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98
098. 월이의 귀환(5)
추수가 끝난 들판 옆으로 난 좁은 길을 따라 권택중의 집 방향으로 이동하자 산모퉁이가 가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멀리서도 환한 태양 아래로 검은색 기와집 지붕이 여럿 보이는 것으로 보아, 제법 잘사는 모양이다.
사이사이 작은 초가집이 새로이 지붕을 해 얹어서 산뜻해 보이는 집들도 있다.
민속촌 같은 곳이 아니면 초가를 보기 힘들었던 21세기 현대에서는 몰랐지만, 초가지붕은 매년 지붕을 갈아 주거나 아무리 늦어도 3년을 넘기면 안 된다는 것을 이 시대에 와서 알았다.
볏짚으로 얹은 초가지붕은 2년이 지나면 거의 다 삭아서 지붕의 역할을 하기가 어려워진다.
매년 갈아 주는 것이 좋긴 하지만, 지붕을 새로 얹는다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기도 하기에 여유가 있는 집은 매년, 그렇지 않은 집도 2년 정도에 한번은 지붕을 새로운 볏짚으로 바꾸어 주고, 추수가 끝나면 바로 처리해야 하는 중요한 행사다.
그렇게 새로운 볏짚으로 지붕을 갈아 준 초가집 사이사이로 기와를 얹은 집이 꽤 넓게 포진해 있는 것으로 봐서 부자들이 한곳에 모여 사는 듯했다.
개경에서는 많이 보았지만 사포나 율촌에서는 전혀 볼 수가 없었던 솟을대문이 눈에 보였다.
담벼락은 납작한 돌을 촘촘하게 쌓아 올려 만들어졌는데, 집 안이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은 것으로 보아 느낌상 권택중의 집인 것으로 추정되지만, 담벼락의 모습과 솟을대문만으로도 권위 의식으로 똘똘 뭉친 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태영을 위시해서 많은 사람들이 움직이니 마당에 서서 그들을 보던 마을 사람들이 무슨 일인가 하고 밖을 내다보다가는 일부는 따라붙고, 일부 몇 사람은 앞질러 가서 솟을대문이 있는 집의 문을 두드렸다.
박추서가 솟을 대문을 바라보고, 그 앞에 서서 태영을 돌아보았다.
이미 솟을대문 집의 대문은 열려 있었고, 칼을 찬 가병으로 보이는 사람들 여럿이 대문 밖으로 나왔다.
“여기이옵니다.”
“그래? 중대장은 배치해.”
“네.”
김중겸이 대답하고는 뒤를 보며 손짓하자 몇 사람이 사라졌다.
“너희들이 이집 종놈들인 모양인데, 주인 놈 좀 나오라고 해라.”
김중겸이 앞으로 나서서 대문 앞에 선 가병들을 보고 옆 사람에게 말하듯 조용하게 말했다.
그런데 첫마디부터가 상대를 자극하는 단어들을 일부러 고른 것처럼 거친 말로 도발하듯 시작되었다.
“네 이놈,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그 뚫린 주둥아리를 제멋대로 놀리느냐?”
화를 돋우는 김중겸의 말에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 가병이 대뜸 고함을 질렀다. 역시 예상대로의 답이 바로 나온다.
“그건 종놈이 알 바 없고, 주인 놈이나 나오라고 해.”
김중겸은 가병의 대꾸에 전혀 상관없다는 듯 다시 말했다.
“그래도 이놈이.”
“너희 놈들은 왜구들이 쳐들어왔을 때도 그렇게 위세 좋게 고함을 질렀느냐? 그때는 모두 도망치기에 정신없었던 놈들이 아니냐? 그러니 여기서 개새끼처럼 왈왈 짖지 말고 들어가서 네 주인 놈이나 나오라고 해.”
그때, 여러 사람의 발자국 소리와 거드름을 피우는 기침 소리가 울리며 정자관을 쓴 중키의 남자와 청색의 기운이 도는 복건을 쓴 청년 둘, 그리고 흰색도 아니고 회색도 아닌 무채색 복장의 남자 둘이 대문 밖으로 나왔다.
“어디에서 온 고연 놈들이기에 이리 소란스러운 것이냐?”
대문간을 나선, 정자관을 쓴 남자가 제법 점잖은 호통을 쳤다.
가식적이기는.
권택중.
보나 마나 뻔했다.
권택중은 뒷짐을 진 상태로 오만한 눈빛을 한 채 좌중을 둘러보았다.
“네가 권택중이냐?”
김중겸이 그런 권택중을 보고 비웃는 듯한 말투로 물었다.
태영이 영감이라는 말 대신에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하자 김중겸 역시 그렇게 부르기로 한 모양이다.
“이런 고연 놈을 보았나?”
권택중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이미 밖으로 나와서 있던 가병 하나가 큰 소리를 쳤다.
