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th generation tycoon YouTuber RAW novel - Chapter (159)
“식사 때가 되면, 메뉴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오. 알겠습니다.”
“한 가지, 질문이 더 있어요.”
이번에는 내가 질문을 던졌다.
“네.”
“혹시, 저희가 도하에서 파리 갈 때도 사무장님이 맡아주시나요?”
“아. 그렇지는 않습니다.”
“오. 그러면 다른 한국인 승무원이?”
“그건 아직 모르는데, 원하시면 알아봐 드리겠습니다.”
“지금 사무장님 너무 친절하셔서 다음 비행도 같이 하면 좋을 거 같은데요.”
범수가 웃으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겁니다. 왜냐하면,”
“왜냐하면?”
“승객분들이 승무원이 마음에 안 들어서 바꾸려고 해도, 미안해서 말씀을 못 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그런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무조건 로테이션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아. 그렇군요.”
상당히 여러 번 생각해서 나오는 서비스다.
비행기 1등석 바깥의 세상에서는 잘 겪을 수 없는 수준의.
‘사무장하고의 대화만으로도 영상 거리가 나왔어. 괜찮은걸?’
몇 가지 질문을 더 던지고, 희연과도 인사를 끝낸 후 이나연 사무장은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말이 ‘자기 자리’지, 사실 우리가 부르면 언제든 튀어 들어올 수 있는, 캐빈의 바로 바깥쪽 좌석이었다.
“빨리 이륙했으면 좋겠다. 2층 궁금해.”
희연도 기분이 한껏 좋아진 목소리였다.
“그러게. 확실히 이번 비행기는 제일 처음에 타기를 잘했다.”
나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기이잉~
약 5분 후, 비행기가 이륙했다.
“오오. 뭔가 달라. 뭔가 달라.”
“그러게. 좀 다른데?”
“비행기 맨 앞대가리 쪽에 앉아서 그런가? 뭔가 이륙할 때 각도가 다르네.”
희연과 범수의 감탄사에 나도 한마디 얹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게. 어쨌든 기분 너무 좋다. 1등석 타길 잘했어.”
– 기이잉~
부드럽게 비행기의 이륙이 완료되고, 우리는 안전벨트 표시등이 꺼지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그게 꺼져야 2층 라운지를 구경할 수 있으니까.
– 딩동.
“오오.”
등이 꺼지는 신호음과 동시에 우리는 안전벨트를 풀었다.
“올라가. 올라가.”
“잠깐, 잠깐.”
“아, 왜.”
선두에 위치한 내가 계단 앞에서 걸음을 멈추자 희연이 조급해했다.
“카메라 아직 안 켜졌어.”
그래도 우리는 착하게 이륙 중에 카메라를 다 껐었다.
“아. 그래. 1등석에서 계단으로 비행기 2층 올라가는 거. 그건 꼭 찍어야지.”
희연도 바로 수긍했다.
“응. 바로 shorts에 올려야겠어.”
“그러자.”
“우리, 도착하면 저녁 8시더라? 거기서, 다시 타면 프랑스에 아침에 도착하는 건가?”
“아니.”
범수의 말에 내가 웃으며 대답했다.
“응? 아냐? 그럼? 밤중에 도착하나?”
“아니야. 도하 공항에 붙은 호텔에서 일박하고, 아침에 파리행 비행기 타. 파리에는 오후에 도착할 거야.”
“헉. 그래? 그럼 우리는 니스에 언제 가는 거야?”
“니스는 그날 저녁 늦게. 1등석 승객으로서 항공사에서 제공하는 호텔 숙박 체험해야 하지 않겠어.”
“어머. 그렇구나.”
“아. 이게 그러니까.”
범수가 여권 가방에서 티켓을 꺼내 확인했다.
“이제보니 내 예상보다 꼬박 24시간 더 늦게 도착하는 거네?”
“그렇지.”
“하하하. 가는 데 도대체 몇 시간이 걸리는 거야?”
“그런데 좋다. 1등석이니까.”
이렇게 대화를 나누며 우리는 이윽고 계단을 올라갔다.
* * *
“오빠. 애들, 벌써 비행기 탔어. 1등석 라운지 영상 유튜브에 올렸다고.”
– 그래. 우리도 서둘러서 출발하고 있어.
“걔네 도하에서 갈아타고 니스로 갈 테니까. 다 합해서 15시간 정도 걸릴 거야. 인천공항에서 니스 가는 직항 타면 따라잡을 수 있다고!”
– 알았어. 알았어. 지금 표 끊었어. 따라잡을게.
