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th generation tycoon YouTuber RAW novel - Chapter (115)
상식이가 흔쾌하게 말했다.
아직은 몇 가지 조절할 부분이 남아 있었다.
내가 취재 대상이 되는 합방은 피하고 싶었으니까.
“오늘은 셋 다 같이 가자. 아무래도 브레인스토밍을 좀 해야 할 거 같아.”
“오. 좋아, 좋아.”
희연과 범수가 웃으면서 따라나섰다.
그때, 전화가 울렸다.
– 야.
“어라? 도대체 전화번호는 어떻게 아는 겁니까? 저번에 미행한 것도 그렇고. 진짜 큰일낼 분이네.”
내가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다.
박정구였다.
– 그런 건 알 거 없고. 상식이랑 합방한다며? 왜 우리랑은 안 하고 거기랑은 해? 불공평한 거 아냐?
“그런 걸 알 거 없긴 뭘 알 거 없어. 남의 연락처 알아내고. 미행하고… 이거 심각한 범죄 아닙니까?”
– 어떡하게. 신고하게?
박정구가 도발적으로 물었다.
“아니요.”
– 그럼?
“볼리비아로 보내게. 푸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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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진짜 죽는다.”
박정구가 이빨을 드러내는 게 수화기 너머에서도 보이는 듯했다.
“어쨌든 내가 지금까지는 그냥 넘어갔는데, 미행까지 하는 건 선 넘었지? 강제합방이라는 게 말이 좋아서 강제합방이지. 그거 따지고 보면 습격 아냐? 어디 백주 대낮에 폭력쇼를 벌이고 그래요.”
내가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습격? 내가 때리길 했어, 돈을 뺐길 했어? 그걸 왜 습격이라고 해.”
“하.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스토커들이 근절 안 되지. 꼭 때려야 폭력이 아니에요. 이 사람아.”
“…”
박정구가 말문이 막혔는지 잠깐 침묵이 흘렀다.
“폭력은 내가 했나? 그 색히가 했지. 고현석.”
박정구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오. 진짜 정보력은 인정.”
내가 짐짓 감탄한 말투를 해 줬다.
“고현욱 동생이더만? 아무래도 L그룹 사람인 거 같아서 검색해 봤더니 금방 얼굴 나오던데.”
박정구의 말이었다.
“하기야. 고현욱 대표만큼 스포트라이트를 덜 받아서 그렇지 언론 노출이 전혀 안 되는 사람은 아니니까.”
나도 곧 수긍했다.
거창한 뒷조사를 안 해도, L그룹 인사들 검색 몇 번 돌리면 얼굴이 나오게 되어 있다.
“그 정도로 얼굴 알려져 있는 사람이 그렇게 갑질을 해대도 되나?”
박정구가 따졌다.
“네?”
“호텔 기물 파손하고. 사람들 시켜서 나 내 쫓고. 이게 요즘에 넘어갈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나? 돈으로 해결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고.”
“아.”
내가 수화기를 얼굴에서 떼고 잠깐 한숨을 쉬었다.
“그 얘기를 왜 나한테 하세요?”
“응?”
“거울 부순 사람한테 해야지. 누가 보면 옆에서 거울 부수라고 내가 부추긴 줄 알겠네.”
“헐.”
“아니, 그리고 호텔 재물 걱정하지 말고, 본인 카메라하고 메모리카드 신경 써요? 호텔이야 신고를 하든 손해배상을 받든 자기들이 알아서 하겠지. 억울하면 고현석 씨한테 카메라하고 메모리카드 배상 청구하면 되겠네!”
“야이…”
박정구가 뭐라고 말하려고 하길래 말을 끊어버렸다.
“당사자한테 말하면 될 걸 왜 옆에서 가만히 있던 나한테 따져? 만만한 게 나야, 아주.”
“그러고 보니, 그 메모리카드는 어딨어?”
“어딨긴? 단무지 그릇에 넣어서 식초 부어버리던데?”
“그랬어?”
“네. 단무지에 식초 붓는 게 그렇게 카리스마 있는 건지는 몰랐었네…”
“어우 썅. 왜 너랑 말하고 있으면 부아가 치미는지 모르겠다.”
“아, 그럼 전화를 하질 말아요? 누가 전화를 하라고 했나? 가르쳐주지도 않은 전화번호 알아내서 전화하는 거 자체도 스토킹이고 위협이에요. 점점 죄가 쌓이고 있으십니다.”
“죄가 쌓이면 뭐 어쩔 건데?”
“볼리비아 간다니까?”
“어우, 쌍!”
박정구가 소리질렀다.
