으로 연락이 왔으니 곧 보게 될 것이다.
***
~딸깍~
강화 유리 도어 앞에 그림자가 보이기에 문을 열어 주었다.
들어선 사람은 네 명.
류지현을 필두로 정다혜와 서가영, 이고은이 들어왔다.
류지현을 제외한 세 사람은 모두 중국의 마약범 감옥에서 구해 왔다.
“이야, 여긴 뭐냐?”
“안녕하세요. 사장님.”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이제야 찾아뵈었습니다.”
류지현 외에 세 사람이 폴더 인사를 했다.
“어서 와. 어서 와요.”
“야, 여긴 뭐냐? 왜 이리 멋진데?”
무려 120평의 공간.
그중 절반을 확 틔어서 중앙에 8명이 앉을 수 있는 넓고 큰 회의 테이블이 놓여 있다.
사이드에는 유리 칸막이로 막힌 3개의 회의실이 있고, 각각 6명과 8명, 4명이 앉을 수 있다.
그 회의실도 한결같이 공간적인 여유가 충분하다.
유리 칸막이가 없는 쪽으로는 소파와 간이 의자처럼 보이는 소품들이 자리하고 있다.
그것들은 마치 휴식을 위한 공간처럼 꾸며져 있다.
남은 절반은 프라이빗 공간이다.
그곳은 잠겨 있어서 들어갈 수가 없지만, 여기와 다름없이 여유가 있다.
이 사무실은 비어 있었고, 전에 쓰던 것을 약간의 추가 비용을 주고 이어받았다.
세월의 흔적이 조금은 남아 있었지만, 잘 꾸며진 공간이다.
태영의 감각으로는 이런 멋진 공간을 상상해서 구현해 내기가 어려울 정도였으니까.
세월의 흔적을 지우고 모두 정비해서 새것처럼 바꾸었다.
“회사 업무와 무관하게 사람을 만나야 할 때 쓰기 위해서.”
“무관하게?”
“그래, 지금 같은 상황.”
“오, 이해되네.”
“그만 떠들고 저기 가면 차를 준비할 수 있으니까, 각자 알아서.”
커피숍 주방처럼 꾸며진 방향을 가리켜 주었다.
네 여자가 그곳으로 갔다.
달그락거리며 무언가 준비하는 모습을 보니 서투른 손짓으로 서로 사용법을 알려 주고 있다.
“와, 공간도 넓고, 인테리어 감각이 기가 막히네.”
커다란 커피 잔을 들고 가장 먼저 맞은편 자리에 앉은 류지현이 연신 둘러보며 감탄사를 발한다.
“전 주인이 한 거야. 난, 그냥 수리만 좀 했고.”
“나도 좀 이용해도 돼?”
“너도 하나 구입해. 그럼 되지.”
“그럴까?”
“돈은 있어?”
류지현의 옆 의자에 정다혜가 앉으며 물었다.
“그러게. 욕심은 나고 돈은 없고 그러네.”
말하는 것을 보니 천만 불에 대한 이야기는 모르는 듯.
“공간 배치도 그렇고, 인테리어도 정말 좋아요.”
전체를 한번 둘러본 이고은이 태영의 옆에 앉으며 말했다.
류지현과 정다혜가 태영의 맞은편에 앉은 상태에서 서가영이 정다혜의 옆에 앉자, 이고은은 어쩔 수 없이 옆에 앉은 것이다.
“다시 한번, 정말 감사드립니다.”
정다혜가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테이블에 머리가 닿을 듯이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저는 인사가 늦었지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번에는 서가영이다.
“한번 안아 봐도 돼요?”
옆에 앉은 이고은이 속삭이듯 물었다.
그러면 안 되는데?
“안 돼.”
태영이 무언가 말하기 전에 류지현이 반대했다.
“……?”
이고은의 시선이 류지현에게 돌아갔다.
“동거 중인 사람이 있어.”
“아, 그분도 이 정도는 용서할 거예요.”
그렇게 말하며 몸을 반쯤 일으켜 두 팔로 몸을 감싸듯 안아 왔다.
의자가 있어서 몸을 안아 올 수가 없기에 목을 감싸듯이.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네, 잘 돌아오셨습니다.”
태영이 그리 답했고, 이고은은 팔을 풀고 자신의 의자에 바로 앉았다.
“얘 말이야.”
류지현이 정다혜를 가리켰다.
“응.”
“몸도 회복되었고, 터니가드에 가능하지?”
“당연히.”
“잠깐, 잠깐.”
류지현의 질문에 태영이 답을 하는데 정다혜가 손을 들며 제지했다.
