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88
088. 최충헌(4)
중앙 공간의 끝, 멀리 보이는 곳에 또 다른 대문이 보였고, 그 대문 너머로 우뚝 솟은 지붕이 보인다.
집 안의 집이다.
그 높은 지붕의 끝에 늦은 오후, 아니 저녁으로 가는 햇살의 한 자락이 걸려 있다.
아마 집 안에서 저 집이 가장 높지 않을까 생각이 들면서 저 높은 기와집에는 최충헌이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러나 그 집과 태영 일행의 사이에는 거리도 거리이지만 무척이나 높고 단단해 보이는 담벼락과 그 담벼락 한가운데에 대문이 버티고 서 있었다.
저 대문 너머에 최충헌의 가병들이 숨어 있지 않을까?
퍼뜩 그런 느낌이 들었다.
찌르르르~
갑자기, 또 몸에 떨림 현상이 나타났다.
개경에 와서 두 번, 이 떨림 현상이 있었고, 그때마다 위험한 일이 있었다.
혹시 위험 인지 능력일까?
좌우로 각각 1개조가 수색하면서 조심스레 걷고 있고, 중앙에서 태영과 비서실 병사들이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한번 둘러보고 다시 햇살이 비치는 기와집의 지붕에 눈길을 주었다.
그런데 그 높은 기와집 지붕의 햇빛이 비치는 않는 곳에 얼핏 누군가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모두 지붕 아래로 피신, 방패를 들어라.”
태영의 지시에 긴급하게 병사들이 양쪽의 지붕 아래로 들어갔고 앞쪽을 방패로 가렸다.
쌕~ 쌔액~?
1백 발은 충분히 될 듯한 화살이 담벼락을 넘어오며 바람을 가르는 소리를 냈다. 5초만 늦게 지시를 내렸다면 저 화살에 벌집이 되었을 것이다.
담 너머의 궁사들은 정확히 양쪽 전각들의 사이로 화살을 퍼부었다.
“아악!”
태영이 비명 같은 고함을 질렀다.
그런 태영을 멍하니 바라보던 병사들이 정신을 차린 듯, 표정은 웃으면서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으아악!”
“아악!”
날아온 화살의 숫자로 봐서 적어도 1백 명 이상이 저 안에 있다는 말이다.
저들이 담벼락을 투시할 능력은 없으니 겨냥을 해서 쏠 수는 없었을 터이고, 이미 전각의 배치를 알고 있는 가병들이 지붕에 있던 사람의 신호에 따라 활을 담 너머 빈 공간에 쏜 것이리라.
쐐액~
슉~슈슈슉~
다시 화살이 날아왔다.
6초.
마음속으로 숫자를 세고 있던 태영은 그 시간이 화살의 재장전 시간이라는 계산이 섰다.
저 화살이 날아온 후에 다시 화살이 날아오기까지 빈 시간은 6초이니, 그 시간에 담 너머에 숨어서 화살을 날리고 있는 저놈들을 잡아야 한다.
칼을 버리고 나오지 않으면 모두 죽인다고 확성기로 공표했다.
“자네, 자네, 자네. 세 명.”
“넵!”
“적들이 활을 쏘고 다시 활을 쏘기까지 시간은 대략 6초, 그사이에 수류탄 던져야 하니까, 안전핀 뽑고 담 너머로 던질 준비!”
“네, 알겠습니다.”
“가운데로 뛰어나가서 수류탄 던지고 다시 이곳으로 들어오기까지 걸리는 예상 시간은 약 4초에서 5초. 1초에서 2초 정도의 여유가 있지만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안 돼. 알았지?”
“네, 알겠습니다.”
“긴장 풀고, 숨 한번 내쉬어.”
태영의 지시에 따라 수류탄을 손에 든 병사들이 숨을 한번 크게 내쉬었다. 혹시 긴장하여 던지려고 한 수류탄이 뒤로 빠지기라도 하면 그거야말로 심각한 일이다.
“정 실장, 유탄 사수 세 명 장전시키고 수류탄 터지고 나면 곧바로 대문에 쏴 버려.”
“네, 대장님.”
쇄액~ ???
다시 화살이 날아오는 소리가 들린다.
저들이 비명을 듣기는 했지만, 이쪽 상황을 모르니 쉽게 대문을 열고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리라.
“안전핀.”
태영이 낮게 소리치자 병사들이 즉시 안전핀을 뽑았다.
푹푹푹~푹푹~
화살이 땅바닥에 꽂히면서 땅을 파고드는 소리가 났다.
“지금.”
태영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세 명의 병사가 화살이 꽂혀 있는 마당으로 나가서 담 너머로 수류탄을 던져 넣고는 재빨리 지붕 아래로 들어왔다.
