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th generation tycoon YouTuber RAW novel - Chapter (153)
“어머. 네.”
로라이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저희 채널 영상 보셨으면 알겠지만, 실시간으로 동선을 안 남기는 편이거든요.”
희연이 양해를 구한다는 듯이 말했다.
“희연이 평소에는 까칠한데 지금은 왜 저렇게 친절한 거야?”
범수가 나에게 귓속말을 했다.
“그러게.”
내가 쓴웃음을 지었다.
“아. 그건 저도 마찬가지긴 해요.”
로라이가 말했다.
“어머. 그래요?”
“네. 저는 주로 혼자 여행하는 걸 브이로그로 찍어 올리잖아요. 여자 혼자 여행하니까 사실 위험할 때도 있어요.”
“그렇겠다.”
희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루 시간 차 둬서 올렸는데, 그래도 어떤 남성 팬분이 여행지가 어딘지 때려 맞춰 가지고 다음 날 비행기 타고 따라온 거 있죠? 그거 때문에 너무 놀라서 최소한 이틀 정도는 시간 차 두고 올려요.”
“그렇구나. 진짜 무서웠겠다.”
희연이도 자기 일처럼 공포를 느끼는 듯했다.
“저 그거 실시간으로 봤잖아요.”
범수가 끼어들었다.
“어머. 그거 작년인데. 작년부터 정말 재 채널 영상들 열심히 보셨었나 봐요?”
로라이가 반가워하며 말했다.
“그럼요. 열심히 봤어요.”
뭐야. 나한테는 그런 얘기 안 했잖아.
아무래도 범수는 로라이의 ‘찐팬’인 모양이다.
하지만 범수도 나와 희연에게 여러 번 혼나서인지, 생각 없이 ‘합방해주자!’라고 주장하고 나서지는 않았다.
성장했구나. 범수.
“아. 그렇구나. 그러면 저하고 그냥 브이로그 찍어요. 말고 제 채널이랑 합방.”
“어머. 그것도 좋죠!”
“네. 재밌겠다. 하하. 안 그래도 지금부터 면세점 쇼핑하려던 참이거든요. 같이 찍으면 재밌을 거 같아요.”
만약 희연과의 합방 제의에 실망하는 표정을 지으면 ‘은 기획 영상만 올린다’라고 이유를 댈 생각이었다.
하지만 로라이는 선선하게 희연과의 합방만으로도 즐겁게 받아들이는 눈치였다.
‘이 정도면 민폐 캐릭터는 아니니까.’
나는 이렇게 안심했다.
“카타르 항공 타세요?”
내가 조금 분위기를 어색하지 않게 하기 위해 질문을 던졌다.
“어머. 아니요. 저는 A항공 타는데.”
“아. 여기가 카타르 라운지가 아니구나.”
내가 머리를 긁으면서 물었다.
“호호. 모르시는구나. 1등석 라운지는 직접 운영하는 경우도 있고, 항공사들이 연합해서 하는 경우도 있어요. 인천에서는 A항공, 카타르 항공, 그리고 몇몇 항공들이 합동해서 운영해요.”
“그렇겠네요.”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1등석 라운지가 넓고 섹션도 많았지만, 그중 대부분이 비어 있었다.
이 정도로 공간이 남았으면 여러 항공사가 연합해서 하는 게 조금이라도 낭비가 덜할 거 같긴 하다.
“잘됐네요. 아무래도 남자와 여자는 면세점에서 사는 품목이 완전히 다르잖아요. 저희 남자 둘은 따로 다니면서 남성용 면세용품 쇼핑하는 영상 좀 찍으려고요.”
“술하고 담배 말씀하시는 거죠?”
로라이가 물었다.
“아. 아니요! 근데 그게 바로 영상 찍을 포인트긴 해요!”
“어머. 그래요?”
“네. 사람들이 남자용 면세 품목에 대해서 잘 모르더라구요. 술, 담배, 화장품, 명품 의류 정도 말고는.”
“아. 그렇긴 하네요.”
“네. 그래서 저희가 그런 거 말고도 면세점에서 쇼핑할 거 많다, 이런 콘셉트로 영상 찍으려고 했어요.”
