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 Comic Genius RAW novel - Chapter 222
223. 만화의 신
2015년.
– 7억 부를 넘긴 전설적인 만화가 안서준 씨! 그의 나이는 고작 28살밖에 안 된다는 점이 놀라운데요. 안서준 씨는 얼마나 더 위대한 업적을 만들어나갈까요?
티비에는 나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슬슬 가야겠네.’
나는 웃옷을 입고 자리에 일어났다. 복도에 학생 두 명이 나를 보곤 90도로 깍듯이 인사했다.
“앗, 서준 선생님 안녕히 가세요!”
“퇴근하시는 거예요? 오늘도 감사했습니다!”
나는 학생들에게 손을 흔들며 미소로 답했다. 건물 바깥으로 나아갔다.
나는 만화를 그리기만한 것이 아니었다.
펜을 더욱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보다 재능있는 인재들이 있어야한다.
그런 연유로 나는 사회에 투자했다.
‘만화를 그리고 싶어한다면, 누구라도 도와줄 거야.’
만화를 그리고자하는 인재들은 많다. 하지만 그들을 옳은 길로 인도하는 교육이 중요하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문하생 시절로 반 허송세월만 10년을 보냈으니까.’
회귀 전의 경험에서부터 나온 것이었다.
비효율적인 문하생 방식은 내가 없애버리고자 했고.
이제는 전혀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 이유는 이러했다.
[ 안서준의 만화교실 ]커다란 건물 바깥에 나오니 이런 문구가 커다랗게 써있던 것이다.
‘만화 교육을 위해 건물을 사들였지.’
예전에는 작가 센터에 소규모식으로 운영했던 강의였지만.
만화시장이 거대해지고, 지망생들이 많아졌다.
그렇기에 아예 만화교육을 위한 건물을 세워서 그곳에서 인재들을 키워나가고자 했다.
물론 강사를 위해 강의 수업료는 받았다.
하지만 수강자의 경제사정을 고려해서 수강료를 최저 0원까지 조정이 가능하다.
만화를 꼭 배우고자 하는 인재라면 단 한 명이라도 놓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도 인재를 키우는 거 크게 관심 있지.’
내가 직접 강의를 하기도 했고.
믿을만한 작가에게 제의를 줘서 강사를 시키기도 했다.
나는 홀로 놀이공원에 도착했다.
[ 펜 랜드 개장! ]5년 전부터 준비해온 놀이공원은 막 완공이 끝났고, 입장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이맘 때 쯤이었나?’
회귀 전의 일 말이다.
나는 2015년, 28살 때 일본에서 첫 데뷔를 했었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모든 걸 이루었고.’
똑같은 28살이었지만, 모든 것이 달라져 있었다.
만화에 관련된 세계 기록이란 기록을 만들었고.
덕분에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천재 소리는 듣고 있다.
나는 관람차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앞을 향해 걸어 나갈 때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보인다.
‘펜이 어느새 이렇게 까지 성장하다니.’
나는 관람차에 앉아서, 바깥을 바라보았다.
그리곤 2010년 이후로 있었던 일들을 회상했다.
‘일이 아주 순탄했어.’
는 현재까지 7억 부를 기록했다. 유일무이한 기록이었다. 심지어 완결까진 몇 년 더 걸린다. 10억부가 가능하다는 예측이 나오기도 했다.
‘회귀 전이라면 슬슬 만화계는 쇠락의 길을 걸어가는데.’
의 흥행 덕분에 만화시장은 크게 활성화가 된 상태였다.
물론 나는 외에도 계속해서 신작을 그려나갔다. 그리고 싶은 소재나 내용은 여전히 내 머릿속에 수많이 남아 있었으니까.
‘게다가 펜툰마저 굉장히 잘 되고 있어.’
펜툰의 작가들은 어느새 1000명을 넘긴 상황이었다.
이 수많은 작가들의 연재를 유지가 가능할 만큼, 독자들의 수도 굉장히 많았다. 덕분에 펜툰 하나만으로 조대 매출을 이뤄내고, 아주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했다.
‘물론 그뿐만이 아니지.’
2차 사업 판권으로 엄청난 득을 보고 있는 상황이었다.
펜은 원작 활용가치가 굉장히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PD나 감독들이 영화화나 드라마화를 할 때 제일 우선적으로 참고하는 것이 바로 펜툰.