로라이는, 카타르 항공으로 광저우에서 도하를 거쳐 니스로 간다는 이야기만 들었다.
도하에서 호텔에서 1박하고, 다시 니스가 아니라 파리로 1등석 레지던스를 타고 가서, 파리에서 니스로 다시 비행기를 타는지 알 턱이 없다.
그래서, 서울에서 출발하여 따라잡겠다는 로라이의 일행들은, 보다 27시간 먼저 니스 공항에 도착해 버리는 결과가 나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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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니스로 온다는 거 거짓말인가?”
곽동성이 중얼거렸다.
아무리 공항 대기실 시설이 좋다고 하지만, 벌써 5시간이나 기다렸다.
“이런 젠장. 이렇게 기약 없이 기다리다니.”
“오늘 오는 거 아니면 어떡하죠?”
곽동성이 대표로 있는 MCN의 사원인 오규현 PD가 대답했다.
“설마?”
곽동성의 눈이 커졌다.
“도하에서 하룻밤 잘 수도 있잖아요. 거기 호텔 좋다던데.”
“크읔.”
곽동성이 머리를 벅벅 긁었다.
그리고 신경질적으로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카카오톡 앱을 실행하여, 보이스톡을 열었다.
– 로라야. 너는 어디냐.
– 나는 파리죠. 여기서 일단 브이로그 몇 개 찍고 오라면서요.
곽동성은 로라이가 소속돼 있는 MCN의 대표다.
그는 로라이를 이름으로 불렀다.
“로라가 프랑스 파리로 가서 아무 영상도 안 올리면 퍼플마스크란 놈이 바로 알 거야. 그 자식, 눈치 빠르대.”
“뭐를요?”
“만사 제쳐놓고 자기 따라 왔다는 걸. 로라는 나중에 니스에 합류해서 우연히 만나는 걸로.”
“네, 네.”
이렇게 해서 로라이는 일단 파리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 음. 근데 이 인간들, 니스로 오는 거 확실해?
곽동성의 말이었다.
– 어. 니스가 목적지라고 확실히 말했었는데.
– 근데 이 인간들, 공항에 안 나타난다.
– 왜 그러지? 설마 거짓말했나?
– 야! 너까지 그렇게 불확실하게 말하면 어떡해. 네가 말하는 바람에 급하게 오느라고 둘 이서 니스까지 비즈니스 타고 왔어.
– 어휴. 짠 내 나게.
– 뭐라고?
– 이번에 ‘크로스’만 성사되면 비즈니스석 티켓값은 일도 아니잖아요. 지금 비즈니스석 탔다고 생색내게 생겼나.
– …
곽동성이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딱히 받아칠 말은 없었다.
여행 유튜버 전문 MCN의 대표.
여행 유튜버는 코로나 때문에 오히려 특수를 누릴 수 있었다.
여행을 못 가는 사람들이 대리만족하기 위해 여행 유튜브를 찾아보는 건수가 엄청나게 늘었으니까.
곽동성은 이런 흐름을 파악하고, 올해 초에 MCN을 결성하고 5명의 여행 유튜버를 스카웃했다.
완전 초짜 유튜버도 있었지만, 로라이나 우승현 같이 코로나 전부터 인기를 끌던 여행 유튜버도 영입했다.
하지만 생각만큼 조회수나 구독자 수에서 재미를 보지는 못했다.
코로나 때문에 여행 유튜브를 홍보하는 게 눈치가 보였던 것.
MCN에 속해 있는 5명의 여행 유튜버의 구독자를 모두 합하면 130만 정도.
한 사람당 100만은 쉽게 찍을 거라고 생각했던 곽동성의 기대에는 턱없이 못 미치는 수치였다.
그런데 이번에 최근 가장 떠오르는 채널이 여행을 떠났다?
게다가 목적지를 공표하지는 않았지만, 250만 기념으로 여행을 가겠다고 꽤 호들갑을 떨면서 계획 발표를 했다.
그런데 이번에 로라이가 우연히 그들의 행선지를 알아낸 거다.
‘숟가락 걸칠 수만 있다면 우리 MCN 구독자는 단숨에 200만 돌파닷!’
이게 로라이와 곽동성의 판단이었던 거다.
곽동성은 좀 과하다 싶은 정도로 인력을 끌어모았다.
일단 서울에서 PD 한 명을 데리고 비행기를 탔다.
그리고 외국에 나가 있는 유튜버 두 명을 집결시켰다.
– 뉴욕에서 승현이 날아오고 있고, 한석이는 암스테르담에서 탄대.
