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95
095. 월이의 귀환(2)
“이거, 대회의실이 좁아서 안 되겠네. 윤 반장.”
“네, 대장님. 대회의실 새 건물로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철소의 장인들이 매년 2천 명에 그 가족들까지 와서 부처들이 늘어날 테니 충분히 크게 지어 주게.”
“네, 그러겠습니다.”
“대장님, 우리 학당도 좀 증축을 해야겠습니다. 이번에 아이들이 너무 많이 늘어서 감당이 안 될 정도입니다.”
장모인 박신아가 공적인 자리라고 최 서방이라 부르지 않고 학교 증축 이야기를 한다.
“그리하도록 하지요. 이번에 인구도 많이 늘었고, 학당이 이미 3년 차에 접어들었으니, 학제 개편도 해야 하고 학당에도 할 일이 많습니다.”
“실장님도 안녕하십니까?”
태영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박신아가 정하연에게 인사를 했다.
“네, 어머니. 일간 찾아뵈려 했습니다.”
“딸년이 어미보다 높은 사람이 되다 보니, 이제 내가 찾아와서 뵈어야 하고, 야단도 못 치고, 이거 빨리 승진하든지 해야지. 대장님, 어떻게 하면 실장님보다 높은 자리로 승진할 수 있나요?”
장모 박신아가 핀잔 아닌 핀잔을 주면서 호호거리고 웃었다.
그 말에 다들 한번 크게 웃었다.
아무도 비서실장이 학교장보다 위다 아래다 말한 적이 없고, 태영도 학교장은 별정직이니 직위를 따지는 자리가 아니라고 해도 위계가 있어야 된다며, 학교장은 비서실장 아래 직급이라고 말하고 다닌다. 그러니, 다른 부서의 장들도 알아서 처신한다.
각 부처별로 돌아가며 보고를 받았다.
가장 보고할 거리가 많은 곳이 한 달 전에 철장 1천 명을 받은 온정 철소여서 가장 나중의 순서로 돌렸다.
“대장님, 치즈 만들어서 푸른곰팡이를 배양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대장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거르고 농축시키는 방법으로 항생 물질이라는 것을 추출했는데 이걸 어떻게 사용하는 것입니까?”
강성호가 보고를 하면서 물었다.
“음, 성공했으면 시험을 해 봐야지. 토굴 속에 차갑게 보관하고 있지?”
“네, 대장님.”
의원의 뒤에 깊은 토굴을 만들어서 냉장을 시켜야 할 것들은 그곳에서 보관을 하고 있다.
냉장 기능이 충분하지는 못해도 그래도 여름에 제법 시원하게 느껴질 정도는 된다.
“시험을 하고, 냉장도 시켜야 하고, 장거리 여행에도 문제없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그건 별도로 이야기하자고.”
이게 참 문제이다.
배양하고 추출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유지 관리하는 방법과 장거리 여행에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그 방법이 스마트폰에 들어 있었다.
그러려면 발전을 해서 스마트폰 충전을 시켜야 하는데, 아무리 항생제가 중요하더라도 트럭에도, 발전기에도 얼마 남아 있지 않은 기름을 때서 스마트폰 충전에 사용하는 것이 여의치 않다.
잠시 동안 스마트폰을 켜서는 그 자료들을 모두 필사해 낼 수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발전기에 대한 자료를 읽어 내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발전기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면 모든 것이 허사가 될 수도 있기에 최소한 그것을 만들 수 있는 자료만은 반드시 읽어 내야 한다.
발전기를 만들어 수력 발전을 하고, 전기를 만들어서 PC도 켜고, 스마트폰 충전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스마트폰에 있는 방대한 자료와 PC에 있을, 확인되지 않은 자료들을 생각하면 발전기를 만들지 못하는 것만큼 큰 타격은 없다고 봐도 될 것이다.
“네, 알겠습니다. 천연두 예방 접종은 완료했는데, 정말 효과가 있는지 확인이 불가능합니다.”
