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86
086. 최충헌(2)
“저게 한 사람의 집입니까?”
멀찍이 최충헌의 집이 보이는 곳에서 태영이 물었다.
최충헌의 저택은 상상이 가지 않을 정도로 규모가 컸다. 그만큼 저택 앞쪽의 공터도 넓었다.
“네.”
“담이 끝도 보이지 않는군요.”
“원래 최충헌의 집은 이곳이 아니었는데, 이곳에 살던 사람들을 모두 내쫓고 100여 채를 헐어 낸 후에 새로 지은 집이지요.”
뭐라? 100여 채를 헐어 내?
“진짜 나쁜 놈이잖아요?”
최세헌의 말에 옆에 있던 정하연이 부르르 떨면서 말했다.
“보상은 해 주었나요?”
“보상이 어디 있습니까? 그럴 것 같으면 쫓아내지도 않았지요.”
최세헌이 정색을 하며 말했다.
“그러면 내쫓긴 사람들은요?”
“이곳에 집을 짓고 살던 힘없는 사람들은 그대로 집을 빼앗기고 다른 곳으로 가서 움막을 짓고 사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그 횡포에 항의하다가 맞아서 병신이 되었고, 죽은 사람도 부지기수입니다.”
“하, 정말 욕 나오는 놈일세.”
“그래도 어디 가서 하소연할 곳도 없고 따질 수도 없었으니 그냥 한탄만 하고 끝나는 거지요. 그 때문에 걸식을 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개경의 집값은 서울 강남의 집값과 비견될 정도로 비싼데, 그걸 그냥 빼앗겼다는 말이다.
“100여 채를 헐고 지었으니 크긴 크군요.”
“황궁과 비슷한 크기라 하던데, 어쩌면 황궁보다 더 클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 요런 나쁜 놈.
금오위 병사들은 대문을 지키는 가병들에게 들키지 않도록 하기 위해 뒤쪽에 숨고 부르면 나오기로 했다.
“모아 탄 설치.”
태영은 최충헌의 집 대문과 담벼락을 향해 가지고 온 크레모아 15기를 설치하도록 했다.
나중에 최충헌의 가병들이 집 앞마당에 넓게 포진할 수 있기에 여러 방향으로 잡도록 시켰다.
훈련된 병사들이 재빨리 크레모아를 설치하자 병사들은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3정군의 병사를 1백씩 나누어서 최충헌의 집 양측에 있는 대문 근방에 잠복하라 시키고, 그곳으로 각각 율촌의 병사 4명과 소대장을 포함한 5명을 함께 보냈다.
총소리가 나면 잠복을 풀고 나와서 대문간을 지키고, 집 안으로 진입은 하지 말고 도망치는 놈만 잡으라고 했다.
2정군의 병사 1개 오, 50명은 신호를 하면 나오라 하고 골목에 숨어 있는 상태다.
“유탄 사수 5명 준비.”
소총에 유탄 발사기를 장착한 병사들 다섯이 유탄을 장착하고 발사 준비를 갖추었다.
K4 고속 유탄 발사기가 해룡호에 몇 정이 실려 있지만, 그것까지 필요할 것 같아서 가지고 오라고 하지는 않았다.
고속 유탄 발사기는 대규모의 적을 상대할 때, 원거리에서 사용할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공격 수단이다.
최충헌 가병들의 병력 숫자가 많으니 그것을 가져오면 좋았겠지만, 칼과 창을 무기로 쓰는 상대여서 참은 것이다.
김웅겸이 인솔하는 중대에도 크레모아와 유탄은 같은 숫자로 보냈기에 화력에서 밀리지는 않을 것이다.
“웬 놈들이냐?”
비록 대문간에서 제법 떨어져 있기는 하지만, 태영 일행이 최충헌의 집 앞에서 포진을 하고 크레모아를 설치하면서 광역 공격 진형을 형성하기 시작하자, 계속 궁금증을 일으키면서 대문을 지키던 가병들 중에 네 명이 다가오며 고함을 질렀다.
처음에는 자신들을 공격하러 온 줄도 모르고, 흘깃 쳐다보면서 저게 뭐하는 것들이야 하는 반응만 보였었는데, 차츰 움직이는 상황이 그게 아니다 싶었던 모양이다.
고함을 지른 가병은 이미 칼을 빼어 든 상태였다.
“날려 버려.”
탕~
한 번의 총소리.
첫발은 달려오던 가병의 이마를 뚫고 지나갔다. 짚단 쓰러지듯이 가장 앞선 가병이 푹 쓰러졌다.
“뭐야? 이 새끼들은 뭐야?”
뒤따라 달리던 가병들이 앞사람이 푹 쓰러지자, 이게 뭐야 하는 듯 멈칫거리며 욕을 해 대는 사이에 다시 총성이 울렸다.