“왜요?”
“말할 기회가 없었지만, 제가 몸이 회복되는 동안 오래 생각했는데, 복수하고 싶거든요.”
태영의 질문에 정다혜는 입술을 질끈 물었다가 답했다.
“복수?”
“네.”
“저…….”
옆에 앉은 이고은이 살짝 손을 들며 말을 꺼냈다.
“고은이는 왜?”
류지현이 물었다.
“저도 방법만 있다면 그러고 싶어요.”
“나 때문인데.”
서가영이 자책을 한다.
중국으로 여행을 가게 된 것이 서가영 때문이라는 뜻이다.
자책은 스스로 극복할 문제이지만, 복수는 대상이 있다.
그러나 그 대상도 막연하다.
트루아이즈, 아니 이제 위벤저스가 된 그들의 복수 대상은 선명하고, 복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 주었다.
하지만 이들은 아니다.
정다혜를 위벤저스 팀에 소개해 줄까?
사실상 위벤저스의 복수 대상과 정다혜의 복수 대상은 다르지만, 같은 부분이 많다.
“이고은 씨의 마음은 알지만, 조금 쉬었다가 학교에 복학하시면…….”
“안 하려고요.”
“복학 안 해요?”
“저두요.”
서가영이다.
서가영과 이고은은 MIT를 다니던 수재다.
그런데 둘 다 복학을 않겠다고 한다.
서가영은 아버지 서윤기 박사의 영향을 받아 항공 우주 공학과를 다닌다고 들었다,
“왜요?”
“음…….”
“그게 조금 곤란한 문제가 있는데.”
서가영이 망설이는 사이에 류지현이 말했다.
“뭐가?”
“오래전이긴 하지만, 언론에 중국 비밀 경찰 식당 이야기 많이 나온 거 알고 있지?”
“아…… 그래.”
그것 때문에 한때 시끄러웠던 것 같다.
그건 미국에서도 마찬가지.
그리고 미국에서는 한때 스파이 풍선으로도 수없이 많은 의혹과 언쟁이 있었다.
“그놈들은 각처에서 그렇게 숨어서 활동하면서 정보를 수집해.”
“…….”
“여기 세 사람 모두 마약범 교도……. 아, 중국은 감옥이지 참. 암튼 거기에 갇혀 있었어. 이 세 사람이 탈출한 뒤에 그곳에서는 꽤 많은 사람이 죽었고.”
그랬지.
우리말로는 교도소지만, 한중일이 쓰는 용어가 조금씩 다르다.
중국은 감옥으로 쓴다고 감옥이라 말한다.
“그런데 보스턴 시내에 나타나 봐. 그놈들이 그냥 두겠어?”
MIT는 보스턴에 있으니 하는 말이지만, 태영도 자막 뉴스로 봤다.
물론 그것으로 알 수 있는 것은 끝이었지만 일부러 구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류지현의 말에 두 사람의 표정이 쓸쓸해졌다.
미국에서도 알아주는 명문 대학에 다니는 수재.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창창한 미래가 보장되어 있다.
그런데 이제 그럴 수 없게 된 것이다.
하, 이 무슨 비극?
“특히나 총기 살인이 많은 미국인데.”
류지현이 덧붙인 말에 총 맞아 죽을 수도 있다는 의미로 바뀌었다.
“그럼, 두 사람은 복수하고 싶다고 했고, 가영 씨는?”
“위성 통신 회사를 설립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음 그랬죠.”
“심부름하는 직원으로라도 써 주시면 안 될까요?”
“합격.”
“네?”
“뭐?”
서가영이 깜짝 놀라고, 류지현을 포함 다른 둘도 깜짝 놀란다.
“잠시 기다려 봐요.”
태영은 김경훈 부사장에게 전화를 했다.
[네, 사장님.]“지금 어디세요?”
[벤투 센터에 있습니다.]“서윤기 박사 알죠?”
[네, 이번에 많은 도움을 주셨죠. 앞으로도 도움을 받아야 하구요.]“서가영이라고 서윤기 박사의 딸이 있는데, MIT 항공 우주 공학과에 다녔지만, 일이 좀 있어서 못 다니게 되었어요. 혹시 채용이 가능하겠습니까?”
[이번 주 금요일 벤투 센터 B동 502호로 보내 주십시오. 만나 보겠습니다.]“그러죠. 본인의 의사를 다시 확인한 후에 가라고 하겠습니다.”
“와, 한 방에 해결되네.”
통화를 끝내자마자 류지현이 큰 소리로 말한다.
“조용히 좀 해. 옆에 두 사람이 있는데.”