“중대장.”
“네. 대장님.”
태영이 김중겸을 불렀다.
“지금부터 입을 함부로 놀리는 놈들은 모두 사살해라.”
“죽입니까?”
“모두 죽여라.”
그렇게 말하면서 김중겸에게 보이도록 손가락을 들어 신호를 했다.
“권택중, 하나만 묻지.”
옆쪽에 가만히 서 있던 태영이 권택중에게 낮게 말했다.
“너는 왜 월이를 자진하게 했느냐?”
“무어라?”
태영의 말이 나오자마자 권 영감의 고함이 터져 나왔다.
“되묻지 말고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해라.”
“감히, 네놈은 내가 누구인 줄 알고 이따위 패악을 저지르는 것이냐?”
감히, 감히, 라는 말을 참 쓰기 좋아하는 것 같아.
“권택중. 이부 지사를 끝으로 벼슬을 내려놓고, 낙향하기 전에 머저리인 동생 권택수를 이곳의 현령으로 만들었고, 왜병이 향촌을 침략하자 향촌의 젊은 여인들을 왜놈들에게 던져 주며 도망을 간 아주 못된 놈이지. 그 이상 알 필요가 있나?”
“무어라? 네 이놈.”
“소연이 같은 여인이 네놈의 딸이라니, 도저히 믿기지 않네. 다들 보기에 그렇지 않나?”
“맞습니다.”
태영의 질문에 둘러선 병사들이 합창하듯 대답했다.
권택중과 태영이 말도 안 되는 대화를 하고 있어서 그런지 고함을 지르는 가병들이 없는 것이 다행인가?
“이제 소연 낭자의 유언을 집행하겠다.”
소연의 유언이라면 월이를 면천시켜 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대상이었던 월이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그러니 소연 낭자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원래의 소원 대신에 와카마쓰에서 구해 온 여인들을 죽게 만든 대가를 치르게 해 주는 것이 맞다.
“가병들에게 경고한다. 너희들은 권택중의 가병으로 주인을 지켜야 하겠지만, 소연 낭자의 유언을 집행하는 우리를 방해하거나 우리를 대상으로 칼을 뽑으면 모두 죽는다. 그것을 명심하고 조용히 있으라. 이 말을 끝으로 더 이상의 경고는 없다.”
“…….”
태영의 말에 서로들 눈치를 보는 모습이 보였다.
호장 박추서가 가병들에게 무언가 눈치를 주고 있었지만 태영은 그것은 모르는 체했다.
가병들이 박추서의 말을 알아듣게 되면 인명 피해가 조금이라도 줄어들게 될 것이다.
태영은 말을 이었다.
“지금부터 권택중과 그 일족을 이 앞에 꿇어앉히고, 집 안으로 들어가서 전답 문서와 노비 문서를 모두 찾아오라. 만일 이를 막는 자가 있으면 누구를 막론하고 사살하라!”
“넵, 충성!”
대답을 한 김중겸의 발이 바로 권택중의 복부로 날아갔다.
퍽~
허윽~
김중겸의 군홧발이 권택중의 배에 꽂히자 헉 소리가 나도록 숨을 들이켠 권택중이 바로 바닥에 고꾸라졌다.
그것을 본 가병들의 손이 도검의 손잡이에 갔다.
챙~ 채쟁~
그것을 지켜보던 가병 몇 명이 기어이 칼을 뽑았다.
탕, 타타당~
윽, 크윽, 아악~
그러나 칼이 뽑혀 나옴과 동시에 서너 발의 총성이 울렸고, 곧이어 세 명이 피를 뿜으며 쓰러졌다.
한 명은 허벅지, 한 명은 어깨, 그리고 종아리를 맞고는 바닥을 뒹굴었다.
“칼을 뽑거나 우리에게 대항하면 죽는다고 이미 경고했다. 다만, 한 번 더 경고하는 수준에서 죽이지는 않았다. 다시 대든다면 바로 죽음을 내려 주마. 죽기 싫으면 가만히 있어라.”
총을 맞고 쓰러진 그들을 향해 김중겸이 큰 소리를 쳤다.
나머지 가병들이 칼을 뽑지 못하고 당황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쪽에서 자신들을 향해 칼질하는 모습을 보이지도 않았고, 단검보다 조금 긴 정도의 칼은 허리에서 뽑혀 나오지도 않았는데, 천둥소리처럼 들려오는 엄청난 소리와 함께 가병 세 명이 쓰러졌다. 놀라지 않으면 정상이 아니다.
“아버님.”
권택중의 아들로 보이는, 복건을 쓴 두 명 중 나이가 많아 보이는 놈이 권택중에게 달려갔다.
