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th generation tycoon YouTuber RAW novel - Chapter (108)
– 엄맘마? 기분 언짢은지 물어봤나? 겁을 주는 건가? 기분 언짢다는 얘기는 왜 해? 깡패세요?
“누가 깡패래요.”
– 근데 또 말하다보니 궁금하네. 왜 기분이 언짢으냐?
왜 안 좋긴. 대형면허 또 떨어졌으니 기분이 안 좋지.
“알 거 없습니다. 풉.”
대답하다보니 내 스스로 웃음이 터졌다.
꼴이 말이 아니구만.
“왜 기분 안 좋은지는 오늘 제 채널 영상 올라오니까 봐 주세요. 관심 감사합니다.”
– 엄맘마? 또 자기 채널 홍보를 해? 이거 진짜 신개념 개 아들이라니까. 아, 맞다. 출생의 비밀 있는 사람들한테는 개색히라고 하면 안 되는데.
“…”
박정구가 내 성질 건드리겠다고 벼른 모양이다.
그래도 내 출생 얘기를 걸고 넘어지는 수를 쓰려는 건 선 넘었지.
“용건.”
내가 짧게 말했다.
– 음맘마? 용건? 졸라 카리스마 있네. 겁이 나서 오줌 지리겠어.
이렇게 중얼거리더니, 킥킥거리며 말을 잇는 박정구였다.
– 용건은 십팔. 하정우 아버지 이름이 김용건이고. 킥킥킥.
“하나도 안 웃겨요.”
내가 핀잔을 줬다.
– 됐고. 우리 내일 좀 만나. 당장 만나.
“만나서 뭐 하게요.”
– 그건 와서 알아보면 되지. 저번에 쓸데없이 서울역으로 불러서 그렇게 됐으니까. 이번에는 잔말 말고 우리 스튜디오로 와. 가산 디지털 단지. 내가 주소 찍어줄 테니까.
내가 미쳤다고 적진으로 기어들어가냐.
“하아. 안 갑니다. 내일 바빠요.”
– 바쁘다고? 대학교 3학년짜리가 뭐가 바빠? 백수 주제에 튕기지 말고.
“내일 할 일 있어요. 중요한 일.”
– 풋. 중요한 일이 뭔데? 개강? 개강 때는 교수들 다 인사만 하고 나가잖아. 그거 꼬박꼬박 가면 범생이라고 친구들한테 왕따당한다?
“하. 요즘에는 개강날부터 강의하는 교수님들 많아요. 10년 전 이야기를 하고 있어. 30대인 거 딱 티 나요.”
– 하하하. 어려서 좋겠다! 어쨌든 내일 나와.
“내일 진짜 일 있다니까.”
– 무슨 일? 내가 들어보고 진짜 중요한 일이면 이해해줄게.
“L그룹 주주총회요.”
– 응?
순간 놀라는 박정구였다.
“L그룹 소속 L생명. 주주총회라고요. 나 거기 가야 돼.”
– … 어… 십 투더 팔.
“뉴스 좀 봐요. 이번 L생명 주주총회가 우리나라 역사에 길이 남을 주주총회거든. 우리나라 초 대기업 최초로 기업 경영권이 투표로 결정되고 있는데 말야. 그 현장을 봐야죠.”
– 너는 거기 취재하러 가나? 아. 맞다. 대주주…
“내일 실시간 방송하니까 많은 시청 바랍니다. 그럼 이만.”
– 어, 야! 잠깐!
하지만 야멸차게 전화를 끊었다.
내 전화 끊기 신공에 고현석이 한때 꽤 당했었는데.
이제는 박정구가 스스로 다음 순번을 꿰차는군.
자기가 스스로 정한 포지션이니 불쌍하게 생각할 거 없다.
나는 생각난 김에, 전화를 걸었다.
– 어. 여보세요? 현준아.
현민이 반가운 말투로 받았다.
“응. 내일 총회 준비는 잘 끝났어?”
“음. 정책 자료는 받아 봤지?”
현민이 물었다.
“응. 받아 봤지. 그런데 이번 투표는 자신 있는 거야? 미리 보자는 얘기가 없네.”
내가 웃으면서 묻자, 현민도 따라 웃었다.
“하하하. 너한테 표 얻는 건 정책으로 승부하면 되지, 쓸데없이 밥 먹고 그럴 필요 없다는 내부 결론이 났어.”
“앗. 뭐야. 밥 얻어 먹을 건수를 내가 발로 찬 게 됐네?”
내가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고현세한테도 전화가 미리 안 오는 모양이군.
사적인 이해관계에 휘둘리지 않는 깔끔한 이미지.
이걸 강조하면 결국 콩고물이 하나도 안 떨어지기 마련이다.
내가 이 원리를 몸소 실천한 게 되니, 뭔가 기분이 이상하구만.
