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th generation tycoon YouTuber RAW novel - Chapter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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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세 형이라고 있어요. 제 친척.”
내가 웃으면서 넘겼다.
“이번에 L자동차 실권 잡은 분이 고현세 씨잖아요. 그래서.”
상식이가 포기하지 않겠다는 듯이 더 물고 늘어졌다.
“사실 이현세 씨예요. 아시죠? .”
“헉.”
희연과 범수가 벙찐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 뭔 개소리야.
둘의 눈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래. 내가 생각해도 이건 좀 썰렁하긴 하군.
“푸하하. 이현세 씨랑은 성부터 다르잖아요.”
“그건 고현세 씨도 마찬가지죠. 저 고씨 아닌데요?”
“아.”
상식이가 머리를 긁었다.
고씨 가문하고 내가 성이 다르다는 건 이럴 때 꽤 편하단 말이지.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자. 캐비어나 먹읍시다.”
나는 이렇게 말하고, 캐비어를 숟가락으로 아주 조금 떠서 입에 넣었다.
“그거 그렇게 먹는 거 맞아? 뭐에 발라 먹는 거 아닌가?”
희연이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그러게. 이거 너무 조금이라 여러 가지 방법으로 먹어볼 엄두도 잘 안 나는데!”
범수도 울상을 지으며 외쳤다.
어라. 캐비어라는 게 친구들하고 먹으니 이런 왁자지껄한 재미가 있군.
“음. 음.”
나는 캐비어를 입에 넣는 바람에 희연과 범수의 말에 대답할 수 없었다.
혓바닥으로 조그만 생선알을 입천장에 누르고 있는데 말을 할 수가 없지.
‘이거 시끄러운 놈 말 못 하게 할 때 딱이겠는걸…’
나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혀끝에 더욱 힘을 줬다.
– 툭.
“음. 음!”
아까 서빙하는 점원이 ‘치즈 향’이라고 얘기하긴 했지만, 좀 다르다.
무슨 치즈를 얘기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짠맛과 발효한 것 같은 맛이 나니까 그런 표현을 쓴 거겠지.
‘하기야. 진짜 향이 똑같으면 이 비싼 거 대신 치즈를 먹겠지.’
나는 이렇게 생각하면서, 녹진한 액체 상태가 된 캐비어를 꿀꺽 넘겼다.
“캬아.”
내가 과장된 연출을 하자, 범수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어때? 비려?”
“야. 너는 고급 캐비어 먹은 사람한테 겨우 물어보는 게 그거냐?”
희연이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다.
그래도 범수가 뜬금없는 질문 던져주는 바람에 영상은 재미있게 나오겠네.
“나 비린 거 잘 못 먹는단 말야.”
“바다 맛이 나긴 하는데, 비린 거하고는 차원이 달라. 일단 먹어 봐.”
캐비어를 다 삼킨 내가 범수를 보고 말했다.
“으응.”
약간 자신 없게 대답하는 범수.
“자신 없으면 바게트에 발라서 먹어봐.”
“나는 그냥 먹어볼래!”
“희연이도 캐비어 처음 먹어보나?”
희연이 나름대로 유복한 집 출신이라고 어렴풋이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질문이 나왔다.
“먹어본 적은 있는데, 저 입천장에 누르는 얘기는 처음 들어보는데.”
“오.”
“우웃. 짜다.”
범수가 한 입 먹고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비린 맛은 안 나네.”
“야. 캐비어 먹은 소감이 너무 구리다. 얘는 편집하자.”
희연이 나를 보고 말했다.
“범수는 아무래도 캐비어 몇 번 더 먹어봐야 할 거 같다.”
“아냐. 아직 조금 남았으니까 그 방법으로 나도 먹어볼래.”
“하하하. 세 분 다 재밌으시네.”
옆에서 보고 있던 상식이가 웃었다.
“그러니까요. 스태프들 오셨으면 분들도 주거니 받거니 재밌게 드셨을 거 같은데.”
“하하하. 저도 열심히 이 화면에 동화되겠습니다.”
언뜻 들으면 멋진 멘트 같지만 아니잖아.