권택중은 거의 숨도 쉬기 어려운 듯 말도 하지 못하고 꺽꺽거리는 쉰 소리를 토해 내면서, 얼굴은 벌게진 채로 바닥을 벌레처럼 기고 있고, 그 모습을 잠깐 바라본 권택중의 둘째 아들은 태영과 김중겸을 번갈아 노려보았다.
아버지가 배에 발길질을 당해 쓰러져 거의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데, 저 정도의 분노는 약과이긴 하지.
“내 누님의 유언이 무엇이냐?”
제법 강단이 있어 보이는 둘째 녀석이 태영을 노려보며 물었다.
“네까짓 놈은 감히 알 자격이 없다. 그러니 입 다물고 조용히 있어라. 그렇지 않으면 네가 소연 낭자의 동생이라는 것과 상관없이 너도 죽는다.”
태영의 말에 둘째는 태영을 노려보면서 입을 씰룩거리더니 쓰러진 권 영감에게로 갔다.
“막아라.”
권택중의 집 안으로 뛰어드는 병사들을 향해 누군가가 고함을 질렀다.
탕~
으아악~
그러나 총소리와 함께 비명이 울려 퍼졌고, 한 명의 가병이 허벅지에서 피를 뿌리며 대문간에 쓰러졌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자, 병사의 손에 이끌려 나온 비단옷을 입은 여자, 그리고 역시 비단옷을 입은 여자아이와 남자아이.
권택중의 둘째 마누라와 그 아이들일 것이지만, 아이들은 불과 네다섯 살 정도로 보였다. 또한 노비들로 보이는 10여 명의 사람들이 밖으로 나왔다.
더 이상 총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으로 봐서 수색을 막아서는 가병이나 노비는 없었던 모양이다.
병사들이 권택중의 집을 수색하고 가솔들을 모두 끌어내는 사이에 향촌에 사는 사람들이 수없이 몰려들었다. 족히 백은 넘을 것 같았다.
그러고도 권택중의 집으로 향하는 좁은 길을 따라 몇 명씩 걸어오거나, 일부는 달려오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이 시대의 길이라고 해야 두 사람이 비껴가기 힘들 정도로 좁은 길이 대부분이니, 마치 사람들이 줄지어 오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그리고 좋은 구경거리 만난 셈이니 다들 보고 싶어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권택중의 집 앞에 있는 공터가 넓지 않았으면 사람들이 서 있을 공간이 부족할 정도로 몰려들었다.
몰려든 사람들 중에는 태영 일행에게 대항하다가 총을 맞은 가병의 가족들도 있는 모양인지, 부상으로 뒹굴고 있는 가병들에게로 다가가며 통곡을 했다.
죽지는 않았지만, 부상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막지 않았으면, 대들지 않았으면 저런 부상도 없었을 것이다.
“대장님, 여기 땅문서와 노비 문서입니다.”
김중겸이 내미는 서류 뭉치는 장난 아니게 컸다.
김중겸의 뒤로 패물들이 들었을 것으로 보이는 단지와 작은 함이 병사들의 손에 들려 나왔다.
태영은 땅문서를 대충 뒤적거려 보다가 문서를 가지고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권 영감의 땅인지 알 수가 없기에 덮어서 비서실 병사에게 건네주고, 노비 문서를 들고는 단지와 함의 뚜껑을 열어 보았다.
은병과 은자, 그리고 비녀와 귀고리 등으로 보이는 금붙이들이 꽤 많아 보였다.
부자군.
그리고 저것들을 왜구들에게 털리지도 않았다는 거지?
태영은 권택중의 집 좌우로, 뒤쪽으로 보이는 기와집들을 한번 훑어보았다.
그곳에는 담 너머로 이 상황을 구경하고 있는 이들도 보였다.
태영이 그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내밀고 있던 고개를 담 너머로 집어넣고 있는 사람도 있고, 상관 않는다는 듯이 계속 보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저기, 기와집에 사는 사람들 모두 불러오고, 저들이 지니고 있는 재화와 전답 문서, 노비 문서들을 모두 압수해 오라.”
“네.”
태영이 지시하자마자 김중겸이 주변의 기와집으로 병사들을 이끌고 갔고, 비서실의 병사들은 은병과 은자, 패물들의 숫자를 파악하게 했다.
은병 62개, 은자 785냥과 금과 은으로 된 비녀와 가락지가 무척이나 많다.
이런 시골에서 저 정도이면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은 돈이다.
약간의 지루함이 느껴질 정도도 기다리자, 기와집에 살던 비단옷을 입은 사람들과 그 집의 노비로 보이는 허름한 옷을 입은 사람들이 병사들에게 떠밀려서 권택중의 집 앞으로 몰려왔다.
총소리가 들리지 않은 것으로 봐서 병사들을 가로막지는 않은 듯했다.
