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93
093. 최충헌(9)
아무리 지금 최충헌이 잡혔고, 그 아들인 최우와 최향이 전투 중에 사망했다고는 하지만, 23년간이나 구축한 최충헌의 세력이 일시에 숨을 죽였을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많은 무인들과 조정 신료들이 최충헌에게 반감을 가지고 있었겠지만, 최충헌의 편에 서서 수족 노릇을 했던 인물들도 무척이나 많을 것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네. 대장님. 화살이 날아오는 순간 병사들이 궁수들을 최우선으로 잡아 버려서 현장에서 모두 즉사했습니다.”
“그럼 관련자들을 전혀 찾아내지 못했는가?”
“네, 궁수들과 함께 있던 병력은 모조리 잡아서 이틀에 걸쳐 조사를 했는데, 아무것도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거 참 안타깝네.
“장 낭장께서 우리를 막아섰던 무관들의 가족들을 모두 잡아들이라 하였는데, 그들을 문초하면 일부라도 드러나게 될 수는 있을 것입니다. 거기에 기대를 걸어 보아야지요.”
김중겸도 이 시대의 사람이라 그런지 그 가족들을 잡아다가 문초한다는데 아무런 거부감이 없다.
그들은 알던 모르던 전과 같이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갈 수가 없을 것이다.
태영은 정하연을 돌아보았다.
표정으로 봐선 알아서 하라는 것처럼 보였다.
“대대장과 다른 중대장들은?”
“지금 신임 최 별감과 같이 있습니다. 최 별감이 대장님께는 따로 말씀드릴 터이니 조금만 더 도와 달라고 해서 거기에 계시고, 대대장님이 제게 일차 보고를 하라고 하셨습니다.”
이미 죽어서 추가적인 조사가 불가능하다면, 접어야지 뭐.
괜히 더 조사한다고 들쑤셔 봐야 결국은 여러 사람 잡는 것 말고는 별다른 방안이 없다. 거기다가 정하연이 조금의 상처만 입었을 뿐 크게 다치지 않기도 했다.
“알았네. 활 쏜 것은 그 정도에서 마무리하고, 다른 것은?”
“내일 오시에 십자가에서 최충헌을 처형한다고 방이 붙었습니다. 그런데 효수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
“네, 천천히 괴롭게 죽어 가기를 원하는 쪽이 많다고, 아마도 그리할 것 같습니다.”
도성 안에서 유동 인구가 가장 많은 곳이 십자가였다.
황궁에서 광화문을 나서면 남쪽으로 뻗은 대로의 좌우로 수많은 시장을 끼고 있고, 그 아래쪽으로 선의문을 통해 도성으로 들어와서 동서로 연결된 대로가 십자로 겹치는 곳.
그 십자로의 상하좌우로 많은 시전이 형성되어 있어서 개경의 유동 인구가 가장 많다. 그런데 그 십자로 한복판에서 처형을 한단다.
***
“나는 여기에 왜 오라고 했습니까?”
“대장님을 이 자리에 모시지 않으면, 말이 아니 되지요.”
태영의 질문에 새로 교정별감이 된 최세헌은 웃으면서 대꾸했다.
“나야 최충헌의 졸개들이 내게 치근덕거리고 내 아내에게 주접을 부리니 그게 미워서 최충헌을 잡아 주는 것까지만 한 것이고, 나머지는 최 별감께서 알아서 하셔야지요.”
“이 교정별감 감투를 누구 때문에 쓴 것인데, 그리 홀대했다가 무슨 경을 치려구요?”
“에이, 설마.”
“대장님은 그러시지 않겠지만, 대장님의 휘하 병사들은 무섭습니다.”
“왜?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어제, 신도익 중대장의 지시에 불만을 표출한 용호군 낭장이 급한 성격에 앞뒤 없이 칼을 뽑았는데, 사포 병사 한 명이 경고도 하지 않고, 즉결 처분한 뒤에 주위에 대고 그러더군요. 우리에게 칼을 뽑으면 누구를 막론하고 처단한다. 불만 있으면 덤벼라. 그러더군요.”
“그런 일이 있었다는 보고는 받았습니다.”
“사포의 병사들이 평소에는 온순하고 말도 점잖게 하는데, 자신들에게 칼을 겨누는 순간 상대가 누구든 바로 맹수가 되더군요. 거기다가 상급자의 명이 떨어지면 정말 공포스럽게 변합니다.”
“지금 훈련시키는 금오위 병사들도 훈련이 끝나면 그리 될 것입니다.”
군사 훈련을 통해 가르치는 것은 전투 기술만이 아니다. 자긍심과 자존감, 명예를 지키는 것과 상명하복, 이런 정신적인 것들도 가르친다.
