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th generation tycoon YouTuber RAW novel - Chapter (133)
“네. 하하.”
나도 약간 멋쩍어져서 머리를 긁었다.
“정말 저도 유튜브 본격적으로 열심히 해 봐야겠어요. 세 분 라이프스타일, 진짜 보기 좋습니다.”
‘그래도 다른 사람 앞에서는 너무 돈 생각 안 하는 대화는 좀 삼가야겠어.’
타인 앞에서 아무 생각 없이 말하면 ‘돈 자랑’하는 거 같이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임 이사야 영업직이니까 좋은 말만 하지만, 분명히 그로서도 복잡한 생각이 들었겠지.
“자! 이제 출발할게요!”
내가 이렇게 말하고, 차고 문을 닫은 다음 운전석으로 올랐다.
“어머? 너 운전하게?”
“그래.”
내가 최대한 쿨하게 답했다.
“그 말은….”
희연의 눈이 가늘어졌다.
“내가 드디어 땄잖냐!”
이 타이밍이다.
나는 빳빳하게 새로 만들어진 대형면허증을 주머니에서 꺼내서 자랑스럽게 내밀었다.
“오옷!”
범수가 감탄했다.
“짜식! 드디어 땄구나!”
범수는 진심으로 축하해주었다.
“어휴. 왜 저러나 했더니….”
희연의 반응은 조금 달랐다. 희연은 내가 내민 면허증을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차를 오늘 인수한 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구만.”
앗. 들켰다. 희연도 드디어 진상을 알아버렸다.
하지만 면허를 따고 의기양양하게 이 차 운전석에 앉을 수 있는 기쁨이 그거보다 훨씬 컸다.
“이 차는 꼭 직접 운전해서 인수받고 싶었어. 자꾸 면허 시험 떨어지니까 집착이 생기더라고.”
“하하. 집착한 건 인정하네.”
희연이 쿨하게 웃었다.
“그래도, 나한테 운전대 못 잡게 할 건 아니지?”
희연이 은근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 네가 운전 잘하는 건 인정하니까. 그래도 이 차는 버스라 잘 흔들리니까 거칠게 몰면 안 된다?”
나도 웃으며 희연에게 말했다.
“알았어. 일단 네가 보스니까 실컷 운전해 보세요.”
희연이 순순히 웃으며 옆 좌석에 앉았다.
“나도 여기 앉을까?”
범수가 조심스럽게 희연과 나의 가운데 자리를 가리켰다.
차가 워낙 크니, 앞자리에 3명이 앉을 수 있는 좌석이 마련돼 있었다.
“그럼. 근데 오늘은 뽑은 첫 날이니까 그렇게 하고, 다음부터는 뒤 공간을 활용하자.”
뒤에도 안전벨트가 있는 자리들이 몇 개 있다. 안 그러면 이동할 때마다 교통법 때문에 앞자리에만 몰려 앉아야 하니까.
“응. 응. 나도 오늘은 앞자리 경관 구경 좀 하자.”
범수가 가운데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잘 타십시오! 사용기도 잘 부탁드립니다!”
임강훈 이사와 직원들의 배웅을 받으며, 드디어 시동을 걸고 업체를 나왔다.
– 그으으응~
육중한 소리를 내며, 우리의 이동 스튜디오가 세상을 향해 내달렸다.
* * *
우리는 이동스튜디오를 몰고, 곧바로 서울 남쪽으로 향했다.
“어디로 갈까?”
“저번에 서해안으로 갔잖아. 그전에는 동해안으로 갔고.”
“응.”
“이번에는 아예 내륙으로 가는 거 어때? 안성, 천안, 세종 뭐 이런 데로.”
범수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오. 좋아.”
나는 1초도 망설이지 않고 네비게이션에 안성을 입력했다.
“응?”
범수가 오히려 놀랐다. 너무 빨리 반응했나.
“말하자마자 바로?”
“어차피 우리 이거 타고 전국 다 돌아다닐 거야. 처음에 어디 갈지 고민 안 해도 돼.”
내가 쿨하게 답했다.
“오. 좋다.”
범수가 흐뭇하게 말했다. 희연도 아무 토를 달지 않고, 가만히 풍경을 감상하며 앉아 있었다.
“길만 달려도 예쁘다.”
희연이 감상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응?”
범수가 돌아보았다.
“운전석이 엄청나게 높잖아. 여기서 보니까 그냥 도로만 달려도 풍경이 너무 예뻐.”
희연은 이렇게 말하며, 카메라를 꺼내 정면을 보며 동영상을 찍기 시작했다.
“좀 놔둬. 감격했나 봐.”
나는 입모양으로만 범수에게 속삭였다.
