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th generation tycoon YouTuber RAW novel - Chapter (11)
나 같은 평민 눈에는 호화스러워서 죽겠는데 말이지.
“나, 여기 촬영 좀 해도 될까?”
FX9을 다짜고짜 꺼낼까 하다가 정식으로 물어 봤다.
아무리 ‘부라더’ 사이라도 유튜버로서 매너를 지켜야지.
“촬영?”
“응. 나 요즘 유튜브 시작했거든.”
“오우!”
현민이 감탄했다.
요즘은 글로벌해서 좋다.
유튜브 열풍은 미국에서라고 다를 게 없을 테니, 현민에게 굳이 주저리주저리 설명할 필요가 없으니까.
“브이로그(V-log) 같은 거 올리게?”
현민이 천진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 그런데. 내가 여기 왜 왔는지를 공표하기는 좀 그렇잖아. 그래서 내 일상보다는 신기한 장소를 올리는 컨셉으로 쓰려고.”
‘아무나 못 해보는 일’에 재벌가 총수 집안 ‘프라이빗룸’에 들어와 보는 건 딱 맞아 떨어지는 게 있다.
하지만 그렇게 자세히 내 유튜브 컨셉을 현민에게 떠들 생각은 없다.
오히려, 내가 여기를 촬영하는 걸 허락해도 문제 될 거 없다는 생각을 이쪽에서 먼저 심어주는 게 필요하다.
“일단 사람은 안 찍을 거야. 너하고 나, 둘 다 안 나오는 거지.”
“그럼 브이로그는 아닌 거네.”
“브이로그는 셀카가 주로 들어가니까?”
“응. 자기 모습을 많이 찍잖아.”
“그렇지.”
내가 현민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여기가 L그룹 사옥이라는 것도 최대한 안 들어가게 해야지.”
내가 현민을 보며 말했다.
“아. 여기가 어디인지도 안 밝히게?”
“응. 괜히 폐 끼치긴 싫어서. 이 방에… L그룹 표 내는 건 없네, 다행히.”
“응. 정말 우리만 들어오는 휴식 공간이니까.”
현민이 대답했다.
“좋아. 일단 사람 안 들어가고, 장소 안 밝히고, 그리고 풍경도 너무 정면으로 건물이 보이는 건 안 할게.”
“응? 그렇게까지 해야 할까?”
좋다. 성공이다.
오히려 이쪽에서 나한테 제약을 걸어대니까 ‘뭘 그렇게까지…’라는 반응까지 나온 거다.
“아냐. 가까운 데 건물 있으면, 위치 바로 찾아내.”
“누가?”
“네티즌들이. 너는 미국에 있어서 잘 모르지? 우리나라 네티즌들은 탐정이야. 웬만한 장소는 사진만 보고서 한나절 안에 어디인지 특정을 해내는 인간들이라고.”
“아. 맞다. 나도 인터넷에서 본 적 있어.”
현민이 쿡쿡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그냥, ‘서울 한복판에 있는 매우 특별한 공간’이라는 컨셉으로 찍어서 올리려고. 괜찮지 않을까?”
나는 확인 받듯이 현민에게 물었다. 솔직히, 그래도 장소를 찾아낼 거 같긴 했지만.
사실 유튜버가 되기 위해서 갖춰야 하는 것 중에 중에 일반인은 잘 모르는 중요한 능력이 있다.
촬영 능력? 편집 능력? 연기력?
다 중요하다.
하지만 얘들 못지 않은 중요한 능력이 바로, ‘촬영 허락 받는 능력’이다.
찍지를 못하면 편집을 잘 해 봐야 헛거니까.
“응. 괜찮을 거 같아. 그래도…”
현민은 살짝 주위를 둘러보며 눈치를 살피는 척을 했다. 어차피 아무도 없지만.
“형들한테는 얘기하지 마.”
“응.”
내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좋아. 시간도 15분밖에 안 남았네.”
20분 이상이 확보되지 못한 건 좀 아쉽다.
여러 번 말했지만, 유튜브 영상은 20분이 넘느냐 안 넘느냐가 중요한 변수니까.
‘뭐, 시간으로 모자란 게 있으면 오는 길이나 가는 길 영상을 첨부하면 되겠지.’
이렇게 마음 먹고, 나는 재빨리 이 공간을 FX9에 담기 시작했다.
입구부터 시작해서 마치 처음 들어와서 이 공간을 구석구석 구경하는 듯한 시선을 연출하면서.
공간이 주인공일 때는 가장 정석적인 방법이다.
“다 됐어? 슬슬 시간이.”
