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87
087. 최충헌(3)
크레모아의 탄환이 대기를 찢는 소리와 거의 동시에 크레모아의 정면에 있던 수많은 가병들의 몸이 걸레짝처럼 찢어져 날리며 피 보라를 뿌렸다.
으아아악~
으악~
아아아악~
사방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고, 정말 피 보라라는 것이 책이 아닌,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 눈앞에 보였다.
크레모아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지금 저들에게는 없다.
나무 방패로 막으려면 최소한 두께 5센티 이상의 참나무로 된 방패로 막아야 할 것이다.
그나마도 정면에서 맞으면 뚫고 지나갈 터인데, 그 정도 두께의 방패는 무거워서 들고 다닐 수가 없으니 당연히 있지도 않을 물건이다.
“7번, 12번”
4기가 폭발했는데도 절반은 쓰러진 것처럼 보인다. 그만큼 최충헌의 가병들은 빽빽할 정도로 운집해 있었기 때문이다.
꽈광~ 꽈과광~
크레모아가 터지면서 일어나는 매캐한 화약 연기가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유탄 사수, 뒤쪽을 향해 발사!”
많이 쓰러지기는 했지만, 예상한 대로 뒤쪽에는 철탄환이 도달하지 않았다.
뒤쪽에서 비명을 지르며 우왕좌왕하고 있는 최충헌의 가병들도 보내 주어야 한다.
꽝~ 꽈광~
으악~ 으아아악~
아아아악~
연속적으로 유탄이 서로 다른 방향을 보고 다섯 발이 날아갔다.
폭발음, 땅을 울리는 엄청난 진동, 대기를 가르며 강철 탄환이 날아가는 소리와 동시에 비명이 터져 나오고, 수많은 가병들이 무더기로 쓰러져 갔다.
이건 반항 한번 해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칼을 든 자세 그대로 칼이 부러져 나가고, 머리와 몸에 구멍이 숭숭 뚫리면서 그대로 피가 터져 나왔다.
이 많은 가병 중에 악하지 않은 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골라 낼 수가 없다.
꽈광~ 꽝꽝꽝~
으아아악~ 아아아악~
아악~
태영이 번호를 부를 때마다 엄청난 폭발음을 내며 크레모아가 터졌고, 바로 뒤를 이어 처절한 비명 소리가 울려왔다. 그리고 태영의 지시에 따라 유탄이 발사되었다.
대량 살상에 최적화된 크레모아의 위력이 여지없이 발휘되는 모습이기도 하지만, 워낙 빽빽하게 운집한 상태라 유탄의 폭발에 유탄이 터진 자리는 가병들의 몸이 공중으로 떠오르며 일부는 조각조각 분해되어 날아갔다.
설치한 15기의 크레모아 중에 11기, 유탄 열다섯 발이 쏘아졌는데 거의 모두가 쓰러졌고 이제 서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제부터 움직이는 놈은 조준 사격한다. 그리고 지시가 있을 때까지 추적은 하지 않는다.”
태영은 하늘을 쳐다보았다.
이제 한두 시간이면 해가 넘어가고 어둠이 찾아올 것이다. 그 전에 끝내야 한다.
혹시나 밤까지 계속될 것에 대비하여 조명탄을 준비해 오긴 했지만, 가능하면 사용하고 싶지 않고, 밤까지 끌어야 할 일이 아니다.
어두움이 찾아들면 은밀하게 움직이기가 쉽고, 그렇게 되면 사포의 병력들 중에 희생자가 생길 수 있으니 피해야 하는 일이다.
타다당~
더 이상의 크레모아가 터지지 않고 잠시의 소강상태를 유지하면서 부서진 대문과 담장 너머로 움직이는 몇 사람의 흔적이 보이는데, 왼쪽 담장 쪽에서 총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그 총소리는 길지 않고 금방 잠잠해졌다.
집 안에 얼마나 많은 가병들이 있는지 모르지만, 발자국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는데 무너진 담장 사이로 잠시 밖을 바라보는 모습이 보였다.
대문 앞에 널브러진 시신들 사이에는 팔을 들어 손짓하는 몇 사람이 보이고 낮은 신음을 흘리는 가병들이 보였다.
사, 살려 줘.
으으윽 사, 살려 줘.
이런 때, 무협지 같은 소설을 보면 이런 상황에 늘 등장하는 명대사가 있다.
너는 저들이 살려 달라고 할 때 살려 줬느냐?
분명 아무도 살려 주지 않았을 것이다.
쓰러진 가병들이 흘린 피가 이제 태영 일행이 진을 치고 있는 곳 바로 앞까지 흘러 내려왔고, 그것은 마치 뱀이 꿈틀거리듯 꿀렁거리며 전방 수 미터 앞까지 흘러 내려왔다.
