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th generation tycoon YouTuber RAW novel - Chapter (120)
내가 쓴웃음을 지었다.
매드미니의 댓글은 채널 관리자가 상단 고정까지 시켜 놓았다.
“크크크. 여기 와선 대접받네.”
범수가 웃으며 말했다.
“야. 우리도 매드미니 댓글 몇 개 상단 고정 좀 시켜줘야겠다.”
내가 말하자, 희연이 외쳤다.
“왜? 나 그거 보면 기분 더럽다고.”
“아니. 너네가 너무 반가워하니까.”
내가 킥킥 웃으며 말했다.
“흐흐. 됐거든.”
범수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갑자기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상식이 이 자식. 우리가 말해준 거 이렇게 영상에 쓰면 걸릴 줄 몰랐던 걸까?”
“우리를 다루는 채널이 너무 많으니까, 내가 하필 이 채널을 콕 찝어서 검색할 줄 몰랐겠지.”
“아하.”
“게다가, ‘배우 시절부터 알려졌다’라고 연막을 쳤잖아? 내가 고등어 얘기로 따지면, ‘그거 아는 사람이 나만 있어요?’라고 받아칠 생각이었겠지.”
“흐응.”
희연이 턱을 만지더니, 물었다.
“어떻게 할 거야?”
“그러게. 바로 뒤집을까?”
범수도 말했다.
“글쎄. 그러면 재미 없지 않겠냐?”
내가 웃으며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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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어. 잘 있었어?”
김상현 교수. 우리 학교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학과 학과장이다.
나는 이번에 그의 강의, ‘미디어와 이미지 메이킹’과 ‘미디어 스토리텔링’ 두 과목을 수강 신청 했다.
40세 초반의 교수치고 젊은 나이. 게다가 수업이 재미있다.
아마 우리 학과에서 가장 인기 많은 교수님일 것이다.
내가 ‘우리 과 교수님 말씀’이라고 인용한 말 중에, 이 양반 말이 많기도 했고.
“안녕하셨어요.”
나도 반갑게 인사했다.
이번 주는 모처럼 ‘대면출석강의’를 진행하게 되어서 학교에 나왔다.
그런데 김상현 교수가 나한테 카톡을 먼저 보낸 것이다.
– 현준이 요즘 잘 지내는 거 같던데. 혹시 학교 일찍 왔으면 수업 전에 내 연구실 잠깐 올래?
– 교수님 안녕하셨어요. 그럼 수업 시작 30분 전에 찾아뵙겠습니다.
– 오케.
‘내가 유튜브하는 걸 교수님도 아는 모양이네.’
나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잠깐 시간을 보내다가 교수 연구실 문을 두드린 것이다.
“어. 어. 앉아. 코로나라서 학생들 얼굴 보기 힘드네. 우리 거의 반년 만에 보는 거 아냐?”
“네. 맞아요. 하하.”
“그러게. 1학기 때도 초반에 잠깐 얼굴 보고 또 못 봤지. 그때는 진짜 코로나 금방 끝나는 줄 알았는데.”
“네. 이번 학기도 그렇게 안 됐으면 좋겠네요. 학교 오는 길 잃어버릴 뻔했어요.”
내가 농담을 던졌다.
“흐흐흐.”
김상현 교수가 웃음 짓더니, 진지한 표정이 되어 질문을 던졌다.
“유튜브 활동하는 거 봤어. 대단하던데?”
역시. 내 유튜버로서의 소식을 알고 있기 때문에 나를 따로 부른 거다.
“어. 교수님도 아시는군요.”
“우리 과에서는 아마 다들 아는 거 같던데? 학생 한두 명이 알게 되면 전 과에 다 퍼지니까.”
“네. 혹시…. 구독해 주셨어요?”
“응. 그럼. 했지.”
김상현 교수가 씨익 웃으면서 답했다.
“내가 많이 응원하고 있어.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교수님이 구독까지 해주셨으면 그것만으로도 영광이죠. 도움도 되고.”
사실 내가 유튜브를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면, 다른 것도 많이 알게 됐다는 얘기다.
출생의 비밀, 엄마의 정체, 재산 수준 등.
하지만 김상현 교수는 스승답게, 그런 얘기는 전혀 꺼낼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이러니까 학생들한테 인기가 많지.’
“현준이도 알다시피, 나는 우리 과 학생들한테 항상 얘기하잖아. 자기 미디어를 통해서 최대한 빨리 자기 표현을 시작하는 게 좋다고.”
“네. 네. 그래서 유튜브 하는 친구들 응원도 많이 해주시죠.”
“응. 그래서 희연이가 우리 과에서 제일 구독자 많은 친구였는데, 여름방학 한 번 보내고 왔더니 그 순위가 완전히 바뀌었어. 놀랄 일이지.”