뒤에서 내가 찍고 있는 걸 흥미롭게 구경하고 있던 현민이 물었다.
“응. 다 찍었어. 잠깐만?”
예고편을 올려야지.
아까 게시판에는 몇 개의 댓글이 달려 있었다.
– 또 허풍 떤다.
– 설레발은 하여튼 선수급이네… 유튜버 소질 인정이다!
익숙한 아이디들.
저번에 내 영상이 ‘페이크’일 거 같다는 댓글이 달렸을 때 급발진해서 나에게 저주를 퍼붓던 녀석들이다.
분명히 지레짐작한 댓글에 급발진하던 놈들이 잘못 아닌가?
반성을 해야 정상일 거다. 나한테 욕 박은 거 사과까지는 안 바라도 말이지.
그런데 이 인간들은 반성은커녕, 되레 나를 계속 공격할 거리를 찾는 느낌이다.
그래서 내가 정말 잘못한 걸 찾으면, ‘이거 봐. 내가 그때 욕 박은 게 잘못한 게 아니라니까?’라는 말을 하는 무의식이 숨어 있는 거다.
하지만 유튜브 알고리즘은 참 재미있다.
말하자면 이 자식들 입장에서는 내가 재수없는 놈이다.
그런데 댓글을 열심히 달았다는 이유로, 내가 게시글을 올리자마자 녀석들의 유튜브 홈 화면에 떠버린다.
‘어서옵쇼.’
이렇게 인사를 해야 하나.
서로 감정이야 어떻든, 내 초반 조회수를 올려주는 고마운 존재들이다.
– 입만 열면 거짓말. 이번에도 설레발치고 별 거 아닌 거 올리려고.
가만. 이 아이디는 익숙하다.
그때도 끝까지 남아서 기를 쓰고 악플을 달던 녀석이잖아.
‘매드미니.’
응? ‘매드맥스’의 패러디인가?
그런데 패러디도 좀 찌질한데.
어쨌든 이 녀석에게만은 개근상을 주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 얘는 왜 자꾸 뜨는 거야. 내용 하나도 없는 채널이구만. 이젠 광고까지 뜨네. 쯧.
이런 불평 댓글도 올라왔다.
– 근데 얘가 뭐 잘못했냐? 유민혁 셰프 새 가게였던 것도 맞고, 컨셉도 나름 괜찮은데?
그리고 이런 댓글도 슬슬 달리고 있었다.
“가자.”
나는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현민에게 말했다.
“응.”
그리고 이동하는 동안, FX9이 돌아가는 동안 휴대폰을 꺼내서 촬영한 1분짜리 창밖 풍경 영상을 업로드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멘트를 달았다.
“오늘 아무나 못 오는 장소에 왔어요. 이번 업로드 컨셉은 ‘장소’입니다. 그리고 일단 예고편으로, 그 장소에서 내다보이는 1분짜리 풍경을 올립니다. 어디인지 맞춰 보세요!”
이 정도의 타이핑은 걸어가면서도 충분히 가능했다.
– 딩~
엘리베이터가 내가 있는 층에 와서 섰다는 소리.
– 딩동~
유튜브 구독자가 늘었다는 소리.
– 뎅동~
유튜브 동영상에 댓글이 달렸다는 소리.
– 하여튼 설레발은 선수급이네. 이거 종로 아냐?
– 얘 어디 명동에 있는 백화점 같은 데 들어가서 허풍 떠는 거 아냐?
맨날 보는 그분들이 가장 먼저 댓글을 달아주시고.
– 우와. 우리나라에 종로 거리를 이렇게 높이서 내다볼 수 있는 곳이 있나요?
– 야. 여기 백화점 아냐. 최소 30층은 넘어 보이는데? 30층 넘는 백화점이 어딨어?
수상함을 느낀 댓글들도 뒤를 이어주었다.
‘이 정도면 이번 어그로도 성공이군…’
1분짜리 동영상의 조회수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 딩동~!
구독자 수가 또 늘어났다는 알림.
하지만 이번에는 평소와 다른 점이 있다.
– 구독자 1000명
“오호.”
나는 다시 잽싸게 타이핑을 시작했다.
– 구독자 1000명 감사합니다. 빨리 편집해서 이번 편 메인 영상 올릴게요!
그러자 달리는 댓글들.
– 하. 이런 아무것도 없는 채널이 설레발로 1000을 찍는구나! 이게 나라냐?
– 겨우 1000 찍었다고 감사 인사 올려? 허세는…
– 구독자 1000 축하해요! 유명한 사람도 아닌데 이 정도면 빠른 거 아닌가? 축하할 수도 있지.
