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th generation tycoon YouTuber RAW novel - Chapter (137)
이 부장도 웃으며 말했다.
“응. 초반에 못 하게 막으면 오히려 목을 날릴 수가 없잖아? 그러니까 일단 두고 보는 거야. 키워서 잡아먹으려고.”
“오. 통찰력이 대단하십니다. 전무님.”
“내가 그랬잖아? 이 자리 보전하고 있으려면 머리 눈, 귀 열고 열라 머리 굴려야 한다고.”
다시 전무가 자기 머리를 톡톡 치며 말했다.
“네.”
“어쨌든 그림 나왔어. 처신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나왔고.”
“네. 네.”
“이번에 라인 정리 좀 제대로 되겠어. 괜히 멋모르고 신임 대표한테 붙은 바보 색히들은 날라가는 거지.”
이렇게 말하고 은근한 눈빛으로 이 부장을 보는 전 전무였다.
“그럼 자네도…”
“네?”
이 부장이 반색을 하며 전 전무가 말을 잇기를 기다렸다.
“아니야. 잘해 보자고.”
“엇. 네, 네. 알겠습니다.”
전 전무가 말을 끊어 버리자, 아쉬워하면서도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
‘전무 자리에 오르면, 괜히 그런 거 입 밖으로 내서 불리한 거 안 만드는 거란다. 너는 평생 가도 모르겠지만.’
전 전무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 부장도 승진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 인간.
나이도 많이 들었고, 이제는 포기 상태일 것이다.
그러면 슬슬 명퇴 준비해야 할 시기인데, 그의 입장에서는 뭔가 위에 승진 자리 맞고 있는 임원들 몇 명이 날라갈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이는 거다.
– 직원들 사기가 똥입니다!
이런 명분을 걸긴 했지만, 직원 걱정보다 자기 승진에 대한 욕심이 10배는 더 크다는 걸 전 전무는 잘 알고 있었다.
“어쨌든 전무님 통찰력에 놀랐습니다. 유튜버 건 며칠 전만 해도 모르고 계셨는데 말입니다. 파악을 빠르게 하신 것도 모자라, 아예 판세를 다 읽어버리시네요.”
“하. 이 자리에 괜히 앉아 있는 거라는 건 아니라니까.”
“네. 네. 지당한 말씀입니다.”
‘흥. 내가 딸랑거려 주느라고 하는 거지 그 자리가 너한테는 과분하다는 걸 우리 회사 사람들은 다 안다 이거야.’
이 부장은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지만, 오히려 그런 점 때문에 전창순 전무를 잘 찾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부장과 전 전무가 판세를 읽어낸 건, 사실 상식적으로 접근하면 개연성이 상당히 높은 거다.
문제는, 거기에 자기들이 모르는 변수가 몇 개 끼어 있었던 거.
그리고 그 작은 변수가 결과로는 상당히 큰 차이를 만들어 낸다.
– 지이잉.
“엇. 실례합니다.”
이 부장이 자신의 휴대폰을 잽싸게 확인했다.
“응. 응. 연락도 오는데 이제 나가보지.”
“엇. 전무님 잠시만요.”
이 부장이 눈을 크게 뜨고 휴대폰을 확인하며 말했다.
“으잉?”
‘왜 안 나가? 귀찮게.’
이러고 있는데, 이 부장이 전화를 주머니에 넣고 킥킥 웃었다.
“하하. 전무님. 방금 뭐가 낚였습니다.”
“응? 뭔 소리야.”
“그 유튜버 말이죠.”
“유튜버?”
“아, 그 서자요. ”
“응. 이제 헷갈리니까 ‘서자’라고 해.”
“네. 네. 어쨌든 그 서자가.”
“응.”
“이번에 기획팀으로 메일을 보내 왔다고 합니다.”
“그래?”
이 말에는 전무도 자세를 고쳐 잡았다.
“네. 네. 전무님 말대로 됐습니다.”
“무슨 말?”
“이 바보들이 아무래도 그 캠핑카 영상 관련해서 우리 기획팀에 제안 밀어 넣을 거 같아요.”
“하. 바보 인증하네?”
“네. 일단 제가 가서 내용 자세히 확인 좀 하겠습니다. 그렇게 해서 또 보고드릴게요.”
“응. 응. 처음부터 지르지 말고, 고현석처럼 해.”
“고현석처럼요?”
“잘못하자마자 때리지 말고 잘못이 쌓이기 기다려서 목을 치라고. 오케?”
“아. 알겠습니다.”
이 부장이 웃으면서 전무실을 나갔다.
* * *
“자, 현세 형의 말대로 일단 기획팀에도 보내긴 했는데.”
나는 메일 수신자에 고현세와 기획팀을 같이 넣었다. 그리고, 고현석에게도 같이 넣었다.
“대표하고 직접 소통 경로가 있는데 굳이 기획팀에 같이 보낼 필요가 있나?”
희연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기왕 협력을 하기로 한 거면 공식화하는 게 나을 거 같아서. 대표들한테만 보내면 뭔가 ‘비선실세’ 놀이하는 거 같잖아.”