“그렇다고, 발병하지 않은 천연두를 걸리게 할 수는 없으니, 혹시 그런 일이 생길 때 증명이 되겠지. 그리고 이번에 새로 온 사람들도 모두 예방 접종하도록 해.”
“네, 시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송나라하고 왜국에서 잡아 온 노비들에게는 접종하지 않아도 되겠습니까?”
“그거, 비싼 약이야. 은자를 받고 예방 접종해 줄 것 같으면 접종 비용으로 한 명당 목숨값으로 몇백 냥은 받아야 해.”
“하하, 네. 맞습니다. 제가 의원이다 보니…….”
“이주해 온 철소 인원은 몇 명이오?”
태영이 정현에게 얼굴을 돌리며 물었다.
가정을 꾸린 철장들이 많았기에 실제로 이주해 온 인구가 무척이나 많았다.
“네, 새로 이주한 사람들은 아이들까지 합쳐서 2,537명입니다.”
온정 철소의 기존 인구는 불과 46명이었는데, 무려 2,537명 이상이 왔으니, 외지인이 온정 철소를 점령한 꼴이다.
“그 정도 인원이면 관리가 쉽지 않을 텐데?”
“그렇잖아도 처음에는 애를 좀 먹었지요. 그래서 처음에 보름 정도를 신도익 중대장이 병력을 데리고 강압적으로 관리를 했는데, 이제는 아주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김도윤 철장.”
“네, 대장님.”
“할 만한가?”
“네, 대장님. 이제 한 달밖에 되지 않았는데, 먹는 것과 입는 것에 대한 걱정이 없고, 매 끼니마다 고기와 계란을 먹어서 그런지 아이들은 혈색도 혈색이지만, 벌써 포동포동 살이 오른 것이 눈에 보일 정도입니다. 그러다 보니 철을 다루는 사람들의 성격이 대부분 거친 편인데도 이제는 다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거기다가 글을 배우게 되니 더할 나위가 없는 상태입니다. 다시 한번 대장님께 감사드립니다.”
김도윤의 얼굴에는 행복함과 자부심이 가득 어려 있었다.
“앞으로도 철장 4천 명, 그 가족들까지 합치면 거의 1만 명 정도가 2년 사이에 더 이주해 올 터이니, 김 철장이 함께 온 사람들과 같이 솔선수범하도록 하시게.”
“네, 명심하겠습니다. 벌써 온정 철소의 일과 이곳의 생활이 몸에 익어서 이제 다른 곳으로는 절대로 못 갈 것 같습니다. 부족한 것 없고, 열심히 노력하면 애들 잘 키우고 잘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들고, 사람답게 살 수 있으니 열심히 하도록 하겠습니다.”
“정 대철장께서는 이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애써 주세요.”
“네, 그리하고 있습니다. 다 같이 철 밥 먹으면서 개돼지보다 못 한 삶을 살아온 경험 때문에 서로서로 잘 의지하며 돕고 있습니다.”
“사포로, 온정 철소로 갈 사람을 차출할 때, 서로 안 가려고 했던 것이 이제와 생각하면 참으로 바보 같은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혹시 다음 차출 시에 우리 쪽에서 차출 지명자를 몇 사람이나 보낼 수 있겠습니까?”
김도윤이 정현의 말끝에 태영에게 물었다.
“그것도 좋은 생각이네. 정 실장, 최 별감에게 서신을 보내서 우리 뜻을 전해 봐.”
“네, 그리하겠습니다.”
“최 별감? 새로 교정별감이 되신 최세헌 별감을 이르는 것이옵니까?”
정하연의 대답이 끝나기를 기다리던 김도윤이 태영에게 다시 물었다.
“그러네.”
“아.”
“왜?”
“아, 아니옵니다.”
무언가 할 말이 있는 것 같기도 하지만 지금은 전체 회의석상이니 다음에 기회가 되면 물어보리라.