“어쨌든, 고현석보고 조심하라고 해. 그렇게 갑질하는 거 다 찍혔어. 너도 유튜버니까 알 거 아냐. 그 메모리카드 하나 식초 뿌렸다고 될 게 아니라는 거.”
다시 박정구가 위협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뭔가 크게 착각을 하시네. 제가 고현석 씨한테 그런 말을 해 줄 입장이 아니라니까요. 그리고, 내가 그 양반 걱정해 줄 필요도 없고. 그러니까 나한테 자꾸 말하지 말고…”
“그럼 너는 뭔데?”
“나? 흑막이라던데?”
“응?”
“모르면 됐고.”
“…”
“근데, 나는 오히려 박정구 님이 좀 걱정인데?”
“나? 왜?”
“아니, 고현석 갑질하는 거 고발하겠다고 영상 올리면 말이에요. 본인이 순간 팍 쫄아버리는 것도 다 담길 텐데 그걸 어떻게 감당하려고?”
사실 박정구 같은 성격의 소유자들이 제일 겁내는 건, 쫄은 거 들키는 거니까.
“뭐야? 내가 언제 쫄았다고 그래!”
박정구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아. 몰라요. 내가 그런 것까지 본인한테 해설해 줘야 되나. 본인이 쫄았는지 안 쫄았는지는 본인이 잘 알겠지.”
“…”
“그리고 유튜버니까 잘 아시겠지. 그날 영상 내 메모리카드에도 있어요. 이상하게 편집해서 올리면 나도 원본 올릴 거라는 걸 참고로 말씀드립니다.”
“흥.”
박정구가 코웃음을 쳤다.
“왜요?”
“말은 그렇게 하면서 고현석 똥꼬 빨아주고 있으면서 뭘 아닌 척 하냐?”
“제가 뭘요?”
“내가 영상 올리면 너도 대응 영상 올리겠다며? 그게 지켜주려는 거 아냐?!”
박정구가 따지듯이 물었다.
“아닌데요.”
“그럼 뭔데?”
“이상한 편집본을 박정구 채널이 올렸는데 그거 정정하는 영상을 올린다? 우리 채널 조회수랑 구독자 폭발하겠구만. 그래서 하는 거죠.”
“…”
잠깐 침묵이 흘렀다.
“너 진짜 뭘 믿고 설치냐? 진짜 쥐도 새도 모르게 가는 수가 있다.”
‘어디로? 볼리비아로?’
‘볼리비아 드립’을 한 번 더 하려다가, 속으로만 중얼거리고 한 번 참았다.
너무 자주하면 재미없지.
“어쨌든, 자주 전화하지 마세요. 따라오지 마시고. 본인 콘텐츠만 잘 찍어도 평화롭게 살겠구만 왜 남을 괴롭히려고 해? 진짜 알다가도 모르겠네. 끊습니다.”
“앗. 야!”
다시 냉정하게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웃으면서 약속장소인 카페로 들어갔다.
“하하하. 안녕하세요.”
상식이가 웃으면서 손을 내밀었다.
“아, 죄송해요. 통화 좀 하느라고.”
내가 그가 내민 주먹에 내 주먹을 부딪치며 말했다.
코로나 시대니까. 방역 악수를 해야지.
“좋은 소식인가 봐요. 웃으면서 통화를 하시고.”
카페 창문으로 내가 통화하는 장면이 보였던 모양이다.
“아앗. 그랬나요? 하하. 재밌는 통화긴 했죠. 유익하진 않았어요.”
내가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한참 기다리셨잖아. 빨리 앉아.”
미리 상식이와 인사를 나누고 앉아 있던 희연과 범수였다.
나는 박정구 전화를 받느라고 둘을 먼저 들여보낸 것이었다.
“얘기 좀 나눴어?”
내가 희연 옆에 앉으며 물었다.
“아니. 네가 와야 이야기를 하지.”
희연이 고개를 흔들었다.
희연과 범수는 이런 점에 있어서는 채널 주인장으로서의 내 권위를 철저하게 지켜주는 편이었다.
“응.”
나도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상식이를 향해 얼굴을 돌렸다.
“저번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저희가 너무 취재 대상이 되지 않는 그림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아. 네. 그런데 이런 건 얘기해 주실 수 있지 않을까요?”
상식이가 조심스럽게 자기 의견을 개진하기 시작했다.
“어떤 거요?”
“ 채널이 시청자들한테도 화제지만, 유튜버들한테 진짜 화제거든요. 다들 어떻게 이렇게 빨리 100만을 찍었는지가 다 관심사니까.”
“그렇겠네요.”
이런 데에까지 겸손을 떨면서 ‘에이 뭘요’라고 할 필요는 없겠지.
“그래서, 초반 진입 경험에 대해서는 좀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셔야 해요.”