탕~
타당~
총성 한 번에 한 명씩.
그러나 비명은 들려오지 않았다.
늘 느끼는 거지만, 총탄이 이마를 뚫고 나가면 비명 소리조차 지르지 못한다.
총소리와 함께 태영이 진을 친 쪽으로 달려오던 가병 네 명이 쓰러지자, 대문 옆을 지키고 있던 두 명과 순찰을 돌듯이 최충헌의 집 담벼락을 따라 걸어가던 네 명이 이쪽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아직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모르는 모양이었다.
총소리를 듣고 2정군 1개 오의 50명이 달려 나와 사포 병력 옆에 서며 방패를 들었다. 혹시나 대치가 길어지면서 화살 공격이 있을 것에 대비하여 준비했던 것이다.
“유탄 사수, 대문 겨냥. 2발 발사.”
꽝~ 꽈광~
꽈광~ 꽈꽝~
두 발이 연속 발사되면서 발사 소리와 대문에 맞으면서 터지는 소리가 거의 시차를 두지 않고 들려왔다.
자동차 2대는 나란히 들어갈 수 있을 만큼 큰 대문이 박살이 나면서 지축을 흔드는 소리와 함께 진동이 느껴졌다.
유탄이 터진 곳에 먼지가 자욱하게 일고, 석벽이 무너져 내리고, 대문의 지붕이 와르르 흐르다가 기우뚱하더니 쿠당탕 소리를 내면서 넘어졌다.
태영이 흘깃 쳐다보니 금오위 병사들의 놀란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저들은 유탄도 처음 보는 무기였다. 뭔지 모르겠지만, 엄청난 굉음과 함께 대문이 박살이 나며 와르르 무너졌다.
견고해 보이는 나무로 만든 문도 문이지만, 그 나무 문짝을 지지하고 있는 견고해 보이는 석벽들이 와르르 무너져 내린 것이니 놀라울 것이다.
“준비해.”
대문이 깨져 나갔으니 이제 안쪽에서 반응이 나올 차례다.
이제부터 최충헌의 저택 안 구석구석에 있던 가병들이 뛰어나올 터였다.
“그쪽, 금오위 병사.”
지금 이 폭발에 대해 제대로 보려는지 줄을 이탈해서 조금 이동한 금오위 병사가 있었다.
그들로서는 처음 보는 상황일 테고, 금오위 연병장에서도 보지 못한 모습이었기에 좀 더 제대로 보려는 듯했다.
“그쪽으로 가면, 모아 탄이 발사될 때 여러분들도 죽어요. 그러니 이쪽에 와서 서야 합니다.”
태영이 금오위 병사를 부르는 사이, 병사 한 명이 그들에게 경고를 했다.
크레모아가 발사되면 그 후폭풍이 어마어마하다. 그리고 그 후폭풍에 맞아도, 비껴 맞으면 중상, 정통으로 맞으면 그냥 사망이다.
“앞으로나 뒤로는 절대 가지 말고 반드시 옆에 있어야 합니다.”
율촌의 병사였기에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그 병사가 손짓으로 위치를 잡아 주었고 금오위 병사들이 위치를 이동했다.
뭐야. 이 무슨 시끄러운 소리야?
왜 대문이 무너진 거야?
소란스러운 소리와 뛰는 소리들이 왁자하게 담을 넘어 들려왔고,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가 함께 들려왔다.
그러다 드디어는 부서진 대문 밖으로 꾸역꾸역 밀려나오는 가병들.
태영은 그들이 가능한 한 많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중이다. 분명 저들은 상황을 파악하려 할 것이기에 나오자마자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던 그대로, 대문 밖으로 나와서 태영 일행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며 넓게 벌렸다.
흔히 말하는 학익진 같은 모습이었다.
저쪽의 인원이 훨씬 많으니 누군가가 지휘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모습이다.
“네놈들은 누구냐? 네놈들이 지금 대문을 박살 내었느냐?”
눈앞에 죽어 있는 가병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처럼 태연하게 서서 한 명이 고함을 질렀다.
일단, 문이 저절로 박살이 나지는 않았을 테고, 폭발물이라는 것은 이들이 본 적이 없으니, 대체 무엇이 대문을 이렇게 박살을 내었는지 그것이 궁금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그런 것을 찾는 듯이 이쪽저쪽을 둘러보았다.
그토록 견고한 대문과 벽을 부수려면 투석기(投石機)나, 초대형의 상자노(床子弩) 아니면, 당차(撞車) 같은 것들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눈을 씻고 봐도 그런 공성 무기는 보이지 않는데 대문과 벽이 박살이 났다.
한참을 두리번거리던 그들이 공성 무기가 없는 것을 보고 조금 의아해하는 것 같았지만, 차츰 그런 의문을 떨쳐 내고 저들도 진형을 갖추며 태영 쪽을 바라보았다.
