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th generation tycoon YouTuber RAW novel - Chapter (107)
“아.”
나는 모니터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대형면허 이번에는 붙어야지.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공식 외우게.”
“앗. 크크크크.”
범수가 웃음을 터뜨렸다.
“대형면허도 유튜브로 배우는 게 편하더라고. 코스에서 어떻게 핸들 돌릴지 공식 다 알려주니까. 진작 유튜브로 공부했으면 붙었을 텐데!”
내가 변명하듯 말했다.
“그래. 그래. 홧팅해. 면허 준비면 인정이지. 범수랑 내가 열심히 모니터링할게.”
희연도 웃으면서 말했다.
* * *
내가 대형면허 준비 공식을 담은 유튜브 영상을 5개 정도 신청하는 동안, 유튜브 렉카들이 출동했다.
– 대박사건! 박정구 패밀리와 부딪친 듯.
– 박정구 vs 퍼플마스크.
– 박정구에 반기를 든 유튜버가 나타났다? 확실히 ‘아무나 안 하는 일’이긴 하다.
“현준아. 현준아.”
유튜브 대형면서 삼매경에 빠진 나를 희연이 불렀다.
“응. 올라왔냐?”
내가 헤드폰을 벗으며 물었다.
“어머. 마치 알고 있었다는 듯이?”
“유튜브 렉카들 떴지?”
“응. 떴어.”
희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너넨 예상 안 했어? 박정구하고 제대로 싸운 유튜버가 없었는데 이게 유튜브에서 이슈가 안 되겠나.”
“아.”
범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 보자….”
나는 희연과 범수 사이에 끼어 앉아서 일단 우리가 오늘 올린 영상의 조회수부터 확인했다.
조회수, 구독자 모두 평소 추세를 훌쩍 뛰어넘어 대폭 상승해 있었다.
“좋아. 좋아. 일단 박정구 코인은 제대로 탔군.”
나는 이렇게 중얼거리고, 범수를 보고 물었다.
“지금 올라온 렉카 영상들 중에서 제일 먼저 뭘 보지?”
“어. 이거.”
– 박정구 vs 퍼플마스크
범수가 권해준 영상은 이거였다.
나는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 원래 박정구는 유튜버들 사이에서 ‘무서운 똥’으로 불렸습니다.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 이 말에서 나온 거죠. 근데 박정구는 무섭기까지 한 똥인 거예요. 무조건 피해야죠.
“크크크. 오프닝 좋고.”
나는 킥킥 웃으며 의자에 기대서 편안하게 렉카 영상을 감상하기 시작했다.
– 유명 유튜버들이 다 박정구가 시비 걸면 ‘박정구 님이랑 갈등 빚을 의도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얌전하게 방송할게요’. 이런 식으로 나왔었죠. 주작 감별사 정국전도 한 번 시비 걸려서 꼬리 내린 적도 있죠.
“오. 그래? 정국전도 당했었다고?”
그건 처음 듣는 얘기다.
나중에 정국전하고는 한 번 교류를 가질 생각이 있다.
그때가 되면 한 번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랬었나 봐.”
범수와 희연도 처음 듣는 이야기인 모양이다. 흥미가 생기는데.
– 보통 박정구가 시비 털면, 유튜버들 반응은 두 가지예요. 하나는 꼬리 말고 도망가는 거. 어떤 유튜버는 아예 몇 달 잠수 타기도 했죠? 그리고 나머지 하나. 나머지 하나는 패밀리에 가입하는 거.
“흥. 그렇군. 도망 아니면 가입이군.”
– 원래 박정구가 이번에 올린 영상도 비슷했어요. 따지고 보면 박정구가 깽판 친 영상이잖아요? 근데 잘잘못 상관없이 그냥 올려버리는 거예요. 원래 자기 캐릭터가 그러니까요. 그러면 상대는 보통 어떡하냐? 당황하거든? 근데 이번 상대는 좀 다르게 나왔다 이겁니다!
“오. 이 채널 말 잘한다. 어디냐.”
범수가 검색해서 보여주는 영상을 그대로 플레이버튼 누른 거라서, 채널 파악을 못 했었다.
전체화면 모드를 해제하고 채널을 확인해 보니, 이름은 이랬다.
– 싸움의 기록.
구독자는 52만.
“푸하하! 채널 제목 예술이네.”
나는 크게 웃고, 다시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 근데 영상에서 보면 계산을 박정구한테 시키고 먼저 나가버리죠? 정황 보면 계획된 거 아닌 거 같아요. ‘너네가 깽판쳐서 쫓겨나니까 돈은 너네가 내라’. 이런 느낌이에요. 근데 여기서 벌써 박정구가 당황하거든요. 뭐 어떤 느낌이었을까요?
