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th generation tycoon YouTuber RAW novel - Chapter (130)
“오늘 점심 약속 있잖아.”
“네네. 지금 출발하실까요.”
“응. 응. 그러지.”
전무가 이렇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 중요한 미팅 있거든. 이 부장 말은 알겠어. 이거 되게 민감한 문제니까, 다른 사람한테 말하지 마? 알았지?”
“네. 알겠습니다.”
대화가 일방적으로 끊겼지만, 전무를 따라 자리에서 일어나는 이 부장의 표정은 밝았다.
이 부장도 전 전무를 상대한 지 오래됐다.
저게 거부의 의미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너 말이 되게 솔깃한데 내가 예스라고 했다고 공식화하긴 싫어. 긍정적 가능성을 열어놓고 내가 여러 가지 검토해 볼게.’
라는 의미가 담긴 행동이다.
결국 책임질 일이 생기는 위험성은 최소화하면서, ‘한번 알아볼게!’라고 하는 거다.
이 부장이 던진 얘기는 고현세와 고현석의 힘겨루기에 변수로서 끼어들라는 얘기다.
사실 엄청나게 살벌한 이야기니 긍정적이라도 저렇게 반응할 거라고 이 부장도 이미 예측하고 있었다.
게다가,
“부장 나부랭이가 무슨 전무한테 훈수를 두나”라고 생각할 것도 뻔했다.
“점심 맛있게 하십시오.”
이 부장은 아까 꽤 당돌하게 기어오르던 것과는 다르게, 배꼽 인사를 했다.
“응. 그래. 그래.”
그래봐야 이 부장이 이사로 승진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쟤는 왜 저러는 거야.’
전 전무는 그런데도 저렇게 나서는 부장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고현세나 고현석 중 누가 이긴다 한들, 자기한테 득 될 것도 별로 없을 텐데.
하지만 전 전무가 모르는 게 있었다.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실무자 입장에서, 자기가 무시당했다는 생각이 들면 물불 안 가리고 들이받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그 ‘곤조’를 지키기 위해서 강한 상대를 물어뜯으러 덤비려고 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 * *
– 장현준 씨. 합격.
“으아.”
나는 다리가 떨려서 버스에서 곧바로 내리지 못했다.
그만큼 감격에 젖었다.
“여러분. 드디어 합격이래요.”
나는 고프로에 얼굴을 들이밀고 떨리는 목소리로 선언했다.
내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동료들에게 놀림받는 것도 지겨우니, 혼자 시험을 보러 다녔다.
특히 희연. 사람을 너무 놀린단 말이지.
5수만에 붙었다. 대형면허.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한 번에 붙었으면 이런 떨림이 전혀 없었겠지.
하지만 4번이나 떨어지고 붙으니 지금은 눈물까지 찔끔 나올 지경이다.
“저, 드디어 땄습니다. 에 맞게 한 번에 땄으면 좋았을 텐데. 그런데 한 번에 따는 사람도 많고, 4수 이상 하는 사람도 많대요. 그래서, 오늘 영상 콘셉트는, 이렇게 할게요.”
나는 카메라를 보고 혼자 열심히 중얼거렸다.
“제목은 . 이건 아무나 안 하는 일 아닐까요. 훗.”
시험장에서 촬영을 하는 건 꽤 제약이 많다.
나는 대기 의자에 앉아서 이렇게 촬영을 마치고, 꺼내든 휴대폰을 조작하기 시작했다.
– 여보세요.
“네. 저, 입니다.”
“아. 네, 네.”
“오늘 차 찾으러 가도 될까요?”
“아. 이제 따셨구나!”
“네. 네. 흐흐.”
대답하는 내 입에서 웃음이 나왔다.
“아, 진작에 나온 걸 안 찾아가고 계시니까 저희가 미안한데. 하하. 어쨌든 축하드려요.”
“네. 네. 주차비는 가서 현장 결제해드려도 될까요.”
“네. 네. 아유. 진짜 주차비 다 주시게요?”
“네. 계속 세워놨잖아요.”
“그래도 다 받기는 미안하니까. 어쨌든 일단 오세요. 와서 얘기하시죠.”
드디어 우리 이동 스튜디오를 찾을 수 있게 됐다.
내가 면허 따기 전에 진작 완성돼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사실을 숨기고, 내가 면허 딸 때까지 찾는 걸 미뤘다.