내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맞잖아?”
“응? 뭐가?”
“비선실세. 맞잖아.”
“허걱.”
이렇게 말하는 희연의 눈은 웃고 있었다.
하지만 완전히 허황된 말은 아니다.
“하하하. 오히려 비선실세 되기 싫어서 더 공식적으로 보내는 거지, 뭐.”
“후훗. 농담이야. 어쨌든, 잘했어.”
“응. 이번에는 모처럼 좀 진지하게 찍은 영상인데, 시청자 반응은 어떨지 모르겠다.”
나와 동료들은 새 영상을 올리고 한나절 정도 모니터 앞에 앉아 댓글과 조회 수를 점검했다.
이번에 올린 영상은 단순한 개봉기가 아니었다.
우리가 찍은 영상을 자료로 쓰긴 했지만, 검색해서 찾은 자료들이 더 많았다.
제목은 다음과 같았다.
희연과 내가 대담하는 방식이었다.
그것도 꽤 진지한 말투로 통계수치 보여가면서 하는.
채널의 예전 영상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
새로운 콘셉트의 촬영이니, 반응을 긴장하고 볼 수밖에.
“우리나라 자동차 키워드 빅데이터를 봤더니, 엔진, 벤츠, 세단, 뭐 이런 전통적인 게 많이 나와요. 그런데 불과 1~2년 안에 검색 키워드 순위 5위 안에 들어온 완전 신조어가 있어요. 뭔지 아세요?”
희연의 멘트.
“뭔데요?”
나의 대답.
“바로 ‘차박’이에요. 이건 몇 년 전에 아예 있지도 않은 말인데, 지금은 젊은 층이 자동차 살 때 제일 많이 검색하는 말이 됐어요.”
“아, 차박. 알죠. ‘차 안에서 숙박한다’라는 말이잖아요.”
“맞아요. 그래서 엉뚱하게, 차 안에서 누워 잘 수 있느냐 없느냐가 상당히 중요한 조건이 됐죠.”
희연과 내가 이렇게 주고받는 것을 범수가 원테이크로 계속 촬영하고 있었다.
“그렇구나. 라이프 스타일이 달라져서 그럴 거 같아요. 사실 일 때문에 차박하는 경우는 별로 없잖아요? 캠핑 문화 정착 때문에.”
“맞아요. 결국 라이프스타일이 ‘여가를 즐기자’로 가서 그런 거죠.”
“네. 이제 우리나라 사람들도 좀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 되어가는 거예요.”
이렇게 말하고, 갑자기 희연이 쾅, 탁자를 내리쳤다.
“웃.”
원래 계획에 없던 거기 때문에, 나와 범수가 놀랐다.
“사실, 우리나라가 이제 선진국 됐잖아요? 개발도상국 특혜 누리느라고 계속 인정 안 하고 버티고 있었는데, 솔직히 우리나라 선진국이라고 안 보는 나라가 세상에 몇 개나 돼? 북한하고 일본 정도?”
“그, 그쵸?”
희연의 말에 살짝 당황하며 맞장구쳐줬다.
“선진국 국민 된 지가 오랜데, 라이프 스타일은 한참 개발도상국 국민처럼 살았단 말이에요. 돈 더 벌어야 한다고. 우리 부모님 세대가 그거에 당했잖아요.”
희연이 계속 열변을 토했다.
“그런데 그래서 정말 나라가 부자가 됐나? 아니죠. 일은 일대로 하고, 즐길 때는 즐겨야 해요. 근데 맨날 더 부자 돼야 하니까 일만 하고 놀 줄 모르는 국민들을 만들어 놓은 거잖아요?”
“네.”
“그래서 경제가 더 좋아지나? 아니죠. 우리나라가 지금 돈이 안 돌아서 문제잖아요. 돈 번 사람이 쓸 줄 모르니까 동맥경화가 되는 거라고요!”
“맞는 말씀입니다.”
“그게 이제 폭발을 하니까, 차도 많이 사고, 캠핑도 많이 하는 거라고 봐요.”
희연의 말투가 좀 가라앉아서, 나도 진땀이 좀 잦아들었었다.
“그래서 말인데, 우리나라 자동차는 ‘자가용은 사치고, 차로 놀려고 하는 건 죄다’라는 마인드로 만들었었다고요. 그런 마인드를 벗어날 때가 됐다는 게, 지금 젊은 사람들 빅데이터로 딱 보이는 거라고요.”
희연이 정리했다.
– 뭐야, 연님 씨 말 잘하네?
이런 댓글들이 많이 달렸다.
– 그러게? 얼굴로만 먹고사는 줄 알았더니.
– 근데 마인드 맘에 안 든다. 저렇게 노세 노세 젊어 노세하다가 나중에 아이 가지면 후회하지.
– 아재요. 댓글에 틀딱 냄새 너무 나요.
이런 댓글이 달리고 있었다. 말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호오가 갈렸지만, ‘토크’ 능력에는 상당한 호평들.