이번에 데려온 철소의 사람들 중에 몰락한 양반 집안이 제법 있다고 들었다. 혹시 김도윤도 그런 부류인가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확인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어차피 이곳에는 양반과 평민과 노비의 구분 같은 신분제가 없다.
지난번이나 이번에 데려온 걸인들 중에도 몰락한 양반 집안이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공부를 해서 지식이 쌓여 있으면, 머지않아 그 지식의 척도가 드러날 것이고, 그 척도가 능력으로 판별이 될 것이기에 조사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다.
“정 대철장께선 표준화 작업이 얼마나 진행되었소?”
철소의 인원이 증가하고 일꾼들이 늘어나며, 이들이 만들 장비들이 늘어나면서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일이 표준화 작업이었다.
산업화가 시작되지 않은 시기이기도 하고, 망원경 등을 만들 때를 제외하고는 양산을 해 본 일도 없으니 표준화에 대한 개념조차도 없는 상태다.
우리가 쉽게 생각하고 사용하는 나사 하나 조차도 나사 머리의 형태에서부터 드라이버 홈의 모양과 크기, 굵기와 길이, 나사산의 간격, 금속에 사용하는 것과 나무에 사용하는 것, 플라스틱에 사용하는 것 등으로 나누면 수천 가지나 된다.
보통 우리는 아주 쉽게 나사라고 말하지만, 정말 어마어마할 정도로 종류가 많다는 것을, 태영 역시 기계 설계 관련 학과를 다니지 않았으면 평생을 모르고 지나갔을 것이다.
일반 사람들이 통칭 나사라고 말하는 그 수천 종의 것들은 모두 표준 규격이 정의되어 있다.
그래서 태영은 개경에서 철소의 철장들을 불러 모으기 전에 김하석과 정현을 포함한 목장과 철장 여섯을 개경으로 불러서 무려 닷새에 걸쳐 표준화는 왜 해야 하며,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교육을 했다.
황궁이 있는 개경과 벽란도 구경도 시킬 겸.
물론 그들은 너무나 좋아했다.
철소를 비롯하여 각 소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노비보다 더 비천한 삶을 살기도 하지만, 그곳에서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그곳을 벗어나지 못한단다.
죽어서도 벗어나지 못하는 곳일 것이다.
그런데 꿈에서도 가 볼 수 없었던 개경 구경을 간 데다 황궁에도 들어가 보았으니 얼마나 좋았으랴.
“김 대목장과 함께 진행하여 절반 정도는 되었다고 생각됩니다만, 사람이 많이 늘었으니 이번 일이 끝나고 난 뒤에 표준화 전담반을 둘 예정입니다. 그렇게 해서 새로이 만들어지는 것들에 대한 표준화도 차질 없이 진행토록 하겠습니다.”
“그거 좋은 생각이오.”
표준화도 모두 책으로 만들어야 하는 데다, 사람이 늘어서 책도 더 많이 필요해졌는데 한지에 인쇄하는 것으로는 해결이 쉽지가 않다.
아무래도 21세기 현대에서 사용하는 일반 종이를 만들어야 할 것 같다.
식량과 종이, 그리고 따뜻한 의복을 위한 목화의 재배, 이것을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다.
목화는 사포에 도착하자마자 생각했지만 아직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신 대위.”
“네, 대장님.”
“주택 배정은 잘 하고 있나?”
“이번에 온 사람들은 지금 훈련소 연병장에 전원이 모여 있고, 거기서 인원 점검하면서 가족 간의 구성도 모두 확인 중입니다. 그게 끝나면 배정이 시작될 텐데, 오늘 해 저물기 전에 모두 가능할 것입니다.”
“새 사람들이 오기전, 사포와 율촌의 인구가 몇 명이었지?”
“모두 합쳐 1,979명이었습니다.”
“와카마쓰에서 구해 온 여인들을 합친 것인가?”
“네, 1차 조사 이후에 태어난 아이들 포함하고, 개경으로 파견 떠난 학당 선생님들과 훈련 교관을 제외한 인원입니다.”