– 걍 채널 이름을 ‘어그로 끄는 채널’이라고 바꿔.
이런 댓글들이 교차하는 걸 보고 나서, 나는 33층 회장 집무실로 들어갔다.
“어. 왔니. 늦었네.”
고현욱이 인사했다.
시계를 보니 약속시간으로부터 1분 정도 지나 있었다.
“어. 죄송합니다. 이동 시간을 계산 못했네요.”
“응. 그랬구나.”
‘그럴 수도 있지’라고 넘어가는 멘트는 나오지 않았다.
고현욱은 일반인이 아니니까.
시간에 대한 태도도 다른 사람하고는 다르다.
자기 시간 1분을 뺏었는데 저 정도면 너그럽게 용서해 준 거다.
어쨌든 나와 중요한 협상을 해야 하는 처지니까.
“흥. 형 많이 너그러워졌네.”
내 추측을 확인하듯, 고현석이 빈정거리는 투로 말했다.
가만, 그러고 보니 나는 어떻게 고현욱의 이런 습성을 잘 아는 거지?
“어쨌든, 본론으로 들어가서. 현민이하고 회포는 잘 풀었지?”
“네. 어렸을 때 친했었거든요. 많이 반갑네요.”
내가 웃으며 대답했다.
“그랬지.”
고현욱도 웃었다.
“흥.”
고현석은 다시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뭐라고 말을 얹지는 않았다.
‘네가 뭔데 현민이하고 친하게 지내?’라는 말을 하고 싶을 텐데, 그런 말은 너무 수위가 세잖아?
협상을 앞두고 말이지.
“지난 번에 네가 오해를 좀 한 게 있어서 말야.”
고현욱이 입을 열었다.
“오해요?”
하지만 나는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는 않았다. 고현욱보고 계속 말해 보라는 사인이다.
“응. 우리가 상속세 줄이려고 주가 고의로 떨어뜨렸다는 얘기 말야. 그거 사실… 되게 위험한 말인 거 알지?”
고현욱이 나를 똑바로 보며 말했다.
“아.”
“주가조작했다고 하는 거… 사실 범죄자라고 말하고 있는 거거든. 상황에 따라서는 상대가 굉장히 화낼 수도 있는 말이야.”
주가조작을 아예 인정 안 하겠다는 말이군.
나는 현민의 얼굴을 돌아보았다.
‘좋게 좋게’라는 말하고는 어째 펼쳐지는 상황이 다른데?
“…”
하지만 현민의 표정은 쉽게 읽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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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욱은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저번에는 워낙 의외의 말이라서 우리가 제대로 반응을 못 했던 거 같아. 그래서 그걸 기정사실로 받아들일까 봐 걱정을 했었지.”
“흐음.”
나는 그 말을 듣고, 어깨를 으쓱했다.
“그럼 회사에 무슨 문제가 있는 거네요?”
“응?”
내가 이렇게 묻자, 고현욱이 의외의 반응이라는 듯이 눈을 가늘게 떴다.
“아니, 그러면 주가가 평소보다 40퍼센트나 빠진 거에 다른 이유가 있다는 거 아니에요? 뭔가 인위적인 게 아닌데 주가가 반토막난다는 건 회사가 망한다는 거 아닌가? 저도 일단은 주주니까. 주주로서는 그게 더 겁나는 얘긴데.”
“…”
고현욱도 이 질문에는 순간 대답을 못 했다.
“하. 저 자식. 진짜 누구 닮아서 저렇게 아가리가 발달한 거야?”
고현석이 투덜거렸다.
그때 고현석의 말을 막듯이, 다른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글쎄요. 주가가 들썩이는 데에는 여러 가지 변수가 있으니까요.”
저번에 합석했던 박성수는 당연히 지금 이 자리에서도 합석해 있었다.
말문이 막힌 젊은 회장 형제를 대신해서 말을 하고 나왔다.
“그러니까요. 그 이유가…”
내가 입을 열자, 박성수가 잽싸게 말을 끊었다.
“사실 회장님께서 돌아가신 게 가장 큰 악재죠. 그게 영향을 미친 게 아닌가, 우리는 분석하고 있습니다.”
오. 이건 좀 말이 되네.
그런데 회장이 죽었다고 주가가 40이 빠져?
물론 그룹 전체는 아니고, 상속세와 민감하게 관계 있는 계열사 몇 군데 주식이 그렇게 빠진 거지만.
“허어. 아무리 우리나라 그룹이 총수에게 몰빵되어 있다지만, 총수가 돌아가셨다고 그 정도 빠지면 진짜 심각하네요.”
“아, 됐고. 너는 그런 거 신경 꺼.”
고현석이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