그냥 스태프들하고 밥 먹으라고.
“사실 이, 돈 많이 쓰는 다른 채널들하고 다른 점이 이런 거 같아요.”
상식이도 자기 캐비어를 맛보고 난 다음 이렇게 말했다.
“아이. 그 말 하기 전에 캐비어 소감부터 좀 말해야죠.”
희연이 상식이의 말을 끊었다.
“앗. 죄송.”
“같이 유튜브하는 사람들끼리 눈치가 없으셔.”
희연이 웃음 섞인 얼굴로 상식이에게 면박을 줬다.
장난 반, 진담 반.
“아, 네. 제가 보기에 오늘 캐비어는 견과류 맛이 조금 부족하네요. 오세트라 캐비어는 원래 치즈 향도 치즈 향이지만, 견과류 맛이 나는 게 특징이거든요. 아까 점원도 견과류 얘기를 안 한 게, 그거 때문이 아닐까 해요.”
“오오오!”
“우와.”
범수와 희연은 물론이고, 나까지 감탄사를 뱉었다.
“캐비어 잘 아시나 봐요?”
“아. 저도 그냥 주워들은 거예요.”
“그래도 멘트 하나 제대로 뽑아주시네. 세 명의 캐비어 초짜와 한 명의 캐비어 익스퍼트가 먹는 그림이 나왔어요.”
어차피 이런 말은 다 편집하면 되니까, 자연스럽게 말을 던질 수 있다.
그래도 유튜버들답게, ‘이건 영상으로 뽑을 만한 멘트인데?’라고 하면, 약간 쉬었다가 말투를 살짝 바꿔서 말한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도 의도를 알고 잡음이 섞이지 않도록 도와주고.
자유로운 대화를 하는 거 같지만 중간중간에 멘트를 살리는.
이게 유튜브를 시작하고 자연스럽게 자리잡게 된 우리들의 습성 같은 거다.
그리고 상식이도 금방 이 분위기를 탔다.
“오. 상식이 님도 촬영에 금방 잘 따라오시네요.”
내가 칭찬해주자, 상식이도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어쨌든, 아까 하던 얘기 계속하면.”
희연이가 자른 그 말이었다.
“네.”
“딱 봐도 이 돈이 많잖아요? 그건 솔직히 부정 못 하지. 사는 물건도 그렇고, 묵는 호텔도 그렇고. 지금 이 캐비어도 그렇고.”
“맞아요. 뭐.”
내가 어깨를 으쓱했다.
“근데 다른 돈지랄 채널들하고 다른 게 뭔지 알아요? 아, 죄송해요. ‘돈지랄’이란 말 기분 안 나쁘죠?”
“네. 업계 용어니까.”
이번에는 희연이 어깨를 으쓱했다.
“네. 다른 돈지랄 채널들은 출연자들이 이런 식이에요. ‘나 이거 맨날 한다?’ 이런 거.”
“아. 그런 게 좀 있죠.”
나는 상식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거 같았다.
“그런데 영상은 다 ‘이거 나 처음 해 봐! 너무 신기하다! 너무 좋다!’ 이런 식이거든요. 이게 독자들한테 매력으로 다가가는 거 같아요.”
“흐음. 그럴 수도 있겠네요.”
내가 턱을 만지며 말했다.
사실 이렇게 말했지만, 꽤 쓸만한 평가다.
“확실히. 비싼 체험을 해 봐도 해맑게 하는 이미지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겠군.”
“뭐. 그건 걱정 말라고. 다 처음 해보는 거 맞으니까.”
범수가 말했다.
“자. 그럼 이제 와인을 마셔 볼까요. 캐비어에 정신 팔려서 순서가 좀 밀리긴 했지만.”
내가 말했다.
“네.”
우리는 소믈리에가 따라준 와인잔을 슬슬 돌린 다음, 조심스럽게 입에 넣었다.
사실 와인잔을 돌리는 것도, 그냥 흉내만 내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에 비해 상식이는 와인잔을 돌리고, 잔의 벽을 타고 흘러내리는 와인을 바라보는 등, 꽤 있어 보이는 행동들을 하고 있었다.
