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 Comic Genius RAW novel - Chapter 221
222. 안녕
– 안 작가, 축하해! 난 네가 반드시 해낼 줄 알았어!
“감사해요, 니타 회장님.”
– 안 작가님! 정말 축하드려요! 축전도 함께 보냈어요!
“멋진 그림까지 그려줘서 고마워요.”
전화세례가 폭주하는 휴대폰.
아침부터 전화만 받고 있었다.
가 3억 5천 만부를 넘어서면서, 수많은 곳으로부터 축하 연락이 왔다.
대학관 대표부터 선데이즈 담당자 마에카와, 대명성 회장, 고준하 편집장, 김민생 감독 등.
그동안 알고 지냈던 사람들.
소년 선데이즈 등의 수백 여명이 넘는 작가들로부터 축전을 받기도 했다.
“대체 몇 백 장 쯤 되는 걸까요.”
라피스가 노트북을 통해 내가 받은 축전을 살펴보고 있었다. 폴더가 꽉 차 보이는 것이, 아무래도 수백 장은 거뜬히 넘어 보였다.
“대학관이나 해외 작가들도 있어요.”
“그래, 어마어마한 인기 작가들한테 받았고.”
나 등의 인기 작가.
심지어 경쟁작인 작가의 그림도 있었다.
‘되게 잘 그리네.’
멋지게 주먹을 휘두르는 주인공과, 옆에 따라붙는 히로인의 그림.
간단하게 그린 듯하지만, 하이 앵글의 표현이 완벽했다. 그 심플함 속에서 공간감이 매우 훌륭한 그림이었다.
“그건 그렇고, 이건 정말 놀랐어.”
수많은 축전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내 몸집의 몇 배나 되는 실물 그림이었다.
“이건 회사에 전시를 해둬야겠는데. 나만 보면 아까울 정도야.”
“감동받으신 거 같네요.”
“응, 앞으로 살면서 이런 그림을 다시는 못 받을 거 같아.”
가로 5미터, 세로 2미터의 거대한 그림.
수백 여명의 펜툰 작가들이 하나의 그림을 그린 것이었다.
좌측 상단엔 ‘ 3억 5천만부 돌파 축하드립니다!’ 라고 적혀 있었다.
“에서 나온 모든 캐릭터들을 그려 넣을 줄이야.”
솔직히 놀랐다.
2000년부터 2010년까지, 에 한 번이라도 나온 캐릭터들을 모두 그려 넣었다.
모든 캐릭터들은 제각각의 포즈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
대체 몇 백 명이나 되는 걸까?
“내가 이렇게 많은 캐릭터를 그렸나.”
“50권이 넘었잖아요. 이것 보세요. 23권에서 딱 6컷만 나온 캐릭터도 있잖아요.”
“아, 그래. 기억난다. 저런 비중도 없는 캐릭터까지 그려주다니.”
에 나온 캐릭터라면 모두 그려넣은 것이다.
덕분에 어마어마한 스케일의 그림이 완성된 것이었다.
“지난 번에도 축전을 받은 적이 있는데.”
그동안 작품 하나를 완결하고 나면 작가들로부터 축전 그림을 받곤 했다.
심지어 내 작품치고 덜 알려진 도 축전 그림을 수십 장씩이나 받아본 적이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상상 이상의 것이었다.
“이만큼 축전을 받아본 적은 처음이에요.”
“그동안 신작을 내거나 완결하면 축전 그림을 받곤 했는데…… 이번엔 굉장히 많아. 연재때문에 힘들 작가들인데, 이렇게나 준비 해주니 고맙네.”
내가 짧게 미소를 흘리자.
“안서준 사장님! 축하해! 라면 세계 1등이 언젠가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생각은 했는데, 막상 이루니까 믿기지가 않아!”
“신문에서 보니, 100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라고 하더라.”
어느덧 작업실에 도착한 이정미와 박은정이었다.
문을 열자마자 내게 축하인사를 건넨 것이다.
“근데 아까 뭐였을까? 고함 소리도 들리고, 오열하고…… 1층에 엄청 난리가 난 거 같던데…….”
“맞아, 심각했어.”
둘 다 근심어린 표정으로 서로 이야기하는 게 아닌가.
“……뭐?”
나는 경악했다. 무슨 사고라도 난 걸까? 설마 기자들과 직원들이 부딪혔다던가.
“1층이라고 했지?”
나는 자리에 일어났다. 이 회사의 사장으로서 확인해야만 했으니까.
사장실이자, 나의 작업실의 문을 활짝 열고 나가는 그때였다.
펑펑!
폭죽소리가 들렸다.
“서프라이즈!”
“뭐……!”
나는 숨이 턱 막혔다.
복도에 직원들로 꽉 차 있는 것이 아닌가.
“안 사장님, 축하드려요!”
“ 3억 5천부! 세계 1위!”
“사장님, 팬으로서 행복합니다! 축하드립니다!”