“아, 그래. 미안.”
태영은 김재혁 대표에게 전화를 했다.
여태까지 류지현에게도 비밀이었지만, 정다혜를 연결해 주면 알게 될 일이다.
이번 기회에 공개하지, 뭐.
[네, 사장님.]“사람 좀 추천하려고 하는데요.”
[어떤 사람인데요?]“20대 여성인데 위벤저스처럼 이들도 똑같이 그쪽으로부터 심각한 피해를 입은 사람들입니다.”
[만나 보겠습니다. 언제 올 수 있는지 알려 주십시오.]“한희수 매니저에게 연락하라고 해 둘 테니, 이야기해 두시지요.”
[네, 알겠습니다.]전화가 끊어졌다.
“위벤저스? 어벤……?”
류지현이 말을 하다 만다.
“맞아.”
“하, 대체, 대체 넌 무슨 말도 안 되는 일을 하고 다니는 거냐?”
“뭐가?”
“똑같이 그쪽으로부터 심각한 피해?”
그렇지, 같은 의미이지.
정다혜와 이고은이 궁금함으로 입이 달싹거렸지만, 쉴 새 없이 쏘아 내는 류지현의 말 때문에 아쉬운 한숨만 쉬고 있다.
“그래.”
“아, 씨. 그게 대체 뭔데?”
“조용히 해. 지금부터 설명해 줄 테니.”
태영은 레티어를 꺼내 회의 탁자 위에 올렸다.
“두 사람도 궁금하죠?”
“네, 정말 궁금합니다.”
“그쪽으로부터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모인 단체가 있습니다. 거기에 합류하면 두 사람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그게…… 정말인가요?”
“진짜입니까?”
이고은과 정다혜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그렇습니다. 단, 그쪽에 면접을 보면 무조건 합류해야 합니다. 거부권은 없습니다. 하겠습니까?”
“네, 하겠습니다.”
“저도 하겠습니다.”
둘이 무조건 한다고 답했다.
“자, 그럼 말씀드리기 전에 비밀 유지 서약.”
“그래.”
류지현은 몇 번 해 봤으니 가장 먼저 답을 했고, 두 사람도 답했다.
“내용을 같이 들으려면 서가영 씨도 서명해야 합니다.”
“하겠습니다.”
서가영이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
“읽고 서명해. 피의 서명인 거 알지?”
답을 듣자마자 유지현의 방향으로 레티어를 밀었다.
“손바닥 전체?”
“그래.”
류지현이 내용을 모두 읽었다.
“비밀 유지 서약이 완전 미친 내용이네. 우리 회사도 이 정도로는 안 해.”
“싫으면 안 해도 돼.”
“한다 해.”
대답하고는 레티어 스크린에 손바닥을 대고 밀었다.
“자, 세 사람도 서명해요.”
세 사람까지 서명을 했다.
사이큐브를 켰다.
푸르스름한 물결처럼 사이큐브가 펼쳐지며 26명의 사람이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들 모두가 환한 웃음을 지으며 이쪽을 보고 있다.
“위벤저스 팀이야.”
“와, 다들 예쁘다. 전부 여자네?”
태영이 팀 이름을 말하자마자 류지현이 감탄을 한다.
“정말 다들 예쁘네요. 와, 어디서 저렇게 예쁜 사람들만…… 그런데 심각한 정신적 피해?”
정다혜도 감탄하다가 태영을 향해 물었다.
“딥페이크.”
“아, 씨발, 개 같은 것들.”
태영의 말에 격한 반응을 보이는 류지현이다.
아는구나, 딥페이크의 피해를.
“알아?”
“조사한 적도 있어. 하아…… 지랄같이 아무것도 할 수 없었지만.”
그래,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 거다.
“너, 백 미터 몇 초?”
“응?”
류지현에게 묻자 ‘말해도 돼?’라는 표정이다.
“말해도 돼, 서명도 했는데 뭐.”
“그래, 비공식이라서 정확하지는 않지만, 6초 미만.”
공식적으로 잴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그게 맞다.
“뭐?”
깜짝 놀란 정다혜가 류지현을 돌아본다.
6초 미만이라면, 그건 사람의 속도가 아니다.
사람으로서 세계 신기록은 9초58.
그것도 최상의 조건이 갖추어진 환경에서 내는 속도다.
다른 사람들도 ‘그게 말이 돼요?’라는 표정으로 뭔가 묻고 싶어서 입이 달싹거린다.
“저기서 가장 빠른 사람이 3.1초.”
5월에는 3.7초가 가장 빨랐지만, 더 빨라졌다.
“그게 무슨?”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