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th generation tycoon YouTuber RAW novel - Chapter (117)
“조용히 해. 잠깐 의견 나온 적 있을 뿐이야.”
고현석이 황급히 말을 짤랐다.
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매각설이 풀풀 돌아다니던 게 L자동차니까.
그런데 갑자기 경영권 경쟁이 생기면서, 그 매각설이 팍 들어갔다.
경영권 선거가 있는데 ‘매각할 건데요?’라고 얘기하다간 투표에서 질 게 뻔하니까.
‘그러고 보면 고장혁의 침공이 L자동차 생명을 연장했군.’
세상일은 이렇게 복잡하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카톡이 울렸다.
– 상식이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스크립트 만들어 봤습니다. 검토해서 촬영 들어가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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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세, 고현석과 어색하지만 꽤 화기애애한 저녁 식사가 진행되었다.
직접 경험하고도 믿어지지 않는 장면이다.
‘놀랍군.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살벌하게 싸워대던 사이인데.’
하지만 그게 돈의 힘이기도 하겠지.
이제 경영권 경쟁이 끝난 이상, 둘 다 L그룹 실적을 올리기 위한 공동의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되었다.
“원래 주력 라인업이 바뀔 리는 없겠지. 하지만 소위 말하는 트랜드를 리드하는 신모델 3개 정도 개발하고 L자동차 기업 이미지를 바꾼다. 이렇게 정리하면 되겠군요.”
고현세의 정리였다.
“맞아요. 이제 그 3대의 신모델이 뭘지가 문제지.”
고현석도 고개를 끄덕였다.
“여러 가지 의견들이 나올 거예요. 잘 수렴해 보세요. 그동안 저는 열심히 자동차 체험 영상 찍을 테니까.”
나는 이렇게 말하고, 한 가지 확인하기 위해 질문을 던졌다.
“테스트 드라이브 코스 공사는 언제 시작해요?”
“그거. 2~3주 안에 기획서 나올 거야.”
“그냥 레이스 트랙 같은 거 만들면 경쟁력이 떨어지니까, 험로 코스, 스트레스 코스 같은 거 만드는 게 좋을 거예요.”
“음? 그게 뭔데?”
“차 성능 테스트하는 게 여러 개 있잖아요. 누가 누가 빨리 달리나 보는 코스만 만들면 용도가 뻔해요.”
내가 이렇게 말하고, 유튜브를 검색해서 해외에 있는 테스트 드라이브 코스 영상을 찾아 보여주었다.
“오오.”
고현세와 고현석의 눈이 커졌다.
“오프로드 성능도 테스트하고요. 그리고 이 트랙 있죠? 100km를 달리면 1만 km 달린 효과가 있대요.”
“내구성 테스트네!”
고현세가 감탄했다.
“네. 그리고 언덕 코스도 있고. 레이싱 트랙 없이 만들면, 생각보다 공간도 아낄 수 있을 거예요. 이런 영상들 좀 많이 찾아보세요.”
“오오. 그렇구나.”
고현석보다는 고현세가 훨씬 좋은 반응을 보이며 설명을 들었다.
“오케이. 테스트 드라이브 코스 기획서 올라오기 전에 제가 공부 많이 해 놓을게요. 커즌!”
고현세가 고현석을 향해 말했다.
“… 알겠어요.”
고현석이 ‘커즌’ 같은 호칭을 좋아하지 않는 건 나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상황이 긍정적으로 흘러가니, 그도 굳이 호칭에 토를 달거나 하지는 않았다.
“혹시 공사 확정 나면 홍보할 거죠?”
“아. 해야지. 이건 공중파 뉴스에 보도자료 뿌려도 다뤄 줄걸?”
고현석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일부러 ‘공중파’ 발음을 강조하면서.
나를 자극하기 위한 걸까?
‘유튜버가 공중파 얘기하면 질투할 줄 아나 봐…’
“하하하. 유튜브로도 알릴 거죠?”
“그래야지!”
고현석의 의도를 눈치채지 못한 고현세가 해맑게 대답했다.
“오. 좋아요. 그럼 제가 만들어지는 도중에 영상 몇 번 찍어도 될까요?”
“하하하.”
고현석이 웃었다.
“나는 왜 우리 L자동차 정책이 너 영상 만들 거리 만드는 방향으로 가는 거 같지?”
“어우. 그렇게 얘기하지 마요. 부라더가 영상 찍으면 그게 우리 광고가 되는 건데? 광고의 최종 수혜자는 원래 광고주라고.”
고현세가 나를 두둔했다.
“하하. 그러게요. 확실히 L그룹 사람들이 제 영상 찍는 데 많이 밀어주긴 했죠. 근데 뭐, 서로서로 도움 되면 좋잖아요.”
이렇게 말하고, 나는 고현석을 보고 씨익 웃어주었다.