금오위 병사들은 당연히 수류탄이 어떤 것인지 모른 채 가만히 보고 있었지만 일부의 시선에서는 돌덩이 세 개쯤 던지는 게 대체 뭐라고? 하는 느낌도 있었다.
꽝~
꽈꽝, 꽈광~
곧이어 들려오는 수류탄이 터지는 소리.
으아아악~~아악~
으악~
그리고 수많은 비명이 곧 담 너머로 넘어왔다.
“유탄.”
그때 정하연의 목소리가 들리자, 세 명의 병사가 유탄 발사기로 대문을 겨냥했다.
꽝, 꽈과광~
요란한 폭발음과 함께 대문이 터져 나갔다.
피어오르는 자욱한 먼지와 비산하는 대문의 나뭇조각과 터져 나간 담벼락의 돌들이 가라앉았지만, 자욱한 흙먼지 너머로 아직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벽이 얼마나 단단하게 지어졌는지, 유탄을 세 발이나 맞은 대문이지만, 대문과 지붕만 폭파되어 주저앉았을 뿐 벽은 그대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태영의 손짓에 방패를 든 병사들이 앞으로 나와 가로로 서고, 나머지가 방패의 뒤에 섰다.
눈에 보이지 않는 흙먼지 너머에서 직사로 화살이 쏘아질 것에 대한 대비였다.
으아아, 흐어~
대문이 있던 안쪽에서 흐느낌과 신음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고, 자욱하게 가려져 있던 흙먼지가 차츰 가라앉으면서 대문 안에 보이는 모습은 완전히 지옥도였다.
연기와 먼지가 채 걷히지 않아서 부분적으로 보이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처참하기 이를 데 없는 모습이었다.
지금 주위에 있는 금오위의 병사들이 이 상황을 이해할까?
그들이 놀라거나 말거나 상관없이 사포 병사들의 총구가 모두 대문으로 향했다.
탕~
누군가의 실루엣이 연기와 먼지가 자욱한 대문간에 비치자 바로 총성이 울렸다. 그 실루엣은 대문 밖으로 굴러서 쓰러졌다.
연기와 먼지가 다 걷힐 때까지 흐느낌과 신음, 그리고 비명만 들려올 뿐 아무도 대문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바깥은 정적 속에 병사들의 숨소리만 들리는 상태로 여전히 긴장을 유지하고 있었다.
모든 총구가 대문 안으로 향한 상태에서 연기가 걷히고 먼지가 가라앉자 대문 안의 모습이 선명하게 보였다.
칼을 든 손은 아래로 쳐져 있거나, 칼은 어디로 팽개친 상태로 얼굴과 온몸에 피 칠갑을 하고 망연자실한 표정을 한 육칠십 명의 무인들이 넘어져 있거나 비스듬히 서 있고, 그 앞에 수류탄에 찢겨 나간 시신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태영이 선두에 서서 부서진 대문 안으로 들어섰고, 그 뒤를 따라 소총을 겨냥한 병사들이 줄줄이 따라들어 왔다.
각각 다른 곳을 수색하기 위해 조를 나누었던 것과는 상관없이 모두 이곳에 있었기에, 담장을 뒤로하고 줄줄이 들어섰다.
탕~
저격 총의 총성이 무겁게 울렸다.
지붕 위에서 누군가 한 명이 활을 들었다가 잔디의 저격 총에 맞은 듯했다.
탕, 타다다당~
연속적으로 총성이 울렸다.
우르르~
콰직, 철썩, 와장창~
쿵, 콰직~ 철벅~
지붕 위에서 활을 쏘기 위해 일어서던 가병들이 총에 맞고 모조리 구르며 기왓장과 함께 떨어져 내렸고, 기와가 깨지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가병들의 몸이 바닥에 짓이겨지는 소리가 들렸다.
날계란을 바닥에 던지면 저런 상태가 될까?
항복했으면 이런 상황이 되지는 않았을 텐데, 여태까지 누구도 자신들의 상대가 되지 않고 언제나 이겨 왔겠지만, 총을 든 태영의 병사들에게 계속 대드는 것은 정말 무모하고 미련한 짓이다.
우리는 저들이 상상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무기를 사용하는데, 저들은 그런 사실을 도무지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무기를 버려라. 아니면 모두 죽는다.”
태영은 크지 않은 소리로 그들을 향해 말했다.
“셋을 세겠다. 하나.”
경고를 하면서 바로 망설임 없이 하나를 세었다. 아마도, 지붕에 배치한 10명 정도의 궁사들이 저들의 마지막 희망이었을 것이다.