“솔직히 뭐, 운이죠. 희연이도 제 채널 같이 해요.”
“맞아. 그건 알고 있지. 일종의 MCN(멀티 채널 네트워크)네.”
“하하. 맞아요.”
내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살짝 망설이다가 김상현 교수에게 털어놓았다.
“사실 라고, 라는 채널에서 멤버들이 이번에 갈라져 나온 채널이 있어요.”
“오. 알고 있지.”
“그 채널도 저희하고 같이 네트워크 소속됐어요.”
굳이 남들에게는 알리지 않는 정보지만, 김상현 교수에게는 알려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오. 그럼 현준이는 벌써 채널 하나의 주인이 아니라, 어엿한 MCN 하나 갖고 있는 수장이네?”
“헉. ‘수장’이요? 좀 거창한데.”
“하하. 그래도. 그게 맞지. 내가 겉으로 파악한 것보다 훨씬 대단하군.”
“사실 그거 관련해서 교수님한테 말씀드릴 게 있어요.”
“오. 뭔데?”
“이번에 강의 과제요.”
“응.”
“미디어에서 이미지 만드는 사례 하나 조사해서 과제 작성하라고 하셨잖아요.”
“그랬지?”
김 교수는 호기심을 보이며 계속 맞장구쳐 주었다.
“그래서 제가 요즘 유튜브 트렌드를 갖고 과제를 작성하려고요. 과제 취지하고 맞을지 교수님한테 여쭤보고 싶었어요.”
“오. 뭔데?”
“안 그래도 MCN 말이 나왔잖아요.”
“응. 그렇지.”
“이게 얼마나 된 건지는 모르겠는데, 대단히 많은 채널들이 남들 몰래 새끼 채널을 운영하고 있어요.”
“새끼 채널?”
김 교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네. 한마디로 말하면, 요즘 잘나가는 채널들이 사실은 MCN의 ‘수장’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거예요. 그런데 그 사실을 숨기고 있다는 거고.”
나는 일부러 김상현 교수가 사용한 ‘수장’이라는 말을 다시 사용하면서 설명했다.
“오. 좀 자세하게 말해 봐.”
확실히 공부 열심히 하는 사람다운 김 교수의 반응이었다.
호기심으로 눈을 반짝이며, 말을 계속하기를 재촉했으니까.
“일단 저부터가 그래요. 채널 시작하고 얼마 안 돼서, 희연이를 영입했거든요.”
“아.”
“희연이를 그냥 출연자로 영입하고 끝난 게 아니라, 아예 채널로 영입한 거예요. 물론 일반 MCN처럼 수익 배분을 건드리지는 않았지만.”
“그러네. 희연이를 스카웃한 거에 그치는 게 아니라, ‘연님’이라는 채널을 영입한 거군.”
“맞아요. 그리고 또 얼마 지나지 않아서 를 영입했고.”
“음. 음.”
“저만 해도 이렇게 됐는데, 이게 되게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이더라고요.”
“자연스럽다? 무슨 의미일까.”
“채널을 키우려고 이것저것 시도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채널을 하나 더 만들어 볼까?’, ‘저 채널이랑 합쳐 볼까?’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는 거죠.”
“아하.”
김 교수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그거 말 되네. 그래서?”
“그래서, 그 관점으로 봤더니, 상당히 많은 채널들이 MCN처럼 운영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예를 들면?”
김 교수가 호기심을 드러내면서 계속 뒷 말을 재촉했다.
“박정구 아세요?”
“박정구? 그 깡패 유튜버?”
“오. 교수님. 역시! 아시는구나.”
확실히 김상현 교수는 유튜브 모니터링을 열심히 하는 게 분명하다.
분명 김상현 교수의 나잇대 시청자들이 즐겨 볼만한 콘텐츠가 아닌데 말이지.
“알지. 나름대로 유명한 사람인데. 교수는 취향과 안 맞아도 유명한 건 다 보려고 노력해야 해.”
김 교수가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네. 네. 그 인간도 공공연하고 새끼 유튜버 채널들을 많이 거느리고 있어요. 그걸 가지고 자기 세를 과시하는 데 사용하죠.”
“오. 그렇군. 맞아. 합방 많이 하면서 그렇게 하는 거 같아.”
“네. 그런데 반대로, MCN 운영하는 걸 철저하게 숨기는 곳도 많아요.”
“예를 들면?”
“은 아세요?”
“응? 그건 잘 모르겠는데.”
김 교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래도 상식이와 박정구는 구독자 단위 수가 0 하나 차이 나니까.
“그런 데가 있어요.”
나는 간단하게 김 교수에게 상식이 채널에 대해 설명했다.