“형님도 다 아시는 얘긴데 일부러 또 심통 내시네.”
나도 이렇게 말하고, 술잔을 내밀어 건배를 제의했다.
“으그…”
고현석이 내 반응에 질렸다는 듯이 이를 악무는 소리를 냈다.
하지만 어쨌든, 어색하지만 화기애애하고 보람 있는 자리였어.
좋은 식사 영상을 건졌음은 물론이다.
* * *
다음 날, 상식이의 스튜디오를 방문했다.
– 첫 합방은 상식이네 스튜디오. 두 번째 합방은 스튜디오.
이렇게 순번을 짜기로 합의를 보았다.
상식이의 양보 때문이었다.
그는 우리 스튜디오 방문 희망을 꾸준하게 내비쳤었다.
하지만 취재가 아닌 ‘수평적 합방’을 주장하면서, 스튜디오도 제3의 장소를 잡자고 제안했었다.
그런데 상식이가 ‘그럴 거면 우리 스튜디오에서’라는 절충안을 통해 양보해 온 것이다.
“솔직히, 합방을 할 거면 어느 한쪽의 스튜디오보다 제3 스튜디오가 더 그림이 어울리게 나오지 않나?”
내가 중얼거리자, 범수가 말했다.
“글쎄. 그냥 상식이 입장에서는 자기들이 우리 스튜디오에 들어갈 수 있는 특권을 누렸다, 이런 거 자랑하고 싶어하는 거 아닐까?”
“흐음. 그러려나? 그게 뭐 자랑할 게 되지.”
내가 턱을 만지며 중얼거렸다.
“그건 우리 생각이고. 일단 100만 구독자를 넘었으니 우리는 나름 떠오르는 별이라고. 상식이 입장에서 우리하고 동급 취급을 받는 걸 자랑하고 싶어할 수도 있어.”
말이 안 되는 얘기는 아니었다.
“어쨌든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 다른 채널 스튜디오 궁금한 건 당연한 거 아냐? 나도 오늘 상식이 스튜디오 방문하는 거 은근히 기대되는데.”
범수가 내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그래. 내가 너무 과민인 걸지도.”
나도 이렇게 인정하며, 상식이의 스튜디오에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범수와 나는 인사하고 상식이의 스튜디오로 들어갔다.
“오. 어서오세요! 영광입니다!”
상식이가 웃으며 맞이했다.
“이쪽은 우리 촬영. 이쪽은 우리 피디.”
그리고 자신의 스태프들을 우리에게 소개시켜 주었다.
둘 다 20대 중반 정도의 젊은 남자들이었다.
“반갑습니다. 저는… 별명이 어쩌다보니 ‘퍼플 마스크’가 됐어요. 그리고 이쪽은…”
내가 소개를 하려 하자, 범수가 직접 나섰다.
“저는 범수예요. 저는 의 촬영하고 편집을 맡고 있어요. 반갑습니다.”
“네. 네. 반갑습니다.”
상식이와 범수는 인사를 미리 나눈 사이다.
이번에 범수의 자기소개는 상식이의 스태프들을 향한 거였는데, 그들이 대답하기 전에 상식이가 대신 반응해버렸다.
‘뭐야. 결국 스태프들 이름도 못 들었네.’
하지만 유튜브 업계에서는 이름을 밝히는 게 그렇게 필수적인 게 아니라서, 별생각 없이 넘겼다.
“좋아요. 그럼 스크립트 짠 것대로 한번 리허설 해 볼까요? 앞부분 한 3분만 대화 나눠 보고 바로 녹화 진행하죠.”
“오. 네.”
내가 살짝 머뭇거리자, 상식이가 웃으며 물었다.
“왜요?”
“사실 저희는 리허설 없이 그냥 바로바로 찍었었거든요. 리허설 얘기 나오니까 오히려 긴장되네요. 하하.”
“하하하. 그러네요. 저희도 사실 이렇게 찍는 경우가 많지는 않아요.”
상식이가 웃었다.
“좋아요. 그럼 저도 카메라 셋팅 좀 할게요.”
범수도 편한 표정으로, 장비 셋팅을 마쳤다.
“자, 한번 자연스럽게 가 볼까요.”
“네.”
상식이가 진행의 주도권을 잡았고, 나도 그 흐름에 몸을 맡겼다.
“안녕하세요. 요즘 가장 핫한 채널. 의 운영자, ‘퍼플 마스크’님을 모셨습니다.”
카메라를 보고 오프닝 멘트를 친 상식이가 나에게 시선을 돌렸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보라색 마스크를 쓰고 오셨네요.”
“네. 하하. 어쩌다 보니 그렇게 별명이 굳어져서요. 카메라 앞에 설 때에는 보라색 마스크를 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내가 웃으면서 답했다.
사실 이 스튜디오에 도착하기 전에는 평범한 흰색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그편이 불필요한 신분 노출을 막는 데 도움이 되니까.