그런데 걸인들이 지난번과 이번에 온 사람을 합쳐 2,128명이면 사포와 율촌을 합친 것보다 많다.
그뿐만 아니라 온정 철소에 배정된 인원도 무려 2,537명이나 되는데, 왜구와 왜인들, 그리고 송나라 수군 노예까지 합치면 6,290명이나 되니 인구가 무려 13,099명이나 된다.
그러고 보면, 출산 인구도 있으니 이제는 양민의 숫자가 6,790명, 노예의 숫자가 6,309명이다.
인구가 늘어도 너무 갑자기 많이 늘었지만, 먹여 살려야 할 인구가 자꾸 늘어나고 있으니 식량에 대한 것은 확실한 대책이 필요하다.
사포도 추수를 했지만, 명주 쪽이나 와카마쓰도 추수를 했을 것이다. 조만간 와카마쓰에 가서 식량을 털어 와야 할 것 같다.
곡창 지대인 호남 지방에 가서 사 오는 방법도 있겠지만, 왜국을 약탈하면 되는데 굳이 은자를 주고 사 와야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그놈들은 고려 땅에서 수없이 약탈을 해 갔으니, 이제 좀 거꾸로 해 봐야지.
그렇게 되면 늘어나는 인구에 대비하여 식량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
어차피 개간을 해서 농토를 늘리고 있긴 하지만, 개간을 한다고 이듬해부터 바로 농사를 지어 수확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정상적으로 수확할 수 있는 농토가 되려면 최소 몇 년에서 길게는 몇십 년이 걸린다.
“노역 노예들은 증감이 없나?”
“네, 왜구 중에 부상자가 32명, 송나라 수군 부상자가 19명이 있습니다만, 사망자는 없습니다.”
“일하는 데는 지장이 없나?”
“한 명이 심한 골절상이어서 한 달 정도 일을 못 합니다만, 나머지는 경미한 부상이라 하루 이틀 치료를 하면, 모두 노역 투입이 가능합니다.”
사실상, 왜구 노예들이 많아지면서 사포와 율촌에서 양민들이 의무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부역 업무는 사라졌다.
사포와 율촌의 병사들을 일종의 직업 군인화 하면서 당연히 군역도 없애 버렸지만, 직업 군인이 되지 않은 사람은 21세기 현대의 대한민국과 같은 군 복무 제도를 적용하는 것으로 계획이 수립되어 있다.
현재의 고려 땅에서는 3년마다 1년씩 의무적으로 군역을 부담해야 하는데, 군역 중에 전쟁에도 나가지만, 성을 쌓고 궁궐 짓는데 동원되기도 하고, 온갖 노역에 동원되다 보니, 그 일을 마치고 오면 피골이 상접한 상태로 거의 산송장으로 돌아온다고 한다.
그런데 사포와 율촌은 군역을 없애 버렸으니 얼마나 좋을까?
***
이틀 후.
태영은 1개 소대와 비서실 일부 인원, 그리고 월이 사건으로 인해 향촌을 방문하고 싶어 하는, 사포에 정착한 향촌 출신 여인 넷, 태영에게 매달리는 정규하까지 데리고 향촌으로 갔다.
해룡호에서 내려, 전마선으로 갈아타고 향촌으로 들어서자 멀리 보이는 들판의 끝자락인 산비탈에 몽골식 텐트 세 동이 나란히 서 있었다.
와카마쓰에서 구해 온 여인들의 실태를 조사하러 온 병사들이 있는 곳이다.
환영받지 못할 방문이었기에 천막을 준비하라 시켰었지만, 설사 환영한다고 해도 그만한 병력이 머물 수 있는 빈집이 있을 리 없으니, 몽골식 텐트는 정말 좋은 방법이 되는 것 같다.
그런데, 텐트 인근에 사포의 병사들 외에 관복을 입은 사람들의 무리가 보였다.
