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th generation tycoon YouTuber RAW novel - Chapter (142)
– 크크크. 정곡이다.
– 그러게. 오지 말라고 하는데 쳐들어가서 뱀술 억지로 먹이려는 건 범죄지. 카메라 들었다고 그래도 되는 줄 알아.
– AV하곤 좀 다르지 않아? 이건 카메라 들었어도 범죄고 안 들었어도 범죈데.
“흐음. 역시 유튜브 영상은 댓글만 봐도 재미가 쏠쏠하군. 새삼스러운 얘기지만.”
내가 턱을 만지며 댓글들을 정신없이 보는 동안, 박정구의 영상의 장면이 건너뛰었다.
– 자. 여기가 청계호수. 일단 산정호수보다 서울에서 가깝습니다. 한 바퀴 돌아볼게요.
“…”
– 십 투더 팔. 산정호수에 있나 봐.
이렇게 혼잣말을 중얼거린 박정구가, 카메라를 보고 다시 설명했다.
– 청계호수는 작네요. 큰 차가 서 있을 만한 스팟이 뻔한데요. 안 보여요. 만약에 있다가 도망간 거면 내가 진짜 음주운전으로 신고한다.
이렇게 말하고, 박정구가 다시 운전자에게 명령했다.
– 바로 산정호수로 밟아!
– 부우웅~
다시 박정구의 영상은 편집되어 장면을 건너뛰었다.
– 산정호수는 엄청 큰데, 주위에 리조트도 많네요. 청계호수하고는 확실히 달라요.
이런 멘트가 나오고, 다시 영상 건너뜀.
– 자. 오늘은 청계호수에서 차박을 한번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경포호수는 강릉에 있는 거 맞거든? 이 씨밤바들아.
– 그리고 내가 의 퍼플마스크 음주운전으로 신고할 거예요. 안 하나 봐라. 씨밤바들.
그리고 다시 영상이 바뀌어, 박정구가 뱀술을 오픈하여 멤버들끼리 먹는 장면이 나왔다.
거기가 영상의 끝이었다.
“크크크크.”
범수가 현웃을 터뜨렸다.
“이게 뭐야. 쪽팔리지도 않나.”
희연이 안쓰러운 듯이 말했다.
“그러게. 완전 삽질한 영상을 잘도 올리네.”
범수가 말했다.
하지만, 나는 박정구가 왜 저러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조회수 엄청 올라갔잖아.”
“응?”
내 말에 희연이 눈을 크게 뜨며 돌아봤다.
“우리하고 변태 예능 찍으면서, 박정구도 구독자 은근히 많이 늘었어.”
“아.”
“게다가 우리하고 얽힌 영상들, 박정구 채널에서 최근 제일 조회수가 높다고.”
“흠.”
희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미친놈 이미지고, 자기 이미지가 더 망가질 거 없다는 걸 특권으로 삼는 사람이니까. 안 올릴 이유가 없지.”
내가 설명하고 이렇게 덧붙였다.
“김성찬 선수한테 로우킥 당하는 영상 올릴 때하고 똑같지 뭐. 사실 고현석 형한테 데이는 영상도 메모리카드만 안 뺏겼으면 올렸을 거 같아.”
그러자 범수가 한숨을 쉬었다.
“야. 어찌 보면 부럽다. 잃을 게 없는 이미지라니.”
“어쨌든, 박정구는 생각만큼 우리한테 원망 안 하고 있을지도 몰라. 오늘도 우리 덕분에 조회수 엄청 빨았으니까.”
“그렇군.”
나는 여기까지 대화하고, 침대 위에 올려 놓았던 휴대폰을 갖고 왔다.
어제 와인에 취해서 잠자리에 드느라고, 일어나보니 방전이 되어 있었다.
충전기에 걸어두었던 휴대폰을 빼 와서, 전원을 넣었다.
“웃. 내가 한 말 취소다.”
“응? 무슨 말.”
“박정구가 우리 안 미워할 수도 있다는 말.”
“왜?”
“부재중 전화가 94통 와 있어…”
“허걱.”
“거기다가 욕문자도 장난 아니군.”
“크크크. 박정구 인격을 너무 과대평가하지 말라고!”
범수가 고개를 저으며 외쳤다.
“어라?”
내가 휴대폰의 통화목록과 문자메시지를 확인하다가 허리를 세웠다.