특히 요즘처럼 박정구 같은 애들한테 스토킹까지 당하는 때에는 더더욱 절실하다.
“자, 거두절미하고. 이 초반에 구독자를 모을 수 있었던 비결을 설명해 주시죠!”
“아, 네. 일단, 유튜브 알고리즘이 중요하죠. 유튜브뿐 아니라, 플랫폼들이 푸시해주는 알고리즘 특성을 좀 아는 게 중요해요.”
내가 대답을 시작했다.
“예를 들면?”
“가령, 초보 채널이 만든 영상이 어떻게 알고리즘을 타서 다른 사람들의 홈 화면에 푸시될지가 문제잖아요?”
“그렇죠.”
“그러면 결국 다른 영상을 보는 알고리즘을 타야 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알고리즘으로 묶여야 하는 거죠.”
“오. 그렇겠네요.”
“그런데 이 알고리즘으로 묶이는 원리가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거랑 좀 달라요. 가령…”
“오케이. 여기까지.”
상식이가 내 말을 끊었다.
“리허설만 해 봐도 딱 알겠네. 설명 엄청 잘하시네요? 목소리도 좋고. 딕션도 훌륭하고.”
상식이가 나를 칭찬했다.
“감사해요.”
내가 머리를 긁으며 대답했다.
“화면 어때?”
“좋습니다!”
상식이가 묻자, 스태프가 호쾌하게 대답했다.
“범수 님이 보시기에는 어때요?”
“아주 좋아요!”
범수도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그려 보이며 대답했다.
“좋아요. 그럼 리허설 여기까지 하고, 시작할까요?”
“아. 잠깐만요.”
“응?”
“일단 상식이 님이 묻고 제가 답하는 거 한번 리허설했으니까.”
“네.”
“이번에는 바꿔서 제가 질문하고 답변하시는 것도 리허설 한 번 하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아. 그럴까요.”
“네. 제가 중간의 아무 질문이나 던져볼게요.”
“알겠어요.”
상식이가 자세를 가다듬으며 대답했다.
“상식이 채널은 처음에 알고리즘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고 채널 운영하셨다고 들었어요.”
“네. 맞아요. 저희는 그냥 재미있는 영상 많이 올리면 구독자가 붙을 줄 알았어요.”
“그러면 아무래도 궤도에 오르는 데 좀 오래 걸리셨겠어요.”
내가 차분하게 물었다.
“맞아요. 사실 우리 생각보다도 너무 오래 걸렸죠.”
상식이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러면, 중간에는 알고리즘을 쓰셨나요?”
“네. 그런데, 저희가 알고리즘을 쓴 사실을 나중에 깨닫게 된 것도 많아요.”
“그 말씀은?”
“그때는 알고리즘 타는 행위인지 몰랐다가, 나중에 알게 된 거죠.”
“아하.”
“여기까지 하면 될까요?”
상식이가 웃으며 물었다.
“아. 네. 리허설은 이 정도면 충분할 거 같아요.”
“네. 질문하고 진행도 굉장히 잘하시는데요. 진짜 유튜브 인재신 거 같아요.”
상식이가 다시 칭찬했다.
“어휴. 자꾸 칭찬하시니까 너무 어색해요.”
내가 쓴웃음을 지었다.
“자, 그럼 본 녹화 진행합시다!”
상식이의 진행과 함께 녹화가 시작되었다.
처음 소개와 인사, 그리고 알고리즘 질문까지 리허설과 똑같이 진행되었다.
“그러니까, 어떤 채널하고 알고리즘이 엮일 때, 역설적으로 사이 좋게 있는 것보다 싸우는 게 더 강하게 엮이는 면이 있다는 거네요?”
알고리즘에 대한 내 설명이 이어진 후, 상식이가 물었다.
“네. 맞아요. 하하.”
“그렇구나. 결국은 초반에 몇몇 채널하고 싸움 붙은 게 처음 구독자 붙는 데 꽤 큰 작용을 했겠네요.”
“네.”
일단 여기까지는 ‘유튜브 알고리즘’을 주제로 한 오늘 영상의 제목에 맞게 진행되고 있었다.
“그런데 그렇다고 다른 채널한테 싸움을 거는 건 권하지 않는다고요?”
“네. 사실 그게 밉상으로 보이기 마련이니까요. 저희는 결과적으로 싸운 게 됐습니다만, 사실 일부러 싸움을 걸지는 않았었어요. 그걸 조심하셔야 할 거 같아요.”
“흐음. 그렇군요.”
상식이가 눈을 가늘게 뜨더니, 말투를 약간 바꿨다.
“그런데, 처음에는 알고리즘으로 방문했다고 하더라도, 그 시청자를 계속 잡아두려면 콘텐츠의 문제가 되잖아요?”
“그렇…지요.”
이건 스크립트에 없는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