지금 서 있는 모습이 저들이 보기에는 가소로울 것이다.
1개 중대와 비서실 병사를 합쳐 봐야 40명 남짓인데, 10명은 3정군 병사들과 함께 좌우로 갔으니 불과 30명 정도다.
금오위 병사 1개 오가 있지만, 그것도 기껏 50명이었다.
계속해서 뛰는 소리와 발소리가 들리며 부서진 대문 밖으로 나오는 최충헌의 가병의 숫자는 자꾸만 늘어나더니 순식간에 수백 명이 되었다.
“많기는 많구나.”
최세헌이 옆에서 중얼거리듯 말했다.
“말이 안 들리느냐? 너희들은 누구며, 대문을 박살 낸 놈들이 너희가 맞느냐?”
“표영환, 내 얼굴을 잊었다는 말이냐?”
아무 대답이 없자 다시 한번 고함을 지르는데 최세헌이 맞고함을 쳤다. 지금 저기 중간에서 고함지르는 놈의 이름인 모양이다.
“너는, 최세헌?”
“그래, 나다.”
“한동안 보이지 않기에 죽은 줄 알았더니 아직도 죽지 못하고 있었나?”
“네놈을 두고 먼저 죽을 수가 있어야지.”
말하는 것으로 봐서 뭔가 은원이 얽혀 있는 모양이다.
“오늘은 네놈의 목을 꼭 따 주도록 하지.”
표영환으로 불린 놈이 그렇게 말하고는 히죽 웃으면서 목을 긋는 시늉을 한다.
“아마 그 말은 지키기 힘들 것이야. 오늘은 너희들이 모두 죽는 날이거든.”
최세헌도 지지 않고 마주 고함을 질렀다.
“와 하하하. 겨우 그 인원을 데리고 와서 우리와 붙어 보겠다는 소리를 하는 거냐?”
표영환이 박장대소를 하더니 말을 이었다.
“대충 보아하니 어중이떠중이 불러서 칠팔십 명 데리고 온 것으로 보이는데, 그 병력으로 우리 3천 명을 상대하겠다고?”
3천 명?
참으로 많은 인원이다.
최충헌의 집에 있는 인원만 말하는 것인지, 훈련장에 있는 인원까지 포함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정말 많기는 많다.
저 많은 가병을, 그것도 고려 땅에서 가장 무예가 출중하다는 가병들을 거느리고 거란과의 싸움은 하지 않고 자신을 지키는 경호원으로만 사용한 최충헌이라니.
저 많은 가병들을 먹여 살리고, 또 월봉을 주려면 대체 얼마나 벌어야 했을까?
그러니 온갖 패악을 부려서 다른 사람들의 재산을 빼앗고, 뇌물을 받아 관직에 앉혔을 것이다.
확실히 대문을 깨트린 효과가 있는 모양이다.
표영환과 최세헌이 말씨름을 하는 중에도 안에서는 계속해서 가병들이 나오고 있었다.
최충헌의 집이 황궁과 맞먹을 정도로 크다고 하더니 짐작이 가지 않을 정도로 많은 숫자의 가병이 나오고 있었고, 이제는 앞이 막혀서 뒤는 더 이상 나오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원래도 최충헌의 집 인근을 지나다니는 사람은 별로 없었지만, 이런 대치 상황이 되니 아무도 주변에 얼씬거리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모아 탄 격발 준비.”
태영은 병사들에게 지시했다.
크레모아 격발 장치를 두 개씩 손에 든 병사들이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으며 안전 고리를 젖히고 격발 준비를 했다.
그리고 유탄 사수는 이미 자세를 낮추고 다시 발사 대기 상태이다.
그들을 제외한 병사들이 모두 엎드려쏴 자세를 취했다.
“유탄 사수는 모아 탄이 폭파되고 나면, 뒤쪽의 무리들을 향해 유탄을 발사할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나머지 병사들은 한 명씩 조준 사격하도록, 대답은 조용하게.”
“넵, 알겠습니다.”
혹시 큰 소리로 고함을 지를까 봐 미리 시켰더니 작은 소리로 대답이 나왔다.
설치해 둔 크레모아 15개가 터지면 강철 탄환 1만 5백 개가 날아간다.
그 정도면 3천 명 정도는 몰살을 한다고 봐야 하겠지만, 넓게 퍼져 나가기도 하고 크레모아의 전방에 있는 병사들에게 다 맞아서 강철 탄환이 소모되어 버리고 뒤로는 아예 가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뒤쪽의 적들을 쓰러트리기 위한 명령이지만, 지금 저들은 크레모아나 유탄의 사용 효과가 극대화될 수밖에 없도록 빽빽하게 운집해 있는 상태이다.