“어쨌든 내일이 진짜 본게임이네. 지금 여기 분위기는 장난 아냐. 현욱이 형 근처에도 못 가겠어. 살기가 돌아서.”
현민이 자기 나름의 고충을 토로했다.
“그렇구만. 힘들겠다.”
“너도 나름 힘든 거 같더라? 누구하고 싸움 붙은 거 같던데?”
“힘든 거 없어. 내가 격투기 선수도 아닌데 누구하고 싸움 붙으니까 막 금전적 이득이 생기더라? 그냥 즐기고 있을 뿐이다.”
“어쨌든 너는 팔자가 좋다. 지금 현욱이형은 원형탈모 왔어.”
“어, 그래? 푸하하.”
“응. 아무래도 이번 L생명은 L그룹의 핵심이니까. 이거 빼앗기면 상징성이 너무 커.”
“사실 재벌가 현금 창고 역할을 하는 데가 생명이잖아. 그래서 빼앗기면 치명적인 거 아니고?”
“…”
내 말에 잠깐 침묵이 흘렀다.
“야. 야. 그런 질문은 나한테 하지 마라. 감당 안 된다.”
현민이 울상 짓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하하. 알았다. 알았어.”
“내일도 방송할 거지?”
“그럼. 이게 본 게임이라는 걸 모르는 국민도 있냐. 이번 건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대박 조회수야.”
“어휴… 태평하다. 너도 대주주라고. 다른 쪽으로 관심 좀 가져야 하는 거 아니냐?”
“관심 많아. 내일 기대할게.”
구독자 1221093명
뭐 사실, 기대한다는 말은 내일 조회수와 구독자 폭발하는 걸 기대한다는 말이긴 하다.
현민이는 그걸 잘 캐치한 거고.
“어쨌든 홧팅! 내일 보자고.”
나는 이렇게 인사를 날리고 전화를 끊으려고 했다.
“영혼 없는 거 다 표나. 너.”
현민이 킥킥 웃으며 말했다.
“엇. 표가 나냐.”
“L그룹 경영권을 흥행 몰이 수단으로 삼다니. 현욱 형하고 현세 형이 무슨 격투기 선수 된 거 같다.”
“나는 프로모터군. 좋은데.”
“어쨌든, 행복한 사람 한 명이라도 있으면 좋은 거지.”
* * *
“우와.”
희연이 감탄했다.
사실 범수나 나도 희연과 마찬가지였다.
일단 현장 분위기에 압도될 수밖에 없었다.
L전자와 L자동차를 합한 걸 넘어설 정도의 규모.
거기에다가 현금창고.
L생명을 가져가는 사람이 L그룹을 가져가는 거나 마찬가지다.
“L그룹 주식을 한 주라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다 참석한 느낌이야.”
이번에는 L생명 사옥 대신 따로 J체육관을 따로 빌려서 진행하기로 결정된 주주총회.
장소를 다른 곳으로 정했다는 데서부터 이미 얼마나 열기가 뜨거운지 실감할 수 있었다.
L생명의 사옥으로는 이 정도 인파를 수용할 수 없을 게 분명했다.
“접속자 수는?”
“30만. 지금 그냥 체육관 입장하고 있는데 벌써 30만이야. 본 게임 되면 얼마가 될지 겁이 날 지경이다.”
범수가 흥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좋아. 좋아. 이 정도면 좀 과장해서 거의 서울시장 선거 정도 흥행 아니냐.”
내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글쎄. 과장이 아닌 거 같은데.”
이렇게 대답하는 희연의 목소리도 잠겨 있었다.
“여어. 부라더.”
“어머.”
입구 근처에서 뜻밖의 사람이 등장했다. 희연이가 놀랄 정도.
“어. 현세 형. 지금 형이 왜 여기 있어요?”
“마지막 투표니까. 좀 더 친근한 모습을 보여야지. 괜히 단상에서 폼 재고 있는 것보다 입구에서 주주들 눈 맞추는 게 더 좋을 거 같아서.”
“오. 소탈합니다.”
범수가 말했다.
“아. 동료들! 우리 현준이 잘 부탁해요!”
희연, 범수와 고현세의 접점은 없었지만, 고현욱의 라이벌로 연일 언론에서 떠드는 고현세다.
그러니 희연과 범수에게는 익숙한 얼굴일 수밖에.
그런 고현세가 웃으면서 부탁을 걸어오니, 범수는 상당히 흥분했다.
“네! 현준이 동료일 뿐 아니라, 저희도 L생명 주주예요. 소액이긴 하지만. 헤헤.”
범수가 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오! 그럼 더욱 반갑습니다! 잘 부탁해요. 하하.”
“좋… 좋은 사람이야. 잘 됐으면 좋겠다.”
고현세와 헤어지고 우리 자리를 찾아가는 도중에 범수가 이렇게 말했다.