“아. 그렇구나. 좋네요.”
“그럼 연님씨! 잘 부탁합니다. 여성용 면세 쇼핑은 맡길게요.”
내가 희연에게 외쳤다.
“응. 잘됐지 뭐야. 나도 남자 두 명하고 쇼핑할 거 생각하면 한숨이 절로 나왔었는데.”
희연도 웃으면서 말했다.
“흐흐흐. 듣고 보니 참 다행이다!”
이렇게 말하고 나는 범수에게 말했다.
“PD님! 갑시다!”
“어. 저는.”
그런데 범수의 태도가 영 예상과 다르다.
“응? 왜.”
“우리 퍼플마스크님 혼자 면세점 다니면 안 돼요? 저는 여기 따라다니고 싶은데.”
“헉.”
“야. 너 오지 마. 방해돼.”
희연이 범수에게 날린 일침.
“어우. 농담 한번 해 본 거다 뭐!”
범수가 억울한 표정으로 항변했다.
* * *
“근데 왜 이름이 로라이냐? ‘로렐라이’에서 한 글자 줄인 건가.”
“하하하. 그게 아니고.”
내 질문을 듣고 범수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그냥 미국 이름이 ‘로라’래. 성은 이씨고.”
“헉.”
“근데 ‘로라리’라는 이름의 채널은 워낙 많아서, ‘리’라고 안 하고 ‘이’라고 한 거래. 푸하하. 로렐라이라니, 뭐냐.”
“그렇군.”
내가 머리를 벅벅 긁고 물었다.
“그런데 저 사람 어때?”
“뭐가?”
“사람 착하냐고.”
내가 물었다.
“엇. 착하냐고?”
범수가 당황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응. 브이로그에서 느껴지는 성격 같은 게 있을 거 아냐.”
“음… 착한지는 잘 모르겠는데. 어쨌든 예쁘잖아. 통통 튀는 성격이야.”
“흐이구.”
범수의 말을 듣고 한숨을 쉬었다.
“너. 뭔가 느낌이 안 좋구나?”
“안 좋다기보다는, 좀 걸려서.”
“그게 그거지 뭐.”
“사실 나도 좀 걸려.”
“어라?”
범수의 말이 의외였기 때문에, 나는 눈을 크게 떴다.
“자기 채널 멀쩡하게 운영한다고 꼭 채널 주인장들이 선 안 넘으리라는 보장은 없으니까.”
범수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 맞아.”
“그래도, 일단 희연이도 생각이 있을 거야. 일단 저 사람이 아는 척해 줘서 우리가 얻은 것도 분명히 있으니까.”
“그래? 뭔데.”
내가 물었다.
“아무래도 희연이가 면세점 터는 장면은 진짜 우리하고 찍었으면 우스웠을 거 같지 않냐?”
“아. 하긴 그래.”
나도 그 말에는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샤넬이나 구찌 같은 거 사는데 우리가 따라다녀 봐야 그림이 나오냐고.”
“그렇긴 하네. 그런데 희연이가 그런 명품 같은 데 관심이 많이 있던가?”
“글쎄. 그건 또 모르지. 어쨌든, 명품이든 아니든 의류나 화장품 같은 거 살 거 아냐.”
“그건 그래. 우리가 옆에 있어 봐야 꿔다 놓은 보리짝밖에 안 되지.”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게 생각하자고. 일단 영상 찍는 데 도움 되는 건 사실이니까.”
“흠. 맞는 말이다.”
“그리고 우리 세 명이 다니면, 너무 눈에 띄잖아. 면세점 매장은 일등석 라운지하고는 다르잖아. 사람들이 엄청 많다고.”
“그것도 맞는 말이다.”
여기까지 듣고서야 나도 마음을 편하게 먹기로 결심했다.
“그럼 우리도 빨리 갈까?”
범수가 눈을 빛내며 물었다.
“그래. 가 보자고. 이번에 소니에서 카메라 새로 출시했던데 면세점에 들어왔으려나?”
