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695
341. 발표 준비(2)
“왜요?”
통화를 끝내고 우는 듯한 표정으로 돌아보는 송미려에게 물었다.
“오늘 인터뷰는 여기서…… 죄송해요.”
어렵게 만든 자리다.
그런데 가야 한다는 것이다.
태영으로서는 아무 상관이 없기도 하고, 오히려 홀가분했다.
“백 기자님, 가요. 한류원 너도 가자.”
테이블 위에 놓인 가방에 꺼내 놨던 것들과 태블릿 등을 주섬주섬 챙겨 넣으며 말했다.
백형석도 가방에 카메라를 챙겨 넣었다.
“나? 나는 다음 예정이 없어. 최태영 씨 인터뷰 좀 더 하고 갈게, 너 먼저 가.”
“야, 좀 가자고.”
“아, 안 간다고. 먼저 가라고.”
송미려가 소리를 버럭 지르고, 한류원도 소리를 질렀다.
이게 또 일이 이상해지네.
둘이 절친 맞아?
“망할…… 미안합니다. 최태영 씨.”
“아뇨, 상황이 그리된 것을 어떻게 합니까? 가셔야지요.”
지금까지 본 송미려 기자와는 다른 색다른 모습을 본 것 같다.
“그럼…….”
태영에게 인사를 하고 한류원을 노려보는 것을 잊지 않고 백형석과 함께 사무실을 벗어났다.
한류원이 웃지는 않았지만, 뭔가 속이 시원하다는 표정이다.
“자, 한 기자님도 오늘은 이만.”
“아…… 죄송한데요. 생방 스튜디오에 한번만 와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한류원은 태영의 말에 재빨리 생방 이야기를 또 꺼냈다.
“그 이야기는 아까도 나왔었지만, 당분간 안 될 것 같습니다.”
“죄송하지만, 다시 한번 부탁드리겠습니다.”
한류원이 이번에는 고개를 숙이며 부탁한다.
기자의 근성?
그렇게밖에 표현할 말이 없지만, 여태 태영이 만난 기자들은 대부분이 막무가내였다.
그런데, 저렇게 고개를 숙여?
한류원이 송미려에게 태영을 대하는 방법에 대해 들었나?
“7월 중순으로 하죠.”
고개 숙이며 부탁하는 것도 있고, 태영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들이 있어서 약속을 했다.
“아, 정말 감사합니다. 날짜는 데스크와 협의한 후에 정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꼭 부탁드립니다.”
“네, 안녕히 가세요.”
“네, 감사합니다. 가요.”
카메라 기자인 임소하에게 말하고 가방을 챙겼다.
임소하는 뭔가 불만인 듯 인상이 찌푸려졌지만, 태영을 힐끗 돌아보고는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연락드리겠습니다.”
“네.”
두 사람이 떠났다.
시계를 보니 아버지가 도착하기까지 2시간 정도 남았다.
비행기가 연착하지 않는다면.
~딸깍~
안쪽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
“다 갔어요?”
안재희가 나오며 물었다.
“그래 다 갔다.”
“무슨 질문이 그리 많을까요?”
“너도 들었어?”
“기자들이 왔다는데, 흥미가 생기지 않을 수가 없죠. 어차피 저는 2시간 동안은 할 일도 없었구요.”
~우우웅~
[김재혁 대표입니다.]“잠시만, 여보세요.”
[김재혁입니다.]“네, 대표님.”
[정다혜 씨 포함하여 세 사람 오늘부터 합류하는 것으로 했습니다.]“잘 되었네요.”
[정다혜 같은 사람이 꼭 필요했는데, 정말 감사합니다.]“그쪽의 정보에 밝죠?”
[네, 그분은 정말 많은 경험과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화를 하다가 한 번씩 깜짝깜짝 놀랄 정도였습니다.]“원한도 커서 많은 도움이 될 겁니다.”
[그렇게 느꼈습니다. 그리고 수련원과 협의해서 다음 주부터 박창하와 함께 세 사람이 훈련 들어가기로 했습니다.]“네, 알겠습니다. 그럼 수고하십시오.”
세 사람이 훈련에 들어가면 당분간 집을 떠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핑곗거리가 있어야 한다.
가족들에게 설명하고 허락을 받아야 하니까.
신체 훈련의 마지막 2주간 류지현이 합류하는 것은 서정원 원장에게만 말해 두면 되는 일이다.
“누군가 추가되었어요? 그 멤버에?”
통화가 끝나는 것을 기다린 안재희가 물었다.
“응, 세 명.”
“그 사람들은 또 얼마나 힘들게 살았을까 싶은데 이제 좋아지겠지요?”
힘들게 살아온 것이 아니라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서 돌아왔지.
“그러겠지. 아 참, 트루가 아니라 위벤저스로 부르기로 했단다.”
“위벤저스? 이거 맘에 드는 명칭이네. 저도 좋은데요?”
“아무튼 다음 주부터 훈련 들어가니까 출국 전에 한번 가 보든지.”
“그럴게요, 그리고 언니 미국 갔죠?”