“축하해요!”
그러자, 내 등 뒤에 이정미와 박은정이 실실 웃고 있던 게 아닌가.
두 녀석에 당한 것이다.
얼마나 무서운 연기력인가. 그냥 아예 배우로 전향하지 그래?
“하, 참…….”
나는 미소를 참을 수 없었다.
“1층에 축하 파티 준비했어요! 어서 오세요!”
“세이브 원고 남아있는 거 알아. 오늘은 쉬어도 충분하지?”
이정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함께 1층으로 내려갔다.
출근 때만 해도 텅 비어있던 1층이었는데, 그것도 다 연출인 것이다.
거대한 케이크가 중심에 있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나를 축하해주고 있었다.
“안서준 씨, 축하드립니다. 어제부로 전 세계 기록을 달성하신 소감이 어떠십니까?”
“축하드립니다, 안서준 씨. 와 한국 만화에 대해 한 말씀 해주시죠.”
기자들도 어마어마하게 즐비하고 있던 것이다. 아예 회사 주위를 둘러 쌀 정도였다.
“세계 1위의 만화, 을 넘긴 세계 제일의 만화가, 안서준 씨입니다.”
다른 쪽에서는 카메라맨과 리포터가 보이기도 했다.
카메라에 뉴스9라고 적혀있는 것을 보아하니, 오늘 밤에도 내가 티비에 나오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느새 이렇게 되었구나.’
펜은 한국의 미디어를 점령해나가고 있었다.
‘바깥에 나가기 더 부담스러워졌어.’
나는 어느새 유명인이 되었다.
안 그래도 이미 방송국 PD에게로부터 예능 출연 제의도 몇 번씩이나 받았다.
여유가 생긴다면 참가하고자 했다.
‘시청자들에게 보다 더 만화에 관심을 가지게 해줄 테니까.’
티비에 지속적으로 ‘만화’ 콘텐츠를 만들어가는 것.
그것은 결국 내게 이득으로 돌아올 것이다.
“고마워요, 이 케이크 자르면 되는 거죠?”
나는 그들과 축하파티를 하며, 세계 일류 만화가가 된 것을 자축했다.
* * *
할당량을 끝내고, 나는 일찍 퇴근했다.
그렇게 해서 도착한 곳이, 바로 공사현장이었다.
라피스는 주위를 둘러보면서 답했다.
“아직은 횡량하네요.”
“그러게, 아무것도 없어.”
그저 흙밖에 보이지 않는 평지인 것이다.
펜은 인천에 위치한 부지를 사들였다.
다름 아닌, 거대한 규모의 놀이공원을 만들고자 한 것이다.
‘펜 랜드’.
디지니 랜드 같은 캐릭터 놀이공원을 말이다.
‘지금 상황만 봐도,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릴 것 같네.’
앞으로 완공까지 5년이 걸린다고 들었다.
‘나중에 전부 세워진다면, 다 같이 놀러 와도 좋을 거 같다.’
나는 관람차가 세워질 장소로 자리를 옮겼다.
근처 벤치에 앉아, 품속에서 쪽지 하나를 꺼내들었다.
[ 1. 일본에 연재하기. ○성공 ] [ 2. 1000만 부 이상 단행본 판매.○ ] [3. 애니화 성공하기.○ ] [4. 한국의 대표이자 세계 최고의 만화가가 되는 것.△ ] [5. 한국의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부흥시키는 것.○ ]쪽지에 손을 대지 못한 지 몇 년이 지났을까.
로 세계 일류 만화가로 거듭난 나.
이제야 4번 목표에 붙어있는 세모를 지워낼 수 있는 것이다.
지우개를 들고, 쪽지의 4번째 목표 뒤에 갖다 대었다.
말끔하게 지워지고 나서야, 연필을 들고, 그곳에 동그라미 표시를 적어 넣었다.
[4. 한국의 대표이자 세계 최고의 만화가가 되는 것.◯ ]세계 1위 만화가 되는데 성공했다.
10년 동안 가지고 있었던 쪽지의 마지막 체크까지 했다.
이제 모든 목표가 이루어졌다.
나는 쪽지를 두 손으로 붙들어 하늘 위로 올려들었다.
“이제 모두 다 이뤄냈네요. 10년 전만 해봐도 못 이룰 것만 같은 꿈들이었는데.”
“난 아직도 못 믿겠어.”
2010년 4월.
회귀 하고나서 정확히 10년 뒤, 나는 모든 목표를 이뤄냈다.
“축하드려요.”
라피스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나는 미소로 답하곤, 앞의 공사장을 바라보았다.
“저기가 관람차가 세워질 곳이거든. 나중에 관람차도 같이 타보자.”
“관람차요?”
라피스가 고개를 갸우뚱 거리다가, 미소를 짓는다.
“아쉽지만 그건 힘들겠네요.”
응?
대체 무슨 말인 걸까.
내가 눈을 깜빡이자, 라피스는 나보다 먼저 입을 열었다.