앞마당은 평지이다 보니 전체적으로 흘러내리다가 드디어는 몇 갈래로 작은 내를 이루고 있었다.
흙바닥은 붉은 피가 흥건하게 스며들다 미처 다 스며들지 못하고 조금이라도 오목한 곳이 있으면 그곳으로 흘러 고였고, 그 오목한 곳에서 다시 흘러넘쳐 작은 내를 이루어 주변을 계속해서 적셔 가고 있었다.
피가 흘러 내를 이룬다는 말이 이런 것인가 보다.
“저들을 나라를 위한 군인으로 써먹지 못하고 저렇게 죽일 수밖에 없는 것이 너무 안타까워요.”
정하연이 침잠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듯 말했다.
악어의 눈물일지는 몰라도 태영 역시 저들의 죽음에 가슴이 너무 아팠다.
“너무 많은 무인들을 죽였지만…….”
태영이 말끝을 흐리자 최세헌이 태영을 돌아보았다.”
“남쪽으로는 왜국과 왜구들, 북쪽으로는 거란과 몽골 제국, 그리고, 아직은 적이 아니긴 해도 잠재적으로 적이 될 가능성이 높은 송나라와 대치하고 있는데…….”
“고려의 입장에서는 많은 손해이지요.”
정하연이 덧붙이는 말이 맞는 말이다. 당연히, 고려의 입장에서 분명 득보다는 실이 많다.
“이렇게 많은 무인들을, 그것도 고려 땅에서 가장 용맹하고 가장 강하다는, 최충헌의 가병들을 죽이는 것은 가슴이 아프지만, 어차피 저들은 적과의 싸움에는 전혀 나서지 않는, 그냥 최충헌의 경호원, 딱 거기까지일 뿐이지요. 그럴 바에야 있으나 없으나 아무런 차이가 없는데, 고려의 백성들을 쥐어짜는 놈들이니, 차라리 없는 것이 나은 일입니다.”
최세헌의 차가운 목소리이다.
최충헌의 온갖 악행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최세헌으로서는 오히려 잘되었다 싶은 모양이다.
“최충헌이 죽고 나면, 저들은 지킬 대상이 사라질 테니 전쟁에 나설 수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최우의 가병으로 바뀌어서 여태까지 해 왔던 그 행동을 그대로 해 나갈 것입니다.”
최세헌의 입에서 이어지는 말에 태영도 동감했다. 그러니 저 죽음을 애달파 할 필요는 없다.
“지금 저들을 죽이지 않으면, 최충헌을 잡으러 가는 우리를 계속 막을 것입니다. 그러니 안타까워하지 마시지요. 우리가 저들에게 원한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의 길을 막고 있으니 어쩔 수 없는 것이지요.”
저들이 있으나 없으나 적국과의 전쟁에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저들이 전쟁에 참여하지 않기에 다른 무인들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역할밖에 하지 않는다.
그러니 안됐다는 생각 같은 것은 하지 말자. 오히려 잘 죽었다고 생각하자.
마음속으로 그렇게 스스로를 합리화시키면서 위안을 했다.
그리고 그건 사실이기도 하니까.
물론, 전쟁에 나간 가병을 최충헌이 귀양을 보냈기에 저들도 나갈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것은 이해한다.
목구멍이 포도청이기도 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힘을 쓸 곳은 있어야 하니 최충헌의 밑을 닦더라도 그게 가능한 자리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도 이해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그 이유만으로 모든 것이 용서되지는 않는다.
저들은 적국과의 싸움에 나서서 정말 뛰어난 장수도, 뛰어난 병사도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저들은 최충헌을 경호하고 있기에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러니 아까운 무인이라 생각하며, 안됐다는 생각을 하며 여기서 멈추는 것은 시작하지 않은 것만 못하다
이제 끝장을 봐야 한다.
언제부터 이리 독해졌고, 사람 목숨을 파리 목숨처럼 여기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해야 할 일을 하자.
태영이 손짓을 하자 비서실 직원이 확성기를 내어 주었다.
전자적인 기능은 전혀 없는 울림통을 이용한 재래식 확성기이지만 효과는 상당히 뛰어났다.
“경고한다. 지금 집 안에 있는 사람은 모두 항복하고 밖으로 나와라.”
잠시 쉬었다.
일부러 잠시 쉰 것이지만, 최충헌의 집 안은 정적이 맴돌았다.
“모두 무기를 버리고 두 손을 머리 위로 들고 밖으로 나와라. 시간은 일각을 주겠다.”