댓글 모니터링을 한창 하고 있는데, 범수가 말했다.
“야. L자동차 사람이 댓글 달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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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자동차 관계자입니다. 이거 진짜 뭣도 모르는 소리네요.
“응?”
댓글을 보고 나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너무 뜬금없잖아? 맥락도 없고.”
희연도 이렇게 말했다.
“L자동차 관계자인 건 왜 밝히는 거야? 진짜 맞나?”
범수도 이해 안 가는 표정을 짓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게. 사칭 아닌가?”
희연도 말했다.
“아냐. 사칭할 이유가 없어.”
내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게다가 우리가 이번에 L자동차에 이 영상 링크를 보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도 없고.
결국 우리 메일을 본 L자동차 직원이 와서 댓글을 달았다는 얘기가 된다.
“근데 뭘 모른다는 거지?”
이렇게 궁금증이 생겨도, 별로 답답해하고 있을 필요가 없다.
이제는 조회수가 늘어나면서 댓글도 많이 달리니까.
– L자동차 관계자가 여기서 뭐 하는데? 근데 뜬금없이 무슨 말이에요?
우리 채널의 시청자 중 한 명이 바로 이렇게 의문을 표했다.
그러자, 몇 분 지나지 않아 L자동차 관계자라고 밝힌 사람이 댓글을 달았다.
– 우리나라 자동차 기업들이 바보라서 캠핑카하고 오픈카 안 만드는 게 아닙니다.
그러자 다시 달리는 대댓글들.
–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이 영상에서 우리나라 회사들한테 캠핑카 만들라는 얘기가 있나? 하지도 않은 말을 갖고 급발진을 해?
– 이 사람 하는 말 나만 못 알아듣나? 아저씨 L자동차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예요? 한국말 좀 해요. 한국말.
“아, 뭐야. 이 사람 왜 여기 와서 스스로 다구리를 당하지?”
범수가 웃으면서 중얼거렸다.
“그러게. 하하.”
내가 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 그러니까, 뭘 모르는 건데요? 아저씨 당황하지 말고 좀 알아듣게 차근차근 얘기해 봐요.
이 댓글 바로 밑에 L자동차 직원이 다시 댓글을 달았다.
– 캠핑카 수요가 많은 건 허상이에요. 대기업이 절대로 뛰어들 만한 시장 규모가 아니지요. 그리고 중소기업들이 정착한 시장입니다. 여기 대기업이 들어가면 여론 어떻게 감당합니까?
“흠. 진짜 우리 메일 받고 영상 본 다음에 댓글 달았나 보다.”
나는 그 말의 맥락을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가 영상 올렸다고 링크 건 게, L자동차 사람들에게는 다음과 같이 오해됐을 수 있다.
– 캠핑카 기획해서 만들어 출시합시다.
“뭔 되도 않는 오해를 하고 있어?”
내가 중얼거렸다.
하지만 어쨌든 그런 오해를 했을 가능성은 분명 있다.
그런 오해를 했다면 저런 말을 할 수도 있지.
하지만, 그건 우리니까 이해를 하는 거다.
지금 유튜브 영상 하나를 봤을 뿐인 다른 시청자들이 이해를 할 리가 없지.
– 아니. 그러니까 여기 누가 대기업한테 만들라고 했는데?
– 이 채널은 국내 자동차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거 아냐? 근데 왜 갑자기 L자동차 직원이라는 사람이 와서 외계어로 이상한 말을 지껄이는 거야?
– 내가 보기에 댓글부터 틀딱 냄새 풀풀 남. 유튜브 처음 와 본 아저씨가 분위기 파악 못 하고 댓글 다는 거.
이제 본격적으로 다구리를 당하고 있는 L자동차 직원이었다.
“어그로가 아주 제대로 끌렸는데? 이 사람 댓글에 대댓글 폭발한다.”
범수의 해설.
– 두고 보면 무슨 말인지 알겠지요. 모르는 분들은 가만 계세요.
“어휴. 진짜 인터넷 어제 깔았나 봐.”
L자동차 직원이라는 사람의 댓글을 보다 못한 희연이 고개를 저었다.
“흠.”
나는 턱을 만지며 잠깐 생각을 해 봤다.
L자동차 직원이 나서서 이런 댓글을 단다?
“원래 기획하던 사람들 입장에서 유튜버가 뭐라고 하면 짜증 날 수는 있겠지. 근데 좀 이상한 방식으로 들이받네.”
내가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그러게. 뭔가 잔뜩 불만이 있는 듯하다.”
희연이 말하자, 범수가 픽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불만이 있으면 어쩔 건데? L자동차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콩라인 아냐. 뭘 잘했다고.”
“그래도 일하는 사람들 생각은 또 다를 거야.”
내가 어깨를 한 번 으쓱하고 다시 생각에 잠겼다.
“하기야. 굳이 일하는 사람들하고 싸우고 싶지는 않은데 좀 그렇네.”
범수도 생각해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