감히 대적할 수 없는 무기를 소지했다는 자존감에, 정신적인 부분까지 반영되어 자부심이 대단하기도 하다.
거기다가 나라와 함께 여인과 아이는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이 시대의 무인들로서는 생전 들어 보지 못한 이상한 원칙으로 인해, 약한 이들을 괴롭히지 않도록 하는 부분이 포함되어 있다.
이 훈련이 끝나고 나면 힘과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마음대로 하는 어떤 것들도 이들은 용서치 않을 것이다.
“그리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금오위 훈련병들에게는 총을 지급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자존감이 상당이 고양되어 있었다. 오래지 않아 자신들도 사포의 병사들처럼 강해질 것이라는 것은 뻔히 보이는 탓이다.
“그나저나 오중수 상장군은 보이지 않는군요?”
“낙향해서 농사나 지으시라 했습니다. 한동화 대장군을 금오위 상장군에 추서하고, 오중수 상장군을 따르던 장군들 역시 직위 해제하였습니다.”
“아, 그래서 저기 석 낭장과 장 낭장이 장군 반열에 서 있는 것이군요.”
“네, 이제는 낭장이 아니고, 장군이 되었습니다.”
“다른 군에서는 반발이 없습니까?”
“그래서 그 반말을 무마하고자 아직 대장군이나 상장군 추서를 미룬 것입니다. 금오위 병사의 훈련이 끝나면, 그들을 별기군으로 편성하고 별기군은 제가 직접 관장하면서 각 위에 1개 대를 파견하여, 상장군을 직접 보필하도록 할 예정입니다.”
1개 대면 25명.
상장군은 자신의 사람으로 채워서 누구도 반란을 꾀하지 못하도록 하고, 소총으로 무장한 별기군 1개 대를 파견하여 그 어느 누구도 상장군에게 항명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미 사포 식 훈련을 받는 병사들은 최세헌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별기군으로 최세헌이 직접 관장한다면, 1개 대를 보내더라도 군은 완전히 장악하게 될 것이다.
가까운 주위에 아무도 없기에 저런 속마음 이야기를 하는 것이리라.
그때, 수레가 굴러오는 소리가 들려서 고개를 돌렸다.
“최충헌과 그 일파들이 들어오는 모양이군요.”
나무를 이용한 수레에, 바퀴에만 철 띠를 돌려서 바퀴가 손상되는 것을 막았기에 진동도 심하고 소리 또한 시끄럽다.
최충헌과 그 가족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수레에 실려 오거나 비틀거리며 광장으로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초췌한 몰골에 다 떨어진 옷을 입은 최충헌과 여전히 비단옷이었지만 곳곳이 피로 물들고 찢어진 옷을 입은 가족들의 모습이 보였다.
뿐만 아니라 태영이 본적도 없는 사람들을 태운 마차도 있다.
아마도 그들은 최충헌의 측근들 중에 몇명 일 것이다.
“많군요.”
“권력자들의 집안은 식솔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하긴, 23년간이나 구축한 권력 기반인데, 최충헌을 추종하는 무리가 가만있지 않겠지요?”
“네, 시간은 걸리겠지만, 차근차근 정리해 나가야지요.”
최세헌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기둥에 묶여지고 있는 최충헌과 그 가족들을 바라보았다.
이 시대의 형벌은 참으로 가혹하다.
과거에 합격하지 않아도 아버지가 권력자이면 자식들도 당연한 것처럼 벼슬길에 오르지만, 그와는 반대로 아버지가 무너지면 그 자식들도 한꺼번에 처형을 당한다.
현대 사회에서 그렇게 했다가는 나라가 뒤집어질 일이지만, 이 시대의 사람들은 오히려 그것을 당연시 생각한다.
사포에서라면 저런 생각을 고쳐 주어야 하겠지만, 개경 땅에서 생각을 바꾸어 줄 필요는 느끼지 못하니 상관없는 일이다.
“참수 예정입니까?”
이미 김중겸에게 보고받은 바가 있었지만 모르는 체하고 물었다.
처형장에는 말뚝이 수십 개 박혀 있고, 그곳에 최충헌을 포함하여 그 일족들과 수족들을 묶었다.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 참수하거나 능지처참하는 것은 지은 죄에 비해 너무 가벼운 형벌이라 하더군요.”
“그럼?”
“단근형과 함께 산 채로 효수형에 처해질 것입니다.”
“산 채로 효수형?”
단근형은 아킬레스건을 자르는 형벌인데, 주로 조선 시대 때 도망친 노비들에게 행해졌던 별이라고 알고 있다.
“목을 치는 것이 아니라, 저 말뚝에 묶어 두고 굶어 죽도록 하는 것이지요.”
그런 사형 방법이 있었나?
역사 지식 속에 그런 것은 없다.