“왜?”
“상식이도 문자했는데?”
“어머, 그래?”
희연이 눈을 크게 떴다.
“뭐라고 했어?”
사실 우리한테 거의 정면으로 저격당한 거나 마찬가지인 상식이다.
3번째 합방을 하기로 되어 있지만 연락이 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뭐라고 돼 있어?”
– 안녕하세요. 상식이입니다. 이번에 올린 영상 잘 봤습니다. 곧 3번째 영상 촬영 들어가기로 한 시기가 되어서요. 지금 지방이신 거 같은데 언제 올라오시나요?
“후우…”
내가 휴대폰을 내려놓으며 한숨을 쉬었다.
“세상에는 진짜 무서운 사람 천지다.”
내가 이렇게 중얼거리자, 범수와 희연이 내 휴대폰을 확인했다.
“어쩜. 완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보냈네.”
“나름 열심히 계산기 두드렸겠지. 어쨌든 상식이가 박정구보다 더 무섭다.”
범수도 고개를 끄덕였다.
“웃기지 마. 나는 그래도 뱀술보다는 이게 낫다.”
희연이 범수의 말을 일축한 다음, 나를 보고 물었다.
“어떻게 할 거야?”
“흠. 재밌네.”
내가 좀 생각을 해 본 후, 씨익 웃으며 말했다.
“어휴. 또 응하시겠군.”
희연도 슬슬 내 캐릭터에 적응한 모양이다.
“그러게? 어떻게 나오나 보는 것도 재밌을 거 같지 않아?”
내가 웃으며 물었다.
“그럴 줄 알았어.”
나는 휴대폰을 들어서, 상식이에게 답장을 보냈다.
– 저희는 호수 한 군데 더 돌고 올라갈 거 같아요. 이번 주말쯤 올라갈 거 같습니다. 서울 올라가면서 연락드릴게요.
그러자 바로 답장이 왔다.
– 지잉~
“엇.”
– 알겠습니다. 서울 오면 연락 주세요!
문자메시지라 더욱 그렇겠지만, 상식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전혀 읽을 수 없었다.
오히려 그래서 재밌지만.
“우리 해장이나 하자. 라면 어때? 계란 풀어서.”
내가 희연과 범수에게 제안하자, 둘의 표정이 더없이 밝아졌다.
“찬성! 나 라면 먹방 찍고 싶었어. 캠핑에서 라면 먹방하면 딱이잖아?”
“그렇지! 라면 10개 끓이자.”
범수가 신을 내며 말했다.
“10개?”
“원래 라면 먹방은 엄청 많이 끓여서 먹는 거야.”
희연이 놀라도 아랑곳하지 않는 범수였다.
“야. 그래도 와인 먹고 속 쓰린 다음에 먹는 해장인데…”
내가 이렇게 말하는데, 다시 휴대폰이 울렸다.
– 지이잉~ 지이잉~
“웃. 아침부터 전화 많이 오네.”
휴대폰을 들어보니, 익숙한 이름이 떠 있었다.
“엇. 현세 형.”
“응. 부라더. 호수 여행은 어때?”
“너무 좋아요. 요즘 형은 바쁘죠?”
다정한 고현세의 목소리에 자연스럽게 나도 우호적인 멘트를 치게 된다.
“아. 좀 정신 없는데, 이번에 실무자 회의 끝나면 괜찮아지지 않을까 싶어. 하하.”
“하하. 그래도 L자동차 CEO시라, 한가해지지는 않을 거 같은데. 어쨌든 시간 나면 저희랑 같이 캠핑 한번 와요.”
“오. 초대해 주는 건가? 고마워!”
이렇게 다정한 인사를 주고받은 다음, 고현세가 용건을 말했다.
“이번에 L자동차 경영진, 실무진, 그리고 협력하기로 한 유튜버들하고 모임을 좀 가져볼까 해. 괜찮을까?”
“엇. 네.”
“서울 언제 와?”
“이번 주말이요.”
“음. 그럼 다음 주 중에 날짜 한번 잡아볼까?”
“오. 알겠어요.”
나는 전화를 끊고, 희연과 범수를 보고 말했다.
“꿈같은 호수 여행이 이제 슬슬 끝나가는구나.”
“그러게. 그래도 한 군데 더 간다니 안심이 되네.”
희연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러게. 이번엔 전라도 쪽으로 좀 내려가 보자.”