덕분에 펜은 대중들에게 아주 가까운 회사이자 콘텐츠로 되어 있었다.
‘펜 오리지날은 말할 것도 없고.’
스마트폰 시대와 맞물려, 펜 오리지날은 1억 3천 만 명이라는 어마어마한 가입자를 만들어냈다. 2010년 3천 만명에서, 5년 만에 1억 명이나 더 늘어난 것이다.
‘어느새 세계적인 그룹이 되었어.’
펜은 애니, 드라마, 영화계를 휩쓸어 버렸다. 협의 제작사 수백 곳과 계약을 맺었다.
펜이 서브컬쳐를 잡아먹어 버렸다고 표현해도 무방했다.
‘이제 내 어시들은 없네.’
홀가분하면서도 조금 쓸쓸한 기분이 들었다.
이정미와 박은정은 독립시킨 지 오래다.
이미 실력이 일취월장하여 세계무대에서 놀아 볼만한 수준이 되었다.
내 어시나 하기엔 굉장히 아까운 재능이었다.
그래서 아예 강제로 어시 일을 못하게 했다.
‘예전처럼 꼭 어시를 하겠다고 잡아뗄 줄 알았더니.’
의외로 순순히 내 말을 듣는 것이 아닌가.
‘그래. 이제 나이도 찼고, 슬슬 자신이 하려는 일을 이뤄내야 할 시기지.’
녀석들은 내 어시를 하진 않았지만.
펜에 있는 것은 여전했다.
각자 나름대로 노력하면서 성과를 내보이려고했다.
이정미는 괴물 같은 천재였지만, 좀처럼 히트를 치지 못했다. 매번 평균 혹은 평균 이상 정도의 작품밖에 내지 못했지.
펜은 1000여개의 작품 중에서 50위 안에 들어와야 2차 판권 사업에 논의 정도를 해볼 수 있다. 그 때문에 이정미는 그동안 펜의 2차 사업에 함께하지 못했다.
‘그래도, 이번엔 빛을 보려고 하나보네.’
노력의 결실을 맺은 것이다.
이정미는 데뷔 9년차 만에 초히트작 하나를 그려냈다. 인기작가 반열로 올라간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이정미만한 천재도 히트를 치는 게 늦는구나.’
물론 생각보다 인기작가가 되는 것이 늦었다곤 해도, 28살이면 충분히 이른 나이였다.
‘회귀 전의 나는 오히려 28살에 시작을 했으니까.’
그래. 이른 나이부터 인기작가가 된 나는 회귀를 한 덕분이었지.
28살부터 인기작가가 되는 거면 오히려 빠른 편이잖아? 그런 생각이 들었다.
‘박은정도 확실히 천재였어. 지금 하는 일도 대단하고.’
내 눈은 틀림없었다.
박은정은 세계적인 일러스트레이터가 되어 있었다.
디자인이며 예술, 서브컬쳐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소화했다.
그 덕분에 무슨 상이라던지 여기저기 수상식에 불려나간다는 듯 하다.
‘거의 일러스트레이터 계 짱 먹은 느낌이 있긴 해.’
여전히 펜과 전속계약을 진행중이었다.
박은정의 그림은 펜에 지속적으로 추가된다. 서브컬쳐를 지배하는 펜에겐 최적의 아티스트였다.
‘펜이 정상에 유지하는 데에 영향력을 끼치고 있지.’
결국 내가 이 인재들을 키워낸 것은 아주 옳은 판단이었다.
‘진호 아저씨나 그 외 화실 식구들도 나름대로 잘 하고 있으니까.’
인기 작가가 되었거나, 인기작가를 노릴 만큼의 가망성을 보이고 있다. 다들 나름대로 잘 해낼 것이다.
‘그런데.’
의문이랄까, 아쉬움이랄까. 여전히 그런 답답한 것이 내게 남아 있었다.
‘라피스는 어디로 간 걸까.’
라피스.
내 곁에 있던 그 작은 요정.
10년 동안 시끄럽게 굴기도 했었지만, 녀석이 떠나간 뒤로 너무 조용했다. 덕분에 한동안 공허하거나 이상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만화의 신을 모시러 간다고 들었는데.’
라피스에게 들은 것은 단지 그뿐이었다.
‘……라피스.’
하지만 이미 라피스는 떠나갔다.
미련을 남기는 건 옳지 못한 선택이었다.