집 안에 또 누군가 진짜 마지막 발악을 하는 가병들이 있을지는 모른다.
태영은 거기까지 염두에 두고 있지만, 더 이상의 항전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 저들의 표정에도 나타나 있었다.
탕~
한 명이 칼을 추켜올리는 순간에 총소리가 울렸다.
어깨 높이 정도 올라왔던 칼이 힘없이 떨어지고, 이마 한복판에 구멍이 나면서 피가 촤락 소리를 내듯이 뿜어낸 병사가 짚단처럼 무너졌다.
“둘.”
그들의 눈에는 긴장감이 맴돌았다. 순간적으로 갈등하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계속해서 항복을 권유하면서 왔지만, 여기에 올 때까지 버텼다는 것만으로도 용서가 안 되는데, 이런 상황에서까지 항복하지 않고 갈등하고 있다고?
이것들이 죽고자 하는군.
이런 놈들에게 항복을 권유한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그러니 그냥 죽여 주는 것이 잘하는 일일 것 같았다.
“셋.”
태영은 하나에서 둘로 넘어올 때 약간의 시간차를 두었지만, 둘 다음에 바로 셋을 세어 버렸다.
탕~타다당~
태영의 셋 소리와 함께 총구에서 불을 뿜었다.
으아악~ 흐윽~
타당~ 탕탕탕~ 타다당~
으악~ 허억~ 크어억~
총성과 비명이 한데 어우러지며 지붕이 높은 큰 건물 앞에 늘어선 최충헌의 가병들 몸에서 피가 튀었다. 그리고 곧바로 쓰러져 갔다.
최충헌의 가병으로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을 것이고, 세상에 겁나는 것이 없었을 것이다.
그들보다 강한 군대는 없다고 자부해 왔을 것이다. 사실이 또 그랬으니까.
그리고 그 자신들은 이 나라 최고의 권력자의 가병으로서 영광스럽게 살아왔다고 할 것이다.
그것이 남을 죽이고, 남의 재산을 빼앗고, 남의 눈에 피눈물을 흘리게 한 대신에 얻어진 명예이며 재산이지만, 그렇게 불행해진 사람들에게 조금도 연민을 느끼지 못했으리라.
그런 권력과 명예를 잃어버릴 바에야 죽는 것이 나을 것이라는 판단을 했을지도 모른다.
저들의 속마음을 알 수는 없지만, 그리고 물어보고 싶은 생각도 없지만, 그래서 태영의 항복 권유에도 전혀 반응하지 않은 것이고, 여기서까지 마지막 항전을 하고 있는 것이리라,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 그 소신이 옳든 그러든 상관없이 그것이 소신이라면 소신을 지키며 스스로 영광스럽게 생각하며 죽어라.
후세의 사람들은 모두 너희들을 욕하고, 최충헌을 욕하며 개죽음이었다고 할 것이다.
총소리가 그치고 서 있던 가병들이 모두 쓰러지는 데는 20초도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모두들 새된 신음과 비명만 들려왔다.
그러거나 말거나 태영은 몇 개의 단을 쌓은 듯이 약간은 높은 곳에 지어진 이 건물의 마루를 신발을 신은 채로 올라섰다.
가슴 높이에 올린 손에는 여전히 권총이 들려 있었다.
최세헌이 뒤따라 올라섰고 사포의 병사 몇 명이 뒤따라 올라서서 반쯤 열린 문을 열어젖혔다.
장판지가 깔려 깔끔해 보이는 방 안으로 들어서자, 무기를 지니지 않은 여자 두 명이 한쪽 구석에 반쯤 주저앉은 채로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복장을 보아서 최충헌을 지근거리에서 보살피는 노비인 듯했다.
그들의 뒤쪽에는 또 다른 방문이 있는 것으로 보아 최충헌은 저 안쪽에 있으리라.
“최충헌.”
태영의 입에서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바들바들 떨고 있던 한 명의 노비가 안쪽의 방문을 쳐다보는 것이 보였다.
“열어라.”
“네? 네.”
떨리는 몸을 일으켰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빨리 열어라.”
그때서야 몇 발자국 움직이더니 조심스럽게 미닫이로 된 방문을 열었다.
열린 문을 통해 보이는 곳에는 열 개가 넘는 촛불이 켜져 있었다.
방 한가운데는 화려한 비단 이부자리가 깔려 있고, 그 위에는 잠잘 때 입는 옷을 입은 최충헌이 두 손에 칼을 들고 서 있었다.