“어. 그래.”
저번에 빌렸던 캠핑카보다도 훨씬 거대한 차량이다.
그러니 운전석에서 바라보는 풍경도 다를 수밖에 없지.
“자, 그럼 나는 슬슬 스튜디오 이용해 볼까?”
범수가 가운데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벌써? 좀 쉬었다 해도 되는데.”
“아냐. 일단 우리 자동차 내부 시설 찍은 영상부터라도 편집할래. 그리고 외관 영상하고. 그거 빨리 올리면 올릴수록 좋을 거 같아.”
범수가 성실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응. 그래.”
“편집 많이 해 놓을 테니까 올리는 타이밍 같은 건 네가 정해 줘.”
범수가 말했다.
“응. 그렇게 급할 거 없는데.”
“아냐. 아냐. 사실 저 스튜디오 장비들도 빨리 사용해 보고 싶어서 미치겠어.”
범수의 말이었다.
“아. 그럼 할 수 없지.”
편집자가 저렇게 스스로 열심히 일하겠다고 하니 마냥 말릴 필요 없지.
범수는 정말 즐거움이 묻어나는 몸짓으로 스튜디오로 이동했다.
“이 차 하나만 가지고도 영상 매일 찍을 수 있겠어. 나는 지금 찍고 있는 거, 브이로그로 올릴 거야. 화면 너무 예뻐.”
앞창으로 풍경을 찍고 있던 희연이 이렇게 중얼거렸다.
“그래. 브이로그에 딱 맞네.”
나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우리나라에 예쁜 호수와 저수지가 이렇게 많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 했다.
안성에는 금광호수, 아산에는 신정호수, 그리고 세종에는 세종호수.
2박 3일 동안, 우리는 호수공원에 이동스튜디오를 주차하면서, 그야말로 꿈 같은 시간을 보냈다.
“아. 진짜 너무 예쁘다.”
호텔에 숙박할 필요도 없다.
그냥 버스가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이 있으면 갖다 대면 된다.
굳이 캠핑 모드로 차를 변신시킬 필요도 없다.
그냥 주차해 놓으면, 그 순간 스튜디오가 호텔로 변한다.
호수공원은 의외로 도심 근처에 있기 때문에, 식당, 편의점 등을 이용하는 데에도 아무 불편이 없었다.
게다가, 바닷가에 비해서 또 엄청난 장점. 사람이 없다.
산책로가 붐비는 몇 시간을 제외하고는, 호수 근처에서 사람 얼굴 구경하기가 쉽지 않았다.
호수는 풍경은 예쁘지만 규모가 작아서 숙박업소들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아 불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동식 스튜디오를 갖고 있는 우리에게는 그에 대한 걱정이 제로.
붐비는 시간에는 스튜디오 안에 있다가, 사람이 뜸해지면 나와서 호수를 만끽하면 그만이다.
평범한 버스 모드로 변신하고 있으니, 쓸데없이 구경하러 오는 사람이 생기지도 않는다.
“변신 모드 편한데? 이게 지금 그 화려한 외관이었으면 사람들이 기웃거릴 거 아냐.”
희연의 말이었다.
“그러게. 나도 거기까진 생각 못 했었는데.”
나도 웃으며 머리를 긁었다.
어쨌든, 그 바람에 상식이나 박정구 같은 인간들 상대하느라고 쌓였던 스트레스가 다 날아갔다.
거기에 더해서, 우리의 생산력도 엄청나게 올라갔다.
희연은 거의 하루에 두 개씩 브이로그 영상을 찍어서 자기 채널과 우리 채널에 번갈아서 올렸다.
한적한 가을의 호숫가. 하루에 솔직히 영상 거리가 2개가 아니라 5개 이상씩 나오는 느낌이었다.
거기다가 범수는 우리의 영상을 편집하면서, 동시에 스튜디오 장비 영상을 틈틈이 촬영하기 시작했다.
나는 이동 스튜디오로 호숫가를 즐기는 모습을 희연과 촬영하고, 범수는 편집하고.
“서울에 가지 말까?”
이런 소리가 나오는 것도 전혀 이상할 게 아니었다.
“우리가 차량 인수하는 영상, 다 순식간에 백만 넘었어. 2백만도 금방이고.”
범수의 보고였다.
“그거뿐만 아니라 다 대박치고 있는데?”
스튜디오 인수 영상을 올린 이후에 그걸로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만끽하는 영상을 시리즈로 올렸다.
아예 채널 안의 채널이라고 할 수 있는 재생목록을 따로 파서.
그리고, 그 재생목록은 우리 채널에서 가장 폭발적으로 성장한 부분이 되었다.