나레이션이 잠깐 쉬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 나한테 이렇게 대한 사람은 네가 처음이야! 뭐 이런 느낌인 거지.
“어휴. 무슨 저질 로맨스냐.”
이렇게 어이없어하는 희연도 웃고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 그리고 또 영상을 올렸잖아요? 대부분의 유튜버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영상이 자기랑 엮여서 올라오면 당황을 해요. 자기 이미지 박살나니까.
나레이션하는 사람도 재미를 느끼는지 점점 목소리 톤이 높아지고 있었다.
– 그런데 퍼플 마스크는 자기가 찍어 온 똑같은 영상 올려버려? 여기에서 뭔가, 가운데 손가락 비슷한 게 느껴지지 않습니까? 엿 먹어라 뻐큐. 뭐 이런 느낌인 거지!
“아아~”
내가 감탄사를 뱉었다.
“왜?”
범수가 놀라서 물었다.
“너무 속이 시원해서. 어쩌면 저렇게 내 마음을 잘 알아서 대변해 주냐.”
내가 흡족해하는 표정으로 답했다.
– ‘아, 너는 원래 깡패라서 그 모드로 이 영상 올리냐? 나는 희한한 일 당하고 사는 유튜버라 나도 똑같이 올린다!’ 이건 거지! 그래서 지금 아마 잘은 몰라도 말이죠. 박정구 쪽은 엄청 빡쳤을 거예요. 게다가 지금 자기 구독자 알고리즘까지 맛있게 냠냠하고 있거든!
이렇게 말하고, 갑자기 나레이터의 목소리가 순간 차분해졌다.
– 전쟁은 이제부터인 거 같습니다. ‘싸움의 기록’, 저희 채널이 계속 취재하겠습니다. 근데 박정구님. 저희한테는 화내지 마세요. 저희는 먹고 살려고 하는 일이에요. 얌전히 취재만 할게요.
“푸하.”
마지막에 비굴한 웃음 포인트까지.
“왠지 저 마지막 말 때문에 박정구가 더 화내겠는데.”
내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구독자 1080809명
다른 유튜브 렉카 채널들도 일제히 ‘박정구 패밀리 대 ’의 대립을 다루고 있었다.
만큼 내 속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멘트를 치는 곳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어쨌든, 렉카들이 많이 떠들어주는 건, 우리 채널한테도 좋은 일이다.
“야. 무슨 프로레슬링 선수 된 거 같다. 박정구 같은 애들하고 붙었다고 이렇게들 떠드는데 그걸 창피해 안 하고 오히려 즐겨야 하니까.”
범수가 묘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하하. 그러게. 그래도 구독자 올라가잖아. 즐기라고.”
나는 웃는 얼굴로 범수를 안심시켰다.
“나는 좀 걱정돼.”
희연은 약간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뭐가?”
“박정구 같은 애들하고 엮였다가 이미지 하락될 수도 있잖아. 그럼 장기적으로 손해 아닐까.”
“아.”
나는 희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분명히 그럴 위험성은 있지. 저쪽 페이스에 말리면 똑같은 인간들이 개싸움 벌이는 것처럼 결론 날 테니까.”
“응. 페이스에 안 말리기가 쉬울까?”
“글쎄. 그건 우리가 앞으로 잘해야지. 그런데.”
“그런데?”
“생각해 봐. 우리 채널이 지금까지 쌓은 이미지가 말야.”
“응.”
“별로 잃을 게 없어.”
내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
“우리가 무슨 전문성 강조하면서 얌전하게 자기 분야만 파는 채널이면 박정구 같은 애들 묻을까 봐 화들짝 도망가겠지.”
“…”
“그런데 우리는 사실 그런 전문 분야가 없다고. 굳이 점잖은 전문가 이미지 연출할 필요도 없고. 게다가 우리 채널은 이리저리 싸우면서 커 왔으니.”
“아하. 그러니까 박정구랑 싸우는 것도 우리가 성장한 맥락을 보면 크게 이상할 게 없다는 거네.”
희연이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응. 물론 같이 개싸움을 하면 망가질 정도의 이미지는 있어. 그것만 조심하면 되지.”
“그렇구나. 알았어. 현준이가 알아서 잘하겠지.”
희연의 표정이 밝아졌다.
* * *
– 아니. 이거 보세요. 호텔 쫓겨난 영상 올렸는데 뭘 또 쓰레받기 같은 렉카들이 붙어서 불쏘시개를 넣어요. 대결은 무슨 대결이야.
최신 영상에서 박정구는 이렇게 떠들고 있었다.
– 나는 그냥 가서 갑질당하고 온 건데, 내가 무슨 싸움 건 것처럼 만들고 있어? 싸울 생각도 없었는데 벌써 누가 보면 한 2라운드째 뛰고 있는 줄 알겠네? 십 투더 팔.