‘그래. 저런 행동은 우리 채널에 안 어울린단 말야.’
내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상식이야 게스트니까 우리 영상에서 저렇게 해도 상관없다.
아니, 오히려 좋아.
나와 동료들이 와인을 돌리는 게 어설프다는 것을 부각시켜 주니까.
신기하다면 신기한 일이다.
지금 우리 세 명은 상식이가 얄미워죽겠거든.
하지만 편집을 거치면, 상식이는 지금 영상에서 거의 깨알 같은 역할을 해주게 될 거 같다.
편집은 멀쩡한 사람을 바보로 만들어주는 악마의 편집도 있지만, 앞으로 한 방 먹일 사람에게 마치 애정이라도 갖고 있는 것처럼 예쁘게 찍어주는 편집도 있다.
“근데 이건 뭐야?”
범수가 콘소메 젤리를 숟가락으로 뜨며 물었다.
“어휴. 분위기 파악 좀 해라.”
희연이 얼굴을 찌푸리고 말했다.
“왜?”
“지금 와인 시음했잖아? 그럼 와인에 대해 소감 말할 타이밍 아냐?”
“아. 그런가.”
이렇게 말하고 범수가 일단 뜬 젤리를 잽싸게 입으로 가져갔다.
“음! 음!”
범수가 눈을 크게 뜨고 감탄사를 내질렀다.
콘소메 스프를 젤라틴으로 굳힌 게 콘소메 젤리다.
저게 맛이 없을 리가 없지.
“크크크. 맛있냐?”
내가 웃으면서 말했다.
“캐비어보다 백 배 맛있다!”
젤리를 삼킨 범수가 외쳤다.
“하이고. 멘트 진짜 없어 보인다.”
희연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크루통과 트러플을 넣은 밤수프입니다.”
이렇게 시간을 끄는 동안, 다음 음식이 왔다.
“크루통? 비싼 건가? 이름만으로도 포스가 넘치는군!”
“…”
범수의 말에 희연이 다시 고개를 저었다.
“범수야.”
“응?”
“크루통은 스프에 넣는 튀긴 식빵 조각이야.”
“엇.”
범수가 벙찐 표정을 지었다.
“뭐야. 식빵쪼가리를 뭐 그렇게 멋있는 이름으로 불러?”
범수가 점원의 눈치를 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어휴. 그냥 프랑스어 명칭이 그런 걸 어떡해?”
희연의 말을 듣고, 범수가 나에게 고개를 돌렸다.
“너도 크루통이 뭔지 알았어?”
“아니. 몰랐어.”
내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거 봐! 이건 아는 게 비정상이야.”
“뭘 또 거창하게 정상 비정상 나누고 그래.”
희연이 얼굴을 찌푸렸다.
“하하. 정신이 없네요. 그래도 재밌습니다.”
상식이가 다시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
“죄송해요. 코스가 계속 나오니까 아무래도 좀 정신 없네요.”
내가 웃으며 말하자, 점원이 옆에서 조심스럽게 말했다.
“음식 내는 속도를 좀 천천히 할까요?”
“어. 아니에요. 영상 찍을 때는 오히려 텐션 안 떨어지게 이 속도가 좋아요.”
이렇게 말하고, 나는 상식이를 보고 물었다.
“괜찮으실까요?”
“어. 그럼요. 비싼 거 얻어먹는 입장에서 촬영 협조라도 열심히 해야지요. 하하.”
사람 좋은 상식이의 반응.
자연스럽게 정신 없는 대화가 진행되었다.
그리고, 상식이는 몇 번 내 인맥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더 정확히 말하면, 던지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코스가 계속 밀려 들어오는 정신없는 상황.
희연과 범수의 실랑이.
이런 거에 밀려서 내가 제대로 대답할 틈도 없이 상황이 돌아갔다.
희연과 범수도 대충 분위기 파악한 다음, 평소보다 더 열심히 실랑이를 벌였다.
‘아주 좋구만.’
나는 씨익 웃으며, 즐겁게 식사를 마쳤다.
“헉헉. 정신없었다. 오늘 식사 어떠셨어요?”
내가 상식이에게 말했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