아무리 최충헌의 집 앞이 넓어도, 표영환이 말하는 것처럼 3천 명이나 된다면 그들이 앞마당으로 모두 다 나올 수는 없을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대체 무슨 일인가 하여 구경하러 오는 탓인지 더욱더 빽빽해져 갔다.
“그때, 네놈의 목을 베어 버렸어야 하는 것을 두고두고 아쉬워했는데, 마침 네 그 잘난 면상을 들고 이렇게 찾아왔으니 오늘은 그 목을 잘라 주지.”
“네까짓 놈의 칼은 내 목 근처에 오지도 못하겠지만, 너는 오늘 반드시 죽여주마.”
“저런 병신 호래자식을 봤나.”
병사들에게 준비시키는 사이에 표영환과 최세헌의 말싸움은 한 라운드가 지나고도 계속되고 있었지만, 무슨 말싸움을 저리도 하고 있는지.
하긴, 총의 사정거리는 워낙 멀어서 적군과 대화가 가능한 거리가 아니지만, 칼로 싸우는 상황은 좀 다르긴 한 것 같다.
적과의 거리는 불과 30미터밖에 되지 않으니, 고함치지 않아도 대화가 가능한 거리이다.
표영환의 주위에 서 있는 가병들은 엎드려쏴 자세를 하는 병사들을 가리키며, 손가락질도 하고 웃기도 하면서 저희들끼리 뭐라고 하며 떠들고 있었다.
심지어 흉내를 내는 놈들도 있었다.
싸우러 온 사람들이 땅바닥에 엎드리니 이 시대의 사고방식으로는 이해가 안 가기도 하고, 웃기기도 할 것이다.
금오위 병사들이 박일남의 지시에 따라 방패를 하나씩 들고 엎드려쏴 자세를 취한 사포의 병사들 옆에 가서 주저앉으며 방패로 가리면서 포진을 했다.
총의 무서움을 안다면, 이 자세를 취하는 것을 보고, 최충헌의 가병들은 꽁지가 빠지라고 도망을 쳐야 한다.
시대가 시대인지라 저들은 그런 것들을 모르니 엎드려쏴 자세를 보고 자기들한테 절을 하는 모습으로 비치는 듯 수염을 쓰다듬으며 고개까지 끄덕인다.
저놈들이 우리에게 살려 달라고 절을 하는 건가?
오냐 오냐, 그래 너희들의 절을 받은 것은 좋은데 살려 줄 수는 없느니라.
이 중차대한 시점에 농담까지 하며 저희들끼리 히히덕거린다.
“모두들 잘 들어라!”
그때 잠시 언쟁을 멈추었던 최세헌이 큰 소리를 질렀다.
“악적 최충헌은 무엄하게도 황제 폐하를 능멸하고, 신하 된 자임에도 불구하고 조정의 대소사를 자기 마음대로 주무르며 사사로이 이익을 챙겼을 뿐만 아니라, 수많은 백성들을 죽이고, 죄 없는 백성들의 집을 빼앗아서 자신의 집을 지었다. 그 죄를 물어 오늘 최충헌과 그런 최충헌을 보호하며 백성들을 더욱더 핍박하고 있는 너희 놈들까지 모두 처단할 것이다.”
“뭐라?”
최세헌의 선고 같은 소리가 채 끝나기도 전에 표영환의 목소리가 크게 울려왔다.
“그러나 지극히 후회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지금 즉시 칼을 버리고 옆으로 물러서라.”
표영환이 뭐라고 하거나 말거나 최세헌이 한마디를 더 했다.
저런다고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권력의 하수인으로, 권력에 빌붙어서 거기서 떨어져 나오는 콩고물을 주워 먹으며 그 맛에 길들여진 놈들이다. 그런데 저 말이 들리기나 할까?
“이놈들이 겁을 상실한 놈들이구나. 저놈들을 쳐라!”
아니나 다를까, 표영환은 최세헌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공격 지시를 했다. 그러자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가병들이 거의 일제히 칼을 뽑았다.
너무 촘촘하게 서 있어서 칼을 휘두를 공간이 없었지만, 달리듯이 앞으로 나오며 자신의 공간을 만들어 갔다.
“지금부터 내가 부르는 번호대로 격발한다.”
태영은 격발 지시를 내렸다.
“9번.”
꽈광~
9번은 거의 중심부이다.
쇄액~ 쇄애액~
폭발 소리와 동시에 바람을 가르는 철탄환 소리가 귓전에 울려왔다.
아아아악~
으아악~
화약 냄새가 확 풍겨 오며 연기가 피어올랐다.
“10번, 11번.”
연속으로 번호를 불렀다.
큰 폭발 소리와 비명, 아우성이 있었기에 번호를 부르는 태영의 목소리가 동시에 커져 갔다.
꽈광, 꽈과광~
크레모아의 폭발과 동시에 철탄환이 날아가는 소리가 대기를 찢어발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