“네. 그런 걸 넣는 건 좋아요.”
“오.”
내 말을 듣고 상식이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런데, 그걸 그냥 일방적으로 인터뷰 당하는 것처럼 썰을 풀긴 싫은 거죠.”
“그러면?”
상식이가 의아해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사실 간단하지 않을까요? 서로 번갈아가면서 묻는 거예요. 채널은 어떻게 초반에 흐름 탔는지. 거기에 대해서 뭘 했는지 제가 대답하고.”
“네. 아. 알 거 같네요.”
“네. 그 다음에는 제가 질문자 입장이 돼서 상식이 채널에 똑같은 질문 하는 거죠.”
“음. 알았어요. 그러면 간단하겠군요.”
“네. 그러면 정말 서로 평등한 토크쇼처럼 되겠지요.”
“좋아요. 그런데…”
상식이가 머리를 긁었다.
“네.”
“저희는 초반 상승세가 너무 초라한데.”
“혹시 초반에 유튜브 알고리즘 같은 거 생각하셨어요?”
“아뇨. 저희는 시작할 때 ‘그냥 좋은 영상 꾸준히 찍으면 구독자가 붙겠지.’ 이렇게 생각했었죠. 남들처럼.”
상식이가 부끄러워하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아하.”
내가 그 대답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대부분의 유튜버들이 그 마음을 갖고 시작하지 않을까요?”
옆에서 희연이 상식이를 달래듯이 말했다.
일단 실제로 만나본 상식이의 매너가 매우 좋았었기 때문에, 희연은 그에게 꽤 우호적인 태도를 갖고 있었다.
“그렇죠?”
상식이가 반가워하는 얼굴로 희연을 봤다.
“네. 저도 그랬었어요. 근데 그건 처음 유튜브 시작하는 사람이 하루에 100명, 500명일 때나 통하는 이야기 아닐까요? 지금은 우리나라에서만 하루에 5000명 이상이 채널 개설한다던데.”
“우와. 그렇군요.”
희연의 말에 상식이가 크게 수긍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제는 영상 퀄리티만으로는 알려지기 부족하죠. 알고리즘을 타야겠죠.”
“네. 맞아요. 알고리즘을 타야죠. 요즘에는 저희 채널도 알고리즘 분석을 많이 해요. 유튜브 본사나 구글이 그런 알고리즘에 대해서 알려주지 않으니까, 우리가 추리를 많이 해야죠.”
상식이가 고개를 계속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면 영상 찍을 방향은 정해졌네요.”
내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가요?”
“네. 일단 저희 채널은 초반부터 알고리즘을 생각했어요.”
사실 내가 처음 ‘스시맨’의 영상에 댓글 달 때부터 채널을 시작한 건, 알고리즘 관점에서 봤을 때는 신의 한수였다.
그리고 지금 박정구, 영건이와 싸우면서도, 박정구가 나에게 도발 영상을 올릴 때마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그 시청자들을 내 채널로 인도하게끔 신경쓰고 있기도 하고.
이런 사연만으로도 콘텐츠 채울 거리는 많다.
굳이 유튜버들 실명을 거론할 필요도 없고, 너무 구체적으로 밝힐 필요도 없다.
즉, 유튜버들에게 꽤 도움이 되는 영상 시리즈로 만들면서, 내 구체적인 정보는 많이 안 까도 되는 거다.
나로서는 손해 볼 일이 없지.
나는 초반에 스시맨과의 일화를 상식이에게 알려주었다.
“오. 그런 일이 있었구나…”
“네. 스시맨이 제 댓글을 지우는 바람에 지금은 증거가 남아 있지 않죠. 하지만 그 알고리즘 덕을 봤죠.”
“과연. 그렇군요.”
상식이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확실히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남자다. 유튜버로서 꽤 장점이 있는 캐릭터라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그리고, 상식이 채널은 우리가 초반에 했던 것처럼, 요즘에 이런 알고리즘 생각을 하는 거죠?”
“네. 그런데 우리가 알고리즘 생각하는 거하고 채널이 생각한 알고리즘이 꽤 다르네요.”
“더 잘 됐죠? 어차피 다 알고리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유튜브만 알겠죠. 우리는 추리만 하는 거고. 그러니까 여러 가지 추리를 서로 나누면서 소개하면 좋은 시리즈죠.”
“오.”
“ 시리즈 제목으로 어때요?”
“응. 구리다.”
희연이 옆에서 냉정하게 말했다.
“그러게. 좀 촌스럽다. 너무 90년대 방송 제목 같아.”
얌전한 모드로 있던 범수도 희연에게 맞장구쳤다.
“크읔. 즉흥적으로 생각해서 그렇잖아.”
내가 분한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