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th generation tycoon YouTuber RAW novel - Chapter (134)
“우리는 대기업 아닙니까. 대기업이 그런 극소수 소비자한테 커스텀해서 파는 제품을 건드리지 않는 건 다 이유가 있잖아요. 우리 L자동차에서 그런 거 만들자고 하면 대응할 수 있겠습니까?”
“안 되겠네.”
“대응을 못 하는 문제가 아니라, 그런 기획서 있으면 얼굴에 집어 던져야죠. ‘이거 바보 아냐?’ 이러면서.”
“그렇지.”
“그거 보십시오. 제 말이 맞았지 않습니까.”
“뭐가?”
“어휴. 전무님. 제가 뭐라고 했었습니까. 회사 경영권 얼결에 올라서 뭐라도 해야겠고. 그런데 뭘 할지는 모르겠고. 그래서 유행만 좇아서 유튜브 촬영하다가 기본도 없는 거 다 뽀록 날 거라고 말씀드렸잖아요.”
주어는 생략했다. ‘고현세’라고 콕 찝어서 자꾸 입에 담는 건 위험하니까.
“그랬나?”
“…”
잠깐 침묵이 흘렀다.
“어쨌든, 아무것도 모르는 문외한들이 유튜브로 좀 잘나간다고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게 이렇게 위험합니다. 이건 꼭 문제 제기 해야 돼요.”
“음. 무슨 말 하고 싶은지는 알겠어.”
전무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L자동차한테 캠핑카 만들라고 한다면 그건 우스운 일이겠지.”
“네. 저번에 제가 말씀드린 거 꼭 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무슨 말이더라?”
전무가 한 번 더 시치미를 뗐다.
“고현세 그 사람은 이런 식으로 가면 고현석한테 제대로 한 방 맞습니다. 그때…”
“알았어, 알았어.”
고현석과 고현세의 이름이 튀어나오자 전무가 화들짝 놀라서 말을 끊었다.
‘흥. 구렁이 같은 게.’
이 부장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자꾸 빼니까 이 부장도 일부러 실명을 거론해 버린 거다.
“그래. 그럼 기왕 한 김에 유튜버들 좀 모니터링해 주게. 문제가 계속 생기면 내가 모아서 회의 때 안건으로 올릴 수도 있으니까.”
“네. 알겠습니다.”
그제야 이 부장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럼 물러가.”
“네. 전무님. 좋은 하루 되십시오.”
“아, 그리고.”
돌아서는 이 부장을 불러세웠다.
“네.”
“이거 어디 가서 막 떠들고 다니는 거 아니지? 입조심해야 돼.”
“전무님도. 제가 그 정도도 모르겠습니까.”
“그래? 알았어.”
전무가 나가라고 손짓했다.
– 철컥.
“흥. 건방진 새끼. 일은 안 하고 유튜브만 보고 있나?”
전 전무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잠깐 뭘 할까 생각하다가, 비서를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응. 김 비서. 유튜브 채널 좀 찾아서 내 화면에 띄워주고 가.”
“유튜브 채널이요?”
“응. 아무나 못 하는 일? 뭐 이런 이름이었던 것 같은데. 어쨌든 우리 L자동차하고 관련 있는 채널.”
“아. 채널 말씀이시군요. 띄워드리겠습니다.”
“엇. 김 비서도 알아?”
“네. 요즘 유명합니다.”
“그래. 그렇군.”
김 비서가 컴퓨터를 조작할 수 있도록 자리를 내어주고, 전 전무는 턱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나도 보긴 좀 봐야겠군.”
* *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고현세가 밝은 얼굴로 인사했다.
“고현욱 이사님도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네. 뭐.”
고현석은 거만하게 등을 기대고 앉아 있었다.
태도로 봐서는 고현석이 대표이사 같았다.
다른 이사들은 생각했다.
‘저거 봐. 고현세 저건 경박해 보여. 태도가 딱 과장이나 대리 노릇 하고 있으면 어울리겠군. 반면 고현석은 넉살 좋잖아. 대표가 좀 저런 맛이 있어야지.’
고현석보다 고현세의 나이가 더 많다.
그런데 태도 때문에 고현석이 나이가 더 많은 것 같이 보였다. 그리고 그 점이, 오히려 이사들의 마음에 들었다.
“자. 일단, 형식적인 이야기는 좀 넘어가고요. 바로 들어갑시다. 일단 테스트드라이브 코스 부지 얘기부터 하지요.”
“네.”