“응!”
“범수야. 어디가 좋을까?”
“아. 몰라. 일단 지금은 라면이 급하다. 그래서, 5개 끓여, 10개 끓여?”
범수의 대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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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어떻게 할 건데?”
전창순 전무가 이대훈 부장에게 던진 질문이었다.
“제가 영상을 하나 올리려다가 안 올렸습니다.”
“그랬어?”
전 전무가 눈을 둥그렇게 떴다.
“이 부장 영상 편집 같은 거 할 줄 알아?”
“그냥 얘기만 하는 건데요. 편집 같은 거 안 하고 올리는 영상도 유튜브에 많던데요!”
“그래? 아닌데. 우리 아들 말로는 편집 안 하는 거 같아도 다 편집하는 거라던데?”
전 전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 유튜브 전문으로 하는 애들이야 그게 일이니 시간이 많아서 하는 거죠. 그래도 전무님 편집한 영상하고 편집 안 한 영상하고 구별 잘 되십니까?”
“잘 안되긴 하지?”
“그거 보십시오. 그냥 해도 되는 거라고요. 어차피 재미로 유튜브 보는 애들이나 편집 따지지, 우리처럼 진지한 영상 찾아 보는 사람들은 그런 거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 부장은 청산유수로 떠들었다.
“근데 아드님이 유튜브 좋아하시나 봅니다.”
“요즘 유튜브 안 보는 사람이 어딨어? 이 부장하고 나도 보는데 애들은 말할 것도 없지.”
“그렇군요. 아드님한테 유튜브 관련해서 많이 배우시는 모양이라서요.”
“이 부장 아들은 아직 유튜브 안 보나?”
“네. 보긴 보는데.”
‘대화를 안 해서요.’라는 말을 하려다가 그냥 삼키는 이 부장이었다.
“보는데?”
“아직 어리잖습니까. 배울 게 별로 없습니다.”
“흠.”
전 전무는 이 부장이 말하려다 만 게 뭔지 대충 알 거 같았다.
“어쨌든, 영상 올려주면 무식쟁이 유튜버들이 괜히 벼락치기로 대응할 시간을 주겠더라고요. 그냥 경영진들 앞에서 눌러버려야지.”
“흠. 알겠어. 이 부장, 잘해 보라고.”
전 전무의 표정이 약간 애매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오늘 실무진들과 유튜버들이 만나기로 했으니, 이 부장이 말 잘하기를 바랄 수밖에.
작전은 한마디로 ‘유튜버들 밑천 드러내기. 실무자 앞에서는 이렇게 바보가 된다!’를 만천하에 드러내는 거다.
잘되면, 이런 아이디어를 낸 고현세 대표까지 망신 줄 수 있는 계획인 것이다.
‘좀 불안하긴 하지만.’
* * *
“잘 있었어? 얼굴이 좀 탔네. 부라더.”
고현세가 환한 얼굴로 손을 내밀었다.
“어, 형님. 호숫가에서 앉아 있어서 그런가 봐요.”
나도 웃으면서 주먹을 부딪쳤다.
아직 코로나 시대가 안 끝났으니, 악수보다 주먹인사가 더 편하다.
“호숫가가 너무 좋아요. 멍 때리고 앉아 있다 보면 얼굴 타는지도 모른다니까요.”
“얼마나 가 있었던 거야?”
“딱 일주일 가 있었어요.”
“호수 경치들 죽이더라고.”
“그쵸? 다 너무 좋아요. 저도 호수만 본격적으로 여행한 건 처음인데, 기대 이상이라 놀랐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고현세한테 제안했다.
“시간 나면 제가 갔던 호수 중에 한두 군데 가 보세요.”
“아. 거기는 충청도 전라도 쪽이라 엄두가 잘 안 나고.”
고현세가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아.”
그렇게 말하는 고현세의 얼굴에서 피로감이 느껴졌다.
‘이 사람도 처음 봤을 때는 안 이랬는데. 어느새 한국 기업인이 되어버렸군.’
속으로 중얼거렸다.
모르긴 해도, 엄청 바빠진 게 분명하다.
“그러게요. 형님도 많이 바빠지셨죠.”
내가 안타까워하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응. 그건 휴가 내고 가려고. 회의 끝나면 당장 갈 거야. 포천으로.”
“으잉? 포천이요?”
“어. 포천. 크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