아무래도 누워 있다가 이 소동에 일어나서 칼을 잡은 모양이지만, 늙고 초췌한 모습으로 봐서 칼질을 할 힘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 뒤쪽에 비단옷을 입고 제법 나이 들어 보이는 여인 둘과 젊은 여인 둘, 그리고 종복으로 보이는 삼베옷을 입은 몇 명의 사람이 보였다.
“이, 이놈들 여기가 감히 어디라고.”
최충헌이 태영을 노려보며 말했지만, 칼을 들고 서 있는 것도 힘들어 보이는 듯 이미 목소리엔 힘이 없었다.
앓아누웠다고 했으니, 억지로 일어서서 칼을 들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었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래도 마지막 자존심은 지키고 싶다는 거다. 아무 소용없는 짓이지만.
찌르르르~
태영은 문안으로 발을 들이밀려고 하다가 잠시 멈추고 뒤쪽의 여인들을 유심히 보았다.
몸에서 마치 경고를 해 주듯이 나타난 떨림도 있었지만, 여인들의 표정에서 보이는 것도 있었다.
탕~ 타탕~
태영이 총을 들어 미닫이문이 밀려들어 간 우측, 역시 문인 곳을 향해 세 발을 연속으로 쏘았다.
윽~ 으헉~
비명이 터져 나왔다.
타당~탕~타다당~
그리고 바로 왼쪽 문 쪽으로 총구를 돌려서 탄창에 남은 총탄을 모조리 쏟아 부었다.
으헉~크억~
으아아악~ 아아악~
여자들의 비명이 귀를 찢을 듯이 울렸다.
타다다당~ 타다당~
태영이 왼쪽으로 총구를 이동하는 그 순간에 소총 소리가 연속으로 울렸다. 태영이 먼저 쏘았던 오른쪽에는 정하연과 병사들이 소총으로 수십 발을 쏘았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쏘았지만, 마지막까지 기회를 노려보겠다는 가병들의 생각이 괘씸하여 그대로 두었다.
들어서기 전 그들을 유심히 본 것은, 남자들과 달리 싸움에 익숙하지 못한 여인들은 평정심을 갖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만일 문 뒤에서 한 번 더 노린다면 그들의 눈빛이나 표정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것 같아 그 분위기를 감지해 보려 했던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 여인들의 떨리는 눈동자와 눈이 향하는 방향이 양쪽으로 나뉘어 있었다. 예상이 적중했다.
그리고 몸에서 나타나는 이 떨림 현상은 분명히 위험을 인지하는 능력이 맞는 것 같았다.
만일, 이 느낌을 무시하고 그냥 들어섰다면 무슨 일이 생겼을까?
총을 쏘기 전에 비교적 점잖은 모습으로 앉아 있던 여인들의 자세는 그냥 봐주기 힘들 정도로 뒤엉켜 있었다.
두 손으로 귀를 감싸고 서로의 품속으로 파고들려는 듯 그 모습은 정말 가관이었다.
태영이 탄창을 갈아 끼우는 사이에 최세헌이 태영의 어깨를 한번 툭툭 치고는 먼저 한 발을 들이밀었다.
역시 좌측에 둘, 우측에 셋.
방 안에 피를 흥건하게 흘리며 다섯이 쓰러져 있었다.
“으윽.”
입에서 된 신음을 내뱉는 한 명이 제대로 맞지 않은 듯, 몸을 웅크린 자세로 태영과 최세헌을 번갈아 노려보며 칼을 움직이려 하였지만, 도저히 칼이 잡히지 않는 듯 버둥거리고 있었다.
탕~
태영은 새 탄창으로 갈아 끼운 권총으로 머리에 구멍을 내 주었다.
아아악~
아앙~
여자들의 비명이 다시 방 안을 울렸고 머리에 총을 맞은 가병은 몸을 부르르 떨더니 그대로 축 늘어졌다.
으헉, 콜록, 콜록~
방 안에는 피 냄새와 화약 냄새가 어우러져 습하고 역한 느낌이 가득했고, 여인들 중의 한명은 토할 듯이 구토를 했다.
“끌어내라.”
최세헌이 금오위 병사를 향해 소리치자 병사들이 달려들어 이불을 걷어 내고 최충헌의 멱살을 잡아 일으켰다.
“이놈들,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그 손 놓지 못하겠느냐?”
나이 든 여인이었다.
말속에, 한세상 오만하게 살아오면서, 그리고 명령만 하면서 살아온 위엄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최충헌의 손에 들린 칼을 창끝으로 쳐서 떨어트리고는 양쪽에서 팔을 잡으려던 병사들이 그 여인의 카리스마 넘치는 고함 소리에 멈칫했다.
잠시의 멈춤, 아마 그 위엄 때문인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