비록 지금 이렇게 이끌려 나오기는 했지만, 이곳에 사람들이 몰려들 때부터 담 넘어 고개를 내밀어 구경하고 있는 것을 보았으니 이미 이쪽의 상황은 모두 알 터였다. 그러니 막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비서실 병사들이 그들로부터 가지고 나온 문서와 은자들을 파악하는 사이에 태영은 그들을 한 명 한 명 바라보았다.
그들은 자신들의 가족들끼리 옹기종기 모여서 약간의 두려움과 호기심, 그리고 약간의 오만함이 배여 있는 표정을 하고는, 간혹 옆 사람의 귀에다 대고 무슨 말을 하기도 했다.
그 오만한 표정은 설마, 네가 우리를 어쩌랴 하는 뜻이겠지?
이제부터 어찌 되는지 보여 주지.
“박추서에게 묻겠다. 소연 낭자 일행이 왜병들에게 끌려갈 때, 향촌에서 죽은 사람이 몇인가?”
태영이 박추서를 돌아보며 물었다.
“그, 그게. 기억이 잘…….”
“모른다는 소리인가?”
“…….”
“호장이 그런 것도 파악하고 있지 않는단 말이지? 그런데도 호장이야? 그러고도 녹봉은 받고, 향촌 사람들에게 호장이라고 큰소리치며 살았나?”
태영의 호령에 박추서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왜병이 쳐들어왔을 때, 가족을 잃은 사람 모두 손.”
태영의 말에 서로들 눈치를 보면서 손을 드는데 50명은 넘어 보인다.
잡혀간 여인들은 많은데, 죽은 사람은 생각보다 적었다. 참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파악해.”
지시를 받은 비서실 병사들이 그들을 한쪽으로 불러내서 구분하고, 그들의 이름과 가족 숫자를 파악했다.
“그때 왜병들에게 가족을 잃은 사람 중에 여기에 있지 않은 사람을 알고 있나?”
수군거리는 웅성거림이 꽤 많았고 이리저리 자신들이 아는 사실을 병사들에게 말해 주었다.
이 시대의 마을은 21세기의 도심처럼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 많지 않다.
지금처럼 권택중의 집을 중심으로 부자들이 모여 사는 것을 제외하고는 골짜기마다 몇 집, 산모퉁이에 한두 집, 산비탈을 따라 들판과 산비탈의 경계로 볼 수 있는 곳을 굽이굽이 돌아가면서 집들이 늘어서 있는 형태이다.
그런 식으로 흩어져 있지만, 그래도 이들은 도시의 아파트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교류가 많고 소통이 잘 이루어진다.
그러니, 저들 대부분이 누가 죽고 누가 끌려갔는지 알 것이다.
“그때 권택중의 가병 중에는 죽은 사람이 몇인가?”
“하, 한 명입니다.”
박추서가 대답했다.
“왜 죽었는지 설명해 봐.”
“그, 그게, 권 영감님을 뒤쫓는 왜병을 막다가.”
“죽은 가병의 가족은?”
“노모와 처, 자식으로는 남매가 있습니다.”
“여기 있는가?”
태영이 사람들을 둘러보며 물었다.
많은 사람들의 눈이 한곳으로 돌아갔는데, 가족을 잃은 사람의 무리에 속해 있었다.
남루한 옷차림을 하고 머리가 헝클어진 여인이 작은 보따리를 들고, 세 살쯤 되어 보이는 여아를 등에 업고 있는데, 그 앞에 여섯 살쯤 되어 보이는 사내아이가 엄마의 손을 잡고 서 있다.
그 뒤에는 노모로 보이는 나이 든 여인이 땅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사포로 가겠다고 나선 사람들 중의 한 가족이다.
“주인을 지키다 죽은 보상으로 무엇을 받았는가?”
태영이 그 여인에게 물었다.
눈치를 조금 보는 듯했지만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 그렇겠지.
권택중, 이 나쁜 놈이 자기를 위해 목숨을 내놓은 가병의 가족들에게 보상을 해 주었을 리가 없다.
“오늘 죽은 가병들의 가족까지 모두 24가족입니다. 그중 선이네 집에서 죽은 사람을 포함하면 32가족입니다.”
50명 이상이 손을 들었는데 24가족이면 가족의 평균 인원이 2명꼴밖에 안 된다.
오늘 여기서도 가병 넷이 죽었는데, 선이네 집에서 죽은 가병의 가족은 여기에 없고, 조금 전에 총상을 당한 가병 4명의 가족들은 이곳에 있단다.
태영은 파악한 가족들의 숫자와 권택중 노비들의 가족 단위 숫자를 대중해 봤다.
그리고 은병과 은자의 개수를 확인해 보았다.
“관은 왜병들의 막고 물리쳐야 할 의무가 있다. 박추서 맞는가?”
“네? ……네.”
마지못해 하는 대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