– 진짜 황당할 정도로 부럽다. 자동차 한 대로 인생이 저렇게까지 업그레이드될 수 있구나.
– 저게 자동차 한 대냐? 이동식 스튜디오라잖아.
– 바보냐? 이동식 스튜디오도 결국 차거든?
– 어쨌든 부럽다. 게다가 우리나라 호수들이 저렇게 예뻤냐? 이 채널 인간들은 돈도 많은 거 같지만 콘셉트도 잘 잡아.
이런 댓글들이 달렸다.
영상 반응이 좋은 걸로만 흐뭇한 것은 아니었다.
고현세가 요구했던 ‘새로운 자동차 라이프 제시하기’라는 과제를, 우리가 멋지게 수행하기 시작한 거니까.
* * *
“부장님. 시작된 거 같습니다.”
“ 말이지? 나도 봤어.”
L자동차 개발부 이대훈 부장이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영상 진짜 좋긴 하더라고요.”
“등신아. 영상 좋은 게 무슨 상관이야?!”
이대훈 부장의 언성이 높아졌다.
“….”
부하 직원이 찔끔했다.
“미친놈들. L자동차에서 캠핑카 만들자고 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 자동차 산업의 자 자도 모르는 색히들이 그 지랄 떨기만 해 봐. 내가 아주 제대로 망신을 줄 테니까.”
이 부장이 이를 갈았다. 그의 눈이 번쩍번쩍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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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무님. 실무경영진 회의 이제 곧이지요?”
이대훈 부장은 다시 전창순 전무실에 들이닥쳤다.
“응.”
전 전무는 여전히 뜨아한 얼굴이었다.
“이번에 채널에 올라온 영상들 보셨습니까?”
“응? 그게 뭔데.”
“어휴. 그 채널이 이번에 새 경영진이 끌어들인 유튜버 중에 하나잖아요.”
“아. 그래? 이 부장은 그런 것도 조사했나?”
이렇게 말하면서, 전 전무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아니 하라는 일은 안 하고 뭐 유튜버나 뒷조사하고 앉았어? 너무 풀어줬나. 계속 기어오르고.’
“어휴. 그 채널이 우리 L그룹하고 무슨 관계가 있다는 소문 파다하게 나 있어요. 제가 조사해서 안 게 아니고요.”
“그런가?”
전 전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네! 거기 말고도 유튜버 몇 군데에 섭외했다고 하는데, 어쨌든 여기가 제일 유명합니다.”
“그래서?”
“이번에 이 채널에서, 자동차 영상 올렸어요.”
“아. 그러면 소문이 진짜인가 보네.”
“네. 어휴.”
이 부장은 전무의 태평한 반응이 답답했다.
“그래서?”
“근데 그 인간들이 자동차 영상이라고 올린 게 가관이에요. 뭘 올렸는지 아세요?”
“뭘 올렸는데.”
“캠핑카 영상을 올려놨어요. 그것도 그냥 캠핑카가 아니라 초호화 커스텀 버스에 설치한 모터홈으로. 이동 스튜디오라나 뭐라나.”
“오. 그런 거 비싸지 않나?”
“이 채널 돈지랄하는 채널이에요. 언뜻 봐도 7~8억은 들었겠어요.”
“와우. 젊은 애들이 그런 거 좋아하겠네. 우리 아들도 유튜브랑 인스타로 돈지랄하는 거 열심히 찾아보더라고?”
“어휴. 전무님도.”
이 부장은 전무의 뜨뜻미지근한 반응이 답답해서 터지기 직전까지 왔다.
하지만 전무도 전무대로 생각이 있어서 이런 반응을 보이고 있는 거다.
저번에 이 부장이 살살 구스르는 바람에, 전무도 이렇게 생각을 하긴 했다.
‘호오. 앞으로 경영진들끼리 계속 치고받는 건 기정사실이나 마찬가지지? 그런데 지금 이 카드는 쓸만할 수도 있겠어.’
그런데 그런 속마음을 부장하고 공유하고 싶지는 또 않은 거다.
그래서 속마음 안 들키도록 나름의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그것만 봐도 이번 아이디어가 얼마나 기본도 안 됐다는 걸 보여주는 거 아니겠습니까.”
이 부장도 간신히 부아를 눌러놓고 말을 이었다.
“그런 거야?”
“네. 생각을 해 보십시오. 그 자식들이 캠핑카로 영상을 만들어 봐야, 우리 L자동차에서 신경 쓸 내용이냔 말이에요.”
“아. 그렇긴 하지. 한 대에 7~8억 하는 걸 우리가 생산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죠!”
전무가 모처럼 맞장구를 쳐주자 이 부장은 너무 반가워서 박수를 칠 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