“요즘 우리나라 차량들이 판매량 늘리는 것보다는 한 대당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갔잖아요. 그래서 사실 공장부지로 사 놨던 땅인데, 공장을 확장할 이유가 없어졌지요.”
“네. 그래도 공장 늘리기로 했던 부지를 건드리는 거니까, 사실 반발이 전혀 없지는 않습니다.”
이사 한 명이 손을 들고 말했다.
“그래요?”
“네. 아무래도 공장을 늘린다는 건 일자리를 늘린다는 거잖아요. 그래서 그 부지를 손해가 나는데도 계속 갖고 있었던 거지요. 국가에도 일자리 늘릴 거라고 어필을 하고, 우리 회사 사원들한테도.”
“흠. 그렇지요. 하지만 플랜 보니 10년 안에는 공장 세울 계획이 없던데요?”
고현세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그 말도 맞긴 합니다. 지금 생산 대수 늘어날 조짐이 안 보이니까요.”
“흠. 그러면 그동안 그 공간을 놀리는 것보다는 어떻게든 쓰는 게 낫지요.”
“네. 그래도 사원들 반발 조짐이 좀 보여요. 괜히 노조에서 들고 일어나기로 결정이라도 하면.”
“그건 뭐, 괜찮아요.”
자리에 기대 있던 고현석이 갑자기 끼어들었다.
“네?”
“테스트드라이브 코스 견적서 내가 좀 봤는데.”
고현석이 천천히 말을 이었다.
“네.”
“그게 공사비가 적게 들어가. 아무리 특수한 트랙을 깐다고 해도 어차피 땅바닥 포장하는 수준이거든. 뭐 거창한 건물 올릴 거 아니잖아요?”
“네.”
고현세가 고현석의 말에 계속 추임새를 넣어줬다.
‘어라?’
전창순 전무를 포함한 여러 이사들 머릿속에 물음표가 떴다.
생각보다 둘이 죽이 맞네?
“그렇게 코스로 쓰다가, 진짜 공장 짓게 되면 그 위에다가 지으면 돼요. 생각보다 비용 손해가 없다고.”
“그렇다고 비용이 안 드는 건 아닐 텐데요.”
다른 이사가 용기 있게 손을 들고 말했다.
“그렇지. 비용이 안 들지는 않죠. 어쨌든 공구리 치는 거니까.”
고현석이 거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
“그런데 테스트드라이브 코스를 만들면, 그 땅에서 노는 게 아니라 비지니스를 돌린다는 소리예요. 사용료를 받는다고.”
“아.”
“공구리 쳤다가 다시 뒤집는다고 해도, 그동안 벌어둔 사용료로 퉁칠 수 있다는 거지. 영업도 하고, 홍보도 되고. 여러모로 쓰는 게 낫다 이겁니다.”
“네, 그렇겠네요.”
의문을 제기했던 이사가 급 쪼그라들었다.
‘아니. 고현세가 할 대답을 대신 해 주네? 둘이 뭐가 있나?’
전창순 전무는 속으로 열심히 계산기를 돌리고 있었다.
“그런데 대표님.”
그때 고현석이 고현세를 불렀다.
“네.”
“이런 거 좀 먼저 이사들하고 간부들한테 좀 뿌리세요. 이사님이 이 자리에서 저런 소리 할 정도면, 벌써 얘기 나올 만큼 다 나왔다는 소리 아닙니까.”
“아, 그렇겠네요.”
고현세가 머리를 긁었다.
“그러니까요. 말이 우리한테까지 전달된 다음에 대응하면 늦다니까? 우리한테 들릴 정도면 거의 폭발 직전이란 얘기예요.”
그러면 그렇지.
고현석이 고현세를 다른 이사들 앞에서 깎아내리고 있다.
‘결국 자기가 더 유능하다는 어필이군.’
고현세와 고현석이 사이가 좋아 보일 때 불안해지고, 둘이 사이가 나빠 보이니 다시 안심이 된다.
전 전무만 그런 게 아니라, 거기 앉아 있는 대부분의 이사들 심리가 그랬다.
결국 격전이 벌어지길 나름대로 빌고 있는 것이다.
그 격전의 틈바구니에서 자신의 입지를 늘일 틈을 노리고 있는 거니까.
‘이것들 봐라?’
다른 이사들의 표정을 보고 전 전무이사도 정신이 번쩍 들었다.
다 자기 이상으로 머릿속에서 계산기 열나게 두드리고 있는 게 분명하다.