“음. 음. 그런 데구만.”
“네. 그런데, 여기가 우리한테 무슨 짓을 했냐 하면요….”
나는 상식이에 대해 우리가 알아낸 걸 설명했다.
“와우. 그걸 거짓말을 섞어서 대응해서 알아냈다고?”
김 교수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네. 맞아요.”
“와우. 대단한데.”
김 교수가 감탄했다.
“그런 식으로, 겉으로는 멀쩡한 채널 얼굴마담처럼 하나 띄워 놓는 거죠. 겉으로는 멀쩡한 취재하는 척하면서, 취재 과정에서 얻게 되는 자극성 있는 정보를 숨겨놓은 채널로 업로드하고.”
“와. 그거 머리 잘 썼네.”
“그리고 제가 당한 건 아니지만, 이런 것도 있어요. 자동차 채널인데, 자기 새끼 채널들을 많이 만들어요. 그런데 원래 엄마 채널이 세니까, 그 콩고물 받아먹고 금방금방 크는 거죠.”
“흐음. 그건 어딘데?”
나는 유튜브에서 채널 세 개를 찾아서 교수에게 보여주었다.
“뒤에서 밀어주는 큰 채널이 있으니 금방 크는 건 당연하잖아요? 근데 그 사실 자체 때문에 이 채널들이 더 빨리 크는 거죠.”
“호오.”
“깡패처럼 세를 과시하려는 MCN. 뒤에서 나쁜 짓 하려고 만든 MCN. 돌풍을 일으키는 척하려고 만든 MCN. 이런 게 엄청 많더라고요.”
내가 정리하자, 김 교수가 물었다.
“그러니까, 이게 ‘미디어와 이미지 메이킹’과 갖는 관련성은?”
“있죠. 다 겉으로 드러내는 이미지 만들어내려고 MCN 이용한 사례니까.”
“오. 오. 그러네. 있어.”
김 교수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학기에 이거 조사해서 과제로 내려고 하는데 괜찮을까요?”
“오오.”
김 교수가 기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유튜브 대박 쳐서 현준이가 공부 열심히 못하겠다고 할까 봐 걱정했었는데, 오히려 연구 프로젝트를 다 만들어 놨네?”
“헤헤. 현장에 있으니까, 아무래도 도움이 되더라고요.”
“맞아. 맞아. 아무 것도 안 하고 공부만 열심히 하는 학생들보다, 뭐라도 현장에서 부딪쳐 보고 공부하는 애들 성과물이 좋을 때가 훨씬 많거든. 안 그래도 현준이는 우수한 학생이었는데, 오히려 유튜버 활동이 시너지가 되겠네. 나는 기쁘다.”
“그런데…”
내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응? 뭔데? 말해 봐.”
“아무래도 이건 저 혼자 하는 건 아니니까요. 동료들과 해도 돼요?”
“동료? 희연이? 응. 그렇지. 둘이 같이 채널 운영하니까. 둘이 같이 과제로 작성해. 둘이 하는 대신 자료는 좀 많이 모으고. 그러면 인정해 줄 수 있지.”
“저, 한 명 더 있는데.”
“응? 그랬어? 누구? 우리 과 동료가 한 명 더 있나?”
“범수라고….”
“범수? 범수?”
김상현 교수가 잠깐 생각을 더듬는 표정을 지었다.
“아! 범수! 걔도 같이 했었어?”
“어휴…. 걔가 편집을 얼마나 잘하는데요.”
우리 채널에서 범수의 존재감을 좀 더 키워줘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 * *
이틀 후, 상식이와 나는 두 번째 촬영을 시작했다.
“우와! 여기가 그 말로만 듣던 스튜디오네요! 영광입니다.”
상식이가 예의 그 매너 좋은 태도를 보이며 스튜디오로 입장했다.
“네. 하하. 어서오세요.”
나와 범수, 그리고 희연이 모여 상식이와 두 명의 스태프를 반갑게 맞이했다.
“오. 오늘은 연님씨까지 계시네! 반갑습니다!”
상식이는 희연에게도 인사를 건네는 것을 잊지 않았다.
“네. 네. 반가워요.”
희연도 웃으면서 인사를 했다.
셋 다 상식이가 얄미웠지만, 모두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어서 와! 과제 조사 자료!’
“하하하. 세 분 다 너무 반가워해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르겠는데요.”
“후훗. 반가워서 그렇지요.”
상식이는 자기가 우리를 ‘이중 취재’하고 있는 줄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보기에, 이제 취재를 하는 쪽은 우리다.
“그런데 진짜 여기 들어오려면 격투기 도장을 통과해서 와야 되네요.”
“네. 하하. 나름의 안전장치죠. 같이 합방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