“일단 카메라부터 보자고! 면세점 영상 중에 카메라 구경하는 거 넣어 놓은 게 최근에는 하나도 없더라.”
“그게 우리가 생각하는 틈새시장 아니겠냐.”
* * *
“호오. 면세점은 캐논 카메라가 많네.”
“그러게. 소니보다 캐논이 많구나. 캐논이 카메라 시장에서는 전통적인 강자니 그게 맞을지도.”
범수가 말했다.
“자. 골라 보자.”
“어떤 걸 찾으시나요.”
면세점 직원이 친절하게 물었다.
“안 써 본 거요. 신제품 위주로 소개해 주세요.”
“아. 네. 알겠습니다. 사진 촬영용이신가요, 동영상 촬영용이신가요?”
“둘 다 구분 없이 살 거예요.”
“아, 알겠습니다.”
표정을 유지하고 있긴 했지만, 약간 당황하는 기색이 보인다.
이렇게 말하면 안내해주는 입장에서는 막막하긴 할 거다.
“캐논 R3는 아직 출시 전인가요?”
범수도 나와 비슷한 걸 느꼈는지, 이렇게 질문을 구체적으로 던져 주었다.
“네. 그 제품은 다음 주 출시된다고 합니다.”
“아. 아쉽네.”
“귀국할 때 사는 게 어때?”
“아. 그러면 되겠네. 하하.”
내 말에 범수가 안심해하며 말했다.
“그럼 이렇게 하죠. 최신 제품 중에요.”
“네.”
“후지필름에서 나온 거 영상 촬영용으로 하나, 그리고 사진 촬영용으로 하나.”
“네.”
“그리고 캐논에서 나온 거 중에 역시 영상용 하나, 사진용 하나.”
“네.”
“그렇게 보여주세요.”
“네? 네. 알겠습니다.”
점원이 역시 약간 당황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저, 혹시 렌즈들은 갖고 계신가요?”
“아뇨? 사야죠.”
내가 태연하게 답했다.
캐논과 후지는 우리 채널 제작에서 사용하던 브랜드가 아니다.
따라서 착탈식 렌즈도 이 브랜드 것은 당연히 갖고 있지 않다.
“일단 망원렌즈 하나하고, 광각렌즈 하나씩 사면 되겠지?”
“응. 일단 망원렌즈 하나, 그리고 범용렌즈 하나씩 보여주세요.”
“아, 알겠습니다.”
점원이 물건을 꺼내고, 우리가 구매를 결정하는 데까지는 3분도 걸리지 않았다.
카메라 4대, 렌즈 4개. 8개의 상자를 구매했다.
“저, 죄송합니다. 한 가지 확인을 해드려야 할 거 같아서요.”
점원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네.”
“지금 한국에서 여행 떠나시는 거지요?”
“네.”
“그러면 귀국할 때 짐의 중량도 생각하셔야 할 거 같아서요. 괜찮으실지.”
“아.”
사실 꽤 유용한 정보긴 했다.
“아. 괜찮아요. 저희 1등석이라서요. 60킬로씩 짐을 가져갈 수 있는데, 지금 우리 한 사람당 40도 못 넘겼어요.”
범수가 의기양양하게 답했다.
“아.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실례했습니다.”
점원이 고개를 숙이더니, 결제를 시작했다.
“구경도 제대로 안 하고 카메라를 1천만 원어치 사다니. 진짜 너무 사치스럽다.”
범수가 중얼거렸다.
하지만 녀석도 잘 안다.
제품을 열어서 구매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 고려하는 과정을 영상으로 찍어 올리는 게 시간 면에서나 경제 면에서나 훨씬 효율적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서둘러 물건을 산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자, 이제 희연이가 뭐 사나 가서 구경하자!”
“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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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심리란 뭘까.”
“뭐가?”
“왜 우리는 카메라 사고 나니까 다 산 느낌이 들고, 희연이가 뭘 살지가 더 궁금해지냐고.”
“크크크크.”
내 말을 듣고 범수가 웃음을 터뜨렸다.
“맞아. 나도 우리 물건 사는 거보다 희연이 사는 거 구경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남자가 살 물건은 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