당연히 업체에 주차비 지불하기로 하고. 수백만 원 규모다.
그만큼 첫 운전을 희연에게 양보하기 싫었어.
‘이런 게 바로 돈지랄이지.’
나는 이렇게 중얼거리면서, 다시 휴대폰을 조작했다.
“여보세요.”
“어. 희연.”
“응. 퍼플. 왜.”
“이동 스튜디오 나왔어.”
“어머! 진짜?”
“응. 범수 옆에 있지?”
“있어!”
희연도 흥분한 목소리가 되었다.
“장비 제대로 챙겨서 나와. 업체에서 직접 모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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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우웅~
나는 열심히 서울 북쪽으로 차를 몰았다.
“이제야 찾네. 너무 기대된다.”
옆에서 희연이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게. 원래 이것보다 좀 더 빨리 나올 예정 아니었나?”
뒷자리에 앉은 범수의 말이었다.
“꼼꼼하게 검수해 달라고 했어.”
나는 이렇게 둘러대고 계속 차를 몰았다.
“어서오세요!”
영업이사 임강훈.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었다.
사실상 캠핑카의 딜러다. 딜러답게 쾌활하고 멋진 웃음을 보이며 달려왔다.
“어우. 왜 이렇게 오래 걸리셨어요.”
하지만 눈치는 없군.
“응?”
희연이 그의 말을 듣고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잠깐만요. 카메라 셋팅 좀 할게요.”
나는 능숙하게 화제를 돌려버렸다.
내가 면허 딸 때까지 주차비 얹어주고 인수를 미루고 있었다는 얘기를 할 수는 없지.
“네, 네. 흥분되시죠.”
임강훈 이사가 말했다.
“그럼요. 아오. 진짜 흥분된다.”
범수가 이렇게 말하며, FX9을 꺼내들었다.
나는 이번에 새로 받은 신제품 Go-pro 히어로 10을 어깨에 장착해서 플레이버튼을 눌렀다.
희연은 자신의 아이폰을 방송용으로도 무리 없이 쓸 수 있는 비싼 셀카봉에 장착.
“완전무장하시는군. 하하.”
“네. 이거 오랜만에 본격적인 ‘순한맛’ 영상이거든요.”
“그러게. 그러고보니 더 기분 좋다. 그동안 순한맛 영상은 거의 어머니한테 맡겼었잖아.”
희연도 맞장구쳤다.
“아. 그렇죠. 요즘에는 매운맛만 많이 올라왔었죠. 하하.”
“으응?”
우리 시선이 일제히 임강훈 이사한테 향했다.
“하하. 저도 요즘에 열혈구독잡니다.”
“어머.”
희연이 놀라며 웃었다.
“진짜 많이 보셨나 보네. 바로 무슨 말인지 알아듣는 걸 보니까.”
범수도 웃으며 한마디 보탰다.
“그럼요. 저희도 요즘에 유튜브 많이 연구합니다. 특히 저 같은 영업직은요. 그러다 보니 채널 알게 되고 열심히 봤지요.”
임강훈 이사가 말했다.
“그렇구나. 감사합니다. 구독자들 만나는 게 제일 반갑지.”
“하하. 퍼플마스크님 마스크 벗은 얼굴 본 구독자들이 그렇게 안 많지요?”
임 이사의 질문이었다.
“엇. 그쵸.”
“제가 뿌듯한데요. 퍼플마스크님이 마스크 써서 미남이 아니라 원래 찐미남인데 일반 구독자들이 그걸 몰라서 죄송합니다.”
“하하. 뭔가 영업멘트 같은 말씀인데.”
내가 웃으며 머리를 긁었다.
“아닙니다. 진심입니다. 요즘 영업하는 사람들이 함부로 마음에도 없는 외모 칭찬 안 해요. 역풍이 상당하거든요.”
“오호?”
“자기 외모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안 되는 사람이 많긴 해요. 그런데 또 요즘에는 되는 사람도 많거든요. 그런 사람들한테는 어설프게 칭찬하면 큰일 납니다.”
“자존심 건드린다고 그러나요?”
범수가 물었다.
“네. 그럼요. 그거보다 더해요. 놀리냐고 따지는 사람도 있어요.”
“아하.”