“어찌 알아?”
“언니가 연락했었어요. 시간되면 한 번씩 오빠 찾아가서 놀아 주라고.”
“놀아 주긴 뭘 놀아 줘?”
“그러니까요. 애도 아닌 다 큰 어른인데, 뭘 하면서 놀아 드릴까요?”
장난스러운 표정을 태영의 얼굴 가까이 들이밀며 물었다.
“에이그, 이놈이.”
딱밤 대신 손끝으로 이마를 쭉 밀쳐 냈다.
“아~.”
원래 예쁜 녀석이다.
안면 함몰을 치료하기 위해 바이호르미어를 주사한 이후에는 꽃보다 아름다워졌다.
거기에, 전국 모의고사 만점자 5명에 드는 수재에 하버드 합격생.
비록 아버지에 대한 원망으로 잠시 탈선을 했었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반듯한 아이로 돌아왔다.
태영과 어머니의 도움이 있었지만, 자신이 벌어들인 돈으로 아버지가 조기 출소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
“약속 있다면서?”
“아직 시간 남았어요.”
“그럼 난 간다.”
“피신했다면서 어디 가려구요?”
“이사 가는 건물.”
“이전 개업은 언제 해요? 선물 뭐 필요해요? 출입은 어때요?”
안재희가 한꺼번에 다다다 물었다.
이전 개업 같은 것도 안다고?
“선물은 필요 없고, 이젠 아무나 출입 못 해.”
지금 있는 곳은 독립 건물이 아니었기에 무허가 출입자를 어찌할 방법이 없었지만, 이사 가는 곳은 통제가 가능하다.
그것이 가장 마음에 든다.
“출입을 못 해요?”
“그래, 휴머노이드까지 경비에 투입되어서 출입이 아주 어려워질 거야.”
“저도 못 들어가요?”
“너는……?”
“저도 출입 중 하나 주세요.”
장난스럽게 말을 줄이자 두 손을 포개서 내밀며 아이들이 선물 달라고 하는 표정을 짓는다.
“얼굴 인식이라서, 너는 출입이 되니까 걱정 마.”
얼굴 인식 시스템은 비인가자가 무단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도입했다.
출입 카드를 빌려 줄 수 없고, 동행인도 얼굴 인식 시스템에는 예외가 적용되지 않는다.
“그럼 출입증이 아예 없어요?”
“그래, 없어. 안에서는 모자 쓰거나 얼굴 가리거나 선글라스 끼면 휴머노이드가 와서 바로 경고하니까 얼굴을 가리고 다닐 수 없도록 되어 있고.”
“임시 출입자는요?”
“로비에서 출입 신청하면 자동으로 인식되고, 떠나면 출입자에서 해제돼.”
“그럼 안에서는 어디를 가든 추적이 된다는 뜻이네요?”
“맞아. 출입 신청하면 허락된 곳만 출입할 수 있기도 하고.”
“동의를 받아야 하지 않나요?”
“출입 신청서에 동의 부분이 들어 있어. 거기에 체크하고 서명해야 해.”
“동의 않으면 어찌 돼요?”
“출입 불가.”
“역쉬.”
엄지를 척 들면서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낸다.
“서영 언니가 사람 많이 찾아와서 골치 아파 죽겠다고 하던데, 잘 되었네요.”
“메이스타는 이사 안 해, 아니 못 해.”
“왜요?”
“거기가 산업 단지라서 입주 가능 업종과 불가 업종이 있는데, 누나 회사는 입주 불가 업종이야. 얼마간 고생을 더 해야 해.”
“아하, 언니 어떡해?”
아무런 약속도 없이 다짜고짜 찾아오는 문제는 태영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해결 방안을 좀 찾아봐야 할 것 같다.
***
실컷 수다를 떨던 안재희가 가고 난 후, TV를 켰다.
화면 하단에 보이는 자막.
영상은 아버지를 포함하여 레피우스 연구원들의 모습을 비추고 있다.
리포터의 목소리가 카랑카랑하게 들려왔고, 카메라 셔터 소리도 소란함을 뚫고 들려왔다.
경호 팀과 휴머노이드가 바리케이드를 대신하고 있는 앞으로 달려오며 소리치는 기자들.
무슨 질문이 저래?
FDA와 KFDA를 싸움 붙이려는 거야?
그래도 휴머노이드까지 동원했기에 그 선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쉴 새 없이 이어지는 비슷한 질문 공세.
대체 뭘 어쩌라는 것인지.
아버지 일행은 좀처럼 길을 뚫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이렇게 많은 카메라 앞에서 인상을 쓸 수도 없다.
아버지가 멈춰 섰다.
달려드는 기자들은 경호 팀이 막았다.
아버지가 조용히 해 달라고 정중하게 말했지만, 기자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경호 팀도, 아버지도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었다.
대신 옆에 있는 한 사람과 귓속말을 주고받았다.
그 사람은 경호 팀 책임자, 휴머노이드에게 뭐라고 말했다.
~삐이이이~
귀를 찢는 소음이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곳에서 들려왔다.