태영은 거기까지 말하고 박준환에게 손짓을 하여 땅바닥에 엎드려쏴 자세로 있는 병사들을 일으켜 세우라고 했다.
사포에서는 이제 사용하지 않는 일각이라는 시간, 그러나 지극히 짧은 시간이다.
저들이 항복할 것인지, 항전할 것인지 갈등할 시간이 필요하지만, 항전하겠다고 생각한다면 더 이상 시간을 길게 줄 수가 없다.
그사이에 박준환이 손짓으로 병사들을 일어나라고 시켰고, 최세헌은 금오위 병사들에게 방패를 들게 하여 사포 병사들의 앞쪽에 도열시켰다.
안에서 활을 쏘지는 않겠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일 것이다.
태영은 다시 확성기를 들었다.
“일각이 지나면 열을 센다. 그때까지 항복하고 나오지 않는 사람은 무기의 소지 여부와 상관없이 모두 죽게 될 것이다. 다시 한번 알린다. 모두 무기를 내려놓고, 항복하고 밖으로 나와라.”
태영이 왼팔을 들어 시계를 보았다. 일각이면 15분이다.
“모두 준비하고, 15분 후에 진입한다. 편성은 1개 소대 단위로 하고, 금오위 훈련병들도 15명씩 편성하여 각 소대에 따라 붙어서 좌우에서 튀어나올 수 있는 적들을 방어할 수 있는 진형을 짜도록. 나머지는 나와 함께 움직인다.”
태영은 금오위 병사들을 돌아보았다.
그들은 모두 얼굴이 상기된 상태로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고, 몇 사람은 심호흡을 하고 있었다.
또한 몇 명은 보기에도 측은할 정도로 몸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놀랐겠지. 사람이 너무 많이 죽어서 그럴 수도 있을 테고, 무기의 화력에 놀랐을 수도 있을 테고, 비릿한 피 냄새가 역겨워 그럴 수도 있을 터였다.
눈을 한쪽으로 돌리자 사포의 병사들이 폭파시키지 않은 크레모아를 회수하여 파우치에 챙겨 넣고 있었다.
김웅겸이 몇 개나 사용했을지 모르지만, 태영과 비슷하게 사용했다면, 이젠 가진 것의 절반은 소모된 상태다.
“그 모아 탄이라는 거 말입니다.”
최세헌이 침묵을 깼다.
“정말 무서운 무기입니다.”
태영은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거란의 패잔병들이 쳐들어오거나, 혹시 몽골이 쳐들어왔을 때 방어하기에 참으로 좋은 듯한데, 저것은 많이 있습니까?”
크레모아.
플라스틱 폭탄인 C4를 만들지 못한다.
이걸 만들려면 여러 가지 준비를 많이 해야 하는데, 현재 상태로는 언제쯤 만들게 될지 기약도 할 수 없다.
아무리 태영이 화약을 비롯한 현대식 폭약 무기에 다양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해도 아직은 감도 잡히지 않는다.
언젠가는 만들 수 있게 될지, 아니면 아쉬워하면서 포기해야 할지 모르지만, 그것보다는 화약에 관한 한 그 누구에게도 가르쳐 줄 수 없다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믿어도, 절대로 새어 나가지 않을 것이라 해도, 그래도 아닌 것은 아닌 것이다.
“저것은 여분이 없지만, 다른 것을 준비 중입니다.”
“다른 것은 어떤 것입니까?”
“조금 전에 보았던 유탄은 몇 년 뒤부터 탄환 대량 생산이 될 것이고, 그보다 강한 무기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어서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박격포를 만들고 있어서 몇 문 정도 줄 수도 있지만, 이 시대로 날아오면서 중화기 트럭에 실려 있던 박격포탄 외에, 추가로 박격포탄을 만들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아직 줄 수가 없다.
“허, 유탄도 파괴력이 대단한데, 그보다 더 강한 무기요?”
“최소 십 리 전방에서부터 오십 리 전방의 적을 공격하는 무기입니다.”
정하연이 추가 설명을 했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태영의 말에 정하연은 자주포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것을 곧바로 눈치채고 그렇게 말했다.
자주포가 만들어진다는 것은, 궤도 차량도 완성된다는 뜻이지만, 궤도 차량이 만들어지면, 산이 많은 이 땅의 지형에서도 기동성을 어느 정도 극복하며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그게 되면 아마도 K9자주포의 성능에는 한참을 뒤떨어져도 이 시대로서는 감당 못 하는 무기가 될 것이다. 그게 만들어지면 이참에 몽골을 제치고 세계 정복이나 한번 해 볼까?
산과 계곡이 많은 고려 땅과는 달리 광활한 평야가 많은 중국 땅에 궤도 차량의 기동성을 확보하면 아주 손쉽게 가능할지 모른다.