“하하. 죄송합니다. 제가 아직 회사 내부 인원들하고 소통을 할 수 있는 루트가 많이 없어요.”
고현세가 머리를 긁었다.
“그래서 더더욱 고현석 이사님을 비롯한 다른 이사님들 도움이 필요합니다.”
‘흥. 저번에는 혀 꼬부라졌더니 지금은 한국 발음 많이 좋아졌네. 검머외인지 모르겠어.’
전 전무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말투는 많이 바꿨지만, 태도는 못 바꿨군.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는 모습이 서양에서는 좋아 보일지 모르지만, 한국에서는 다르다.
‘고현세는 진짜 위태로울 수 있겠어.’
전 전무가 말했다.
“어쨌든, 실무자들 얘기 들어보면, 테스트 트랙은 그렇게 큰 이슈가 아닙니다. 제가 보기에 다른 문제가 더 크죠.”
전 전무가 용기 내서 말을 꺼낸 게 이 타이밍이다.
“오. 전창순 전무이사님. 실무자들과 가까이 계시니 의견 주시면 너무 고맙지요. 어떤 이슈입니까?”
고현세가 웃으면서 말했다.
‘흥. 반가워할 때가 아닐 텐데.’
전 전무는 슬쩍 고현석을 보았다.
자기가 망신을 주면 고현석이 물어 뜯어주겠지.
이번 건은 조금 전 건보다도 훨씬 크다.
“네. 유튜버 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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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네.”
고현세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고 전 전무가 말을 잇기를 기다렸다.
“아무래도 기획팀 있잖습니까. 이 사람들은 자기들 곤조랄까, 자존심이 있거든요.”
“아. 그렇죠.”
고현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이 사람들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건드려질 수 있는 문제인 것 같더라고요. 자기들이 해 오던 게 있으니까. 그리고 최근 십 년 이상 자기들 실적이 안 좋지 않았으니까.”
“아. 그렇죠. 뭐, 시장 쉐어가 계속 안정세였으니까.”
고현세가 그것도 순순히 인정했다.
“흥.”
엇.
오히려 전 전무가 놀란 건, 오히려 고현석이 코웃음 쳤다는 사실이다.
“네. 그런데 갑자기 유튜버가 기획에 감 놔라 배 놔라 하면 좀 자존심이 많이 건드려지는 거죠.”
“아.”
고현세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 말에 용기를 얻은 전 전무가 말했다.
“우리 직원들이 채널 모니터링을 꽤 많이 하나 보더라고요.”
이대훈 부장에게 다시 확인한 채널 이름을 또박또박 읊었다.
“…”
그 채널의 이름이 입에 담기니,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게다가, 잠깐이지만 적막.
고현세와 고현석의 얼굴을 흘끗흘끗 쳐다보는 이사들도 있었다.
전 전무는 그걸 보고 속으로 생각했다.
‘흥. 나만 빼고 다들 알고 있었던 건가.’
이 부장의 말이 더 설득력 있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그러셨군요.”
고현세가 천천히 대답했다.
“네. 그런데 무슨 캠핑카를 사서 이동식 스튜디오로 꾸미고 그걸 계속 올리더라고요? 저도 개발부장에게 보고받고 알았습니다만.”
그래도 전 전무는 만일을 위해 계속 이런 식으로 말했다.
자기 의견이 아니라, ‘밑에서 올라오는 불만을 내가 전달만 하는 거다’라는 식으로.
“네. 저도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고현세가 태연하게 받았다.
전 전무는 순간 고현석의 눈치를 봤다.
“…”
하지만 그의 표정에서는 아무것도 읽어낼 수 없었다.
“다른 이사님들은 그거 보고 어떤 생각 하셨습니까?”
전 전무가 다른 사람들에게 물었다.
하지만 별다른 반응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전 전무와 눈을 마주친 이사들은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왜 나를 봐?’라는 눈빛으로.
“어떤 생각이요? 질문 의도를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이사 한 명이 이렇게 받아주기는 했다.
전 전무가 그 말에 반가움을 느끼며 말했다.
“아니, 우리 L자동차가 캠핑카를 만들 수 있을 리가 없잖습니까. 근데 그런 영상을 찍어 봐야 뭐 합니까. 딱 그거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습니까. 얼마나 기본이 안 됐는지.”
전 전무가 조금 목소리를 키워서 강변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이런 사람들이 기획을 하겠다고 덤비면 당연히 기획팀 직원들은 화 내죠.”
“흠.”
고현세가 턱을 만지작거린 다음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