임강훈 이사와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많이 안 했지만, 말하는 거 보니 약간의 흥미가 생겼다.
“혹시 일반 자동차 영업도 해보신 적 있어요?”
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요! 저도 나름 독일 3사 딜러까지 했던 사람입니다.”
“아. 그렇군요.”
임강훈 이사와 좀 더 얘기를 해 보고 싶었지만, 지금은 타이밍이 안 좋다.
우리 관심을 온통 끄는 물건이 지금 바로 칸막이 너머에 있으니까.
“자, 준비되셨나요?”
임강훈 이사도 내 시선이 그쪽으로 향하는 것을 본 모양이다.
“네!”
내가 힘차게 답했고, 임강훈 이사의 안내에 따라 거대한 칸막이를 지나갔다.
“우와…”
뭔가에 덮여 있거나 하지는 않았다.
하기야, 저런 거대한 물건을 덮을 만한 커버 같은 걸 구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겠지.
“야. 잠깐 다시 들어오자.”
내가 범수에게 말했다.
“응. 우리가 보고 헉 소리 내는 건 조금 전 찍은 거랑 합해서 사용할게.”
범수도 수긍했다.
“하하. 그림이 좀 덜 나오나요.”
임 이사가 우리가 촬영하는 걸 신기한 듯이 구경하며 물었다.
“네. 맞아요. 이제 위치 파악했으니까, 딱 극적으로 잡히게 앵글 조절하며 들어가야 할 거 같아요.”
나는 이렇게 답하고, 희연에게 위치를 지정했다.
“1인칭하고 3인칭 같이 섞는 게 좋을 거 같아. 희연이가 이쪽 위치에서 범수 카메라에 차랑 같이 잘 수 있게 서 줘.”
“응.”
희연이 내가 가리킨 자리로 가서 섰다.
희연이 먼저 화면 안에 잡히다가, 카메라의 앵글이 회전하면서 차량의 끝부분부터 희연의 반대쪽에서 드러나도록 카메라 연출.
이렇게 하면 마치 희연이 조금씩 이동해서 차량을 발견하게 되는 것처럼 보인다.
사실 이동한 건 희연이 아니라 그녀를 찍는 카메라인데도.
“오오.”
임강훈 이사는 눈치 있게, 아주 작은 목소리로 감탄을 표했다.
감각이 있는 사람이라, 희연과 차를 중심으로 잡는 구도를 방해할 수 없도록 아예 카메라 뒤쪽으로 빠져 있었다.
범수가 들고 있는 FX9의 모니터 화면을 보고 카메라 연출 의도를 파악한 것이다.
“와아…”
희연도 눈이 반짝거리며 감동 먹는 표정을 제대로 연기하고 있었다.
아니. 연기가 아니지.
“아니, 어떻게 이렇게 큰 물건이 이렇게 예쁠 수 있지.”
‘오. 멘트 좋아.’
나는 씨익 웃으며, 희연이 조금씩 움직이는 걸 따라갔다.
나와 희연이 같이 출연하지만, 내가 앵글에 들어가는 건 조금 후다.
나는 그 타이밍을 재면서, 동시에 희연이 우리 스튜디오를 보고 놀라는 장면을 함께 감상하고 있었다.
확실히 ‘모터홈’이라는 엄청나게 거대한 물건을 보고 경탄하는 몸집 작은 여성의 대비 효과는 눈을 즐겁게 했다.
“와. 진짜 멋있네요.”
나는 이렇게 감탄사를 내며, 자연스럽게 앵글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그다음부터는 연출에 대해 생각할 필요 없었다.
그냥 마음이 가는대로.
“정말 이게 우리가 마음대로 사용하는 거란 말이지?”
희연이 물었다.
“그럼. 우리 채널 건데.”
뭔가 잘못하면 신혼집 장만하는 젊은 부부 느낌이 날 거 같아서, ‘우리 채널’을 강조했다.
“이사님. 이제 설명 좀 해 주세요.”
임 이사를 불렀다.
“네. 일단 외관 설명부터 드릴게요. 저번에 말씀드린 대로 가변형 패널을 몇 개 넣었어요.”
“응? 가변형 패널?”
희연이 그 말을 듣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엇. 이 부분은 편집할 거긴 한데.”
내가 희연을 보고 말한 다음, 임 이사를 보며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