몽골 제국이 중국 땅을 비교적 쉽게 점령한 것에 대해 현대의 역사가들은, 많은 이유가 있지만, 일상을 함께하는 뛰어난 말의 기동성을 첫 번째로 꼽는다.
그러나 말은 쉽게 지치는데 반해, 궤도 차량은 기름만 제대로 공급된다면 말보다 훨씬 더 빠르고 훨씬 단단하면서 몇 시간씩 달릴 수 있다.
K9자주포 20대 정도에 식량과 기름 조달을 위한 트럭 몇십 대를 역시 궤도차로 만들어서 잔뜩 싣고 다니면서 휩쓸면 쉽게 가능할 것 같은데.
아서라, 쓸데없는 망상이다.
지금처럼 그냥 내 주위만 지키면서 살자.
그런 생각을 하는데, 잠깐 동안 어안이 벙벙했던 최세헌의 질문이 들려왔다.
“오십 리요?”
“네.”
“눈에 보이지도 않는 곳에 있는 적을 공격한다고요?”
“네.”
정하연이 피식 웃는 것을 보니 최세헌의 질문에 대답하면서 재미있는 듯했다.
“세, 세상에.”
“몇 년 후, 그게 만들어지면 사람을 보낼 터이니 그때 사포에 한번 들르시지요.”
“하아, 그리하지요.”
최세헌이 한숨을 푹 쉬면서 대답했다.
고려 조정에 자주포 2문 정도에 포탄 500백 개 정도를 준다고 가정을 하면, K9자주포 한 대에 대한민국에서 다른 나라로 수출하는 금액을 기준으로 50억에, 포탄을 조금 추가하면 60억이라고 가정하고, 그럼 120억인데, 그 정도 돈이면 고려 땅에 사는 사람 전체가 몇 년이나 먹고살 수 있을까?
그때, 누군가가 부서진 대문 사이로 몸을 드러내더니 최충헌의 집 안에서 사람들이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손에 무기는 없는 듯, 두 손을 귀 높이 정도에 올리고 무척이나 조심스럽게 나타났다.
태영이 있는 쪽을 한번 쳐다보고, 대문 안쪽을 한번 쳐다보고, 또 죽어서 시체의 산이 된 마당을 한번 쳐다보고, 그리고 한 손을 들어 손짓하는 것으로 보아 누군가에게 나오라고 하는 것 같았다.
“이들이 이렇게 죽는 것을 봤으니 쉽게 나오기는 힘이 들겠지요.”
최세헌이 중얼거렸다.
딱히 대답을 원하는 질문은 아니리라.
“안심하고 나와라. 우리를 공격할 의사가 없는 사람을 죽이지는 않는다.”
최세헌이 그들을 보고 소리쳤다.
그 말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20명 이상이 슬금슬금 밖으로 나왔다.
“거기 3조, 저 사람들을 한쪽으로 이동시키고, 일단 포박해라.”
최세헌이 금오위 훈련병들에게 지시를 했다.
항복하고 나온다고 포박하지 않을 수는 없으니 당연했다.
그렇게 20명 정도로 시작된 항복이, 그들이 죽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 그 이후부터 한 시간 정도 만에 1천 명은 충분히 될 듯한 인원이 나왔다.
비록 일각이 지났다고 해도, 계속 항복하고 나오고 있으니 진입은 하지 않고 있는 상태였다.
저택에서 나온 사람들의 포박이 끝났다.
“3조는 이들을 지키고, 1조와 2조는 내부를 수색한다.”
태영은 수색조와는 다른 조를 편성하여 최충헌의 집 안으로 들어갔다.
금오위에서 조에 편성되지 않은 사람들과 비서실 병사들, 그리고 최세헌 정도로 구성된 소규모 인원이었다.
“선두는 방패를 들고, 뒤쪽과 보조를 맞추도록.”
최세헌이 앞쪽의 금오위 병사들에게 지시를 했다.
대문 안으로 들어서자 중앙에 마치 연병장을 방불케 할 정도의 넓은 공간을 두고 양쪽으로 번듯하게 지어진 기와집들이 즐비해 있었다.
좌우로 집을 둔 중앙 공간은 적어도 1천 명 이상이 도열할 수 있는 넓은 장소였다.
절대 권력을 가지고 있는 권력자의 집이기는 해도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정도로 넓다. 다만, 사람들은 거의 다 밖으로 나왔는지 집 안에는 사람의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석양빛은 높게 지어진 전각들의 꼭대기를 비출 정도로 넘어갔기에 점점 주위가 어두워졌고, 집 그늘이 진 곳이 차츰 늘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