사형 방법에서 중세 유럽이나 중국은, 정상적인 사고를 가졌다면 상상이 가지 않을 정도로 잔인하고 악랄한 방법을 썼지만, 고려 땅에서는 그 정도로 잔인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나저나 바쁘시지 않습니까?”
“바쁘지요. 대장님이 좀 도와주시면 일이 한결 쉬울 텐데.”
최충헌의 세력이 워낙 방대하게 퍼져 있던 탓에 그런 부류들을 골라내는 일이 보통은 아닐 것이다.
태영이 제3자의 입장이니 거기에 끼어서 뭐라고 하는 일이 성가신 것이다. 거기다가 개경에 살지도 않았고, 권력 집단에 속해 있지도 않았으니, 누가 최충헌과 가깝고 그렇지 않은지 알 도리가 없다.
매스미디어라도 발달해 있으면 서포에 앉아서도 대충 알 수 있었겠지만, 고려시대에 그런 것이 있을 턱이 없다.
“어차피 최 별감께서 헤쳐 나가야 할 일입니다.”
“그렇긴 합니다만.”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최충헌 일가와 그의 옆에서 수족 노릇을 했던 사람들이 말뚝에 모두 묶였고, 그것을 지휘하던 무관 한 명이 최세헌의 앞으로 다가왔다.
“죄인들을 모두 묶었습니다. 대감.”
허, 호칭이 바로 대감이 되었네. 하기야 이젠 일인지하 만인지상인데.
“시행하라.”
뭘 시행해?
그러고 보니 최충헌을 비롯하여 벼슬이 높았던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의 옆에는 칼을 든 무사들 몇 명이 정자세로 서 있었다.
“충!”
무관이 군례를 올린 뒤에 돌아서서 지휘봉으로 보이는 것을 들어 신호를 했다.
“시행하라!”
무관의 고함 소리가 울렸다.
한쪽에 북을 고정시켜 놓고 있던 신호병들이 일제히 북을 울리자, 두루마리를 든 무관이 앞으로 나서서 이름을 호명했다.
제일 먼저 최충헌.
그리고 최충헌의 죄상을 읽어 내려갔다.
다 읽은 무관이 신호하자 북소리가 세 번 울리고, 칼을 든 무사 둘이 최충헌의 옆에 서더니 칼을 휘두르자 칼날이 발꿈치를 스치고 지나갔다.
작은 비명이 들렸지만, 두루마리를 든 무관은 다음 사람에게 이동했다.
저렇게 묶어 두고 음식을 주지 않으면 조만간 굶어 죽을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도 먼저 얼어 죽을 것이다.
날씨가 이미 늦가을에 접어들었으니 아침저녁으로 제법 서늘한데, 저렇게 찢어진 홑겹의 옷으로는 추위를 막을 수 없어 실제로 몸이 얼지는 않겠지만, 저체온증으로 죽게 될 가능성이 더 높다.
거기다가 저렇게 단근형으로 아킬레스건을 잘라 버리니 거기서 흘러내린 피로 인해 과다 출혈로 죽을지도 모르겠다.
“곧 죽겠군요.”
“내년 봄, 해동될 때까지 둘 예정입니다.”
태영의 질문에 최세헌은 아무런 감흥 없이 대답했다.
하기야, 효수형은 머리만 잘라서 장대에 걸어 몇 달을 둔다고 했으니, 산 채로 효수형에 처한다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일벌백계.
저런 유의 형벌은 그 말이 정말 잘 맞는 말 같다.
***
“대장님.”
최세헌이 휘하의 병력을 거느리고 선의문 앞에서 공손하게 태영을 불렀다.
저 사람은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인 교정별감의 자리에 앉았어도 여전히 태영에게 대장님, 대장님 하면서 깍듯하다.
최세헌의 주위에는 최세헌이 신임하는 일단의 무리들이 함께 나왔다.
저들은 단계에 상관없이 승진하고, 중요한 자리에 포진해 있다. 저들 모두가 최세헌의 수족이 되어 줄 것이다.
“여기까지 나오지 말라 해도 기어이 나왔네요.”
“제가 어찌, 대장님이 가시는데 집 안에 앉아서 보내 드리겠습니까? 천부당만부당한 일입니다.”
“하하하, 부하들이 보는데 체신도 좀 지키셔야지요.”
“대장님 앞에서는 체신 같은 거 지키지 않아도 됩니다. 그리고 저들도 모두 다 마찬가지이구요.”
하긴 그래 보인다.
“그나저나, 여기 처음 왔을 때에는 가족들을 사포로 보내시겠다 하였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서 잘 되었습니다. 기러기 가족은 별로 좋지 않거든요.”
“맞습니다만, 그 시기가 조금 늦추어진 것뿐입니다. 그런데 기러기 가족이요?”