그 때문에 모두가 조용해졌다.
휴머노이드가 동시에 소음을 유발시킨 것이다.
선두에 있는 휴모노이드가 확성기처럼 높은 음으로 말했다.
조용해진 주변으로 인해 모두가 들었을 것이다.
그 말을 신호로 경호 팀과 휴머노이드가 군중을 뚫고 나오는 형태로 포진을 바꾸더니, 가장 앞의 사람이 기자들을 밀치며 길을 뚫기 시작했다.
누가 승인 거절을 해?
“살짝 들어왔어야 하는데, 아니면 입국 후에 발표되거나.”
발표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
***
벤투 센터 A동 17층.
최상층인 이곳은 태영의 공간이다.
대회의실을 포함하여 중회의실, 소회의실, 브리핑 룸 등 여러 형태로 절반.
나머지 절반에 사장실, 연구실, 젠룸, 재료실, 제품 보관실 등으로 나뉘어져 있다.
그 외에 비서실과 대기실도 꾸며졌고, 심지어 운동 공간까지 갖추어졌다.
“어서 오십시오. 사장님.”
새로운 비서실에 앉아 있던 심다윤이 직원과 함께 인사를 한다.
사무용 집기들이 갖추어져 있기에, 직원들은 자신이 가져온 서류들과 개인 짐들을 정리하는 정도로 일이 끝났다.
“맘에 들어요?”
“네 사장님, 뷰도 좋고 특히 공간에 여유가 있어서 너무 좋습니다.”
뷰라고 말하기에 창으로 눈을 돌리니, 창으로 보이는 바깥 풍경이 제법 멋지다.
큰 강이나 바다가 없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이 정도면 준수하다.
“나도 맘에 들어요.”
“아, 사장님 오시기 전에 인룸프로와 기성 시스템에서 사장님 연구실과 젠룸, 그리고 크린룸 공사 마무리하고, 연구소에 설치하러 갔습니다.”
“알았어요. 확인해 볼게요.”
젠룸은 누군가에게 맡기지 못하는 부분이어서 태영이 직접 처리하는 수밖에 없다.
그나마 이제는 휴머노이드가 있어서 태영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다.
~우우웅~
[아버님 연락입니다.]“네, 아버지. 어제 못 갔습니다.”
[안 오기를 잘 했다. 벤투 센터에 우리 사무실 용도로 한층 준다고?]“네, 레피우수와 아슬레에 관리동 5층을 배정했습니다.”
[그래, 잘 쓰마. 그리고 언제 이 이야기를 좀 해야 하는데. 언제가 좋으냐?”“이사 끝나면 젠룸 세팅을 해야 하기에 다음 주에나 가야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그렇지, 젠룸은 너만 손댈 수 있다고 했으니. 방법이 없겠구나.]“기자 설명회 일정 때문에 그러시죠?”
[그래.]“주말에 풀로 처리하면 다 끝낼 수 있으니까, 주초에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그러면 봄이가 서운하지 않을까?]“봄이 미국 갔습니다. 시간이 엇갈려서 거기서 아버지와 만날 수는 없었구요.”
[아, 그럼, 뭐. 아무튼 그럼 주초에 연락하거라.]“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사장님.”
그때, 비서실 심다윤이 폰의 송화구를 막은 상태로 들어오며 태영을 불렀다.
“네.”
“와이유 시스템 관리 부장님이신데요.”
“네.”
와이유 시스템.
벤투 센터 건물 관리를 하기로 한 이새봄의 어머니 김영은의 회사다.
벤투 센터 관리 업무를 맡게 되면서 갑자기 업계에서 주목하는 회사가 되었다고 했었다.
“대통령 비서실에서 방문했다고 하면서 어디로 모시고 가야 하느냐고 연락이 왔습니다.”
“대통령 비서실?”
“네.”
이건 뭐냐?
이사 중이어서 모두들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는 중인데.
“심 대리가 가서 이리 모시고 와요.”
“네, 알겠습니다.”
심다윤이 대답하고 관리부장과 통화를 계속하면서 후다닥 달려 나갔다.
잠시 후.
한 사람이 난 화분을 들고 들어왔다.
그런데 혼자 왔다.
[정지섭 서기관, 대통령 방문 시 동행했습니다. 마스터와 대화를 한 적은 없지만, 비밀 유지 서명을 했습니다.]어쩐지 기억에 없더라.
“어서 오십시오.”
“이전을 축하드립니다.”
그러면서 난 화분을 내민다.
“아, 감사합니다. 아직 이사 중이라 어수선합니다.”
태영은 화분을 받아 한쪽 선반에 올렸다.
“자, 안으로 드시지요.”
“네.”
사장실로 안내를 하고 소파에 마주 앉았다.
갑자기 찾아온 이유가 있을 거다.
“이사 중인데, 예고도 없이 찾아와서 미안합니다.”
“네, 말씀하십시오.”
“지난 5월에 만났을 때, 사옥과 관련하여 서로 간 약속한 것이 있었지요?”
“생산 기술 정보 공개 말씀입니까?”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