특유의 욕설을 섞어 가며 억울하다고 말하고 있었지만, 영상 제목은 다음과 같았다.
– 우리 싸우는 거였어? 그럼 화끈하게 싸워야지.
“제목을 저렇게 달았으니 앞에 멘트가 하나도 설득이 안 된다, 야.”
범수가 중얼거렸다.
– 어쨌든, 근데 또 저쪽에서 똑같은 영상 올리고 한 건 좀 열받더라고?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하여튼 열받아.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 싸우기로 했어요. 저 근데 한 번 싸우면 대충 안 싸우는 거 아시죠? 채널 고정하세요. 기대하시라. 십 곱하기 팔. 시발랄라.
3분도 채 안 되는 짧은 영상이었다.
“깔끔하군.”
“선전포고 영상이네. 어떻게 할 거야?”
“모르겠네. 일단 저쪽에서 어떤 수법을 쓸지 모르겠다.”
희연의 질문에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어휴… 안 말려든다면서 너무 계획 없는 거 아냐?”
희연이 눈을 흘겼다.
“하하. 글쎄.”
이렇게 말하며 나는 옷을 입었다.
“어디 가게?”
“응?”
“갑자기 어딜 나가냐고. 혹시 박정구네랑 약속 잡은 거 아냐?”
“아냐…”
내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대답하자, 희연이 의심스러운 듯, 얼굴을 들이대며 다그쳤다.
“어, 이상하네? 어디 가냐니까? 이렇게 얼버무린 적 없었잖아.”
“면허 시험 보러 간다, 왜!”
내가 울상을 지으며 외쳤다.
“앗.”
희연이 순간 당황했다.
“어우. 그럼 우리랑 같이 가지. 촬영 안 해?”
범수가 말했다.
“또 떨어지면 놀릴 거 아니냐…”
내가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풉. 너 오늘도 자신 없는 거야?”
희연이 웃으며 물었다.
“학원도 안 다녀서 그동안 실습한 것도 없는데 붙으리란 보장이 어딨어.”
내가 풀 죽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러면 학원을 다니지 그랬냐.”
희연이 말했다.
“유튜버니까, 유튜브로만 배워서 따 보려고 했지.”
“자신은 있고?”
“응. 너네가 옆에서 놀리지만 않으면 붙을 거 같다.”
“크크크. 도둑질하는 것처럼 몰래 나가려던 이유가 있었군.”
희연이 웃었다.
“그럼 오늘은 범수가 같이 갔다 와.”
희연이 갑자기 카리스마 있는 목소리로 명령했다.
“응? 얘기가 왜 그렇게 되는데? 혼자 가라고 할 것처럼 말하더니.”
내가 항변했다.
“유튜브로만 준비해서 면허 딴 거면, 나름 영상 가치가 있잖아? 콘셉트에도 어울리고. 그럼 찍어야지.”
“헙.”
희연의 말은 정곡을 찔렀다. 할 말이 없군.
“. 제목 얼마나 좋아? 유튜버로서 그런 영상을 안 찍어 오면 되겠어?”
“…”
희연이 신이 난 얼굴로 계속 말했다.
“만약에 떨어지면, 어? . 이렇게 올리면 되지. 이것도 아무나 못 하는 일이니까.”
“맞는 말이긴 한데.”
내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응.”
“너, 지금 너무 신났어. 특히 눈이.”
“웃.”
희연이 순간 웃음을 멈췄다.
“범수야. 가자. 너 놀리면 안 된다? 얌전히 찍기만 해야 돼.”
“크크크. 알았어.”
범수는 희연을 보고 눈을 찡긋한 다음, FX9을 들고 따라 나섰다.
“홧팅해.”
희연이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 * *
“여보세요. 제 전화번호는 어떻게 아셨습니까.”
– 아는 방법이 있지? 우리 패밀리를 무시하면 안 된다니까.
수화기 너머에서 박정구가 킥킥 웃고 있었다.
“하아… 저 좀 무서워지려고 하는데요. 그렇게 개인 정보 캐내고 그러시면 안 되죠.”
나는 재빨리 녹음 버튼을 누르고 이렇게 말했다.
– 아, 됐고. 어쨌든 우리한테 선전포고를 했더라고?
“아. 무슨 선전포고는 선전포고예요. 그냥 똑같은 영상 하나 올렸구만.”
내가 귀찮은 말투로 대답했다.
– 응. 그 영상. 아주 우리 긁으려고 대놓고 노린 거 아냐. 그렇게 올리니 유튜브 렉카들이 아주 신났고. 내가 뭐 바본 줄 아나? 긁어놓고서 따지니까 ‘내가 뭘?’이라고 하면 넘어가게? 십 곱하기 팔.
“휴. 제가 지금 기분이 매우 언짢습니다. 용건만 간단히 말 하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