“하하. 그러게.”
“미국 사람이라고 했지? 그래서 격식 없고 합리적인 이미지로 많이 어필하고 있는 거잖아. 작전 좋다고 봐.”
희연은 고현세를 돌아보면서 냉철하게 분석했다.
“맞아. 고현욱 형도 출신은 비슷한데, 둘이 성격은 완전히 딴판이지.”
“그렇구나. 아무래도 가문의 황태자로 오래 있었기 때문에 그렇겠지?”
“응. 그게 강점이기도 하고, 또 약점이기도 하지.”
고현욱은 그런 자기 이미지를 얼마나 좋아할까?
고현세의 조금 전 말, ‘단상에서 폼 재고 있는’이라는 말은, 사실 고현욱을 정면으로 겨냥한 거다.
단상에 정자세로 앉아 있는 고현욱이 총회장에 입장하자마자 바로 눈으로 꽂혔으니까.
‘지키는 쪽은 지키는 쪽에 어울리는 분위기. 공격하는 쪽은 또 그에 맞는 분위기로군.’
열심히 자기 이미지를 연출하고 있는 두 명의 경쟁자였다.
역시 이미지메이킹의 시대라니까.
이미지 관리를 못 하면 망한다.
재벌 회장이고 뭐고 이제 예외는 없다. 그런 시대가 된 거다.
“몸집이 별로 크지도 않은데. 그래도 카리스마 있다.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날 거 같아.”
희연이 고현욱을 평가했다.
“사실 그냥 고스란히 L그룹 전체 다 물려받을 수 있었는데 개싸움한 거잖아. 열받을 만도 한데, 그런 티 하나도 안 내고 있어.”
범수가 보기에도 고현욱은 완벽하게 보이는 모양이었다.
“응. 언뜻 보면 정말 L그룹 발전을 위해서 투표를 하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라니까?”
“크크크.”
희연의 말에는 웃음이 터졌다.
사실 투표장에 멱살 잡혀 끌려와 있는 처지다.
그럴 리가 없는데, 희연의 말이 우습기는 했지만 완전히 엉터리로 들리지만도 않았다.
“어쨌든 둘 다 보통내기들은 아니다.”
희연이 이렇게 자기 소감을 정리했다.
“어쨌든 어릴 때부터 귀족으로 살면, 아이큐도 올라간대. 스트레스 적게 받고 자기 관심 분야에 집중할 수 있으니까. 그런 게 저 사람들한테도 보여.”
“흐음.”
범수의 말은 꽤 날카로운 분석을 담고 있었다.
“현준이도 그래서 그런가? 좀 비슷한 거 같아.”
“야. 나는 저 사람들처럼 못 살았다고…”
“글쎄. 어쨌든 그래도 최고 재능 가진 엄마 옆에서 컸잖아? 조금 영향은 있지 않을까.”
범수가 계속 말했다.
“흠.”
나는 그런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대답하지 않고 턱을 만지며 좀 생각을 해 보았다.
“시작한다.”
– 자. L생명 주주총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사회자도 공중파 춝신 전문 아나운서가 맡고 있었다.
“동시 접속자 수는?”
“90만 넘겼어.”
“휘유.”
– 먼저 L생명 주주님들이 자랑스럽다는 말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 많은 인파가 모였는데 이 질서라니요. 우리 박수와 함께 총회를 시작합시다!
뭔가 퍼포먼스 느낌이 나는 오픈 멘트.
– 오늘은 L생명의 새로운 이사진이 선출되는 날입니다. 그리고 대한민국 기업문화의 역사가 창출되는 날입니다. 우리는 그 역사적 현장에 와 있습니다. 자부심을 갖고 오늘 총회에 열정적으로 참여합시다.
– 와아~ 와아!
함성과 함께 우뢰 같은 박수 소리가 J체육관을 가득 메웠다.
– 뭔가 비장하다.
– 왜 저렇게 호들갑이냐. 뭔 역사가 어떻고 대한민국 기업 문화가 어떻고.
– 등신아. 재계 2위 회사가 상속이 아니라 주주총회로 경영권 이양을 하고 있는데 그게 역사가 아니냐?
이런 댓글들이 실시간으로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댓글이 달리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일일이 모니터링하는 건 도저히 불가능했다.
“100만 넘어갔다.”
범수가 흥분한 목소리로 알렸다.
“동시 접속 수 100만 돌파? 대단하군.”
“올림픽도 이 정도 아니지 않나?”
희연이 물었다.
“거기는 방송사가 많으니까 시청자가 나눠지지. 우리가 더 유리해.”
“그렇군. 일단 우리 채널 역사도 하나 썼다.”
“응. 아마 투표 결과 나오는 순간은…”
“그러게.”
그 후 약 10분에 걸쳐서 형식적인 진행 절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