“제가 평생 곁에 있을 줄 알고 계신건가요?”
“역시…… 그건 아니겠지.”
나는 옅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나는 깊은 마음에서부터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목표를 이루는 동시에, 라피스와 헤어질 것을 말이다.
“서준님은 목표도 완전히 이루었고, 스스로 최고의 만화가이자 사업가까지 달성한 것이에요. 여기서 제가 더 이상 보필할 필요는 없겠죠.”
예상대로.
라피스는 이별을 말하는 것이었다.
이러쿵저러쿵 잔소리가 심한 녀석이긴 했지만.
어찌 보면 스승과도 같은 존재였으니 말이다.
‘라피스가 없었으면 어느덧 자만에 빠져 더 높은 곳에 올라갈 수도 없었을 지도 모르고.’
회귀를 했음에 불구하고, 작은 성공에 만족하고 그저 그런 명맥을 이어나가는 작가로 있을지도 모를 테니 말이다.
10년 동안 채찍과 당근을 지속적으로 준 라피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었다.
“슬슬 시간이 된 것이에요.”
“그럼, 넌 어디로 가는데?”
문득 궁금해졌다.
“만화의 신을 모시러 가는 것이에요.”
“만화의 신?”
그러고 보니, 책방에서 라피스와 첫 만남 때 얼핏 기억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런데 그땐 만화의 신이 아니라, 그냥 신이라고 했던 거 같은데…….’
뭐, 아무튼.
“꼭 가야만 하는 거겠지?”
“당연하죠.”
“아, 그런데 말이야. 혹시 말하는 건데 이 세계가…….”
혹시 라피스가 사라진다면, 회귀 전으로 되돌아가는 게 아닐까.
지금까지 이뤄온 업적들이 꿈처럼 와르르 사라지는 게 아닐까.
그런 걱정이 조금씩 들기도 했지만.
라피스는 이미 내 말의 의도를 알고 먼저 답했다.
“세계라뇨? 이미 현실이에요. 서준님이 만드신 현실이죠.”
그래.
여긴 가상의 세계 같은 게 아니다.
나는 이곳에 있고, 이곳에서 나는 많은 것을 이루었다.
이곳은 현실이다.
“그래도 만약 꿈이라고 해도 말이에요. 서준님은 2020년으로 되돌아가도 일류 만화가가 될 자신이 있지 않으신가요?”
“자신이야 있지.”
진심으로 그랬다.
오른손을 쓸 수 없더라고 해도 말이다.
‘왼손 그림 실력도 굉장히 좋아졌으니까.’
오른손을 못 쓴다고 하여도, 왼손으로 최고에 올라설 자신은 충분히 있었다.
하지만 라피스의 말을 듣자니, 회귀 전으로 되돌아가지 않는다고 한다. 고려할 대상은 아니었다.
“그동안 고마웠어.”
라피스와 함께했던 10년.
많은 일들이 있었다.
세계 1위로 거듭난 를 같이 만들기도 했고. 나의 선택에도 큰 도움을 주기도 했다.
만화의 요정, 라피스와 함께한 덕분에 내 실력은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덕분에 회귀 전과 비교도 되지 않는 실력을 가지고 세계 일류에 우뚝 섰다.
이별 전에 하고 싶은 말은 굉장히 많았지만.
어째서일까,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럼, 이만.”
이제 정말 이별인 것이다.
라피스는 날개에 빛을 내더니, 슈웅! 저 새파란 하늘로 높이 날아갔다.
나는 녀석에게 손을 흔들면서 바라보았다.
아주 작은 점처럼 보였던 녀석이 이젠 보이지 않게 되었다.
“안녕.”
나는 조용히 말한 뒤, 자리에 일어섰다.
라피스와 헤어지고 나서, 나는 여전히 만화를 그렸다.
세계 미디어를 목표로 펜의 사업을 더욱 방대하게 진행했다.
1위를 한 것에 만족하지 않았다.
만화사업이란 것은 회귀 전보다 더 거대해져 있었고.
언제 치고 올라올지 모를 2위, 도 있었다.
시장이 커진 덕분에, 회귀 전에 없던 엄청난 만화들이 나를 쫓아오고 있다.
당연하지만, 나는 1위를 빼앗길 생각은 없다.
‘계속 쫓아와라, 고독한 1위는 재미가 없는 법이거든.’
무섭게 쫓아오는 경쟁작들 덕분에 나의 의욕은 더욱 커져만 갔다.
라피스가 없음에도 여러 고난을 헤치며 해결해 나갈 수 있었다.
나는 나처럼, 최선을 다해 만화를 그리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로부터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을까.
[ 7억 부 돌파! 전대무후한 기록! ] [ 만화 강국으로 거듭난 한국 만화. 그 역사 뒤엔 천재 꼬마, 안서준이 중심에 있었다. ]라피스와 헤어진 뒤로부터 5년 뒤의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