‘라피스도 어디선가 잘 하고 있겠지.’
그래.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 * *
“아…….”
나는 눈을 천천히 떴다.
눈앞에 펼쳐진 것은 암흑.
아니…… 잘 살펴보면 우주였다.
이게 사후세계라는 걸까?
“행복한 인생이었다.”
나는 내 삶을 만족했다.
어릴 때부터 몸이 움직이지 않는 늙은이가 될 때까지 만화를 그렸다.
모두가 나를 만화의 아버지라 칭송했다.
만화로서 이룰 수 있는 업적들은 모두 다 이뤄냈다.
회사는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넘겨주었다.
내가 죽고 나서도 안심할 수 있었다.
펜의 작가, 가족, 모두가 지켜보는 앞에서 숨을 거두었다.
“이 인생이라면 충분히 만족해.”
좋아하는 만화를 잔뜩 그리고, 많은 사람들한테 분에 겨를 사랑을 받았다.
후회 없는 삶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눈을 떴을 때.
“아.”
나는 입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충격에 한동안 입 밖에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너는?”
내 눈이 번쩍 뜨였다.
형체를 기억하지 못할 만큼 못 본지 무척이나 오래됐지만.
한눈에 다시 기억해냈다.
너무나도 익숙했다.
“아이참, 너무 오래 걸린 것이에요.”
“라피스.”
이 반가움을 어떻게 표현해야할까. 말이 나오지 않았다.
나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이 그리운 친구야.”
몰락한 인생에서 만난 요정.
회귀를 하고나서 내게 지속적으로 도움을 줬던 작은 선생.
수십 년 만에 라피스를 다시 만난 것이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여러모로 준비할 게 많았거든요. 자, 어서 가요.”
나의 소년 시절 때처럼, 라피스가 내 곁을 주위로 날아다녔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답했다.
“여기가 사후세계가 맞긴 맞구나. 그럼 이제 어디로 가는 거지? 천국? 지옥?”
“음, 조금 달라요.”
라피스는 실실 악동 같은 미소를 지으며 연달아 답했다.
“서준님은 신이 되신 거예요. 만화의 신이 되신 것이죠.”
“……뭐?”
어안이 벙벙했다.
“내가 만화의 신이라고?”
어처구니가 없는 말이었지만.
라피스로부터 그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내가 만화의 신으로 된 이유.
“온 우주에 만화라는 문화가 부흥되고 유지하는 것이 서준님의 일이라는 것이에요.”
“온 우주…….”
이른바 평행우주라는 것이라고 했다.
“만화가 각박한 시대에 가서 어느 인물에게 빙의를 하는 등, 환생을 하는 등, 아무튼 만화를 흥행시키는 것이 서준님이 할 일이라는 것이죠.”
“그럼 거의 끝도 없이 만화를 그려야한다는 소리잖아?”
“그런 셈이죠. 만화의 신이니까요.”
나는 허탈한 웃음을 지으면서 답했다.
“거 참, 오지게 걸렸군.”
“회귀로 이득본 값을 톡톡히 하셔야죠, 만화의 신님.”
나는 그 말을 듣고 어깨를 들썩였다.
“만화를 영원히 그릴 수 있다라.”
싫냐고 물으면 그건 또 아니었다.
“그거 참 근사한데.”
미소를 보이며 답했다.
내겐 만화 그리는 것이 미치도록 좋은 것이 아닌가?
몸을 못 움직이지 못한 게 대체 몇 년 전이었을까.
“그동안 만화를 그리지 못해서 삭신이 쑤셨거든.”
“창작 혼이 끓기 시작하신 건가요.”
“물이 넘칠 만큼 팔팔 끓는다.”
나는 어깨를 피면서 일어났다.
“이번엔 100억 부 정도 팔아버릴까.”
“어서 가요, 제가 보필해드릴게요. 할 일이 무척 많답니다.”
“야, 잠시만! 너무 빠르잖아. 기다려!
나는 어느새 라피스와 처음 만났던 소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라피스, 다음 소재는 뭐로 할까?”
“그거 있잖아요. 서준님이 64살 때 만들다가 버렸던 그 소재가 무척 아까웠는데.”
“뭐야, 너 사실 내 곁에서 몰래 지켜보고 있던 거였어?”
암흑은 사라졌다.
나는 라피스와 함께 빛을 향해 뛰어나가고 있었다.
2000년 만화 천재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