칼을 뽑아 들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창을 든 관병은 창날의 반대편 끝인 마구리가 땅에 붙어 있는 상태인 것으로 봐서 싸움이 벌어진 것은 아닌 모양이다.
태영이 다가가자 관병 몇 명이 뒤돌아보았고, 그 시선에 따라 1소대장인 김인창의 눈이 태영을 향했다.
“전체, 열중쉬어. 차렷!”
“대장님께 경례!”
충성~
관병들이 약간 놀란 모습으로 경례를 하는 김인창 일행을 돌아보았다.
“무슨 일 있나?”
태영이 좌우를 둘러보며 물었다.
“별일 없습니다. 다만, 향촌의 호장께서 우리에게 돌아가 달라는 요청이 있었는데, 그건 안 된다고 하였습니다.”
“그래? 김 대위는?”
이곳으로 병사들을 이끌고 온 책임자인 김중겸이 보이지 않아 물었다.
“네, 중대장님은 윤서이 소대장과 같이 선이라는 여인을 만나러 갔습니다. 다른 두 개조가 다른 여인들을 만나서 조사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그래? 아직 조사는 마무리가 안 된 건가?”
“네, 아직 조금 남아 있습니다. 실태 조사에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이 있었는데, 나중에 중대장님과 함께 자세한 보고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혹시, 김중겸 중대장이 말씀하신 대장님이십니까?”
그때, 김인창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관복을 입은 중에 고위직으로 보이는 사람이 김인창을 향해 물었다.
“누구요?”
태영은 김인창의 대답을 듣지 않고 물었다.
“네, 소장은 향촌의 호장으로 박추서라 합니다.”
“그래요? 일단 잠깐 기다리시오.”
박추서를 살짝 무시하고 다시 김인창에게 시선을 주었다.
“현재까지 조사한 내용, 개략적으로 보고해 봐.”
“네. 우리가 구해 온 여인들 서른다섯이 향촌으로 왔는데, 그 중에 월이 외에 열다섯이 사망, 두 명은 행방불명, 아이 넷 모두 죽었습니다.”
“…….”
아무 말 없이 태영이 김인창을 쳐다보자 김인창이 보고를 계속했다.
“죽은 여인들 중에 여덟 명은 바다에 빠져서 익사했는데, 다섯 명은 배가 난파되어 사망한 것으로 다들 알고 있지만, 의도적인 난파로 추정됩니다.”
“의도적 난파?”
“네.”
“계속해 봐.”
“네 계속 보고 드리겠습니다. 익사한 세 명은 자살한 것으로 말을 들었지만, 의심스러운 정황이 여러 곳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외에 나무에 목을 맨 이가 네 명, 칼로 자신의 가슴을 찔러서 자살한 여인이 세 명, 그리고 한 명은 광인이 되었습니다.”
“나머지는?”
“나머지 열일곱의 근황은 조사가 거의 끝나 가고 있는 중입니다만, 대부분은 그다지 상황이 좋지 못합니다.”
그때, 구해 온 62명 중에 43명이 고향으로 갔다가 8명이 되돌아왔으니 실제로 27명이 사포에 잔류한 셈이고, 35명이 향촌의 각 마을로 되돌아갔다. 그런데 불과 몇 달 사이에 월이까지 합쳐서 무려 열여섯에, 행방불명에다가 아이 네 명까지 죽어? 그리고 한 명은 광인이 되었고?
“혹시나 해서 하는 질문인데, 그 여인들 외에 원래의 마을 사람들은 몇 명이나 죽었는지 조사된 바가 있나?”
이것은 조사하라고 지시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혹시나 해서 물었다.
“노환으로 사망한 노인이 한 명 있을 뿐, 다른 사망자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향촌의 누군가가 지시해서 만들어진, 아니면 마을 전체가 만들어 낸 집단 왕따와 동시에 집단 가학이 분명하다.
그것이 아니라면, 이 상황은 절대로 설명이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