“네, 기러기.”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추운 겨울에 따뜻한 남쪽으로 왔다가 날씨가 따뜻해지면 다시 길을 떠나는 기러기처럼 한 해에 한 번쯤 가족 상봉을 하는 것을 빗댄 말 같은데, 그렇게 보면 많은 벼슬아치들이 기러기 가족이 맞군요.”
하긴, 그렇게 들었다.
벼슬아치들 중에 여러 가지 이유로 혼자 개경 땅에 와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이 시대나 21세기의 현대 사회나 사람 사는 것은 어딜 가도 비슷한 모양이다.
“그나저나 시기가 늦추어져요?”
“대장님이 당부하신 대로, 이 나라 고려가 정상적으로 잘 굴러가도록 해 두고, 언젠가는 사포로 갈 생각을 하고 있고, 가족들도 모두 다 그게 좋겠다 하였습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규하, 저 녀석이 참으로 부럽기도 하구요.”
“형님을 잘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별감 어르신.”
태영의 옆에 서 있던 정규하가 최세헌의 입에서 제 말이 나오는 것을 듣고는 최세헌에게 살짝 목례를 하며 오히려 부탁을 해 왔다.
막내처남인 이놈은 기어이 율촌으로 돌아가겠단다.
어째, 골치 덩어리 하나를 달고 가는 느낌은 들지만, 천하의 모든 사람들이 벌벌 기는 교정별감을 이렇게 스스럼없이 대하는 배짱 좋은 놈이기도 하다.
“그래, 그러자꾸나. 네 형이 학문이 무척이나 높으니 내년 과거에는 꼭 합격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 합격하면 내 중히 쓸 터이니 염려 말거라.”
“감사하옵니다. 나리.”
“그 녀석 참, 너도 남아서 이 나라 고려를 위해 힘을 좀 보탠다면, 내가 조금이라도 일찍 낙향할 수 있을 텐데 아쉽구나.”
“그 말씀 너무 과한 칭찬이십니다. 나리, 그리고 여기서 학문을 더 익히기보다는 매형에게서 배울 것이 더 많은 것으로 생각되기도 하고, 매형처럼 자유롭게 살고 싶기도 합니다.”
“그래, 어린 녀석이 마치 세상 다 살아 본 어른들처럼 말하는구나.”
“자, 이제 우린 갈 터이니 이만 들어가시지요.”
“마음 같아서는 벽란도까지 가서 배웅을 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그리고 대장님과의 약속 꼭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사포에서 온 선생님들 잘 좀 보살펴 주세요.”
“네, 당연하지요. 수많은 제자들이 있어 염려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각별히 신경 쓰도록 하겠습니다.”
사포의 학당에서 글을 가르치던 선생님 중에 남녀 각 1명을 데려왔고, 최세헌은 금오위 훈련장에 있는 강습장에서 금오위의 훈련병부터 고려 글인 한글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한글을 가르치는 선생 중에 상윤이도 당연히 포함되었고, 상윤은 사포에 갔을 때 자신을 가르쳤던 여선생이 개경에 올라오자 나이가 자신보다 어림에도 불구하고 깍듯하게 스승으로 모시고 있다.
최세헌이 첫 수업에 참여하여 스승으로 공경하고 깍듯하게 모실 것을 강조하였기에 이들은 아마도 개경 땅에서 가장 많은 제자를 둔 스승이 될 것이다.
“그리고, 망원경과 쌍안경은 추가로 더 보내 주신다고 하였으니, 지역에 따라 중요도에 따라 각 부대에 보급하도록 하겠습니다.”
“송나라에 가서 그것을 얼마에 팔았는지 말씀을 드렸지요?”
“네, 얼마나 어마어마하게 비싼 물건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각별히 잘 관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명주에 가서 망원경들을 얼마에 팔았는지 말해 주었을 때, 최세헌은 정말 기절할 듯이 놀랐었다.
일부의 대금은 강화도 반 정도의 크기인 대산도를 비롯한 주위의 섬 몇 개와 바꾸고, 그러고도 모자라서 일부는 외상을 놓고 왔는데, 조만간 외상값 받으러 갈 것이라는 말을 듣고는 놀람을 넘어섰다.
거기다가, 그런 계획을 알았더라면 결코 교정별감 자리를 덥석 받지 않았을 것이라고까지 말했었다.
얼마나 가 보고 싶은 송나라였는데, 그걸 포기해야 하는 것이 정말 안타깝다고 했었다.
“그럼. 아, 잠깐.”
태영은 최세헌의 귓가에 속삭이듯 몇 마디를 해 주었다.
“네, 꼭 그리하지요.”
최세헌이 살짝 놀라며 눈이 커졌다가 대답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