– 어머. 둘 다 불렀어요?
– 응.
– 지금 여행 나가 있는 사람 다 부른 거네? 너무 티 나지 않겠어요? 우연히 만난 척하기엔.
– 3명은 좀 과한가 싶기도 한데. 2명은 좀 모자란 것 같기도 하고.
곽동성 이렇게 말하고, 다시 잽싸게 덧붙였다.
– 괜찮아. 괜찮아!
– 그래요?
– 응. 어차피 한꺼번에 모인다고 해도, 같은 소속인지 다 모르잖아.
– 아. 그렇긴 하네.
– 음. MCN 만들 때 최대한 그 사실을 숨기라고들 하더니, 이제 알겠어. 어차피 서로 모르는 척하면 될 거 아냐?
– 알았어요. 아직 코로나 때문에 합동 여행도 하기 전이니 뭐.
로라이도 납득했다.
“도하에서 니스 오는 항공, 다 검색해 본 거 맞지?”
보이스톡을 종료한 곽동성이 옆에 앉아 있는 오규현에게 물었다.
“네. 4시 도착, 7시 도착은 아니었으니까, 10시 도착 안 하면 오늘 안 온다고 봐야죠.”
“어휴. 이게 무슨 짓이야.”
스스로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이걸 포기할 수는 없었다.
‘이 정도 고생하고 합방 성공하면 대박이잖아! 로또도 매주 긁는데 하루 이틀 고생하는 것쯤!’
곽동성은 이렇게 속으로 자신의 마음을 다잡았다.
“오늘 안 올 수도 있나? 오늘 안 오면 니스로 가기로 했다는 게 거짓말이라는 거라고 봐야 하는 거 아냐?”
곽동성이 묻자, 오규현이 답했다.
“그거보다 더 가능성 높은 게 있어요.”
“뭔데?”
“도하는 공항 옆에서 카타르 항공이 운영하는 호텔이 진짜 좋아요. 아마 그걸 이용할 가능성이 높아요.”
“앗. 그걸 왜 이제 말해!”
곽동성이 짜증을 버럭 냈다.
하지만 그것도 순간. 이내 고개를 푹 숙이며 중얼거렸다.
“아니야. 그걸 알았어도 우리는 여기 와 있겠지.”
“맞아요. 공항에서 놓치면 방법이 없으니까. 만에 하나 호텔에 안 묵을 가능성을 생각하면 무조건 제일 빨리 와 있어야죠.”
“하. 웃기네.”
곽동성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뭐가요?”
“21세기에 이게 무슨 아날로그한 짓이냐. 공항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다니. 게다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유튜버들을.”
“…”
오규현은 그 말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속으로
‘그러게. 얼마나 급했으면 이런 되도 않는 일을 벌이는 거야! 이게 웬 삽질이냐고.’
라고 외쳤을 뿐이다.
“그럼 내일 오전에 체크아웃해서 비행기 타면, 내일 언제 도착하는 거야?”
“그게 7시 도착하는 비행기예요.”
“어구.”
“그런데 또 안 좋은 소식 하나 있어요.”
“뭔데?”
“호텔에 체크인 안 하고 그냥 탈 수도 있잖아요? 그러면 내일 오전 6시에 도착해요.”
“뭐라고?”
곽동성이 이마를 짚었다.
오늘 이 공항을 통과하지 않으리라는 예상을 전혀 못했다.
그런데 와서 하염없이 기다리고 나니, 변수가 엄청 많다는 걸 그제야 깨닫게 된 거다.
“머리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고. 안 되겠다. 이렇게 하자.”
“어떻게요?”
“너 말 들으니까 앞으로 최대 24시간 더 기다려야 할 수 있단 말 아냐?”
“그렇죠.”
“그러면 오늘은 밤까지 둘이 있다고 해도, 내일부터는 교대로 나와 있자고.”
“아. 그래야겠네요. 어차피 미국하고 네덜란드에서 유튜버들 오고 있으니까.”
“그래. 그래.”
“그럼 그 친구들 들어오면 합류해서 바로 호텔로 갈까요? 아, 물론 마지막 비행기 나오는 시간에 말이에요.”
“음. 아냐. 녀석들, 영상 찍겠다고 늦게까지 버티고 있을 수 있어. 그러니까 최소 한 명은 여기에서 불침번 서야 해.”
“하이고.”
오규현이 한숨을 쉬었다.
“아, 그리고 애들한테 입국장 밖으로 나오지 말라고 해. 끝까지.”